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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2/26 01:22:25
Name 자리양보
Subject 퇴장, 문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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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 모든 것이 끝났어...

나 : 그래. 너는 곧 잊혀지게 될거야.

강 : 잊혀진다...

나 :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도 아냐. 몇 시간 지나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은 이미 너의 퇴장 따위에는 관심이 없잖아?

강 : 그런 것 같군.

나 : 현실을 직시하라구. 잊혀진다는 것은 정말 가슴아픈 일이 될거야. 잊혀지기 전에 네가 먼저 잊어버리는 건 어때?

강 : 싫어.

나 : ... 어리석은 놈.

강: (가만히 미소짓는다.)

나 : 그럴 거면 왜 이렇게 늦게 사라지는 거야? 1년전, 딱 1년전이었으면 좋았잖아. 넌 엄청난 환호와 조명을 받으며 눈부시게 퇴장할 수 있었어. 오늘처럼 남의 집 잔치 들러리가 아니라, 당당한 주인공으로 사라질 수 있었다구.

강 : ...

나 : 팀이 너를 원했다고 말할 셈은 아니겠지? 그래서 1년동안 네가 팀을 위해 한 게 뭐가 있지? 네 존재가치는 1년 전에 끝났어. 이미 넌 없어진 거나 마찬가지였다구. 넌 네 스스로 주연으로써의 당당한 퇴장의 기회를 걷어찬 거야.

강 : 팀은 관계없어.

나 : 그럼?

강 : 내가 원했으니까... 내가 이곳을 너무 사랑하니까... 1년이 아니라 1분 1초라도 더 이곳에 머무르고 싶었을 뿐...

나 : ...

강 : 넌... 분명 나를 싫어했었지?

나 : ...

강 : 아직도 내가 싫은 거야?

나 : 보통은 왜 나를 싫어했어? 라고 물을 거야.

강 : 아직도 내가 싫은 거야?

나 : ... 싫지 않아.

강 : 그 뿐?

나 : ...좋아해...

강 : (미소지으며) 사람들이...

나 : ...

강 : 나를 기억해줄까?

나 : 몰라 그런거...

강 : 너는?

나 : 기억할거야....

강 : 언제까지?

나 : 이곳이 존재하는 한... 아니, 이곳이 사라지더라도 언제까지...

강 : 어떻게?

나 : 항상 자신감 넘치고 누구보다 밝은 웃음을 지어보였던 남자로...

강 : 그걸로 됐어.

나 : ...

강 : 지금부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지금과는 얼마나 다른 모습이 될 지 몰라도...

나 : (말없이 눈물 흘리고 있다.)...

강 : 난 반드시 이 곳으로 돌아올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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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조용히 자려다가...

왼쪽의 "We remember H.O.T FOREVER"라는 문구와,

단 한가지 주제로 시끌벅적한 피지알과,

오늘 은퇴식에서 전혀 강도경선수 답지 않았던 어색한 미소와,

'젝스키스'라는 그룹을 좋아했던 제 학창시절과,

그런 유치한 이유로 강도경 선수를 싫어했던 언젠가가 생각나서 긁적여 봤습니다.

제가 다시 읽어봐도 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은퇴식이 있었던 오늘(날짜는 지나갔지만) 그에 대한 글 하나도 없다는 것이 웬지 너무 발끈해서 손가는 대로 글을 올립니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강도경 선수.

우리는 H.O.T FOREVER를 기억합니다- 라는 말은 자신있게 해줄 수가 없네요.

그치만...

나는 H.O.T FOREVER를 기억합니다.

언제까지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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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뭉치
06/02/26 02:03
수정 아이콘
그의 은퇴식을 애써 외면했습니다.

다른 올드 게이머가 떠나갈때, 그래도 그만은 남아 있을꺼라고 애써 저 스스로를 위안했었나봅니다.
파포에 뜬 사진을 보고, 이제는 현실을 인정해야하지만,
또 다시 애써 외면해버리고 말았습니다.

2년여의 시간이 흐른후에 그는 돌아오겠죠?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했으니, 꼭 돌아오리라 믿지만,
역시 제게 2년여의 시간은 너무 깁니다. ㅠ_ㅠ

건강히, 제발 건강히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_<
06/02/26 03:26
수정 아이콘
가슴이 아프더군요. 강도경 선수의 앞날에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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