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인 제목에 놀라 클릭하신 분도 있으실텐데요.
실은 일본 itmedia 게임즈에서 연재된 '왜 사람들은 게임에 빠지는가?' 라는 제목으로 기재된 연재기사를
이전 게임회사에서 일할 당시 팀원들과 공유하고자 만들었던 문서를
우왕 추천 한번 받고자 정리해서 시리즈로 올리려고 합니다.
MBC의 게임 폭력성 실험 같은 말도 안되는 내용이 아니라 글 제목 그대로
사람들로 하여금 게임에 빠져들게하는 게임만의 매력이란 무엇인가 알아보자는 내용입니다.
지금까지 봐온 많은 게임개발자들이 '이전부터 있었으니까', '다른 게임도 하니까' 하는 생각만으로
게임을 만드는걸 너무 많이 봐온데 대한 아쉬움이 남았었는데요.
그래서, 게임이 왜 사람들로하여금 빠져들게하는지 시작해볼까 합니다.
1. 왜 플레이어는 메뉴얼을 읽지 않아도 게임을 즐길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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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퀘스트] [슈퍼 마리오] 의 대히트 비밀은 게임 초반 장면에 숨겨져 있다!
드래곤퀘스트(이하 '드퀘')는 1986년 첫 시리즈가 나온 이후 일본의 국민 RPG게임이 되었습니다.
지금이야 RPG가 게이머들에게 많이 알려지고 접하게 된 장르이지만,
드퀘가 처음 발매한 당시만 해도 RPG란게 뭔지도 모르는 플레이어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드퀘는 어떻게 히트했을까요. 사람들은 그 이유 중 하나를 게임이 나오기 오래전부터
게임잡지 등에서 여러 차례 기사와 광고를 게재한 덕분이라 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게임을 구매해서 플레이한 사람들(RPG미경험자)이라면 금방 질려버렸겠지요.
드퀘 히트의 비밀은
RPG 미경험자도 자연스럽게 컨트롤 방법 등의 기본 시스템을 이해하고
게임의 세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연구한 것 이 가장 큰 이유라 생각합니다.
드퀘 시작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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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이름을 입력하면, 왕이 플레이어(주인공)에게 '보물상자 얻기', '병사에게 말하기' 등
앞으로 무엇을 하면 좋을지 친절하게 조언하면서 시작합니다.
마찬가지로 병사에게 말을 걸면 열쇠로 문을 열고 계단에 가야함을 알려주고요.
플레이어는 필연적으로 보물상자에서 열쇠를 얻어 문에 사용함으로써 외부세계로 나아가게 됩니다.
말하기나 보물상자 얻기, 계단 이용하기 등의 기본 명령시스템을 자연스럽게 마스터하도록
교묘하게 만들어 넣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계산을 통해 무대가 마련되었기에
RPG 초보자도 눈깜짝할 사이에 기본 규칙과 조작을 학습하며 게임의 세계에 빠지게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 게임에 감화된 플레이어들을 통해 친구들에게 전파됨이 대히트로 이어졌다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액션 게임을 예로 들어볼까요. 1985년에 나온 역사에 남을 명작 액션게임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의 게임시작직후인 월드1-1의 첫장면을 주목해봅시다.
게임 시작후 조금만 진행하면 블록들이 화면에 나타납니다.
블록을 살펴보면
[?] 마크가 붙어있는 것이 섞여 있는것을 바로 알 수 있는데요.
[?] 마크가 플레이어에게 '여기에 뭔가 있을지도 모른다구?!' 라는 무언의 호소를 하는 셈이지요.
그리고,
[?] 블록중 하나를 건드리면 그안에는 마리오를 진격의 거인화시키는 '슈퍼버섯' 이
숨겨져있음을 게임을 해본 플레이어라면 누구나 다 잘 아실 것입니다.
