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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3/01 17:24:05
Name 여망
Subject [일반] 왜 필리버스터를 중단해야만 했나?

3.1절을 하루 앞둔 어젯밤, 더불어 민주당은 일주일에 걸쳐 진행된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필리버스터 1일 중단]야, 테러방지법 수정안 여 거부에…심야 비대위 결국 ‘선회’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3010120115&code=910402&nv=stand)

'마이 국회 텔레비젼(마국텔)'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고 국회방송이 사상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는 등, 선거 전 여론전에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더불어 민주당 비대위가 돌연 필리버스터 중단을 결정한 이유가 내심 궁금해지더군요. 신문과 인터넷을 뒤져보다보니 더불어 민주당이 필리버스터를 중단해야했던 이유가 있어서 몇가지 소개해 봅니다.

1. 어차피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다음 임시국회까지 버틸 수 없다.
=> 이번 회기 임시국회 일정은 3월 10일까지 입니다. 어차피 3월 일정이 시작되면 테러방지법은 자동으로 직권상정이 되어 의결 절차를 밟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어차피 이 사항은 다들 알고 있었던 것 아닌가요? 애초에 청와대가 물러서지 않으면 이길 수 없는 싸움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필리버스터를 시작한거죠. 이번 회기(~3월 10일)까지 버티면서 명분을 쌓을 수 있기 때문에 3월 1일에 돌연 중단한다는 것은 그다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심지어 어젯밤 의원총회의 결의 사항을 비대위의 긴급회의로 뒤집을 정도로 급한 정무적 판단을 했다는 건데, 그렇다면 지금으로부터 10일간의 기간이 중요한 걸까요?

2. 선거구 획정안 처리가 늦어져서 총선이 연기되면 여론의 역풍을 맞는다.
=> 더불어 민주당의 공식적인 답변입니다. 열흘의 시간동안 선거구 획정안 처리가 늦어지면 친박, 국민의당 등에서 2015년 총선 연기를 주장할 것이고, 길어진 필리버스터에 지친 여론층으로부터 역풍을 맞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더민주의 총선 준비도 늦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실리적인 판단을 한 것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다음 회기에 선거구 획정안 처리를 하더라도 총선은 연기없이 그대로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더불어 민주당은 29일부터 광주를 시작으로 공개 오디션 방식으로 공천 심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제로는 국회에선 필리버스터를 진행함과 동시에 총선 프로세스 또한 병렬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던 거죠. 그리고 지역구 순방과 필리버스터를 병행하는데 부담을 느끼는 현역 의원들도 있었다고는 하지만,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 필리버스터를 진행한 의원들을 욕보이는 결정을 하는 것은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생각됩니다. 속사정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3. 김무성을 믿었다.
=> 언론에서 자세히 보도되고 있지는 않지만, 새누리당은 현재 진박과 비박 사이에 전쟁 중입니다. 오픈 프라이머리 등의 방식으로 상향식 공천을 해서 자기 세력을 넓히고자(또는 살아남고자) 하는 김무성 대표와 전략 공천으로 '진실한 친박'을 꽂으려는 박근혜 대통령 간의 알력 싸움이 한참이죠. 김무성 대표는 경선을 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고, 진박 세력은 버티면 승리합니다. 이런 상황하에서 더불어 민주당은 필리버스터를 통해 김무성 대표의 황금같은 '시간'을 압박합니다. 혹시나 이 '시간'에 쫓겨 김무성 대표가 진박에게 개기고(?) 테러방지법을 합의해 줄 수도 있겠죠. 그런데 그 김무성 대표가 꼬리를 내렸으니 필리버스터의 전술적 목표가 사라졌달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더불어 민주당 비대위는 김무성 대표가 진짜 개길 것으로 믿었을까요? 제 생각에는 김무성 대표의 퇴로는 한참 전에 사라졌습니다. 혹시나 김무성 대표가 반기를 들더라도 본회의 투표에서 어떤 결과가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이고, 이런 실낱같은 희망 때문에 필리버스터를 시작했다기엔 일을 너무 크게 벌였죠. 애초에 필리버스터는 여론전이 우선이고, 김무성 대표의 협조는 뒤따라오는 증정품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오히려 지금 상황에서는 지지자들을 만족시키도록 3월 11일까지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역풍을 감수한 채 더불어 민주당 비대위는 필리버스터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왜 지금일까요?

4. 필리버스터는 누구에게 이득인가?
=> 필리버스터 기간 동안 많은 의원님들이 수고하셨고, 이슈의 중심에 서있었습니다. 그에 비해 총선을 대비해 공천권을 행사하려는 비대위 인물들은 상대적으로 언론에서 멀어졌죠. 실제로 강기정 의원같은 경우에는 공천 배제 소식과 함께 눈물의 필리버스터를 진행해서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공천권을 휘두르게 될 지도부에게는 결코 좋은 상황은 아닙니다. 공천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결국 누군가에게 섭섭한 일을 한다는 것과 같고, 이 상황에서 여론이 지도부 편에 설수 없다는 것은 지도부에게 썩 좋은 상황은 아닙니다. 게다가 야권 지형을 보더라도 더불어 민주당을 위협하던 국민의당은 필리버스터가 모든 이슈를 집어삼킨 이 때, 스스로의 실책과 여론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지지율이 떨어졌습니다만... 또 다른 한축인 정의당 지지율이 필리버스터를 기점으로 여론의 관심을 받아 수직상승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의 지지율 재편을 위해서 필리버스터 중단을 지금! 이 시점!에서 결정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5. 결론
1) 더불어 민주당 내부의 역학 관계에서 필리버스터는 비대위에게 큰 이익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공천권을 행사하기 직전인 지금 필리버스터를 종료하는 것이 비대위의 권위를 세우는데 도움이 됨.
2) 대외적으로 국민의당 지지율은 상승요인을 잃고 하락기조에 들어섰으나, 필리버스터로 인해 정의당 지지율이 부담갈 수준으로 오르고 있음. 이쯤에서 그만둬야 총선 과정에서 매끄러운 공천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됨.




