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랜만에 pgr에 글 남깁니다.
개인적인 사정과 이런저런 이유로 피지알 외에도 인터넷에는 거의 글을 쓰지 않고 있었습니다.

예측과 결과에 상관없이, 이번 선거 전후로 굉장히 궁금한 점이 많았고
그 중 하나가 '여당 지지자들의 여론은 어떨까?' 라는 측면이었습니다.
피지알에도 소수나마 여당 지지자분들의 이야기가 있었지만, 그걸로는 부족했고
의외로 선거결과로 마음에 여유가 생겼는지
여당지지자들이 많은 일베, 정사갤 등을 눈팅하면서 제 나름대로 정리해보았습니다.

미리 말씀드리면, 이 글은 매우 부족한 글이 될 것입니다.
그 이유는

1. 어디까지나 저는 여당지지자가 아닙니다.
2. 인터넷 여론이 실제 여론과 괴리된다는 것은 어느정도냐의 차이가 있을뿐, 존재한다는 것은 모두가 동의하실 것입니다.
3. 그렇게 긴 시간 관찰한 것은 아닙니다.

개인적인 바람은, 제 글을 통해 피지알 내에 비교적 소수였던 여당지지자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2.
짧게 요약하자면,
[지금 정치권에서 보여주는 여권 정치인들의 행태와 여론조사 추이, 그리고 여권 커뮤니티 내에서의 행태와 추이는 놀랍도록 닮았다] 입니다.

여권 지지자들도 분열되었다는 이야기는 이미 선게에서도 어느정도 언급이 되었죠.
고령층,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절대적 지지를 보내는 친박 지지자와,
비교적 젊은 연령층, 그리고 보수지만 박근혜 대통령에게 비판적 지지를 보내왔던 비박 지지자들
옥새파동 이후 김태호 최고위원이 언급한 [심정적 분당] 이라는 말이 딱 맞게 분열되어있습니다.

3.
총선 이후, 친박 지지자들의 반응은 대략 다음과 같았습니다.

총선 패배의 결정타를 날린것은 김무성의 도장런이었다. 유승민의 책임도 만만치않고, 비박들로 인해 집토끼들의 대거 이탈이 강했다.
국민의당에 바람넣은 종편의 탓도 크다.

친박 지지자들 또한 교차투표를 했다. 대통령을 지키고 당을 지킬 생각이 없는 비박후보에 대해 투표하지 않는 친박 지지자도 있었다.
특히 총선 승리시 김무성이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발돋움하는것을 극히 꺼려했다.

총선은 졌지만, 당을 분열시킨 비박들을 정리하고 친박순혈주의를 강화한 것은 효과있었다. 무소속으로 당선된 사람들 지금 아쉽다고 복당시키면 나중에 반드시 탈난다.
당대표 및 대선후보도 친박계열로 선출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어차피 불통 이미지로 찍힌거 지금 굽혀봤자 좋다고 계속 공격당한다. 그냥 갈길 가면서 집나간 집토끼들을 돌아오게 해야한다.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불출마하며 진실한 사람들을 뽑아 선당후사했다. 유승민은 개인의 정치적 욕심으로 선당후사할 용기도 없었다.
컷오프 이후 선당후사한 더민주 정청래를 본받았어야한다.

당내 대권 유력주자가 없는것은 친박 지지자들도 위기를 느꼈는데, 의견들도 제각각이고 막막한 사람들이 많지만 그나마 제일 가능성있게 언급되는 것은 호남에서 당선된 이정현의원이었습니다. 친박이고, 지역주의 타파로 명분도 그럴싸하고, 누가 숙성과외 시켜서 대권후보 만들라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물론 비례 포함한 재선+보궐로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외 반대의견이 하나 더 있었는데, 뭐인지는 다들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반응을 보니, '무성이 옥새 들고 나르샤' 홍보는 이러한 친박 지지자들에게 엄청나게 좋지 않은 선거전략이었다는 점,
그리고 유승민 의원은 여당의 대권후보가 되면 집토끼 잡기가 매우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유승민이 새누리당 후보가 된다면 다른당 후보를 찍겠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오세훈이 갑작스레 대선후보 지지율이 상승했던 점, 새누리당 탈당 전후에도 유승민의 대선후보 지지율이 그리 높지 않았던 점, 옥새파동 이후 김무성의 대선후보 지지율이 급락한 점 등 여권의 여론조사 추이에서 제가 이해안되는 부분이 많이 설명되기 시작하더군요.

아울러 총선이 이렇게까지 망할 줄 몰랐기 때문에, 대선에는 위기감을 느낀 집토끼들이 어느정도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적 분석도 있었습니다.

4.
비박 지지자들의 반응은 사실 정리하는게 별 의미가 없습니다.
선거 패배 요인 분석은 야권 지지자들의 분석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차후 전략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커뮤니티 내에서 수적으로 밀리기 때문에, 조금만 비박 낌새가 보이면 댓글로 집단린치를 당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비박 지지자들이 이렇게 쪼개진 이유는 두가지가 있다고 봅니다.

1. 비박 지지자들이 실제로 적음. 특히 인터넷 이용자는 연령대가 낮은 편이고, 이는 인터넷 상에서 비박 지지자들이 친박 지지자들보다 과대대표될 수 있다는 측면을 생각하면, 비박 지지자들은 실제로 당 충성도가 낮은 중도보수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2. 비박 지지자들의 구심점이 없음. 크게보면 김무성-유승민으로 쪼개졌고, 비박이지만 이들도 싫은 지지자들도 꽤 있다고 보여집니다.
지난 정권때는 친이와 반이가 아니라, 친이와 친박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대단히 큰 차이입니다.

5.
야권 후보자들에 대한 언급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워낙 발등에 불떨어진 상태가 보니 그런가봅니다.

일단 대선후보로 문재인을 가장 많이 원했습니다. 문재인이 나오면 여권은 결집하게 되있다는 생각이 많은듯 합니다.

그러나 김종인은 무서워했습니다. 중장년층의 표를 꽤 흡수할 수 있고, 보수적 이념색채의 선명여당을 원하는 지지자들 중 일부는 김종인의 중화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선거전략 차원에서도 경계하고 있습니다.

안철수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른데, 대체로 친박 지지자들은 총선결과와 이후 행보를 통해 결국 실망한 집토끼들이 돌아올테니 문재인보다 약간은 낫지만 그리 위협적이지 않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비박 지지자들은 안철수가 야권 단일후보로 나오면 필패라는 생각이 강한 듯 하구요.

종합해보면 여권이 생각하는 야권 대선후보의 단일경쟁력으로는 안철수>문재인 이지만, 문재인+김종인 조합도 무시못할 것이다 정도로 생각하는걸로 보여집니다.

6.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여권 지지자도 아니고, 인터넷 여론 자체에도 한계가 있으며, 제가 자료 수집을 자세하게 한 것은 아니므로 매우 부족한 글일 수 밖에 없습니다. 선거게시판에서 소수자의 위치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여권 지지자분들이 댓글로 많이 보완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