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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3/15 20:42:50
Name 베가.
Subject '총사령관'송병구에 관한 회고
난 국기봉의 히드라웨이브를 똑똑히 기억하고 예전의 매직키드 마수리를 닮은 봉준구를 기억한다.
거기다 기욤패트리의 grrr?(r의 갯수는 기억이안난다)아이디를 쓰며 무한맵을 즐겼고
임요환이 일으켰던 문화파급력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런데 거기 까지였다
그 뒤로 기억 하는것은 정일훈캐스터에서 전용준캐스터로 바뀌었을때의 거부감과(물론 지금은 전용준 캐스터가 훨씬좋다)
임진록이 당시 최대의 아니 어쩌면 지금도 명경기인 모든 스타판의 꿈의 매치까지만 알았다 하지만 3연벙은 몰랐다
엄청나게 월등한 재능을 받고 그것을 대단히 효율적으로 쓰는 이윤열
임의 제자이면서 테란의 판도를 다시 뒤바꾼 '괴물'최연성
전쟁을 웅장하게 지휘하는 '마에스트로' 마재윤
이런 임이최마 본좌라인에 임요환을 제외한
'이최마'가 뿜은 포스는 난 모른다. 가장 혁명적이였다는 3.3대첩도 난 못봤고 그 당시 그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 난 모른다

내가 송병구를 알게된건 2008년 3월 쯤이었나 대학생활을 시작하면서 그동안 시청하지 않았던 온게임넷과 엠비씨게임을
보면서 부터였다. 그것들을 시청할 당시 난 선수이름을 아무도 몰랐고 임이최마만 알았으며 3연벙이 뭔지 아무것도 모르는 시기였다
하지만 이건 안다 2008년 3월 접속한 베틀넷에서는 토스로써는 테란을 어쩌다가 정말 운좋아서 한번 이길수 있다는것과
앞마당먹고 배째는 테란을 결코 이길수 없다는걸 알았을때다 그날도 때마침 테란한테 신나게 얻어 맞고 기분이 우울해진채로
온게임넷을 틀었다. 아마 전사도였나? 지금은 기억이 안나지만 송병구의 경기가 틀림없었다. 그는 토스였고 과연 그가 어떻게
테란을 상대하는지 궁금해서 지켜보았다. 이제 다시 갓 스타를 본 나로썬 미니맵에 있는 두가지 색깔중 색깔이 많은 쪽이 유리한거고
적은쪽이 불리하다거나 해설자의 말을 들어서 겨우 판세를 알아 챌수 있는 그럼 문외한이였다
그런데 전율이였다 정말 Smooth라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로 토스는 그냥 한발자국 움직였을뿐인데
테란은 들썩들썩거리는 그 장면을. 결코 화려하진 않았지만 묵직함과 웅장한 플레이는 날 소름돋게 하였다
또 하나의 충격은 Daum 3.4위전 경기였을것이다 이영호vs송병구의 극강의 캐리어 컨트롤로 이기는 것을
'아! 어떻게 저렇게 플레이를 할수가 있지?'라는 의문감과 전율을 안고 난 티비를 껐다

그 뒤로 '클릭은 할줄알고 드래그도 할줄알고 어택땅 공격도 할수있는' 나였지만
'스타판의 흐름,유행,뜨는 선수'에 관하여 전혀 모르는 나로썬 선택할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단 하나였다
디시인사이드의 스타크래프트 갤러리.
잠시 다른길로 빠지지자면 스갤과 pgr의 차이점이라면 스갤의 반응은 '날것'그자체였다 경기가 있는 날이면
누가 못하는지 누가 잘하는지 가장 날것으로 받아드릴수 있으며 트렌드는 보통 여기서 만들어 진다
대신 pgr은 선비의 느낌이다 말투, 댓글의 질적차이, 전문성 오랜 시간 축적된 스타판의 노하우등을 장점으로 갖고 있다
아무튼 그때 스갤에서 송병구를 언급한 단어는 '콩병구'였다. 만년 준우승의 한을 품고 있는 홍진호 선수의 직계 제자라는것이였다.
그리고 난 나에게 pgr을 알려준 친구에게 물었다 "왜 송병구가 그렇게 까이니 되게 잘하던데"
그친구는 답했다 "박카스 스타리그를 봐 그럼 알거야 대테란전 극강 송병구가 이영호라는 선수를 만날때마다 이겼는데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송병구의 우승을 점쳤거든, 그런데 최단시간 셧아웃,노킬의 불명예를 안고 패배해버렸어. 테란유저인
나조차 보면 프토가 정말 답답할정도의 플레이를 했다고 느껴질 정도야."난 그말을 듣고 난 이후 절대로 박카스결승전을 보지않았다
물론 지금도 보지 않는다 행여나 나온다 치면 바로 채널을 바꾸었다.

