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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6/21 09:34
그렇잖아도 이 맵과 관련해서 '작은 사회'에 대한 글을 하나 써볼까 했었는데 얘기가 올라오네요.
때는 2006년 겨울, 제가 수능을 친 이후였습니다. 게임 좋아하는 수능 끝낸 고등학생이라면 많이들 그러하듯 저 역시 방학 동안 게임을 많이 즐겼었는데요. 그 때 정말 많이 했던 게 배틀쉽이었습니다. 당시 이미 카오스가 있었지만 카오스는 영 별로였고 무기를 인벤토리에 사놓고 근처에 가기만 하면 자동으로 발사되고 공격하는 시스템이 신기해서 시작했었네요. 차츰차츰 게임을 즐기다 보니 아무래도 유저층이 적은 게임이라 흔한 공방 플레이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수준이 됐습니다.자연히 비방을 찾아서 공식 채널(?)로 들어가서 놀았어요. 공식 채널이라고 해봐야 많은 사람이 있는 게임은 아니었습니다. 이 채널은 본문에 언급된 하켄이라는 사람과 같은 인물인지는 모르겠는데, 무튼 맵수정자가 속한 클랜원들이 중심인 곳이었죠. 이런 소규모 공간에서 오래도록 자신들끼리 게임을 즐겨온 탓에 흔히 발생하는 텃세가 있었습니다. 그 클랜원들이 실력도 좋고 채널에서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데, 클랜원으로 쉽게 받아주지 않고 가급적이면 자기들끼리만 대화하고 게임하곤 하더군요. 당시엔 '친목질'이라는 용어가 없었는데 이와 비슷한 느낌이었을 겁니다. 맵 제작자가 속한 공식적 클랜이라는 점에 뛰어난 게임실력, 폐쇄적인 구조라는 게 권위를 불러오더군요. 때문에 뉴비였던 저는 조심스레 눈치보며 그들과 어울리려 했고 또 그들 외에 있던 사람들과도 그럭저럭 친분을 쌓아가며 게임을 재밌게 즐겼습니다. 배틀쉽은 그 클랜이 만든 다음 카페를 공식 카페로 쓰고 있었는데 여기서 맵 배포도 하고 전략도 공유하고, 맵핵도 잡아내는 등 기타 커뮤니티 활동이 있었습니다. 거기서 있었던 일인데 아직도 유저명이 기억나는 걸 보니 제가 맺힌 게 좀 컸었나 봅니다. =_= MANAKIA 어쩌고 하는 사람이었어요. 카페에다가 자기가 호빠에 일을 하러 가네 어쩌네 하던 허세 가득한 사람이었는데 이 사람도 그 클랜의 구성원이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클랜원들은 클랜원들끼리 폐쇄적 관계에 주력하다보니 저와는 별로 게임을 같이 할 일도 없었고 친분도 별로였습니다만 참 꼴보기 싫다는 생각은 혼자 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채널에서 사람을 모으기에 끼어서 게임을 했는데 이 때 이 방에서 MANAKIA 씨와도 같이 게임을 했습니다. 평소와 달리 해당 클랜원들이 많이 없어서 일반 양민들과 함께 하더군요. 문제는 이 판에서 제가 엄청난 캐리를 해버립니다. 그간 상승했던 실력 덕분도 있었고 또 운이 엄청나게 좋았기도 했어요. 디스트로이어라는 롤로 치면 워윅의 궁과 같은 제압기가 있는 배를 좋아했는데 MANAKIA 씨가 몰래 뒷길로 들어오는 본진 테러를 우연히 상점에 들르다 막은 게 두어번이었던 것 같아요. 운이 기막히게 좋기는 했습니다. 어쨌든 게임을 하며 신이 나서, 캐리해보는 건 처음 같아서 너무 기뻤어요. 같이 하던 분들도 늘 보던 분들이고 해서 하하호호 즐거운 분위기였죠. 문제는 다음 날이었습니다. 카페에 들어가보니 저를 더러 맵핵 유저라고 앞으로 채널에 들어오지 말라더군요. -_- 맵핵은 스타건 워크건 어떤 게임에서도 단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는데 맵핵이래요. 위에 말씀드렸습니다만 그 카페에선 맵 제작자가 리플레이를 돌려보고는 맵핵을 판별하는 게시판이 있었습니다. 리플레이를 돌려보면 시야가 없는 부분에 클릭을 한 흔적이 남는다나 뭐라나였는데 정확한 원리는 몰랐어요. 그저 전부터 종종 이 유저가 맵핵이라고 찍어두고 같이 게임하지 말라고 왕따시키는 일종의 공개 낙인 시스템이었는데 제가 당해보니 이것들이 개소리를 해왔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치가 공산주의자를 잡아갈 때, 유대인을 잡아갈 때 전 언제나 침묵해왔고 제가 당할 차례가 온 거죠. 항변하자 카페에서 강퇴당했고 너무 억울해 다른 아이디로도 가입해서 끝까지 항변했지만 결국 저는 더 이상 배틀쉽을 즐기지 못 했습니다. 인구 유입이 적은 일종의 '작은 사회'가 만들어졌고 그 클랜원들은 권력자가 됐고, 씁쓸하더군요.
