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9/01/23 06:44:02
Name The xian
Subject 편안하게 보았습니다. 그리고 평안을 주어서 감사합니다.
어제의 경기를 다시 돌아봤지만 감정의 변화가 밖으로 그다지 드러나지 않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오랜만에 '전혀 질 것 같지 않았던'경기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1경기는 벌처로 머린만 끊어주고 아머리를 배럭으로 가리는 센스와 함께 레이스로 마무리까지. 더 말할 필요도 없는 완승이었고, 승자전의 벌처 교전에서 졌던 때에도 불안한 마음은 아주 잠깐 들었을 뿐입니다. 경기 후 인터뷰 기사에서 언급되었던 것처럼 그 순간에 상대의 벌처가 밀려들었다면 모르겠지만, 그 잠깐의 시간 이후에는 다시 완전히 평안해졌습니다. 상대의 벌처에 포위되어 있는데도 질 것 같지 않아보였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승리였습니다.

새해 들어 송병구 선수와의 경기부터 시작된 4연승으로 좋은 기세를 이어가고 있는데다가 이번 달에는 경기가 더 없기 때문에 이번 달 승률은 100%가 되었습니다(엥?)


언젠가부터 공공연히 말한 대로 그대의 경기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 빈도가 꽤 줄어든 것도 사실인 것 같아 보입니다. 그러나 정말로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글과 말과 표정으로 드러나는 것만 줄인 것일 뿐, 내 속에는 아직도 파도가 몰아치고 있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손바닥으로 가린다고 하늘이나 태양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듯. 드러내지 않는다고 해도 진심이란 것은 무엇을 통해서든 나타나듯.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는다고 아무리 마음을 잡는다 해도 감정을 숨길 수는 없는 것입니다. 좋은 감정이라면 더 숨기기 어려운 것이고 그것이 한낱 감정이 아닌 내 영혼의 공명이라면 더더욱 숨기기 어려운 것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가능한 한 고요함을 유지하려 하는 것은 그대의 경기를 보며 느끼는 감동이나 영혼의 공명이 줄어들어서가 아닙니다. 기다리기 때문입니다. 그대가 원하는 것을 이루는 때가 오기를 바라고 원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내 손에 들려 있는 'Genius Terran' 배지에 새겨진 'Soon it shall also come to pass'(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처럼 어제의 경기로 받았던 감동은 어제의 일로 놓아 두고, 새로운 경기에서 그대의 새로운 652번째. 그리고 그 이상의 승리를 바라겠습니다.


아직도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는지. 잠을 못 이루는 밤과 새벽이 가끔은 찾아옵니다. 오늘처럼.

컴퓨터를 다시 켜고 인터넷 창을 열어 그대의 일기를 들여다보다 이 구절이 눈에 띄었습니다.

==============================================================================
내가 믿었던 사람들 모두가.. 나를 믿지 아니 하더라도..
그것이 비록 현실 일지라도.. 나는 1%에 도전하고 싶다..

그래.. 불가능해 보이겠지.. 그래서 내가 도전 하는 거다..
그래서 내가 아직까지 살아있는 거고..

- 이윤열 선수의 1월 3일 일기 중 -
==============================================================================

요즘 좀 짜게 식어가는 것 아닌가. 했던 마음에 다시 불이 붙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새해 들어서부터는 불황 때문인지 원고도 없어 무료한 시간은 게임을 해도 남아돌 정도가 되었습니다. 무리도 아니지요. 그 전 몇 년간은 일, 게임, 글쓰기 등으로 하루가 25시간이어도 모자랐기에, 시간이 비어 있는 것에 익숙할 리가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새해 들어 멍한 상태로 있는 시간이 약간 늘었더랬습니다.

