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은 지지 성향이 모두 다릅니다.

저: 후보에 큰 결격이 없는 이상 큰 선거에선 대체로 민주당 후보를 찍었고 비례대표 등에선 녹색당-정의당등 진보계열을 선택했습니다. 아마도 이번 대선은 저번에 이어 문재인을 선택할 거 같습니다.

아버지: 전북 출생이시고 내내 호남 계열 인물과 당을 지지해오셨습니다. 해서 주로 민주당 쪽을 찍어오셨고 저번 대선엔 문재인을 찍으시더니 이번엔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십니다. 정확히는 국민의당을 지지하시는건데 거기서 나온 후보가 안철수라서요.

어머니: 경북 출생이시고 원래 별로 정치에 관심이 없던 분이십니다. 투표도 그냥 제가 찍으라는 애 찍겠다며 매번 후보를 물어보셨으니까요. 때문에 02년 지선때 저를 따라 김민석을 찍으셨는데 그건 두고두고 이불킥감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07 대선 부턴 더이상 누구 찍으라고 얘기 안하고 소신껏 하시라 하셨습니다.(전 07대선에선 문국현을 찍었습니다)  그런데 작년부터 유튜브에 재미들르시더니 박근혜에게 저주를 퍼붓고 또 뭐 어떻게 유튜브 여행을 하셨는지 어느덧 이재명 시장의 굉장한 팬이 되셨습니다. 주변 지인에게 적극 이재명을 알리시기도하고 그가 경선에 낙마하자 일주일간 끙끙 대실 정도였죠. 그럼 지금은? 심상정 후보에게 호감을 두시는 듯 합니다. 그 이유가 탄핵 국면때 있던 이재명-심상정 대담 유튜부 영상들을 보니 이재명과 캐미가 잘맞는거 같다고 지금은 심상정이 마음에 든답니다.

동생: 제 동생은 어머니처럼 당보단 인물로 가는 편입니다. 당 딱히 안가리고 자기 마음에 가는 인물을 뽑아왔죠. 대선 같은 경우는 문국현-박근혜를, 지선땐 박원순을 연속으로 찍었다더군요. 세월호 이후론 학을 떼고 박근혜를 거부했습니다만 작년 총선땐 새누리당 후보를 찍었다고 합니다. 처음엔 안철수 후보쪽에 마음이 있는 듯 하다가 유치원 이슈로 모두 까기로 태세 전환한 상태입니다.

..근데 이 3명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문재인'이라면 학을 떼는 겁니다. 제가 문재인이란 이름을 언급하면 아버지는 '거.. 그 놈 거거..'라고 얼굴 찡그리시고 어머니는 '문재이이이이인!?!?' 하시며 어이없어 하는 표정을 하십니다. 동생은 문재인을 '지겹다'라며 왜 또 대선나오냐고 생각하고요. 가족 사이에서 문재인은 부정적인 얘기들만 오갑니다.

집 안의 무능한 맏이로써 전 그래서 그냥 짜져있기로 했습니다. 정치 얘기가 나올때마다 '먹고살기 바빠서 요즘 정치 잘몰라여 헤헤'라는 택도 없는 소리로 발을 빼죠. 그래서 요즘엔 식구가 모여 식사 같은거 할때도 조마조마합니다. 가능하면 빠질려고도 하고 있고요ㅠ

당분간은 가족 모임할때마다 계속 샤이할거 같고, 어서 대선이 끝났으면 하는 바람도 있네요. 가족과 밥먹기 참 힘듭니다 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