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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7/15 00:55:42
Name 이치죠 호타루
Subject [스타1] 추억의 명경기 리뷰 - 센게임 MSL 패자조 4강, 강민 vs 이윤열, 제 2경기 @ U-Boat
호타루입니다.



이번에는 석 달 만이군요. 두 달은 졸업논문과 그 이후 처리에 쫓겼고, 한 달은 펜대를 꺾었습니다. 이유야 뭐 다들 짐작하시겠지만 PGR을 불타오르게 했던 원숭이 사건의 영향이구요... 언젠가 쓰기는 써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블로그에다 적을까 하고 고민도 했습니다만, 고민하다가,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고... 뭐 제가 사실 그렇게까지 좋은 리뷰를 남기는 편은 못 됩니다만, 애초에 스타크래프트를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는) 한정적인 게 좀 크기는 컸나 봅니다.

여하간, 어쨌든 예고했던 대로... 유보트 혈전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나는 왜 시간과 공을 들여서 과거의 경기를 리뷰를 하고 있는가? 원사이드 대선생님 말씀따나 그런 게 이유가 어딨어 재밌으니까 하는 거지 이게 물론 가장 크기야 하겠습니다만, 솔직히 과거 경기를 리뷰한다고 해서 과거에 썼던 맵을 다시 쓸 것도 아니고, 이벤트전을 벌일 능력이 되는 것도 아니기는 하죠. 선수 섭외하고 경기장 섭외할 만큼 제가 재벌인 것도 아니고... 그러나, 그러한 과거의 경기로부터 추억을 끌어내고, 추억의 경기를 다시 보면서 간만에 손이나 놀려볼까 하는 그런 마음이 들게 한다면, 그것으로 제 역할은 다한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 와중에 "전략 시뮬레이션"이라는 게임과 현대전을 연결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은 것이겠구요.

저는 이제 어느 정도는, 전문가 레벨은 아니지만 그래도 틈틈이 역사를 공부하고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할 정도는 된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역사를 아예 메인으로 전공하고 강의하시는 분들께 댈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러이러한 것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이러이러하게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의견을 던질 정도는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그렇지 않으면 애초에 글을 못 썼겠죠. 그런, 역사를 보는 눈으로, 경기를 보는 것이 제가 이런 글을 쓰게 된 또 다른 이유일 겁니다.

놓고 보니 굉장히 오래 된 경기네요... 이 경기로부터는 어느덧 11년 4개월하고도 보름 가까이 지났습니다.



이전 글 링크 :

0. 전술, 작전술 그리고 전략과 RTS 게임의 상관관계
0. 기동전과 각 종족의 특성

1. Daum 스타리그 2007 결승전 제 5경기, 김준영 vs 변형태 @ Python
2. 곰TV MSL S3 결승전, 박성균 vs 김택용, 제 4경기 @ Loki II
3. 인크루트 스타리그 4강 B조, 송병구 vs 도재욱, 제 4경기 @ Plasma





Cengame MSL 패자조 4강 제 2경기

강 민 VS 이윤열

U-Boat 2004




들어가면서

명경기라는 것의 필요조건은 무엇일까? 사람마다 명경기로 판단하는 기준은 다 다르다. 혹자는 시도때도없이 치고받고 싸워야 명경기라 한다. 혹자는 깔끔하게 한 방에 끝나는 전투가 명경기라 한다. 또 혹자는 기상천외함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명경기에 대한 시선은 매우 다양하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본다.

1. 일단 네임밸류가 있어야 한다. 네임밸류가 있으면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또 그만큼 인구에 오래 회자되는 법이다.
2.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람들이 쉽게 열광할 수 있는 요소 역시 필요로 한다. 그것도 양쪽 모두. 보통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기량이라 하면 바로 이것을 말할 것이다. 단순히 이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멋지게 이기는 것. 양쪽 모두 그런 요소가 없으면 (언제적인지 좀 가물가물하지만) 세기의 대결이니 뭐니 하면서 언론에서 잔뜩 띄워놓고 결과적으로 싱겁게 끝났던 권투였나 그 경기처럼 되어 버리는 것이고, 한 쪽이 기량이 압도적이면 당장 미네이랑의 비극 시즌 2가 되는 것이다.
3. 숨을 쉴 수 없는 템포. 필자는 이것을 명경기의 한 요소로 꼽는다. 서로 숨막히는 싸움,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경기의 흐름이 또 명경기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라 하겠다. 예컨대 테이프 가는 것조차 잊어버려서 제대로 된 VOD 하나 남은 게 없다는 최연성 대 홍진호의 또다른 유보트 대혈투라던가. 2번과 3번이 같이 있으면 한 치도 물러섬이 없는 아슬아슬함이라는 극적 효과까지 더해진다.
4. 여기에 생각도 하지 못한 묘수라는 점이 들어가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이번에 이야기할 경기를 가만히 떠올려 보면, 생각도 하지 못한 묘수... 그런 게 있기는 있었나? 싶다. 아니, 섬전이고 자시고 일단 나오는 유닛들, 그리고 그 쓰임새가 어떻게 보면 대단히 뻔하지 않은가. 뭐 2차대전 당시 어디 유령사단처럼 대공포를 가지고 전차 저격에 쓰는, 그런 "바리에이션"조차 없는, "전차는 대공을 못 한다!" 등의 식으로 유닛의 쓰임새가 강제되는 형편이고. (사족을 덧붙이면, 올 초에 돌아가신 오토 카리우스 호랑이 영감님이 소련 폭격기를 전차로 잡은 기록이 있다.)

그 말은, 이 경기는, 일단 강민과 이윤열이라는 네임밸류에 덧붙여서, 끝없이 이어지는 숨막히는 대치상황, 그리고 끝없이 소모되는 병력이, 이 경기를 인구에 아직까지 회자되는 명경기로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맵 분석 - U-Boat 2004


U-Boat 2004

섬맵은, 스타팅이 섬이니까 섬맵이다. 다시 강조한다. 스타팅이 섬이니까 섬맵인 것이다. 왜 이것을 강조하냐면, 그 섬이라는 것을 이용해서 어떻게 판을 짜느냐에 따라서 자신이 원하는 경기 방향으로 끌고 갈 수도 있는 것이고, 거꾸로 완전히 말려버릴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건 지상맵에서도 통용되는 이야기인데 왜 굳이 이야기를 했냐면...