물론 프로로서의 마음가짐을 잊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에서 이것 외엔 길이 없다고 생각하고 지금의 길을  가기 시작한 지 햇수로 7년째가 되어 가기 때문에, 언제나 무엇이라도 남기기 위해 골몰하고 생각하고 살피고 있는 건 여전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대의 일기를 보고 나는 뒤늦은 자극을 받습니다. 뭔가 풀어져 있던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힘을 얻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명색이 팬이라는 이름으로 남아있고 나 역시 프로인데 도전하고자 하는 마음을 한시라도 잊는다면 안 될 말이겠죠.


일은 바쁘고 세상은 고단하고 아직도 가끔, 오늘처럼 잠 못 이루는 새벽은 힘겹습니다. 그러나 일이 바쁘고 세상이 고단해도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 현실이 어떻든 간에 나는 나의 영역에서 도전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힘을 낼 수 있고, 나 역시 그래서 살아있는 것이고, 비록 잠이 오지 않더라도 그대의 말과 그대의 경기로 힘을 얻을 수 있어 새벽인데도 깨어 있는 시간이 즐겁습니다.


TV 화면으로만 보았지만 한 달 전에 보았을 때보다 좋은 기색이었습니다. 주저함, 망설임 같은 것이 그 때에 비해 덜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그리고 첫 달을 승률 100%로 시작하는 것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일'일 것입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그런 긍정의 힘으로 계속 나아가면 원하는 것을 얻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일찍 집에 내려가게 되어 기쁘다 하였으니, 설 잘 보내세요.

그리고 어제 그대가 보여준 승리에 진심으로 존경과 경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 The xian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9/01/23 06:49
수정 아이콘
Nada!!!
몽키.D.루피
09/01/23 07:20
수정 아이콘
나다, 괴물, 마에스트로, 영웅, 사신, 그리고 황제까지..모두모두 돌아오고 있습니다. 흐흐흣..(비록 황제는 말그대로 돌아온 것에 불과하지만..)
09/01/23 08:30
수정 아이콘
과거의 영웅들이 다시금 날아오르기를 기원합니다.
신우신권
09/01/23 08:47
수정 아이콘
그럼 이제 폭풍만 남았나요...현상황에서 돌아올수 있는 선수는...
개인적으론 용호어린이도 돌아올수 있으면 좋으련만...
09/01/23 09:33
수정 아이콘
홍진호 선수 "콩군"에 가서 부활하면 프로리그 준우승도 가능할지도 ....(지금전력으로 준우승이 어디임....)
Kotaekyong
09/01/23 09:45
수정 아이콘
이윤열선수 팬이시군요 흐흐 축하합니다...(개인적으로는 까..ㅜㅜ하지만 올드는 올드...한편으론 기쁘네요)
리콜한방
09/01/23 09:53
수정 아이콘
리콜두방한 그분은 돌아오시지 않는겁니까.........
09/01/23 09:53
수정 아이콘
엉엉엉...정말 기쁘네요.
요즘은 그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이 참 힘들지만 이렇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만은 늘 제게 감동을 주는 것 같아요.
내 마음의 넘버원..! 이윤열 선수....16강에서 만족을 하면 안되겠죠? ^^
09/01/23 10:52
수정 아이콘
리콜두방한 그분은 돌아오시지 않는겁니까......... (2)
SuperHero
09/01/23 11:47
수정 아이콘
리콜두방한 그분은 돌아오시지 않는겁니까......... (3)
서성수
09/01/23 12:05
수정 아이콘
박성준 선수가 본좌계열에 못들게한 최대의 적!! 이윤열선수..
이윤열선수가 결승에서 성준선수에게 졌다면..

요즘은 올드게이머들의 활약상 보는 재미로 스타 봅니다
아폴론
09/01/23 12:09
수정 아이콘
The xian님// 천재의 귀한에 축하하는 시얀님의 글 어김없이 잘 읽었습니다 ^...

