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토탈워 시리즈는, 그 긴 시간동안 훌륭한 역사 기반/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토탈워 : 아틸라는 2015년 2월에 발매된 작품으로, 현재 토탈워 시리즈의 최신작임과 동시에 전작인 토탈워 : 로마 2 의 시스템을 이어받은 후계자입니다.
비슷한 관계로는, 엠파이어 토탈워와 나폴레옹 토탈워를 들 수 있습니다. 엠파이어 토탈워에서 쌓은 기반을 토대로 좀 더 다듬은 것이 나폴레옹 토탈워인데요, 토탈워 : 아틸라도 유사합니다. 토탈워 : 로마 2 에서 부족했거나 아쉬웠던 점들을 다듬고 보강해서 나왔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토탈워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완성도 높은 작품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이번 작의 주인공은 아틸라입니다. 역사적으로 아틸라는 훈 족의 지도자로서, 피아를 가리지 않는 약탈, 방화, 실인 등으로 전 유럽을 공포에 빠뜨렸으며, 이러한 훈족을 피해 게르만 족의 대이동이 유발되어, 결과적으로 (서)로마 제국이 멸망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정작 본인과 훈족은 갑작스러운 급사로 인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지만요.
토탈워 시리즈는 이쪽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본 네이밍일 겁니다. 그래서 이번 소개글에서는 토탈워 : 아틸라가 기존의 토탈워 시리즈와 어떤 차별점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정주 민족과 유목 민족
타이틀 주인공이 아틸라인 만큼, 이번 토탈워는 바로 유목 민족이 핵심이 됩니다. 기존의 토탈워에서 유목 민족이 등장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미디블2 토탈워라던가) 이번에는 정식으로 플레이어블 세력이 된 것이죠.
결국 토탈워 시리즈는 전 세계의 영토를 장악하는 세계 정복 게임입니다. 그 말인 즉슨,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어 세력을 확장하는 게임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군대와 돈이 필요하며, 또 군대와 돈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영토가 있어야 됩니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땅따먹기 게임입니다. 기존의 토탈워 시리즈는 치열하게 부유한 영토를 강탈하여 군대를 양성해서 다시 다른 영토를 침략하는 식의, 말하자면 코에이 삼국지와 크게 차이가 없는 플레이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아틸라에서는 '넓은 영토'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예 이번 토탈워의 정식 시스템이자 핵심이 '초토화' 시스템입니다.
[일명 쥐불놀이라고 말하는 초토화. 청야전술을 정식 도입한 것입니다]
물론 분명히 영토가 넓다면 들어오는 수입이 많을 것이고, 그에 따른 여러 가지 장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아니, 이 게임도 본질은 땅따먹기 싸움인 만큼, 어느 시점 이후로부터는 분명히 영토를 늘려나가야 합니다. 하지만 무턱대고 영토를 늘리는 것은 방어할 곳은 넓어지는데, 군대가 다 커버하지 못하는 상황에 빠지게 만들 뿐입니다. 다음에 말할 [군단 시스템]을 참고하세요.
영토를 불태우면 상당한 돈이 들어오는 대신, 그 지방의 비옥도가 낮아져 몇 턴간은 농업이 제대로 활성화되지 않습니다. 그 뿐 아니라 파괴된 도시를 재건하기 위해선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실상 중후반 이후가 아니라면 재건할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때문에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지만, 또 태워야 할 땐 과감히 태우는 플레이어의 결단력이 필요하죠.
방어자 뿐만이 아니라 공격자 입장에서도 도시를 불태울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엔 약탈보다는 들어오는 수입이 적지만, 내가 차지하기엔 도시의 가치가 떨어지지만, 지리적으로 방어자에게 중요한 도시라 판단될 경우 불태워버림으로서 방어자의 방어 계획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유목 민족의 경우에는 불태우면 인구수도 늘어나구요.