그런데, 이 '슈퍼버섯'. 여러분은 처음 플레이할때에 쉽게 얻었나요? 처음 나오는 적 버섯돌이에 잡혀서
죽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슈퍼버섯을 놓치지않고 잘 먹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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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버섯은 나오자마자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성질이 있기에 일반적으로는 그대로 방치하면 화면밖으로 사라져버립니다.
하지만, 월드 1-1의 첫 장면에서는 오른편에 파이프가 서있어서 버섯을 쫓아가지않아도 슈퍼버섯이 파이프에 부딫혀서
왼쪽으로 방향을 바꾸게 되어있지요.
즉,
마리오가 있는 방향으로 슈퍼버섯이 자연적으로 오도록 미리 계산한 스테이지 구성 이지요.
화면에 일일이 메이드가 나타나서 뭘 클릭해라, 어디로 이동해라 등의 연출을 하지않아도
슈퍼버섯을 먹고 마리오가 파워업할 수 있음을 플레이어에게 전달해주는 멋진 스테이지 맵 구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노하우들이 쌓이고 쌓여서 요즈음 게임들의 새련된 튜토리얼 이 나온거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아무리 튜토리얼을 잘 구성했다하여도 누구나 느끼는 점이지만
게임 시작할때 나오는 튜토리얼 만큼 지루한 시간도 없을 것입니다.
게임개발자라면 어떻게하면 튜토리얼 없이 혹은, 내용을 줄여서
플레이어로하여금 빠르게 게임에 빠져들게 할까 고민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2. 왜 플레이어는 [하이 스코어] 에 빠져드는가?
- 거기에 산이 있기에 오른다... 아마 성취감?
'적들을 쏴서 파괴하는 쾌감'
'좋아하는 캐릭터에 몰입해 줄기는 것이 재미있어서'
'음악이 신나서 듣는것만으로도 즐거워서'
게임에 빠지는 이유에는 사람마다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이야 덜하지만
1980년대초반 플레이어가 게임에 열중하게 된 큰 요인 중 하나는
[하이 스코어] 임이 틀림 없습니다.
오락실게임들 대부분 장르를 불문하고 화면에는 플레이어의 점수와 별도로 그날 플레이했던 플레이어중
가장 최고점수 즉,
[하이 스코어] 도 동시에 표시했습니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는 자신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알 수 있음과 동시에, '이 다음에는 저 점수를 내가 달성할거야!' 라는
도전 의욕을 크게 일으켜 게임에 빠져들게 했지요.
1978년작 스페이스 인베이더시절부터 하이스코어는 이미 존재
이번엔 1981년에 발매되어 지금도(에이..설마?) 오락실에서 활동중인 남코의 슈팅게임
[갤러그] 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이 게임은 자신의 점수가 상위 5위안이면 플레이어의 이름을 입력할 수 있는데요. 우선 다음 두 영상의 음악들을 한번 들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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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어떤 음악을 자주 들어보셨나요? 눈치채신 분도 있으시겠지만, 사실
[갤러그] 의 이름입력화면은
1위일때와 2~5위일 때에 서로 다른 곡이 흐르게 되어 있습니다. 1위 플레이어에게는 더 큰 성취감을 맛보는,
2위이하의 플레이어에게는 '잘했어. 다음에는 꼭 1위 해봐' 하는 위로의 음악 같지 않나요?
어쩌면 새로운 동기부여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러한 시스템은 이후에 발매된
[제비우스] 등의 게임에도 이어졌는데요.
1983년작 제비우스
대부분의 게임들이 이름입력을 3글자까지만 지원했는데 비해,
[제비우스] 는 10글자까지 이름입력이 가능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존 게임이 이니셜 정도만 입력이 가능했던데 비해, 긴 이름은 물론 알파벳 대소문자도 입력이 가능해서 자신의 이름을 적어넣어서
그 자리에 없던 다른 친구들에게도 '내가 이만큼의 점수를 냈어!' 라고 어필을 할 수 있게 되었지요.
1위 이름입력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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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위 이름입력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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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남코에서 만든 다른 게임도 이야기해볼까요.