1. 일단 섬이 갖는 의미로, 테크를 올려야 확장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서, 테크가 강제된다. 테란은 커맨드 짓고 띄워서 내려버리면 그만이라지만, 다른 종족의 경우는 꼼짝없이 중테크까지는 올려 둬야 한다. 그리고 그런 중테크 유닛이 강제되는 점 때문에 테란 역시 완전히 째다가는 째일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플레이해야 한다.
2. 그러므로 일반적인 섬맵, 그러니까 본진에 자원이 많은 패러독스 같은 맵이 아니라 자원의 양이 다른 일반적인 맵과 비슷한 수준인 그런 섬맵에서 확장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3. 그렇기 때문에 섬에서 자원이 갖는 의미는 더욱 크다. 초반의 판짜기가 실패했을 때 그것을 뒤집기가 더욱 어려운 이유다. 단돈 백 원이라도 쓸데없는 곳에 자원을 투자했을 경우 일반적인 맵보다 섬맵에서 얻어맞는 손실은 더욱 크다.
4. 바로 그렇기 때문에 섬맵의 특성을 어떻게 이용하며 어떻게 운영하느냐를 놓고 골백번 고민하면서 해석이 엇갈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과감하게 배를 쨀 것이냐, 아니면 그 타이밍에 들이댈 것이냐, 또는 들이댈 게 뻔하니 그것을 일단 한 차례 막고 엇박자 멀티를 할 것이냐, 박박 긁어모아서 아예 올인을 갈 것이냐... 지상전이라고 해서 이런 가위바위보 싸움이 안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섬맵의 경우 그 가위바위보 싸움이 패전과 직결될 확률이 매우 높아지므로 게이머는 머리를 싸매면서 고민하게 된다.
5. 여기에 지상전처럼 초반 빌드 싸움이 아닌 테크를 확보해야 멀티든 공격이든 가능해진다는 옵션이 덧붙여져서, 바리에이션이 엄청나게 늘어나 버린다.

이것이 섬맵의 특이성의 공식이다. 간단히 정리하면, 공격이든 멀티든 테크 필요 + 쉽지 않은 확장으로 인한 초반 자원의 중요성 → 다양한 양상의 경기.

이러한 복잡한 양상에 기름을 붓는 것이 반섬맵의 특성인데, 반섬맵이라 하면, 스타팅 포인트를 제외한 대부분 - 사실상 전부 - 의 멀티가 서로 지상군으로 공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일단 스타팅 포인트를 벗어나서 서로 인근 멀티를 펴게 되면 그 순간부터 양상이 지상전으로 바뀌게 된다는 이야기. 물론, 경기를 지상전으로 바꿀 시점은 전적으로 양쪽의 손에 달려 있다.

이쯤되면, "그냥 차라리 내 하고 싶은 거 합시다. 안 되면 GG친다는 심정으로."라는 마인드가 차라리 어울릴지도 모른다. 철저히 기세의 '마이웨이'를 걷는 것이 어쩌면 그런 이유일지도 모른다. 상대의 대응을 따라가면서 발생하는 이러저러한 자질구레한 것들은 다 집어치우고서라도.

어쩌면 그래서 더욱 이 경기가 혈전이었을 것이다. 일단 1경기도 아니고 2경기다. 상황에 따라서는 뒤를 돌아볼 수조차 없는 경기다. 게다가 패자조 준결승, 다시 말해 여기서 무너지면 더 이상의 기회가 없는 그런 극적인 요소까지 더해졌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것은,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니면 안된다.

다만 이러한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전장이 실제에 아예 없던 건 아니다. 상륙전이 바로 그것이다. 큰 섬, 혹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섬을 놓고 양쪽에서 상륙으로 달려들어서 전투가 벌어지는... 멀리 갈 것도 없다. 헨더슨 비행장, 그러니까 과달카날 전투가 바로 이런, 전략 요충지 하나 놓고 벌이는 혈투의 진수가 아니었던가.



워낙에 경기가 긴데다가 자원 상황을 정확하게 알기 상당히 힘든 관계로, 이전 글에서처럼 초 단위의 자원 분석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주요 장면을 짚어보면서, 병력과 그 쓰임새에 초점을 맞춰볼까 한다.



경기 리뷰 : 초반 10분

앞서 말했지만, 초반의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했다. 조건상 다량의 자원을 쉽게 수급할 수가 없는 만큼, 초반의 자원을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빌드의 가위바위보는 그래서 중요하다.




강민의 선택은 리버.



이윤열의 선택은 투스타 클로킹 레이쓰. 이 때 머신샵이 돌고 있었는데, 마인업이다.


일단 초반 빌드상으로는 이윤열이 우위다. 애초에 셔틀 플레이를 저격하고 들어가는 빌드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이 때 이승원 해설이 이렇게 말했겠는가. "넌 리버밖에 할 게 없어라는 겁니다, 이거는." 어쨌든 리버를 쓰나마나 멀티를 하기 위해서라도 뽑아야 하는 것이 셔틀인데 그걸 싹 잡아버리고 그 틈에 자기가 멀티를 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경기를 아예 끝내버리겠다는 이윤열의 판짜기다.

여기서 잠깐. 스타크래프트의 공군은, 이름은 공군이지만, 그 특성상 2차 세계대전 당시의 해군과 유사한 점이 있다. 특히나 이런 섬맵에서는 더욱. 하도 스타크래프트 세계관에서 함대 함대 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바다상에서는 딱히 지형을 타지 않는다(날씨 같은 변수가 좀 있기는 하겠지만 일단 지금은 무시하자).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 지상전에도 영향을 준다. 함포 사격이라던지, 병력 차단이라던지, 자원줄 커팅이라던지...

물론 지금이야 공군도 스케일이 많이 커져서 그런 역할을 단독으로 할 만 하지만, 2차대전 내내 공군은 육군의 시녀 정도의 역할에 그쳤다. 일단 기름값부터가 어마어마하게 들었기도 하고... 해전에서는 더했다. 함재기끼리 치고박거나 발진해서 적 항공모함을 노리는 경우는 있어도 공군 단독으로 작전술급 스케일의 병력 운용을 통해 전함 및 보조함 다수를 격침시켰다던가 하는 이야기는 (적어도 필자가 아는 한도 내에서는) 보지 못했다. 쉽게 말해서, 전략 스케일에 들어가는 레벨 정도로 '격상된' 위치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괜히 공군이 2차대전이 지나고서야 육군에게서 독립하고 해군 항공대와 으르렁댔겟는가. 석기시대 발언으로 유명한 커티스 르메이도 1944년에는 육군소장이었다. 작전술이라는 용어가 궁금한 사람은 맨 위에 필자가 링크해 놓은 0번 글을 참고하시라.

아무튼 그런, 특히나 이러한 반섬맵의 경우 공군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해군에 더 어울리는 특성상, 이 공군 유닛들을 함대의 종류와 매칭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레이쓰의 경우는 일단 상대의 상륙함(셔틀이나 오버로드)을 손쉽게 요격할 수 있으며, 클로킹 업그레이드라도 했다치면 그야말로 앗 하는 사이에 상대 주력부대(캐리어)조차 빠르게 잡을 수도 있다. 물론 개개의 화력은 중간 혹은 그 이하라고는 하나, 일단 몰려다니기 시작하면 큰 골칫거리가 된다. 이런 특성을 감안해 보았을 때, 레이쓰의 역할은 전형적인 잠수함의 역할이라 할 것이다. 대잠초계(커세어 등)가 켜 있다 한들, 기회를 노려서 푱 쏘고 톡 튀어버리면 그 배는 그대로 격침이거나 큰 손실을 입는다. 당장 이전에 리뷰했던 박성균과 김택용의 로키에서도 그런 특성이 나타나지 않았는가. 잠수함 몇 대에 녹아버리는 항공모함이라...




