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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4/01 20:51:47
Name cadenza79
Subject [일반] 야권단일후보 표현 사용금지가처분 인용 / 관련 법리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6/04/01/0200000000AKR20160401150800065.HTML

인천남구을에서 정의-더민주 사이의 단일후보인 정의당 김성진 후보가 야권단일후보라고 기재한 현수막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를 철거하고 향후 야권단일후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결정이 나왔네요.

사실 지난번에 선관위에서 OK를 했다고 했을 때 오잉?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판결도 있는데요. 오마이팩트는 이를 들어 더민주-정의 사이의 단일화에 대하여 야권단일후보라는 표현을 사용해도 상관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기까지 했습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_w.aspx?CNTN_CD=A0002194701

다만 오마이팩트는 선례가 된 판결의 내용을 오인하고 있었고, 그 내용을 자세히 알아보진 않은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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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2010년 지선으로 거슬러올라가면, 당시 한명숙 후보는 민주-민노-창조한국-국참의 4당 추대로 서울시장 단일후보가 됩니다. 이때 "범야권 단일후보"라는 명칭을 사용합니다.

이때 문제가 된 것이 유종필 현 관악구청장인데, 관악구청장 선거에서 자신도 "범야권 단일후보 유종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선거운동을 하죠.
이 때 관악구청장 선거 후보는 한나라당 오신환, 자유선진당 허증, 진보신당 이봉화, 평화민주당 권태오 후보가 있었습니다.

당시 유종필 후보는 민노-창조한국-국참이 그냥 후보를 안 낸 것 뿐이고 단일화가 된 것이 아니어서 저게 허위표시임은 분명했습니다. 다른 구청장 선거구에는 민노-창조한국-국참이 출마한 곳도 있고, 출마했다가 단일화가 된 경우도 있었습니다만, 어쨌거나 4당 사이에 시장 외에 구청장까지 단일화한다는 협의는 없었으니까요.

사실 그냥 이렇게 결론을 내리면 되는 것이긴 합니다만, 법원은 이때 논리적으로 전제되는 선결문제부터 판단하고 그 다음 쟁점을 판단한다는 원칙에 따라 다음과 같은 판단 프로세스를 따라가고, 중요한 선례 하나를 남기게 되죠.

1. <범야권>의 사전적 정의라면 야권을 모두 아우른다는 의미이긴 하지만, 통상적인 사용례에 의하면 <범야권>에 단 하나의 예외도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범야권 단일후보란 "<주요 야당> 등 중요한 야권에서 하나로 되어 있는 후보"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야권 전체의 합의가 아니더라도 최소한 주요 야당들 사이에 그 주요 야당들을 대표하는 한 명의 후보만을 출마시키기로 하는 합의가 이루어져 그 합의에 따라 출마하는 후보는 "범야권 단일후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다.

2. 유종필 후보는 주요 야당들 사이의 합의에 따라 출마한 후보가 아니므로 "범야권 단일후보"라는 표현을 쓸 수 없다.

3. 단일후보라는 단어는, 정치수사적 과장표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사실"에 관한 문제이다. 따라서 유종필 후보의 행위는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에 해당한다.

결국 유죄가 되었습니다만, 그 표현을 우기고 끝까지 쓴 게 아니고 선관위 제지를 받고 바로 그만둔 것이어서 벌금 100만 원의 선고유예가 되어 구청장직은 상실하지 않았고, 아시는 바와 같이 2014년에 재선됩니다.

결국 위 내용을 종합하면 이렇게 됩니다.
1, 주요 야당들 사이에서 합의가 이루어져 출마했다면 "범야권 단일후보" 명칭은 무방하다.
2. 범야권 단일후보라는 표현의 해석은 사실의 문제이지 정치적 수사의 문제가 아니다.

궁금한 점 : 그럼 한명숙의 범야권 단일후보 표현은 무방한가?
사실 이건 판단하지 않은 것입니다. 한명숙 후보가 이걸로 기소된 것은 아니니까요. 자유선진당 지상욱 후보도 있었는데, 자유선진당이 <주요 야당>에 해당하는지의 판단은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결국 문제되는 것은 유권자에게 착오를 불러일으킬 수 있느냐이고, 당시에 자유선진당은 애당초 민주당의 연대 대상으로 거론되지도 않았으므로(오히려 지상욱은 보수단일화를 하자고 했던 적도 있으니), 만약 한명숙이 문제되었더라도 허위사실로 판단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

선관위는 이에 관하여 여러 차례 질의회신을 한 바 있는데, 중간에 갑자기 바뀌고 있습니다.

(2010년 회신)
http://m.1390.go.kr/lawmobile/quan.subjletterread.do?quan_id=201203030872
한나라 황우여 의원 : 야당이 21개인데 5개, 4개, 3개 정당이 단일화해 놓고 범야권단일후보라고 써도 됨?
선관위 : “범야권단일후보”라는 표현이 허위사실공표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구체적 사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임.
※ 선관위도 구체적 사실의 문제로 보고 있습니다.

