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탄핵은 인용되었습니다. 이제 이 다음부터 대한민국은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거라 모든 것이 생소하고 어색할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탄핵 후의 박근혜를 보고 있자니 저는 또다른 멘붕이 오고 있습니다.

어차피 제 기준입니다만 박근혜라는 사람은 제 기준으로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가 없네요.

여론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아니 아무리 모른다손 치더라도 상황을 타개하려는 의지조차 없는 무기력증에 빠진 사람같아 보입니다. 혹시 심각한 우울증에 빠진거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예요.

파면은 결정되었고 이제 자기가 가야할 길은 어디이며 어떻게 처신해 나가는 것이 그나마 자기에게 도움이 될 것인가 고민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정상적인 사람의 위기 대처 능력 아닌가요?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나라와 역사앞에라는 거창한 말도 붙이기 민망하고요. 그저 일반인으로서 사저에 돌아가 자기 좋아하는 드라마라도 맘편히 볼 수 있으려면 지금처럼 행동하면 안 될 것 같은데요. 정말 생각하면 할수록 이해가 안되면서 한 편으론 인간 박근혜에 대한 호기심마저 듭니다.

이제 파면을 넘어서 검찰의 수사를 받고 교도소로 가게 생겼는데 박근혜의 현실판단은 너무 못 미치는 것 같아요.

제가 박근혜 입장이 되어 지금 상황이라면 '쇼'를 할 것 같습니다. 굿바이 대국민 연설 하는거죠. 헌재의 결정을 받아들인다. 그간 심려를 끼쳐드린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 그러면서 자기는 이제 어찌해야 하느냐는 식의 감정에 호소하며 눈물을 펑펑 흘려댈 것 같습니다. 그리고 청와대에서 얼른 나와 허름한 모텔이나 아니면 과거 전두환처럼 지방의 사찰같이 불쌍 코스프레를 최대한 낼 수 있는 곳으로 갈 것 같습니다. 옷도 불쌍하게 먹는 것도 불쌍하게...... 노무현 대통령 탄핵역풍 맞고 천막당사로 갈 때처럼 말이죠.  

물론 대다수의 사람들이 쇼 너무한다 이러겠지만 우리나라 여론이라는게 감정적인 부분이 분명 있어 검찰의 수사는 정치적인 공세이다는 프레임으로 가면 수사 자체가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꽤 되거든요.

그런데 지금 하는 행동들은 국민들의 미움만 더 사는 쪽으로 가고 있어요. 탄핵과정에서 박근혜가 그간 해온 행적들을 보면 그나마 굴러들어온 기회도 모두 차버렸기에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현실인식이 없나 미스테리하기까지 합니다. 그동안 옆에서 조언해 주고 떠받들던 부역자들도 이젠 모두 사라진건가 싶기도 하고요.

저런 현실인식과 허술한 대처능력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선거의 여왕이란 칭호와 함께 국회의원, 여당 대표를 거쳐 대통령까지 하게 되었는지 개탄할 노릇이네요. 한편으론 저런 사람을 앞잡이 삼아 자기 출세에만 혈안이 되었던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부역자들에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도 하고요.

흔히들 죽음의 5단계로 '부정 분노 타협 침체 수용'을 듭니다. 비단 죽음뿐만 아니라 이별이라던지 하는 큰 상심의 상황 앞에서 인간이 보이는 방어의 단계라 볼 수 있죠. 그런데 박근혜는 아직 1단계에서 싸우고 있는 중인 것 같아요. 사태가 이렇게까지 진행됐는데도 말이죠.

어제 뉴스에서 하루는 관저에 머문다고 했는데 오늘 아침엔 주말동안은 머무른다는 뉴스가 보이는 것 같고 삼성동 사저 보일러 수리가 한참 걸린다는 얘기도 보이는 것 같고 상황이 보면 볼수록 웃겨지고 있어요.

이런 식이면 증거인멸의 우려 때문에라도 검찰은 하루빨리 박근혜 체포하고 청와대 압수수색 해야 한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