일단 그래도 셔틀이 나왔기 때문에 11시에 프로브를 내려놓아서 멀티를 준비할 수는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윤열은 이 시점에서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지 않았을까.




지상 쪽에 나와 있던 프로브를 잡아주는 레이스 3기. 물론 멀티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어쩌면 강민은 이 때 저 레이스 3기를 보고, "아 본진에는 셔틀이 요격되지 않을 것이고, 뭐 리버에 대응할 수단도 딱히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리버 드랍을 강행한 게 아닐까 싶다. 그러나 이어지는 김동준 해설의 "글쎄요, 글쎄요~"




리버가 2기가 내렸는데, 이 시점에서 잡은 SCV는 고작 3기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이후 스캐럽은 모조리 불발. 잡히기 직전에 SCV 1기를 잡기는 했다만...




그리고 마인이 리버를 향해 달려들면서 완벽하게 막혀버렸다. 현재 시점에서 자원 손실은 강민이 미네랄 900 + 가스 200(셔틀 + 리버 x2 + 스캐럽 x10)인데 이윤열은 고작 미네랄 약 300(일단 기본 200에 자원 채취율 및 일꾼 4기가 한동안 일을 못 하는 것에 대한 보정) 정도. 가스 200을 미네랄 400으로 치면(보통 1 : 1.5 정도로 두는데 섬맵에서는 지상맵보다 가스 수급이 훨씬 까다로우므로 교환비를 더 쳐준 것) 자원교환비 약 1 : 5. 초반이 그렇게 그렇게 중요하다고 서두에서 입이 닳도록 이야기했는데 초반을 어마어마하게 망쳐버렸다. 단순히 따져도 거의 미네랄 한 덩이를 날린 수준의 손실이다.

이러니 해설진이 아예 경기 끝났다는 투로 해설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멀티를 시도하고 있기는 하지만 테란이 멀티 시도 안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아래 7시 미니맵에 있는 게 SCV다), 대체 무엇에 홀리기라도 했는지 강민은 분명히 리버를 2개를 찍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기의 리버를 기다리지 않고 밖에 미리 내려놓았던 4기의 드라군과 함께 이윤열의 본진을 치는 선택을 한다. 드라군 넷에 리버 하나, 그것도 그냥 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노동드랍으로 실어날라야 하는 그런 악조건을 무릅쓰고. 이쯤되면 무리수라고밖에는 할 말이 없다. 아직 시지 모드가 업그레이드가 안 되긴 했는데...




일단 레이쓰가 셔틀을 잡았고, 벌쳐 2기가 잡혔다. 마인이야 뭐 벌쳐 사면 사은품으로 주는 거니까 패스하고.




이 소규모 교전의 결과로 이윤열이 잃은 것은 아까 벌쳐 둘에 레이스 하나, 그리고 SCV 둘이다. 강민이 잃은 것은 셔틀 하나, 리버 하나, 그리고 드라군 넷(셋은 올라와서 죽었고 하나는 튀다가 클로킹 레이스에게 잡혔다). 자원 교환비를 다시 한 번 계산해 보면, 이윤열의 손실은 미네랄 약 450(기본 손해 400 + 일꾼 손해 50 정도로 보정)에 가스 100. 강민의 손실은 미네랄 약 1000(기본 손해 975 + 추가로 찍은 스캐럽 보정)에 가스가 300. 가스 100을 미네랄 200으로 치면 650 대 1600이니까 어림잡아 1 : 3. 아까 교환비보다는 낫다지만 여전히 대무리. 그나마도 내가 미네랄 두 덩이를 날렸는데 상대방은 미네랄 반 덩이 날아간 수준이다. 당연히 많이 힘들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고.




이러니 대놓고 커맨드를 건설해도 뭘 어떻게 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일단 초반 10분까지의 결과는, 이윤열의 빌드 저격이 제대로 통했다.


경기 리뷰 : 중반 20분




턴을 받아서 이번에는 이윤열이 드랍쉽 공격을 시도한다. 탱크 두 대와 레이스 편대를 이용해서 멀티를 밀어버리려는 심산. 이 때 레이스 편대가 접근하다가 시작부터 한 대가 터졌다.






그러나 이 공격은 일단 탱크부터 잡고 본 드라군 2기와 추가된 드라군 1기로 상당히 손쉽게 막혔는데, 교환비는 이윤열이 탱크 2기와 레이쓰 1기를 잃었으므로 미네랄 450에 가스 300인데 강민은 드라군 2기 즉 미네랄 250에 가스 100. 1050 대 450, 약 2.3대 1. 물론 강민이 초반에 입은 피해만큼은 아니라지만(대충 계산한 것들 중에서 미네랄 2천 중 가스로 인한 팩터 400이 끼어 있으니까 현재 자원 차이는 대충 미네랄 1200에 가스 400 정도 이윤열이 앞서나가고 있으며 여기에 7시 멀티 및 테크와 견제로 인한 손실은 덤이다), 그걸 어찌어찌 미네랄 1000에 가스 200, 그러니까 미네랄 한 덩이 차이 정도로 줄이는 것에는 성공한 것이다. 드랍쉽을 좀더 모아서 벌쳐 같은 것까지 동원했다거나 해서 하여간 확실하게 11시를 밀어버릴 화력을 준비하고 털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약간 남는 장면.




하지만 그것도 잠시, 5시에 기습적으로 리버와 드라군이 들어갔지만 또 스캐럽이 불발되면서 고작 터렛 하나와 SCV 1기 정도의 피해를 입히고 리버 1기와 드라군 1기를 내주고 말았다. 방금 약간이나마 따라잡았던 격차가 다시 그만큼 벌어지는 장면.




드랍쉽이 늘어서 3대가 되었는데, 잠시 포성이 멎은 이 시점에서 양측의 자원적 상황을 따져보면 이렇게 된다. 이윤열은 7시로 SCV를 실어 나르는 여유까지 보이면서 7시가 이제 펑펑 돌아가기 시작하고 팩토리가 늘어나고 있으며, 강민은 프로브를 실어나를 여유 따위는 없는 상황이라 하나하나 뽑아서 11시를 돌리려고 기를 쓰는 상황. 여기에 1시 미네랄 멀티를 시도하기 위해 내려와서 게이트웨이와 캐논 공사를 하는 상황이다.




급기야 탱크 셋과 벌쳐 하나, 그리고 레이스 넷이 본진을 밀기 위해 올라오기 시작했다. 여기에 후속 탱크 2기까지 추가된 병력이라 본진은 완전히 날아갔다고 봐야 하는 상황.




달려들어 보지만 탱크 두 기가 잡히는 동안 드라군은 저렇게 아이스크림이 되었고 리버도 잡혔으며 게다가 보다시피 추가병력까지 온 상황에서 본진이 완파되는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었다. 교환비를 계산하는 게 의미가 없을 정도다. 벌쳐 하나와 탱크가 둘이 잡히는 동안에 드라군 여섯과 리버 둘에 질럿 둘이 잡히고, 프로브는 덤이다. 본진이 애초에 날아가버렸고. 아까 5시 본진에서 리버가 별 것도 못 하고 잡혔을 때의 격차가 이미 미네랄 1300에 가스가 350이었는데 이 교환까지 합치면 격차는 미네랄만 거의 3000(잡힌 프로브 포함), 가스는 650. 이쯤되면 이윤열이 미네랄 세 덩이를 더 먹고 시작한 격이나 마찬가지다.

