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웨트 입니다.
유게에 248721 번 글을 읽다가 문득 옛날 생각이 나서 글을 써보려 합니다.
때는 바야흐로 2005년. 그것은 청천병력과 같았던 입대년도
공군 가면 레이더 켜놓고 스타 마음껏 할수 있다던 허무맹랑한 소리에 "공군을 가야겠다!" 라며 지원했다가 경상학과였던 제가 왠 항공탄약병으로 특기를 배치받고, 기술학교에서 듣기를 탄약병의 지옥이라 불리던 청주로 떨어지게 되었던 그때..
신병 특유의 꼬질꼬질 쩐내를 풍기며 더블백을 메고 어리버리를 가득 얼굴에 담은채 긴장감 충만한 상태로 자대에서 대기모드
당시 같은 특기를 받고 같이 온 동기는 총 4명인데 침상 끝에서 필승대기자세로 "우리 어떻게 해야 하나" 다들 생각을 하고 있었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고 이런저런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면서 질문을 하고 그것을 극도의 긴장감으로 받고 있었을때
한 상병이 갑자기 나타나서는 "니네 스타 할줄 아는애 있냐?" 라고 물었습니다.
저는 '스타 시켜주나?' 생각하고 손을 살며시 들었습니다. 뭐 당연히 같이 끌려갔지요. 흐흐
당시 탄약내무반은 따로 탄약고 안에 존재하였는데, 콘테이너 박스를 개조하여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내무반 안에는 사관실이 있고, 사관실에는 옛날 고물 컴퓨터가 몇대 있었죠.
키보드며 마우스며 이게 언제쩍 볼마우스인지 때가 덕지덕지 껴진 상태로 말입니다.
"너 잘하는 거 한번 해봐라" 라고 말하길래..
나름 그래도 인생 열심히 한거중에 손꼽아봐라 하면 다섯손가락에 스타 말할수 있을 정도였던 저는 주종이었던 테란을 고르고 시작했습니다.
아 마우스 진짜 안움직여.. 키보드도 반응 느린거같아 투덜투덜.. 마음속으로 이런 생각들이 가득했고
[저는 굉장히 게임 승부욕이 강하기에] 선임에게 져줘야 한다든지 하는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리고 첫판을 이겼습니다.
"이 사람 잘하네." 라고 생각하고 상대GG에 맞춰 GG를 치는데 갑자기 등뒤에서 엄청난 환호성이 울려퍼졌습니다.
"신병이 박상병님을 이겼어!!!!!!!!! 엄청나다!!"
뭐..뭐지?? 이상황은??
어느새 등뒤에 관람객들이 엄청 모여있었고 다들 박상병의 패배에 대해 놀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옆을 쳐다보니까 박상병이라 불리던 그 선임은 묘한 미소를 띄면서 "크크 그래 드디어 해볼만한 놈이 왔구만" 이라면 리겜을 신청했습니다.
.. 결과는 그 이후 내리 3연패를 했습니다. =_=..
하지만 이후
[박상병을 이긴 신병] 이란 타이틀로 한동안 회자가 되었었습니다.
박상병은 참 스타를 잘하던 사람이었고, 잘하기로 무장대에서 소문났었던 사람이었습니다.
부대내의 맛스타리그 에서도 이겨나가다가 특박으로 나가느라 토너먼트에서 떨어지기도 했었죠.
(저희 부대는 2:2 리그 였는데, 특박인 상황에서 다른사람이 땜빵하다가 떨어졌습니다)
아무튼 저는 그 박상병과 주말마다 속칭 "스타 사역" 을 하면서 살게 되었습니다.
박상병은 상말 실세였고, 저는 종종 청소도 빼주면서 스타를 할만큼 스타 파트너가 되었었죠.
(물론 승패는 거의 제가 졌습니다. -_-; 어찌저찌 비슷하게 가다가 결국 패배.. 이런식...ㅠ)
중요한게 이게 아닌데..
아무튼
[박이신] 타이틀을 메게 된 상황에서 어느날 박상병이 특박으로 2박3일 나가게 되었습니다. (공군은 6주마다 2박3일 특박을 줍니다)
그래서 내무반 일을 다 끝마치고 조용히 티비를 보고 있는데 한 병장이 저를 부르는게 아니겠습니까?
병장을 따라 쫄래쫄래 따라간 곳은 사관실. 컴퓨터 앞이었습니다.
"너 스타 잘한다며? 나랑도 한번 해보자"
!! 대..대전신청인가!! 병장이 불러서 긴장감에 가득찬 상황에서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음..
생각한거 이상으로
이분은 스타를 엄청 못하는 겁니다.
전 테란이었고 상대는 저그였는데 9스포닝풀로 시작하고 드론을 찍는 다던지....
전 앞마당을 하는데 상대는 앞마당만 먹은 상태에서 성큰을 미친듯이 심는 다던지 말이죠.. (일하는 드론은 ..그런건 없다!!)
그런 상황이 오니까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드는겁니다.
[이거 져줘야 하나?]