1982년작 디그더그의 경우에는 게임오버시 최고 점수를 갱신했다면 팡파레를 울리며 플레이어의 점수를 크게 표시합니다.
'여기까지 도달한 보람이 있어!' 라는 달성감? 만족감을 더욱 배가 시키는 구조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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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게임에서는
[하이 스코어] 를 경쟁하는 시스템은 거의 사라졌고, 그대신 캔디크러쉬사가로 대표되는
카톡게임의 알림이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하이 스코어] 는 사라져가도
[업적] 혹은, 롤의
[랭크] 등으로
플레이어를 사로잡는 근본적인 시스템은 지금도 계승중입니다.
3. 왜 게임은 스테이지의 표시 방법에 집착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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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그더그] ,
[갤러그] 등의 게임에는 스테이지수의 표시방법에서 플레이어의 마음을 끄는 놀라운 장치가?!
초기 게임내에서 특히 액션, 슈팅장르에서는 점수와 함께 얼마나 플레이를 진행했는지 또한 플레이어의 실력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였습니다. 아케이드 게임은 스테이지 수를 표기함으로써 구경꾼들에게 플레이어의 실력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일종의 간판 같은 역할을 수행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까 이야기했던
[디그더그] 를 다시 이야기해볼까요?
화면 하단에 스테이지 표시가 "ROUND 5" 라고 누구나 알아볼 수 있게 숫자로 표시되어 있는데요.
실은 다른 곳에 스테이지 수를 표시한 부분이 있다는 거 찾으셨나요?
답은 바로 화면 우측상단의 피어있는 꽃 그림입니다. 작은 흰 꽃은 '1', 큰 붉은 꽃은 '10' 을 의미하는데요.
현재 스샷을 보니 스테이지 5를 진행중이네요.
이 꽃의 존재로 플레이어는 스테이지를 진행할수록 화면 가득 많은 꽃을 표시함으로
자신의 실력이 뛰어남을 맛봄과 함께 구경꾼들에게 나의 실력을 시각적으로 어필하는 효과 도 있다는
일석 이조의 장치가 숫자와는 별도로 꽃을 넣은 비밀이 있는 것입니다.
[갤러그] 에서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 들어있는데요.
스테이지수를 나타내는 마크로 각 1, 5, 10, 20, 30, 50 의 6종류 디자인으로 마크를 표시합니다.
멋진 디자인의 마크가 여러개 붙을수록 플레이어는
마치 훈장을 받았다는 달성, 우월감으로 다른 플레이어에게
가슴펴고 자랑하고 싶어지지 않을까요?
이런 훈장(?) 시스템은 다른 게임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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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으시는 아재분이라면 누구나 경험했을 독수리 몇개 금지...
주인아저씨에게 쭃겨나기 전까지 독수리 몇개까지 얻어보셨나요?
1984년 캡콤에서 나온 명작슈팅게임
[1942] . 이 게임은 스테이지를 어떻게 표기했을까요.
이 게임은 총 32스테이지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특이하게 처음 시작시 'LAST 32 STAGE' -> 'LAST 31 STAGE' -> ...
역으로 숫자가 줄어드는 표시를 합니다. 플레이어는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마지막이다!' 같은
현재 위치 와 실력을 객관적으로 판단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어쩌면 게임 오버후에도 '아아 몇 스테이지만 더 가면
최종스테이지인데!' 하는 아쉬움과 억울함에 컨티뉴를 하도록 유도할 겁니다.
이런 스테이지 수를 표시하는 작은 부분에도 플레이어가 게임에 빠져들도록 얼마나 많은 연구를 해왔는지 실감이 가시나요?
이제는 퍼즐류 게임외에는 이런 스테이지 연출을 볼 기회가 많이 적어졌네요.
캔디크러쉬사가나 앵그리버드의 스테이지맵 표시도 알고보면 이러한 연구와 노하우가 쌓이고 쌓여서 나온 결과란 생각이 드네요.
그럼, 모두 추석 잘 보내시고 다음에 꼐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