이 자원 차이를 극복하려면, 1) 상대방이 나보다 멀티의 수가 적어서 상대의 미네랄 100과 나의 미네랄 100의 가치가 서로 다르게 만들거나, 2) 이후의 교전에서 정말 압도적인 교환비를 보여주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따라서 둘 중 하나라도 벌어지지 않는다면 강민이 이윤열을 이길 가능성은 문자 그대로 제로다. 아니, 제로였다.




일단 드라군이 드랍쉽을 하나 잡으면서, 격차를 미네랄 약 2500 - 가스 약 400 정도로 줄이는 데는 성공하기는 했으나, 아직 갈 길은 매우 먼 상황이다. 의외로 7시가 돌아가는 게 좀 늦기는 했지만, 김동준 해설이 이윤열이 완전히 승기를 잡았다고 해설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근데 이 시점에서 갑자기 그림이 묘해지는데, 무모해 보이는 이 본진 공격이 먹혀들어간 것이다. 드라군이 생각보다 규모가 컸고 셔틀이 두 기나 있었으며 레이스가 급하게 날아오다가 드라군에게 모조리 잡히면서...




팩토리가 장악당하는 대사건이 벌어지고 말았다. 누가 봐도 그동안 강민이 말아먹은(...) 것으로 볼 때 이러한 공세가 가능하리라고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그런 공세였는데, 이 공세가 완벽하게 먹히면서 판이 크게 한 번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 넓은 전장을 다 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카운트가 약간 부정확하기는 하지만, 여기에서의 교환비를 따져보면 다음과 같다. 강민은 드라군 셋과 질럿 하나를 잃었고, 이윤열은 박아놓았던 탱크 2 + 추가로 나온 탱크 2 + 벌쳐 4 + 레이스 4 + SCV 한 부대에 팩토리 점령은 덤이다. 자원교환비를 보면 강민은 미네랄 약 500에 가스 150, 이윤열은 미네랄 약 2000(!!!!)에 가스 800! 미네랄 한 덩이를 통으로 날렸고, 가스는 오히려 강민이 앞서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유닛에'만' 사용한 자원을 따지면, 미네랄의 격차는 이윤열이 +1000, 가스의 격차는 강민이 +200. 이쯤되면 이미 백중세다. 그러니 1시의 탱크가 황급하게 1시 미네랄 멀티를 공략하지만 그 정도로 수지가 맞을 리는 없었다. 이 공격이 바로 강민이 둔 희대의 묘수라 할 만하다. 게다가 셔틀이 잡힌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리고, 문제는, 레이쓰가 제거됐다는 사실과, 셔틀 두 기가 살아나갔다는 사실이 지금 강민 선수에게는 희소식이거든요!" - 이승원 해설




심지어 강민은 이미 12시까지 시도하고 있다. 물론 이윤열도 3시와 4시에 멀티를 펴기 시작했고, 강민의 1시 스타팅과 앞마당 및 생산기반건물이 싹 날아갔으며, 보다시피 이제 막 돌리는 수준이라 판세가 완전히 강민으로 넘어간 것까지는 아니지만, 팩토리가 터져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생산 기지의 피해는 거의 받은 만큼 돌려준 셈쳐야 하는 것이고, 아까 보다시피 유닛간의 자원 교환비는 이미 백중세로 바뀌었다. 이제는 상황이 점점 안갯속으로 들어가는 상황. 아직 강민이 "유리하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까지는 아니다. 그 정도로 강민이 초반에 입은 피해는 그야말로 막심했던 것이다.




그런데 강민이 여기서 너무 신이 났는지, 아니면 본진을 밀어버리겠다는 욕심이 동했는지 팩토리를 점령하던 드라군과 추가 드라군을 동원해서 그대로 꼬라박는(...) 플레이를 벌이고 만다. 탱크 둘이 잡힐 동안 드라군 아홉이 잡혔으니 기껏 잡았던 가스상의 우위는 백중세로 돌아서고 말았으며 미네랄의 우위는 여전히 이윤열이 +2000 정도(일단 이 교전의 결과인 약 +700에 아까 1시의 미네랄 멀티 프로브 날린 것을 합한 것)이다. 여전히 미네랄 한 덩이 반 정도 이윤열이 앞서고 있다는 말. 더 큰 문제는 이로 인해 강민의 병력이 공백기가 발생해 버렸다는 것이다.




때를 놓칠세라 이윤열은 12시 포격을 시작했고, 강민은 질럿도 없이 드라군 4기 드랍으로 이걸 어찌어찌 막아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만다.

그런데...




김철민 캐스터 : "어어...!"




김동준 해설 : "어?????"




드라군 넷과 후속 드라군 하나가 벌쳐 셋과 탱크 다섯과 싸워서 드라군 넷이 죽고 벌쳐 하나와 탱크 하나씩 남고 퇴각하고 말았다. 강민이 미네랄 500 가스 200을 쓸 동안 이윤열은 미네랄 750과 가스 400을 썼으니 미네랄 격차는 약 1700, 가스는 오히려 강민이 다시 200 앞서나가는 그런 황당한 상황. 12시를 날릴 만한 병력인데 하필 탱크에 체력이 없던 관계로 싹 날아가버린 것이다! 이후에 추가적으로 7시 견제까지 이루어지면서 경기는 갑자기 묘해지기 시작한다.




여기서 이윤열이 한 가지 큰 실수를 저지르는데, 보조병력 없이 탱크를 센터에 그것도 시지 모드를 박아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보조 병력으로 급히 보낸 것 중에도 하필이면 벌쳐가 없어서 결과적으로 꽤 큰 손실을 입었다. 요즘도 그렇지만 이미 오래 전에도 제병협동이니 뭐니 하면서 탱크를 단독으로 쓰는 것은 정신나간 짓이라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는데(주의. 구데리안 같은 전차 운용 개발자들의 의견은 탱크 주력으로 쓴다는 이야기지, 탱크 주력으로 쓴다는 의견이 아니다. 필자가 언급한 것은 바로 후자가 정신나간 의견이라는 것이다), 그 기본적인 실수, 테란 게이머라면 많은 게임을 통해서 체득하고 있었을 바로 그 해서는 안 되는 실수를 해 버린 것이다. 그나마 규모가 아주 크지 않은 소규모 교전이었기에 망정이지...




그러나 그렇다고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서, 이윤열은 탱크 5기를 잃었고, 강민은 질럿 하나와 리버 하나, 드라군 둘을 잃었다. 강민이 미네랄 약 100, 가스 300의 이득을 보았으니 현 시점에서 미네랄은 이윤열이 약 +1600, 가스는 강민이 +500인 것이다. 이 시점에서는 멀티가 있기 때문에 가스 수급이 그나마 좀 용의한 관계로 가스 1은 미네랄 1.5 정도로 환산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래도 초반에 미네랄 세 덩이를 더 얻고 시작했던 격차가 미네랄 반 덩이 정도로 그 격차가 엄청나게 줄어들었음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초반의 9:1이 어느덧 6:4 정도로 변한 정도.