(2012년 3월 21일 회신)
http://m.1390.go.kr/lawmobile/quan.subjletterread.do?quan_id=201203212348
진보신당 : 야당이 20개인데 민통-통진 2개 정당 단일화를 가지고 양당단일후보도 아니고 야권단일후보라고 한다. 이거 위법 아님?
선관위 : 후보자의 신분 등에 관한 구체적인 사실적시 행위에 해당할 것이므로 각 선거구별 단일화에 참여한 정당, 해당 선거구의 후보자, 전체적 표현 등 구체적인 정황에 따라 「공직선거법」위반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임.
※ 동일합니다.

그런데 불과 열흘 후부터 좀 왔다갔다 합니다.

(2012년 3월 30일)
http://m.1390.go.kr/lawmobile/quan.subjletterread.do?quan_id=201603230015
선관위 :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공식적 합의에 따라 단일화되어 등록한 후보자가 “야권단일후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그 선거구에 다른 야당의 추천을 받은 후보자가 있는 경우에도 「공직선거법」제250조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 갑자기 바뀐 이유가 분명하지 않습니다. 이때 2010년 판결이 있다고 언급하는데, 위에서 보신 바와 같이 그 판결 내용은 그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때 진보신당은 "그럼 우리는 여당이란 말이냐"는 논평을 발표하기까지 합니다 : http://www.laborparty.kr/bd_news_comment/462741

(2014년 회신)
http://m.1390.go.kr/lawmobile/quan.subjletterread.do?quan_id=201405232988
새정치민주연합 : 통진-노동-정의 3당이 단일화해 놓고 야권단일후보라고 함. 이거 위법 아님?
선관위 : 통합진보당, 노동당 및 정의당의 합의에 따라 단일화된 후보자가 단일화에 참여한 정당의 명의를 밝혀 “야권단일후보(통합진보당, 노동당, 정의당)”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공직선거법」상 제한되지 아니할 것임.
※ 합의한 정당 명의를 밝히면 무방하다고 하고 있습니다.

(2016년 회신)
http://m.1390.go.kr/lawmobile/quan.subjletterread.do?quan_id=201603280016
더민주 박남춘 의원 : 국민의당 후보자 빼고 더민주-정의 연대합의했는데 야권단일후보라고 써도 됨?
선관위 : 더불어민주당 인천광역시당과 정의당 인천광역시당의 야권연대합의에 따라 등록한 후보자가 선거운동용 명함, 선거벽보, 선거공보 등에 “야권단일후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그 선거구에 다른 야당의 추천을 받은 후보자가 있는 경우에도 「공직선거법」제250조에 위반되지 아니할 것임.
※ 이번에는 합의한 정당 명의를 밝히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하고 있습니다.

==========

가처분 결정문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닐 듯하니 이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좀 조심스럽긴 합니다만,
제 생각에 2010년 판결과 2012년 선관위 회신 당시에는, 자유선진당이 아예 단일화의 대상으로 올라온 적도 없기 때문에 비록 18석을 가진 제2야당이지만 이를 배제해도 유권자가 착각할 가능성이 없다고 본 듯하고, 그것은 맞는 해석이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문제는 2016년 회신이 이를 기계적으로 베꼈다는 것이죠. 2014년만 해도 좀 신중하게 답변을 했는데 말이죠.

이번에는 2012년 회신을 그대로 선례로 쓰기 곤란했던 것이었습니다. 언론마다 단일화를 떠들어대는데 유권자들이 인식하는 단일화의 대상은 더민주-정의 뿐만 아니라 더민주-국민-정의 3당 모두니까요.

결국 2014년 회신과 같이 "단일후보(더불어민주당, 정의당)"이라고 쓰면 무방하다고 했으면 큰 탈이 안 났을 것을, 그냥 2012년 회신을 베끼는 바람에 불의타를 날렸네요.
아마도 김성진 후보가 현수막 값 물어달라고 하면 물어줘야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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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Marina
16/04/01 23:21
수정 아이콘
자유선진당은 아예 야권이 아니니 상관없지만 국민의당은 어쨌든 야권이니 생기게 된 혼선인가 보네요.
cadenza79
16/04/01 23:43
수정 아이콘
자유선진당도 야당이긴 했습니다. 다만 당시 자유선진당에 대한 연대논의가 아예 없었으니 유권자들이 헷갈릴 우려가 없었다는 거죠.
Re Marina
16/04/01 23:46
수정 아이콘
아, 그것도 그러네요. 여권에서 갈라져 나와도 야당은 야당이니;;...
cadenza79
16/04/02 13:09
수정 아이콘
아... 이회창이 대표였고 나중에 새누리당과 합당도 했고 해서 여당에서 쪼개졌다고 착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자유선진당은 한나라당 탈당파가 만든 정당이 아닙니다. 그냥 죽 야당이었습니다.
그냥 자민련-국민중심당-자유선진당으로 바뀐거고 이회창은 2007년 대선에서 무소속으로 나와서 15%나 얻었던 그 득표율을 써먹기 위해 대표로 초빙해 온 겁니다.
16/04/01 23:26
수정 아이콘
이것이야말로
선관위께서 선사하신 빅똥인 것 같네요.
다만 당초부터 '더민주와 정의당 사이의' 단일후보라고 하면 되는 일에 너무 욕심을 부렸습니다.

진리의 케바케이자
메크로 답변의 무서움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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