그랬던 송병구가 인쿠르트 스타리그에 올라왔다.
조지명식에서 '김캐리의 저주'가 적힌 카드를 받고 환하게 웃고 있는 송병구
그런뒤 1승을 하더니 2승을 하고 3승으로 8강에 올라갔다. 8강을 택뱅록.
솔직하게 송병구의 팬이지만 나에게 "택뱅리쌍중에 본좌에 가장 가깝거나 될것 같은 선수는 누구 일것 같아요?" 라고 물어본다면
난 거침없이 김택용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그는 커리어에서도 앞설뿐만 아니라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마재윤의 길을 걷고 있는것 같다. msl3회우승뒤 끝없는 검증논란에 부딪히면서
가장 필요한 OSL우승 뱃지, 지금 난 게임방송에서 김택용이 경기에 나오면 '과연 김택용을 누가 이길까?'라는 의문이 든다
물론 아스트랄한 면도 없지않아 있지만 지금 존재하는 프로게이머중에서는 김택용이 가장 잘한다고 자신있게 말할수 있다
어쨋건 그런 김택용과의 3경기 추풍령경기는 정말 내가 본 경기중에 3손가락안에 들어갈 정도로 손에 땀을 쥐게하는 경기였다
앞마당이 밀리면서 '에이 졌네 젠장 다른데 틀까'라고 생각하려는 찰나 반 밀봉을 뚫어내더니 다시 언덕을 잡는 순간부터
'이거 이긴다. 전재산과 손모가지를 걸도록하지'라는 생각을 하는 고니로 바뀌었다.
결국 송병구가 이기고 나서 나는 그해 가장 맛있는 담배를 피웠다

그리고 4강 도재욱과의 경기
난 우울할때면 왕의 귀환경기를 본다 그때 본 리버대박은 기억에 잊혀지질 않는다
4경기의 초전진 본진 게이트웨이는 엄재경해설위원의 말 대로 반섬맵인 플라즈마를 가장 잘 이해한 전술이라고 했다
당시 내 기억속 송병구의 날빌은 동전을 던진뒤 그 동전이 어딘가에 껴서 우뚝 솟을 확률이였다
누구보다 안정적이고 최적화된 상태에서 상대방의 체력을 조금씩 조금씩 깍고 나의 점수를 차곡차곡 올려가는 선수이기에
도재욱의 입장으로썬 굉장한 충격이였을 것이다      
그렇게 경기가 끝난후 송병구가 주먹을 불끈 쥐는 모습과 관중석에서의 환호성.
정말 짜릿했다.
      

대망의 결승
국본과 총사령관의 대결
對결승전에서의 판짜기가 미숙한 송병구는 1경기에서 과감한 전진게이트를 하고
박영민이 알려준대로(맞나요?) 또하나의 게이트로 일꾼을 막고 게이트웨이를 만드는데 성공을 했다
몹시 흔들린 정명훈은 컨트롤 도중 배럭을 때리는 실수를 범하고 송병구는 프로브 6기를 보내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당시의 판짜기가 정말 완벽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을 해본다
2경기도 전략적인 수와 함께 신의 셔틀 다크 컨트롤은 과연 송병구가 저런 컨트롤할때 다른 병력들은 뭘하지? 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3경기는 정명훈의 날카로운 리버잡는 컨트롤이 빛을 발한 경기였다 총사령관으로써는 셔틀 컨트롤 몇번하다가 초밀봉을 당한 상태로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4경기는 2팩 1스타였을것이다 (아니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또 그렇게 졌을때 송병구는 무너지는가 했었다.
마지막 대망의 추풍령. 초반에 탱크를 잡음 으로써 점수를 올리고 원게이트 트리플이라는 강수로 국본에게 다가섰다
몇번의 교전을 이긴후 마지막 사이오닉 스톰은 김태형해설의 말대로 가을의 전설을 계승할 가치가 있는 사람이였다
박정석의 스톰과 임요환의 벌쳐컨트롤이 교차되는 순간이였다라고 한다. 난 그 경기를 보지 못하여서 말하기는 그렇지만 말이다
그렇게 경기가 끝났다

이런 송병구를 보면서 난 내 자신을 투영했다
어떻게 보면 송병구를 알게된 시점부터 나의 인생의 전환기가 왔는지 모른다
우리는 언제나 1등을 갈망한다
2등은 절대 알아주지 않는다 그저 패배자일 뿐이다
게다가 수많은 징크스들은 우리가 가는 앞길을 가로막는 큰 장벽이 된다
머피의 법칙이라던가 지나가다가 4444차를 보면 하루를 망친다던가
그런 징크스들.
송병구는 김캐리의 저주라는 징크스를 깼다
어떻게 보면 별로 강해보이지 않은 저주라 할수 있지만
저주라는 이름은 아무데나 붙히는게 아니다
그런 징크스를 깨고 한단계더 발전 했다
우리는 술자리에서 성공한다고 떵떵거리며 사회씹기를 안주로 삼으며 나 자신을 위로하는 사이에
송병구라는 2인자는 그늘에 머물러서 훗날을 기약하기 위해
노력이라는 칼날을 끊임없이 갈고 닦으며 정점에 올라섰다.
소소한 일상에 항상 패배감만을 맛보고 1등이여야지만 인정해주는 이 사회속에서
송병구를 보고 느꼈다. 그는 대기만성형 인간이라고
우리도 노력하면 분명히 가능할거라고.