아무튼 그 병력의 일시 공백을 틈타서 강민은 7시를 공격할 여유를 갖추었다. 셔틀이 날아간 것은 전략적으로 좀 많이 아프지만, 그 이상의 피해를 줄 수 있으면 6:4를 넘어 5:5도 바라볼 수 있는 그런 기회였기에 강민으로서는 최고의 판단이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병력의 공백이 있다는 것은 드넓은 맵 전체를 다 방어할 병력은 없다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




이 견제의 결과로 7시에 바글바글했던 SCV는 단 4기만 남았으며, 한 부대 가량이 터졌다. 셔틀 한 대를 잃었고(한 대는 살아나갔다) 리버 하나와 드라군 하나 및 질럿 셋을 잃었지만, 이윤열이 입은 손해는 단순 미네랄 600이 아니라 이후 자원 채취율을 생각했을 때 거의 그 두 배, 아니 세 배에 달하는 엄청난 손실이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 이유는 다른 무엇보다도 강민의 11시와 12시는 이미 펑펑 잘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두 배라 치고 계산하면, 강민의 손실은 미네랄 약 900에 가스 150, 이윤열은 미네랄 1200. 미네랄 이윤열 약 +1300, 가스 강민 +350.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강민이 여전히 불리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제 6:4조차 흔들거리기 시작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후 잠시의 소강 상태 동안 이윤열은 7시 앞마당에 팩토리를 셋 추가했고, 강민 역시 꾸준히 병력을 센터에 활보하도록 하면서 드디어 게임의 양상은 서서히 섬을 낀 지상전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어지는 전장은 이윤열의 5시 본진이었는데, 처음에는 단순히 견제 정도에서 끝날 줄 알았더니 상당한 거리와 병력의 규모를 무릅쓰고 아예 셔틀 2기 노동드랍으로 내리면서 이윤열의 본진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했다. 이윤열도 처음에는 견제 정도겠거니 했지만 뭔가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 즉시 본진으로 병력을 증원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강민이 이윤열의 증원 탱크 속으로 질럿 딱 1기를 내려서 탱크를 썰었는데, 결과적으로 이 한 수가 절묘한 한 수가 되었다. 게다가 일단 내리자마자 또 강민의 병력이 득달같이 시즈모드 속으로 파고들어가서 탱크의 화력이 제 값을 못 하게 만들기도 했고. 이래저래 이 전투는 전술적으로 강민의 완승이라 해도 과언은 아닌 전투가 되었다.

전투의 결과로 강민은 드라군 아홉과 질럿 하나를 소비했지만 이윤열이 입은 피해는 막심했다. 탱크가 일곱 기가 잡혔고 벌쳐도 다섯이나 잡혔으며 SCV도 다섯 기 가량 피해를 보았고 그나마 중간에 드랍쉽도 잘못 걸려서 어이없게 한 대가 폭사했다. 일단 드랍쉽에 병력은 없었다 쳐도, 소비 자원은 강민이 미네랄 1225에 가스 450, 이윤열이 입은 피해는 미네랄 약 1800(기본 피해 1775 + @)에 가스가 800이니 미네랄 이윤열 +600에 가스가 강민 +700. 그렇다. 이 시점에서 교환비는 완전히 역전된 것이다.




강민의 신들린 판단이 계속 이어지는데, 멀티는 철통 방어이므로 뚫을 생각이 없고, 그러므로 이윤열의 가장 약한 부분인 본진 - 밥집과 생산건물이 몰려 있는 바로 그 본진 - 을 집요하게 노린 것이다. 이미 팩토리가 두 번 장악당했고 이제 세 번째 장악당하게 생겼으며 이걸 대체 뭘로 막을까 싶을 정도로 이윤열의 병력의 공백기가 가져온 피해는 너무나 컸다. 어떻게 보면 가위바위보와 비슷한데, 멀티 피해를 줄 만큼 줬으니 강민은 계속 내 멀티를 물고늘어질거야 하며 가위를 냈는데 강민은 옛다 빠쌰 또다시 주먹이다 하면서 이윤열의 본진을 강타한 것.




주도권을 잃고 계속 휘둘리다가 드디어 이윤열도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빼앗긴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서 12시를 공격하는 선택을 한다. 일단 괜찮은 선택으로 보인다. 어쨌든 상대의 주력병력은 자신의 본진을 치고 있고, 그 말은 그만큼 방어선은 상대적으로 허술할 테니 병력을 집중해서 상대의 방어선을 무너뜨리고 12시를 박살내면 이제껏 거의 5:5까지 밀렸지만 다시 앞서나갈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윤열이 병력을 끌고 모아서 공격을 간 것인데...




그런데 문제는 강민이 이걸 어린애 손목 꺾듯이 손쉽게 막아버렸다는 것이다.

다시 한 번 교환비를 계산해 보자. 필자가 교환비를 계속 집요하게 물고늘어지는 이유는, 먹는 자원이 같으면 결국 교환비가 우세한 쪽이 전쟁에서 승리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 교환비를 따져볼짝시면, 드라군 여섯이 잡힐 동안 벌쳐 다섯과 탱크 넷이 잡혔고 스캐럽을 좀 썼으니, 미네랄 소비는 강민 800에 이윤열 약 1000, 가스 소비는 강민 300에 이윤열 400이니 현 시점에서 이윤열은 미네랄 약 400을 남겼고 강민은 가스 800을 남겼다. 이쯤되면 명명백백히 강민이 교환비상에서 우세를 가져간 것.




이 로보틱스가 남은 게 참으로 이윤열에게는 땅을 치고 통곡할 일이 되겠는데, 이유는 저것으로 인해 리버, 셔틀 그리고 덤으로 아래의 코어로 인해 드라군이 나온다는 것이다. 뭐 물론 코어 값이 미네랄 200이고 어쨌든 미네랄 자원은 남게 되는 섬전의 특성상 그게 그리 아까울 일은 아닐지도 모르겠으나, 코어로 인해 타이밍이 한 번만 꼬였어도, 드라군 한 기 들어갈 돈이 코어로 들어갔어도 강민의 지금까지의 교전에서의 승리는 하나라도 없었을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저건 결과적으로 이윤열의 패착이 된 셈.

"로보틱스를 살려놓은 것이 이윤열 선수에게는 천추의 한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승부가 난 것은 아닙니다만..." - 이승원 해설




뜻밖의 횡재에 마음이 좀 푸근해진 탓인지 강민도 약간 이해할 수 없는 드랍을 하는데, 그 와중에 탱크를 2기를 잡긴 했지만 셔틀 하나와 드라군 7기 그리고 리버 1가 그대로 폭사했다. 미네랄 이윤열 약 +1500, 강민 가스 +550. 욕심을 부린 결과 교환비의 우세는 다시 이윤열이 가져갔다. 뭐 아직 백중세라고는 하지만 이런 모습이 계속되어서는 안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 결과는 당장 12시 견제로 나타나게 된다. 상황상 정리할 것도 많고 해서 이윤열이 견제하기는 좀 어려워 보이는 모양이었는데 알아서 드라군이 잡히면서 병력 공백을 만들어 주면서 그 틈에 공격이 가능하도록 하게 된 것이다. 병력의 공백이 가져오는 것이 이렇게 무서운 일이다. 뭐 하긴 강민이 이윤열 본진을 강타했던 정도의 엄청난 피해를 입어야 '무서운'이라는 말이 어울릴 상황이지만...