유목 민족의 경우, 군단으로 떠돌아다니다 적당한 도시를 점령해서 정착했다가, 만약 세력이 위태롭거나 한다면 과감하게 자기 도시를 불태우고 다시 유목 생활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이처럼 기존의 토탈워의 경직된 침공, 점령, 방어의 플레이만이 아닌, 약탈과 방화, 이주 등 보다 전략적인 선택을 함으로서 (이 게임은 약탈의 디버프도 별로 없습니다.) 당시의 세계관을 제대로 맛 볼 수 있습니다.
[2] 군단 시스템 (이것은 정확히는 전작인 로마 2를 기반으로 계승한 겁니다)
코에이의 삼국지에 비유하자면, 기존의 토탈워가 군주제라면, 이번 토탈워는 장수제인 셈입니다. 원래 기존까지의 토탈워는 장군/장수라는 개념이 희박하여, 냉정하게 얘기하자면 장군은 병력에게 버프 주는 버프 셔틀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즉, 장군이 지휘하지 않는 대/소규모 부대도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었고, 그런 부대들은 빈 영토에 주둔시켜 치안을 유지하는 등의 역할을 담당하곤 했죠.
아틸라는 다릅니다. 이제 장군없이는 군대도 없습니다. 기존처럼 장군없는 몇몇 소규모 치안 부대를 도시에 주둔시키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거기다가 이 '군단'은 나라의 국력의 영향을 받아 소유할 수 있는 숫자도 한정되어 있습니다. 즉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하더라도 군단을 한계 이상으로 늘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하기에 플레이어는 신중하게 방어선을 구축하고 최소한의 동선으로 군단이 이동하도록 짜지 않는다면, 무리한 영토 확장은 도로 파멸을 부르게 됩니다.
여기에 더하여, 본래 장군이 이끄는 군단은 장군의 레벨에 따라, 장군의 스킬에만 영향을 받았즙니다만, 이제 군단은 군단 본연의 스킬이 따로 주어집니다. 군단과 장군은 별개의 존재라는 것이죠. 실제로 전투에서 크게 피해를 입어 군단이 전멸했더라도, 이 [군단의 전통]을 이어받은 군단을 다시 창설하는게 가능합니다. 이 재창단된 군단은 기존의 군단의 스킬을 그대로 이어받을 수 있구요.
[장군과 군단의 발전. 장군은 경험을 쌓을수록 스킬이 늘고, 군단은 전통을 만들어 나갑니다]
덧붙여 이 게임의 '멸망'은 모든 영토의 상실이 아니라, 모든 군단의 전멸입니다. 때문에 상대방의 영토를 모두 점령했다한들, 상대의 군단이 멀쩡히 살아남아 도주했다면 그 세력은 멸망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모든 군단만 전멸시켜도 영토가 하나라도 남아있다면 자동으로 군단이 생성되기 때문에 세력의 멸망은 영토 + 군단 모두를 소멸시켜야 합니다.)
[3] AI의 발전
토탈워 시리즈가 갈수록 AI가 똑똑해지는 경향이 있어왔습니다만, 토탈워 : 아틸라에서는 이 부분에서도 큰 발전이 있습니다.
전투 AI를 먼저 예로 들자면, 가령 기병을 AI가 운영할 시, 무턱대고 창병에 꼬라박는다거나 이런 일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우회기동하며 아군의 약한 유닛 (궁수 부대 등)를 집중 공략하는 움직임을 보입니다. 그 밖에도 증원군이 존재할 경우, 증원군과 따로 각개격파되지 않도록 본군이 기다렸다가 증원군과 함께 다가오는 등, 여러모로 영리한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외교적인 측면을 예로 들자면, 전작들은 보통 영토가 넓어질수록 강해지는 플레이어를 견제해야 했기 때문에 꽉막힌 AI로 유명했습니다. 그 유명한 쇼군2 토탈워의 렐름 디바이드라던가 말이죠. 이번 작은 강해지는 플레이어를 견제하는 것은 훈족에게 맡기고 (아틸라가 생존할 시 훈족은 모든 유닛의 유지비가 0이 됩니다. 무제한의 병력이 마구 밀어닥치는 참사를 볼 수 있습니다...) 외교 AI가 정상적으로 돌아왔습니다.