박상병이랑 할때는 그런생각을 해본적이 없습니다. 일단 그사람 실력도 실력이라 져줄래야 져줄수도 없을 뿐더러, 실력이 있는 사람하고 붙었을때 이기고 싶다는 열망이 더 크고,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이해해 주지 않을까 라고 말이죠. 아까도 말했듯
[저는 굉장히 게임 승부욕이 강하기에] 말입니다.. -_-;
근데.. 지금 상황은 어린아이 손모가지 부러트리듯 제가 러쉬만 하면 이기는 상황이긴 한데.. =_= 이겨도 되는건가 생각이 엄청나게 드는겁니다.
이겼다고 트집잡는건 아닌가.. 아니야 그럴리가 .. 혹시 모르지 사람들이 생각하는게 다 나같을리가 없잖아..
뭐가 되었든 저는 그 병장이 성큰을 왜 박아야 하는지에 대한 보답을 해줘야만 하겠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마린메딕의 비율을 공대비율로 섞고, 마린에게 최대한의 약을 빨게끔 하여 온몸이 빨갛게 달아오르게 만들고 러쉬를 했습니다.
엄청나게 많이 쳐들어가는데 엄청나게 죽어나가는 상황을 만드는거죠. 설마 뭐 이거 들키겠나.. 하면서..
=_=.. 그렇게 전병력을 다 꼴았는데 안쳐들어오는겁니다.
왜 안쳐들어오나 했더니 그동안 박살난 성큰을 다시 짓고 있더군요. .. 아..
져주고 싶어도 질수가 없는 상황이 된겁니다.
저는 고민을 하였습니다. 어떡하지.. 이길까 말까 이길까 말까.. 져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난 정말 지고 싶다 왜냐하면 지고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질수가 없다...
미네랄은 어느덧 1만을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저는 -_-; 도대체 이걸 왜 하고 있어야 되나 생각을 했습니다.
그냥 마린엄청 뽑아서 스팀팩 다먹이고 러쉬보내고 다죽이고, 병장은 부서진 성큰 또 짓고.. 무한 반복이었죠.
물론 다죽이고 또 뽑아서 또 쳐들어가면 이기지만,.. 져줘야 하나 싶어서 성큰 다 질때까지 시간 벌어주고.. =_=..
그래서 할게 없어서.. 로템 섬 끝에다가 일꾼 몇마리 옮겨서 스타포트 짓고 거기서 레이스 부대 뽑아가면서 시간을 때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짓을 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전 도저히 안되겠다 이겨야 겠다.. 이건 해봐야 안되.. 싶어서 스팀팩을 좀만 먹이고 쳐들어갔고
드디어 성큰 라인을 뿌셨습니다.
성큰라인을 밀면서 "휴~" 하는 속이 보이는 연기 한숨을 내쉰후 이제 곧 지지가 나오겠군 하는 찰나에..
충격적인 상황을 순간 발견하게 됩니다.
미니맵에서
저그의 오버로드가..
저의 섬 스타포트 밭으로 꾸물꾸물 올라오는 것을요.
.. 순간 1초가 1분같이 느리게 흘러갔습니다.
이거 알면.. 난 어떡하지.
x신 스웨트야.. 이걸 왜 만들었어 그냥 돈 쌓이게 놔두지.. 아아아아아아아...
능욕을 했어.. 능욕을 했는데 걸렸어!!!!!!!! 병장인데!!!!!!!!!!! 으아아아아!!!
봤을꺼야 봤을거라고 오버로드 시야에 스타포트 뭉탱이가 보인다고 !!!!!
[ gg ]
그때 상대의 gg 채팅이 떴습니다. 저는 순간 얼른 gg를 치고 게임을 나갔습니다.
저는 소름이 돋았습니다. 가을의 사관실은 참으로 추웠습니다. 썰렁했습니다. 숨이 막혀왔습니다.
슬그머니 병장의 표정을 봤습니다.
뭔가 화가 난듯해 보이기도 하고, 아닌거 같기도 한데.. 이사람이 이걸 본건지 안본건지 모르겠습니다. 으엉어....
[내무반 식사하십시오!]
때마침 식사구호를 동기가 외쳤습니다. 저녁밥먹을때가 온것입니다.
병장은 나는 안먹을테니 밥먹고 와라 하면서 저를 보냈습니다.
물론 저는 그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지 콧구멍으로 넘어가는지 몰랐습니다.
다행히.. 보지못했던 것인지 뒷탈은 없었고..
.... 이후로 저는..
그냥 아무에게도 져주지 않기로 했습니다..... ..
괜한 생각은 쓸데없는 결과를 낳는다라는걸 알았기 때문이죠...
ps. 박상병이 청주사람이었는데.. 군대오기전 스타 대회라든지 챌린져라든지 자기도 다녀봤는데, 정말 잘하는 사람을 만나 친구가 되었는데 그사람이 프로게이머가 되었다. 라길래 박상병보다 더 잘하는 프로게이머라니 누굴까? 하는 마음에 누구입니까? 라고 물어봤는데..
그 프로게이머의 이름은
[최가람] 이었습니다.
최가람을 잘 모르시는 분은
[변길섭 최가람 데져트폭스] 를 검색해보시면 압니다.
그때 느꼈습니다. =_= 이윤열 최연성은 사람이 아니구나....
* 린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5-08-15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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