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영상을 소개하기에 앞서, 혹시 3월에 열렸던 IEM / ESL One 카토비체의 애프터 무비 영상을 보셨는지요?
https://youtu.be/ylp2p0pipQo
IEM과 스타2 WCS 대회를 주관하는 ESL(터틀 엔터테인먼트)는 이렇게 대회가 끝날 때마다 해당 대회를 정리하는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업로드해 왔습니다. ESL은 이스포츠 대회를 진행하는 방송사 중 독보적으로 이런 갈무리 영상에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온게임넷이 '오프닝' 분야에서 최고라고 한다면, '애프터무비' 분야에서는 ESL이 최고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2013년 IEM 대회부터 만들어오던 애프터무비 영상은 독특한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인게임(게임 내) 영상을 배제한다는 거죠. 위의 영상에서도 나오듯이 LOL, 스타2, CS:GO의 게임연출 영상은 단 하나도 배치되지 않았습니다. 선수 모니터나 대형 스크린에 비치는 영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여줄 뿐이죠.
저는 이런 의도적인 배제가 이스포츠가 스포츠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축구나 야구, 농구같은 스포츠 종목에서 중계 영상은 항상 '사람'에 초점을 맞춥니다. 스포츠 중계 영상에 찍히는 것들은 모두 '사람'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스포츠는 그렇지 않죠. 이스포츠의 모든 생중계 영상은 게임연출(옵저버)의 개인화면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가끔 관중들의 모습, 중계진의 모습이 비치기는 하지만 중계의 주된 관심사는 다름 아닌 게임 내 영상입니다.
그런데 ESL은 애프터무비와 같은 갈무리 영상에서만큼은 이 패러다임을 깨뜨리고 있습니다. 영상의 주된 관심사는 '사람'입니다. 승리의 기쁨에 취해 주먹을 불끈 쥐는 선수, 선수들의 놀라운 플레이에 박수갈채를 보내는 관중, 대회를 진행하는 호스트, 모두 사람입니다. 저는 이런 사람 중심의 의도적인 영상 배치를 볼 때마다 기존의 스포츠 종목들과 이스포츠가 전혀 다를 바가 없다는 걸 느낍니다.
그러나 이스포츠 특성상 인게임 영상의 배제는 게임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이 하나의 단점으로 지적될 수 있습니다. 선수와 관중들의 환호성들만 가지고는 게임 내 상황을 정확히 대변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다소 흥분된 목소리의 해설진들의 멘트가 그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줄 수도 있겠지만요. 그리고 우리는 아무래도 오직 인게임 영상들로만 구성된 '게임 하이라이트' 영상에 더욱 익숙해 있을 겁니다. 주간 TOP5나 명장면 모음집 같은 연출은 어떤 게임 방송에서든 흔히 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인게임 하이라이트 영상과 인게임을 배제하는 '아웃게임' 영상을 함께 제시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이라이트를 통한 게임 내에서의 흥분요소, '아웃게임' 영상을 통한 선수-관중-중계진의 호흡 모두를 영상에서 보여줄 수 있다면 완벽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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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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