그러나 5벌쳐 1탱크 드랍이 캐논 하나와 드라군 하나만 잡고 허무하게 막혀버리면서 미네랄 이윤열 약 +1250, 강민 가스 +600의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그 허무하게 막힌 병력으로 인해 강민이 10시를 가져가는 성과를 얻어내게 되었고, 이윤열도 3시를 가져가긴 했지만(어이없게도 저 3시의 커맨드는 5시 본진의 커맨드가 동동 떠서 거기까지 날아간 것이다) 드디어 강민도 "이 경기 완전 불리하긴 했지만 이제는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을 것이다.






이어지는 7시 앞마당 공략과 7시 본진에 다크 템플러가 등장하면서, 강민도 셔틀이 날아가고 질럿과 드라군 얼마를 잃기는 했지만 이윤열은 탱크 여섯 기와 함께 7시 앞마당은 날아가고 7시 본진도 SCV가 4기만 남고 엄청난 피해를 입는 대사건이 발생한다. 이제는 교환비를 적는 게 의미가 없을 정도로 이윤열은 심각한 타격을 받았고,




부랴부랴 12시를 밀기 위해 애쓰지만 이미 강민은 12시를 통해서 얻을 이익은 다 본 상태였다. 물론 이윤열의 선택이 나빴다고는 보기 힘든 것이 어쨌든 자원줄이 남아 있는 이상 저걸 끊으면 순식간에 강민이 얻을 수 있는 자원 수급이 일부나마 막힌다는 의미가 되고, 행여 대부대로 강민의 드라군이 냅다 들이받아서 강민의 주 병력을 잡아내는 성과를 올린다면 그것이야말로 이윤열이 원하는 바가 되기 때문. 지금까지 상기한 강민의 움직임은 모두 "이윤열의 주 병력이 공백기가 생김으로써" 발생한 사고임을 기억하자. 반대의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어쨌든 12시를 날렸고, 이윤열은 전 병력을 10시로 끌고 가서 10시를 공격해 보지만 10시에는 이윤열의 병력을 썰면서 증원 부대를 기다릴 다크 템플러들이 있었다. 그리고 증원된 드라군으로 그 병력을 모조리 잡아버리면서 강민은 10시를 지켰다. 일단 이윤열은 3시 멀티와 4시 멀티가 있으므로 강민이 완전히 잡았다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이고, 이윤열도 섣불리 병력을 잃으면 안 되는 상황. 센터의 지형이 터렛 건설 불가지형이기 때문에 진출이 망설여지는 상황이기는 했다.




서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는 판단이 들었는지 드디어 두 주력부대가 충돌을 개시했다. 벌쳐의 수가 많아서 셔틀 플레이는 약간 힘든 상황. 게다가 강민에게는 발업질럿도 없는 상황이라 이 교전은 강민이 손해를 보리라고 예상되었으나...




이 경기의 승패를 가를 만한 예술적인 사이오닉 스톰이 터지면서...




교전의 승자는 강민이 되었다.




그리고 이 장면이 바로 그 교전의 성과로 강민이 얻어낸 것이다. 3시를 날리고 지독했던 창과 방패의 대결은 잠시 휴식을 갖게 되었다.


경기가 소강 상태에 접어든 이 시점까지의 이야기를 바둑으로 비유하자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강민이 처음에 주도권을 잡고 호쾌한 세력바둑을 펼치고자 했으나 정석 이후 이윤열의 노림수에 제대로 걸려들어서 우하변의 세력이 갑자기 곤마로 변해 전멸해버렸고, 거기에 이 곤마를 살려 보겠다고 둔 지원군까지 잡혀버리면서 우하에서 40집 이상의 대손해가 났다. 그런데 상변에서 묘수가 터지면서 본래대로라면 간신히 두집나고 살아야 할 침투군이 갑자기 대궐을 짓고 떵떵거리기 시작했으며, 그걸 바탕으로 쌓은 세력을 기반으로 해서 우하귀에서 묘수가 터지면서 완전히 백집이었던 이윤열의 진영 속에 잡혀 있던 일부 흑 대마가 빅으로 부활해버렸다. 그리고 상변에서 계속되는 호착이 이어지면서 바둑은 완전히 혼돈 속으로 빠져들어가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혼돈 속에서 강민이 좌상귀와 좌변을 통집으로 만들어버리는 데 성공하면서 30집이 넘는 손해를 입고 시작했던 바둑을 역전하는 데 성공했다.



경기 리뷰 : 후반 20분

이미 여기까지 쓴 것이 너무나 긴 관계로 나머지는 조금 템포를 빠르게 올릴까 한다.




일단 이 시점에서, 이윤열은 3시 자원줄을 복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하는데, 강민은 6시를 펑펑 돌리고 있다. 아까까지의 교환비는 양측이 비슷한 자원(이윤열 4/5/7, 강민 11/12/1)을 먹고 싸우고 있던 터라 교환비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으나, 강민이 10시를 이미 돌리고 있고 6시를 돌리기 시작한다면 그때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원이 떨어지는 후반에서 자원을 덜 먹는다는 것은 곧 우월한 교환비도 소용이 없어진다는 이야기와 같다. 잊지 말자. 독일은 5 : 1, 때로는 10 : 1의 교환비를 보이고서도 결국 2차대전에서 패했다.




게다가 병력의 주도권을 잡기 시작한 쪽은 이미 강민이 되어 있었다. 상기 이야기했던 중반의 마지막 교전에서 큰 이득을 보고 3시를 날리면서 이미 센터는 강민의 천하가 된 지 오래가 되었다. 그 결과가 바로 이 교전이며, 이것이 바로 강민의 자신감이다. 비록 교전에서 완전한 승리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멀티에서 앞서고 지금까지의 교환비에서도 앞선 이상 이제부터는 1:1로 바꿔치기해도 강민이 전혀 손해볼 게 없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미 우세는 강민이 점했고, 이윤열은 서서히 밀리기 시작하는 모양새가 된 것.




강민의 6시 멀티를 공격할 만한 병력도 뭣도 없기 때문에 에라 모르겠다 하고 3시를 가져가는 것이지만 시간을 끌면 이미 10시를 펑펑 돌리고 있었고 6시를 돌리며 이윤열의 자원줄인 7시와 4시의 자원은 거진 떨어져 가고 있었기 때문에 이윤열로서는 뭔가 반전의 기회가 절실한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이윤열의 독한 참을성은 여기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나는데, 무리해서 병력을 내보내지 않고 힘이 찰 때까지 참고 참고 또 참는 것이다. 그야말로 공피고아(攻彼考我)의 표본.