이번에 8강과 4강을 올라가서 우승자징크스를 어느정도 벗어 났다고 한다
패승승과 3:0의 스코어
리쌍중 한명에게의 패배와
팀내 2인자였던 동족 허영무에 밀리면서 다시 또 2인자로 가는듯한 분위기
이제 한번 우승했으니까 독기가 사라졌나는 의구심과
자신감을 상실한것 같다는 추측속에서도

난 흔들리지 않는다
임요환팬분들도 그의 부활을 기다리고
최연성팬분들은 그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것에 환호를 하며
이윤열팬분들은 그는 현재진행형인 전설이라는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마재윤팬분들은 그가 다시 지휘봉을 잡을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상황에서

송병구인 팬으로써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가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일상생활에서 항상 노력하고
노력없이 되는 일이 없다는 생각을 요즘들어 자꾸 가지게 된다

난 그를 믿는다 Stork 송병구
황선홍이 마지막 까지 자신의 투혼을 발휘했듯이
그는 절대 끝나지 않는 스타판의 총사령관 송병구라고
난 믿는다

그는 나에게 '노력하면 할수있다'라는 희망을 심어주었으며
징크스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것을 레드삭스의 우승 이후로 또다시 알려주었다

시궁창같은 현실속 정신적 지주 송병구
그가 얼른 몸을 추스리고 다시 전장을 호령하는 총사령관의 모습으로 돌아왔으면 한다

*그냥 pgr을 보면서 김택용선수가 질때와 송병구선수가 질때의 파급력은 다르더군요.
김택용 선수가 패배했을때는 꽤 많은 글들이 올라왔지만 송병구선수가 질때에는 전혀 올라오지 않거나
1~2개씩 올라오는게 팬으로써 슬퍼서 언젠가 써야지 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다가
자습시간에 노트에 펜으로 썼던 글을 그대로 옮깁니다.
두서가 없고 우왕좌왕하는 문체이지만 저의 메세지를 잘 알아 주셨으면 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게이머를 보면서 삶에 투영해보셨나요?
1등만을 원하는 사회에서 2등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1등으로 올라가기는 굉장히 어려운 구조속에서
뚫고 올라선 송병구를 보면서 저도 할수 있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경제사정이 좋지 못하지만 우리 모두 노력해서 이 추운 칼바람을 이겨냈으면 합니다

P.s 글 읽기 편하신가요? 그대로 옮겨적은거라서 잘 못알아들으실까 걱정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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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내기나그네
09/03/15 21:03
수정 아이콘
송병구는 이제동, 김택용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비범한 프로게이머이니 지금의 시련을 잘 극복하리라 믿습니다.
09/03/15 21:03
수정 아이콘
마지막 글귀가 와닿네요.

오늘 고강민과 김택용의 경기에서도

그정도까지 유리한 부분을 만들고 간 고강민의 칭찬은 찾아볼수가 없었고

김택용의 선전부분에만 언급을 하더라구요. 조금은 아쉬운....
태연사랑
09/03/15 21:36
수정 아이콘
1234님/ 그런경우는 김택용선수뿐만아니라 기타 잘나가는선수들도 마찬가지에요
Nothing better than
09/03/15 22:42
수정 아이콘
김택용선수와 영원히 같이 가야죠... 꾸준함의 대명사이니 또 한두달후 다시 치고 올라오리라 생각합니다.
주먹이뜨거워
09/03/15 23:44
수정 아이콘
세상은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혹독한 것 같습니다.
더 어려움을 준다고 할까요...
저는 홍진호 선수도 좋아하고 송병구 선수도 좋아하는데 둘 다 콩이니 뭐니 엄청 놀림의 대상이 되니까 너무 힘들더군요. 실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 솔직히 큰 대회의 우승은 여러가지 조건과 함께 운도 작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저로서는 그 운 하나가 없어 우승을 하지 못한 사람들을 그런 식으로 약을 올리고 놀릴 수가 있나 싶습니다. 참 잔인한 세상이에요.

그냥 잘 나가면서 팬도 많은 다른 선수를 응원하면 맘 고생이 없을 텐데 그게 맘대로 안 되니 원.
실력도 없고 가능성도 없는 선수였다면 이렇게 응원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송병구 선수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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