15/06/21 09:47
허헣...디스를 몰고다니실 정도면 꽤나 실력자셨나보네요. 한국배쉽이나 배쉽프로나 디스가 가장 다루기 까다로운 배 중 하나인데요.
저는 밀리클랜에서 클랜원들과 가끔 같이 배틀쉽하고 그래서, ship채널에서 비방배쉽할때도 클랜 친구들과 같이 했습니다. 그래서 카페활동같은건 거의 안해서, 비방 나름 돌았는데도 그쪽 세계의 일은 자세히는 몰랐습니다. 다만 말씀하신대로 패거리 문화가 상당히 심했던 분위기 (사실 이건 배쉽 말고도 카오스 외 다른 유즈맵 커뮤니티 절대다수가 그랬죠)를 짐작할 수 있었고, 떠도는 카더라에 의하면 배쉽2 제작자였던 하켄님은 쉽클랜 주축들에게 따당하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얼핏 들었던 기억이 있네요. 아닌게 아니라, M16서버 배틀쉽 게시판 들어가보니 누구 맵핵이냐 아니냐, 친목질 심하다 이런글이 대다수더군요. 개인적으론, 그냥 말 안 통해도 ent서버에서 배쉽프로하는게 더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리플레이를 통한 맵핵 판정이라면, 리플 볼때 맵핵으로 의심되는 사람의 시야로 본 상태에서 전장의안개에 가려진 건물이나 유닛을 클릭하는 것으로 맵핵여부를 판별하는 아주 고전적인 수법을 이용한것 같네요. 스트로님이 몇년이나 지난 일을 기억하셔서 이야기하시는것을 보면, 오히려 그 작업을 마녀사냥의 수단으로 이용한듯 하구요. 쩝...
15/06/21 10:01
디스트로이어가 본문에 나온 저지먼트 밀기에 참 좋은 배였죠. 깃발만 꽂으면 상대 저지먼트는 반격도 못 하고 우리 젓지가 다 터뜨리고 다녔고 아라카도 기억이 나네요. 퍼니셔랑 나중에야 사게 되는 힐링 웨이브 스킬을 갖고 있는 비싼 배 말고 추가된 힐 기능 있는 배... 고수들은 크루세이더를 많이 몰았죠. 저는 크루세이더 어려워서 잘 쓰지 않았고 샤크바리는 좋아했습니다.
근 10년이나 된 이야기인데 아직도 그 동네에 사람들이 있나 보군요. 네, 그런 방법이었던 것 같습니다. 근데 전 맵핵을 써본 적이 없기 때문에 ㅜㅜ...
15/06/21 16:19
크 재밌네요
전 배틀쉽은 아니지만 워3 레더를 클랜에 속해서 오랫동안 즐겨온 유저로써.. 사람 사는데가 다 그런 것 같아요. 클랜전 하면 뒤에서 오고 가는 뒷담화에, 쟤는 저랬녜 저거 맵핵이 틀림없네~ 자기들끼리 친목질 하며 남 까내리는건 어딜가나 다 똑같더라고요.
15/06/21 19:15
하하...어쩐지 제가 배틀쉽하느라 요새 워3 자주 접속하고 있었는데도 거의 못뵈었는데, 그런사정이 있으셨군요. ㅜㅜ
아이가 건강하게 무럭무럭 잘 크길 바라겠습니다.
15/06/21 13:00
깊게 하진 않았지만 너무 재미있게 했습니다. 친구들끼리 한 팀을 짜고 공방파서 랜덤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도전했는데 처참히 깨졌던 기억이 나네요.
15/06/21 13:49
남들 카오스할 때 저혼자 배틀쉽만 엄청 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저는 장거리를 좋아해서 양이었나 그런거만 샀는데 나중에 마크미라 나온 상대를 보니 이건 뭐.. 하하 사실 스2 나오면서 이거 리메이크 버전도 살짝 기대했지만 초반에 유즈맵이 워낙 망해서 ㅠ
15/06/21 19:16
저는 오리지날 도타를 워낙 좋아해서, 카오스는 그다지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배틀쉽이란 대체재가 있었던 것도 한몫한 것 같구요. 장거리가 팀에 별 도움이 안 되는 테크긴 한데 워낙 단순해서 초보들이 하기 편했기 때문에, 입문하는 클랜 친구들에게는 무조건 장거리 시켰던 기억이 있습니다.
15/06/22 17:55
아 마성전설! 저도 재밌게 했습니다. 저는 1도 했었습니다.
마성전설1은 도둑길드였는지, 하여간 복권 비슷한게 있어서 그거 정말 열심히 긁었던 기억이 나고... 마성전설2도 복권질 및 각종 돈주는 이벤트 열심히해서 보구맞추던 생각이 나네요. 하다보면 어느새 클리어보다 보구맞추기가 목표가되는 게임이었습니다...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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