그러자 몸이 달았는지 강민이 하이 템플러 4기를 동원해서 찜질을 시도하지만 잡힌 SCV는 불과 5~6기, 오히려 템플러 4기와 셔틀이 잡히면서 강민이 상당한 손실을 입게 된다.




보다시피 이윤열의 병력을 뚫고 들어가기는 상당히 힘들고, 그러니까 강민도 에라 모르겠다 9시 멀티를 가져가면서 경기는 점차적으로 루스해지기 시작한다. 이대로 대치한다고 뭐 무승부를 할 것도 아니기 하니 뭔가 서로 반전의 카드가 절실한 상황. 이러한 대치상황을 깰 만한 카드를 먼저 꺼내든 것은 강민이었다.




캐리어. 그러나 다들 알다시피 지상군의 공백기를 피하기는 힘든 카드기 때문에, 약간의 위험을 안고 선택한 수가 되는 것이었다. 그 와중에 7시 멀티를 기형적으로나마 돌리는 이윤열을 본 강민으로서는 이래저래 머리가 아픈 상황. 견제하기도 쉽지 않고 그렇다고 병력 뺐다가는 센터에 주둔 중인 상대방의 병력들이 우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밀려나올 것이 불보듯 뻔한 상황이었기에, 그 사이의 간극을 맞추는 것이 강민으로서는 참으로 중요했다.




그 구성이 강민으로서는 참으로 절묘했다라고 평하고 싶은데, 셔틀에서 내리는 병력까지 합하면 인구수 약 20. 센터에 나가 있는 인구수를 대충 120 정도로 잡아보았을 때, 120 대 100의 싸움이면 100이 진형과 스킬에 따라서는 이길 수도 있는 것이 전투다. 그런데 20 대 10은 무조건 10이 깨지는 게 스타크래프트. 그래서 저걸 구원을 가자니 역으로 이쪽이 뚫릴 것 같고 내버려 두기도 뭣한 그런 고민을 역으로 이윤열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은 강민이 되었다. 그래서 구성이 절묘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 때 양쪽 다 기가 찰 만한 명장면이 나오는데, 어차피 못 지킬 것 같으니까 자기도 피해를 주려고 오히려 9시로 기수를 돌려버리는 이윤열이나, 그걸 보고 7시에 증원하는 게 아니라 9시를 막으러 가는 강민이나 둘 다 상황파악능력이 참 대단하다고밖에는 할 말이 없는 장면이다.




가만히 있으면 패배라는 것을 직감하고 이윤열이 드디어 모드 풀고 나오기 시작하는데, 이 때 강민의 드라군이 일부가 녹았다. 본래 강민의 의도대로라면 여기서 줄다리기를 적당히 하면서 캐리어가 나올 시간을 벌고, 캐리어가 나오면 캐리어로 탱크만 골라잡으면서 남은 지상군으로 경기를 끝내는 피니쉬블로우 콤보를 생각하고 있었겠으나, 여기서 드라군이 여섯 기나 녹으면서 갑자기 스텝이 확 꼬이기 시작했다.




물론 이윤열로서는 이것이야말로 하늘이 주신 기회로다를 외치면서 이 진격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 어차피 이윤열이 남은 자원줄이라고는 3시 정도밖에 없고 또 그 당시에는 최후의 카드였던 캐리어가 이미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이윤열에게는 시간이 없었다. 적어도 최소한 시간이라도 벌어야 하는 것이 이윤열이었다.




드디어 9시에 포격이 시작되긴 했는데, 사실 이 정도 병력이면 양쪽 모두 9시는 확실히 날아간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기에 불과한 캐리어를 강민이 보여주는데, 넥서스는 진작에 포기했을 것이고, 그렇다는 것은 강민의 판단은 이렇게 해석해야 할 것이다. 9시가 곧 날아갈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지상군을 더 줄여 놓아야 6시로 몰려갈 상대방의 병력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설령 6시를 막지 못한다 하더라도 눈 뜨고 두 멀티가 날아가는 그런 상황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상대방이 이미 내 캐리어 의도를 파악했을 것이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상대방이 내 의도를 알고 있으니 골리앗까지 갖춰지면 캐리어 쓰기 더욱 힘들어지는 것이고, 그게 아니고서라도 아무런 피해 없이 상대방이 내 멀티를 날리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 캐리어를 쓰자. 강민은 아마도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한 기의 캐리어라도 보여 준 그 선택은 그렇게 나쁜 선택은 아닌 것으로 평하고 싶다.

아무튼 한 척의 '항공모함'은 등장했다. 함재기도 만만치 않고... 대공포가 다수 있기는 하다만 얼마나 성과가 있을지-




이윤열의 선택도 (물론 알 만한 사람은 다 예상하고 있었다 한들) 기가 막힌 것이, <모에! 전차학교> 4권의 표현을 좀 빌려 볼짝시면, "보드라운 하복부를 노린다"여기냐? 여기가 보드라운 곳이냐!?는 것이 되겠다. 그야말로 가스를 캘 수 있는(10시 멀티는 미네랄뿐이다) 유일한 자원줄에 다름아니기 때문에 목숨줄에 가까운 곳이니 말이다.




그 보드라운 하복부를 강타당하면서 또다시 상황은 알 수 없게 되었다. 아차 하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질 판. 이윤열은 당면한 캐리어를 막아야 하고, 강민은 추가적인 멀티를 지켜야 한다. 강민의 추가 멀티가 불발되고 이윤열이 병력을 조합하면 결국 경기의 승자는 이윤열이 되겠지만, 이 당면한 캐리어를 막지 못하면 강민이 경기를 잡는다. 그야말로 이제는 완전히 서로 5:5가 된 것이다.




어쨌든 강민도 7시 앞마당은 밀었고, 9시 멀티도 복구하면서 이제 서로 멀티는 9시 프로토스와 3시 테란, 그나마 3시 테란 멀티는 자원이 거의 말라가는 상황까지 갔다. 그렇다고 함부로 캐리어가 정면으로 돌파하기에는 골리앗의 수가 많고 탱크까지 일부 살아 있는 상황이라 정면 공격은 무리인 상황.




경기를 승리로 이끈 강민의 마지막 승착은 바로 이것이었다. 캐리어는 지형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특성을 활용한 게릴라전을 벌이면서 상대의 자원줄을 말리고, 그 동안에 지상군은 줄다리기를 하며 캐리어의 합류를 기다리다가 캐리어가 합류되면 그것으로 경기를 끝내는 전형적인 승리공식을 강민이 밟아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어차피 3시 지키기는 글렀으니 이윤열은 바로 이 병력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줄줄이 나온 병력이 만만치는 않은 상황이라, 각개 격파당하면 이윤열이 잡을 확률이 올라가는 상황.




강민은 1시를 날렸고, 이윤열은 9시를 날렸다. 이제 남은 병력끼리 맞부딪혔을 때 전투의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게 되었다.




그리고 강민에게는...




하이 템플러가 있었다.