* jjohny=쿠마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6-03-01 17:30)
* 관리사유 : 정치/선거 관련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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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3/01 17:49
수정 아이콘
선거구 획정 때문에도 실상 손절매 타이밍은 29일이긴 했습니다. 때문에 이번에 종료 선언도 수용 못할 성격의 것이 아니죠. 다만 종료결정 과정이 얼마나 명분을 가지게 할것인지 또 지지층이 받아들일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을 제공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이 과정은 섬세해야 했고 또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필요합니다.

문제는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필리버스터종료건을 언론에 미리풀어 사태를 진흙탕으로 만들어 버렸느냐는 점입니다. 그 입방정 때문에 지지층이 받은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거든요. 솔직히 더 멋있는 그림을 그릴수 있는 기회가 얼마든지 있거든요. 이점은 김종인 비대위에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서 수습해야 합니다.

참고로 이 타임라인을 보다보면 빠지지 않는 한 인물이 떠오르는데... 그건 기분탓이겠죠???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bar/732776.html
16/03/01 17:55
수정 아이콘
선거구는 이미 결정된 것이고, 그것에 대해 국회 의결만 하면 되기 때문에 29일에 손절을 할 정도로 시급한 것은 아닙니다. 이 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지금 이 시기에 더불어 민주당 당원과 소속 국회의원들의 반발을 감수한 채 필리버스터 종결을 선언했나에 관한 글입니다.
16/03/01 17:57
수정 아이콘
갈수 있엇던 원동력중하나는 새누리당 내부 분란이 끝나지 않았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끝나버린이상 최소한의 동력도 사라져 버린건 맞습니다.
결국 끝까지 가는것 조차 무리였고 언제는 끝내는게 맞는 일이였습니다. 문제는 그 끝내는 과정에 잇었죠.
그렇다고 이 글이 너무 허무맹랑하냐. 그런글은 아닌것 같습니다. 충분히 이렇게도 해석이 가능하죠. 전 이쪽보다는 동력을 잃어버렸다쪽에 좀더 힘을 주지만요.
16/03/01 18:00
수정 아이콘
저도 3번 항목에서 언급하신 부분을 검토해봤습니다만, 애초에 김무성 대표의 성향상 김무성 대표의 패배는 결정되어 있었습니다. 예고된 결과를 무시한채 전술을 구사하기에는 더불어 민주당 비대위가 그렇게 멍청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16/03/01 18:08
수정 아이콘
결정은 되어 있었어도 그게 언제 결정될지는 알수 없엇던 상황이엿습니다. 제가 이야기하는건 김무성 대표가 패배할거냐 안할거냐가 아니라 언제 패배하느냐의 문제거든요. 그건 알수가 없었죠. 님이 이야기 하는것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
여망님은 애초에 김무성대표의 패배가 결정되어 있었다에 초점을 두어서 이야기한것이고 저는 패배는 확정되어 있어도 김무성 대표가 언제 패배할지는 알수 없었다는거죠. 적어도 최소한의 쉴드가 되어줬던것이였는데 그게 벗겨져 버린이상 더이상의 쉴드가 없어져 버린거죠.
마바라
16/03/01 17:55
수정 아이콘
간단히 김종인의 입장에서만 보면..
김종인은 이번 총선을 '경제민주화'로 치르고 싶어했습니다.
그거 하나 바라보고 그거 하나 하려고 더민주에 들어왔습니다.
그게 평생의 숙원이고 신념인 사람입니다.

근데 테러방지법 때문에 경제민주화는 완전 묻혔죠.
선거는 몇일 남지도 않았습니다.

김종인은 첨부터 필리버스터 같은거 하지 말자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니 테러방지법은 그만하고 빨리 다시 경제민주화 하자는 거죠.
16/03/01 17:57
수정 아이콘
네. 김종인 대표 개인적으로 필리버스터 정국을 끌고 가는것에 불만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아우구스투스
16/03/01 18:24
수정 아이콘
이번 총선에서 야권 특히나 더불어민주당이 대패를 하게 된다면 적어도 정말로 앞으로는 '김종인표 경제민주화'는 완전히 매장될겁니다.
이건 정말 단언할수 있는 상황입니다.
경제민주화도 이제는 새로운인물, 새로운사람이 해야지 김종인으로는 절대 안된다가 되겠죠.
iAndroid
16/03/01 19:40
수정 아이콘
https://namu.wiki/file/%ED%8C%8C%EC%9D%BC:BBS_201509100425245000_1.jpg
20대 총선 주요일정입니다.
3월 4일까지 재외선거인명부를 작성해야 하고, 재외선거인명부는 선거구획정이 완료가 되어야 완성됩니다.
The Seeker
16/03/02 09:20
수정 아이콘
저는 중단한다고 화낼 때가 아니라 고생했다고 다독여줄 때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은 필리버스터 내내 내용에 대해선 함구하고 기록에 대해서만 떠들었습니다. 그리고 중단하자마자 물어 뜯고 있죠. 새누리당은 3월 4일 재외선거인명부를 가지고 협박을 하고 있습니다. 야당은 필리버스터라는 것으로 최대한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합니다. 선거가 미뤄져도 야당책임이고,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도 야당책임인가요? 여기까지 미뤄 온 것은 야당덕분이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원흉은 새누리당과 정부죠. 야당보다 다수고 힘이 센 사람들입니다. 더 이상 무엇을 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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