일단 기본적인 군사 동맹부터, 단순히 서로 싸우지 말자는 불가침 조약, 또는 군사 동맹보다는 하위 개념이지만 네가 침공당할시엔 서로 돕겠다는 방위 동맹 등. 외교적 장치가 충분히 구현되어 있으며, 서로간의 자녀를 결혼시키거나 하는 정략 결혼도 가능합니다. 거기다가 이제 영토가 넓어지면 무조건 혐오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의 지도자의 성향상, 넓은 영토를 가진 플레이어를 오히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곳도 있습니다. (패권주의 성향 지도자의 경우 영토가 넓은 지도자를 흠모합니다.)
[4] 공성전의 변화, 육/해전의 통합 (이 부분도 정확히는 롬2를 계승한... 사실 롬2와 아틸라는 한 몸으로 보시면 됩니다.)
아무래도 성을 끼고 싸우는 수성전을 진행하면 방어자가 공격자보다 상당히 유리한 만큼, 불리한 병력으로 공격자를 물리치기 위해서 성에 틀어박히는 경우가 많았고, 이것은 지나치게 토탈워의 전투가 공성전 위주로 흐르는 경향을 띄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아틸라 토탈워에서는 이러한 경향을 줄이기 위해서 각 지방의 '주도'를 제외한 도시에서는 성벽을 제거함으로서 지나치게 많은 공성전을 줄였습니다.
[이탈리아 지방같은 경우 피오렌티아, 이탈리아, 네아폴리스 3 지역이 묶여서 이탈리아 지방이라 불리며 주도는 이탈리아입니다]
물론 그냥 일반 도시에서 수성하더라도 수성을 돕는 방어탑은 기본으로 있기 때문에 수성측이 좀 유리하긴 하지만, 성벽을 끼고 있는 주도가 아니라면 공격자측이 이젠 약간의 우위만 띄더라도 쉽게 이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반 도시에도 성벽을 갖출 순 있습니다만, 도시 테크트리 최종까지 올려야 하는데 시간, 기술, 돈을 모두 따져보면 중후반 이후에나 가능)
그리고 시대가 시대인 만큼, 전문 해군은 물론 있습니다만, 그냥 '육군을 바다에 내보내면 해군' 이 됩니다. 무슨 말이냐면, 그냥 육군 군단을 바다로 내보내면 자동으로 배를 타고 뿅 해군으로 변신해서 바다를 건너다닌다는 말이죠. 기존의 토탈워는 해군과 육군의 분리가 명확했기 때문에 육군이 바다를 건너려면 꼭 해군을 양성해서 해군에 탑승시킨 다음에 보내야 했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이러한 육군은 '배멀미'를 한다는 너프가 붙어서 다소 전투력이 약해지고, 또 전문적인 해군들과 싸우면 처참하게 깨집니다.)
더불어 바다를 끼고 있는 지역의 경우 해전과 육전이 통합되어 진행됩니다. 즉 공격자의 경우 바다와 육지에서 동시에 공략해 들어갈 수 있으며, 방어자 또한 양쪽 모두를 방어해야 됩니다. 해군들도 바다에 적이 없다면 육지에 상륙해서 육군을 지원할 수 있으며 부두를 끼고 싸움이 벌어지는 등, 좀더 재미있는 양상의 전투가 많습니다.
간략하게 줄여도 이 정도는 되는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요, 토탈워 시리즈의 차기작은 워해머라서 당분간은 역사를 기반으로 한 토탈워는 아틸라가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스팀에서도 토탈워 시리즈는 단골로 할인하니 토탈워 : 아틸라를 한번 즐겨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시간이 나면 한번 토탈워 : 아틸라 게임 플레이를 연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토탈워 : 아틸라 재밌습니다. 꼭 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