결국 교전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승기를 잡은 것은 강민이 되었다. 9시를 내준 것은 크지만 6시에서 어쨌든 복구가 가능하고, 교전에서 강민이 승리를 거두면서 남은 것은 순회공연. 그리고 이윤열에게는 이제 더 이상의 자원상의 여력은 없는 상황. 만일 강민이 멀티가 없었다면 모르겠는데, 강민에게는 6시가 있었다. 그래서 살을 내주고 뼈를 치는 선택이 가능했던 것이다. 여기에서 경기는 완전히 끝났다.




"You win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윤열선수! 들어와란 얘깁니다! OK 내가 이겼다 강민선수는!"
- 김철민 캐스터




"자 교전- 상황- 하이 템플러 뒤에서 다가옵니다! 두 선수의 한판 승부! 이제 끝이 나게 되는 건가요! 하이 템플러, 사이오닉 스톰, 사이오닉 스톰!!"
- 김철민 캐스터




"GG!!!!"



총평

워낙 리뷰가 길어서... 초반에 필자가 이야기했던 맵에 대한 이야기를 기억이나 하시려나들 모르겠다. 반섬맵은 처음에는 해전의 양상을 띄지만, 시간이 지나고 지상에 멀티가 펴지면서 육상전의 양상을 띄게 된다. 그러나 육상전의 양상을 띄는 시점은 게이머들마다, 빌드마다, 또 초반의 결과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의 양상은 그야말로 예측불허가 된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섬맵을 여러 측면에서 즐겁게 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저그가 섬맵에서 밸런스가 조금만 더 좋았더라도 하는 아쉬움이 깊이 남는 장면이다.

앞서서, 과달카날 전투를 이야기했었다. 일단 각각 스타팅을 대충 먹고 난 이후에, 지상전이 벌어지게 된 발단은 바로 강민의 12시 멀티였다. 초반에 완전히 해상전에서 문자 그대로 개박살이 나고, 완전히 코너에 몰려서 두들겨맞을 상황에서 강민은 12시 멀티를 가져가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결과론적인 이야기가 되겠지만 이윤열의 12시 공략이 번번히 막히고 교환비에서 크게 밀리면서, 강민이 결국 이 경기를 잡아내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되었다. 즉, 12시 멀티는 완전히 헨더슨 비행장이 되어 버린 셈이다. 12시 멀티는 가스가 있다. 그 가스와 미네랄, 그 자원을 통한 추가 자원의 수급 및 상대 보급선 견제 등, 그런 점에서 이 경기는,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각각 섬에서 출발한 양 진영이 해전을 거치고 그 해전의 승패가 극도로 심각하게 갈렸으나, 어쨌든 먼저 섬에 '상륙'한 쪽은 강민 쪽이었고, 그걸 혈투로 지켜내면서 결과적으로 승패가 뒤집혔다는 것, 이건 마치 남방 작전과 산호해 해전(전략적으로는 미국의 승리라 하지만 전술적으로는 일본의 승리였다)을 통한 일본의 팽창을 미드웨이와 과달카날에서 완전히 엎어버린 미군을 연상케 한다. 여담이지만, 루스벨트 대통령이 (태평양이 아니긴 하지만) 아프리카 상륙 및 참전 예정 보고를 받고 나서 나직이 던진 한 마디는... "우리 애들, 싸움할 줄은 아나?"(...)

강민의 승착은 12시 방어와 5시 본진 공략, 그리고 죽어라고 병력을 들이붓고 공격을 하면서 어느 시점에서부터 끝끝내 전장을 자신이 선택하면서 주도권을 지켜냈다는 것에 있다고 본다. 반면 이윤열의 패착은, 초반에 레이쓰를 바탕으로 자신이 가져왔던 주도권을, 본진을 강타당하는 와중에 레이쓰를 모두 잃으면서 주도권을 잃고 수동적으로 대응했으며, 사실 그래도 이윤열이 유리했지만 결과적으로 체력이 완전하지 않은 병력으로 성급하게 12시를 공격하면서 계속해서 손해를 보고 병력을 잃은 것본진을 깨끗하게 정리하지 않아서 상대방의 셔틀이 좀더 빨리 돌아다니게 해서 결과적으로 주도권을 완전히 내준 것이 될 것이다.

결국 게임을 잡는 사람은 주도권을 잡고 능동적으로 싸우는 사람이다. 수동적이어서는 게임을 잡을 수 없고, 공격을 할 때 하더라도 반드시 자신을 먼저 돌아볼 것. 적극적으로 나서되, 그 전에 공피고아(功彼考我),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 그것을 보여주는 경기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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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7/15 01:11
수정 아이콘
김정민선수의 마지막 불꽃이 생각나는군요...
시네라스
15/07/15 01:12
수정 아이콘
마지막 채팅까지 버릴게 하나 없었던 명경기였죠. 유보트는 혈전을 많이 만든 맵이네요.
DDong이다
15/07/15 01:16
수정 아이콘
인생 3경기중 한경기네요. 이건 생방송으러봤는데 보면서도 말도안된다는 말이 몇번을 말했는지...
제일 인상깊은건 너무 오래되서 잘 기억은 나지 않는데 12시에 탱크벌쳐가 멀티쪽 압박하고있을때 김동준해설이 절대 못막는다는 뉘앙스로 말하다가 막히니
말도안된다는 느낌으로 이야기한게 떠오르네요.
펠릭스
15/07/15 03:15
수정 아이콘
제가 자랑스러운 게.... 유보트 광달록, 홍진호 최연성의 유보트 결승, 할루시 리콜 이 세경기를 전부 라이브로 봤습니다.

뭐랄까 그때는 미쳐 있었죠. 훗.
다리기
15/07/15 13:25
수정 아이콘
그런 사람들 비율이 어느 사이트보다 높은 게 피지알 아닐까 싶습니다. 크크
그러지말자
15/07/15 05:21
수정 아이콘
[G][O][O][D][G][A][M][E]
손연재
15/07/15 09:25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대회 자체를 재밌게 본 것은 OSL이 많았지만, 명승부는 MSL에서 더 많이 본 기억이 납니다.
블랙탄_진도
15/07/15 10:07
수정 아이콘
아.. 제기억이 잘못되었나 보네요. 분명히 리버로 피해를 많이 준거 같은데...

다시보니까 영 아니네요..

여튼 경기 자체가 너무 꿀잼이었죠.
무라딘
15/07/15 10:42
수정 아이콘
아 진짜 채팅만 살아있었어도 더 많은 명장면이 탄생했을텐데..
너무 아쉽네요.
15/07/15 15:07
수정 아이콘
현실은 좁아 ㅠㅠ,아놔,스투열사 등등..
역시 어렵다고 봅니다
다리기
15/07/15 13:51
수정 아이콘
^G^ ^O^ ^O^ ^D^ ^G^ ^A^ ^M^ ^E^
이후로 꽤 1~2년동안 자주 써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보통 이길 때였지만.. 크크
발음기호
15/07/18 20:04
수정 아이콘
리뷰 재밌게 읽었습니다.
영웅과몽상가
15/07/20 12:41
수정 아이콘
추천찍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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