새해복 많이 받으시길..
09/01/23 12:43
수정 아이콘
이윤열선수 팬클랜소속으로 참 뿌듯하더군여^^
머신테란 윤얄
09/01/23 13:15
수정 아이콘
이윤열

이름만들어도 설레요
09/01/23 14:17
수정 아이콘
저그빠로서 존경하게 된 몇 안되는 테란 프로게이머..
스탈라임
09/01/23 14:46
수정 아이콘
이윤열 선수 팬은 아니지만 2000년부터 스타를 봐온 저로서 그는 감히 '최고'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송병구 전은 그 당시 시험을 얼마 남겨 놓지 않던 저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주기도 했구요.
2009시즌 이윤열 선수 화이팅~!!
도달자
09/01/23 15:21
수정 아이콘
공군과 케텝이 결승에서 만나면 누가 준우승할까요..
SoulCity~*
09/01/23 17:29
수정 아이콘
도달자님// 그래도 황장군님이 계신 공군이 아닐런지....
일년쯤이면
09/01/24 01:24
수정 아이콘
이윤열

이름만들어도 설레요(2)
09/01/26 12:25
수정 아이콘
리콜두방한 그분은 돌아오시지 않는겁니까......... (3)

돌아올거라 믿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6780 현 저그의 대테란전 양대축-박명수와 이제동 [32] 산화9230 09/01/25 9230 5
36779 설날특집 프로리그 배틀 김가을 감독팀 vs 이지훈 감독팀 [84] 벨리어스10253 09/01/24 10253 0
36778 어제 신상문vs박찬수 승자전 후기 [24] !ArMada!9030 09/01/23 9030 0
36777 바투 스타리그 36강 L조 [470] SKY926949 09/01/23 6949 2
36776 전 프로리그 담당 김진환 피디의 라이브 온스타에서의 김구라급 솔직한 발언 모음 [38] Alan_Baxter12428 09/01/23 12428 0
36775 와일드 카드 진행 결정에 대한 소고 [184] 강승현7817 09/01/23 7817 1
36774 28일 바투스타리그 와일드카드 진행.! [54] 택용스칸6293 09/01/23 6293 0
36773 편안하게 보았습니다. 그리고 평안을 주어서 감사합니다. [20] The xian6995 09/01/23 6995 2
36772 포기를 모르는 남자 [34] The_CyberSrar9181 09/01/22 9181 8
36771 로스트사가 MSL 32강 B조 (김구현vs박찬수/신상문vs박재혁) (2) [219] 택용스칸5745 09/01/22 5745 0
36770 손찬웅 선수 스타리그 16강 출전 포기. [86] 택용스칸8456 09/01/22 8456 0
36769 로스트 사가 MSL 32강 B조(김구현vs박찬수/신상문vs박재혁) [341] SKY925145 09/01/22 5145 0
36768 로스트사가 MSL 32강 G조 (이윤열vs김동건/민찬기vs고인규) [311] 흡혈귀9976 09/01/22 9976 0
36767 스타크래프트 1.16.1 패치..... -_-ㆀ [33] 원더걸스19004 09/01/22 19004 0
36764 팀리그 1주차 결산. [52] 애국보수7673 09/01/21 7673 1
36763 바투 스타리그 36강 K조입니다 [340] SKY926951 09/01/21 6951 1
36762 위너스리그 대박이군요 [12] 몽달곰팅7174 09/01/21 7174 0
36761 주훈 해설에 대하여.. [57] TaCuro8901 09/01/21 8901 1
36759 오늘의 프로리그 위너스 리그 - CJ 대 웅진 / 온게임넷 대 MBC게임 (2) [235] The xian5307 09/01/21 5307 0
36757 오늘의 프로리그 위너스 리그 - CJ 대 웅진 / 온게임넷 대 MBC게임 [371] The xian5100 09/01/21 5100 0
36756 '비르투오조' 전용준, '마에스트로' 김철민 [126] legend11816 09/01/21 11816 22
36755 "운이 좋다" 혹은 "잘한다" [40] Xell0ss5877 09/01/21 5877 0
36754 어떤 해설이 좋으세요? [159] aura10085 09/01/21 10085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