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북서부 지역. Ingress라는 게임의 NR15-ALPHA-12에 해당하는 곳이라는 일부 지역에서만 포켓몬 GO가 플레이된다는 사실은 일단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는 수준까지 검증이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새벽 3시가 다 되어가는 이 시각에, 달랑 포켓몬 몇마리만 잡고 모험을 끝낼 수는 없었습니다. 강원도 북서부의 최대도시 속초까지는 못 가더라도, 일단 사람이 모여 산다면 포켓몬 GO의 컨텐츠인 포켓스탑과 체육관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ComeAgain의 5차 원정
1차. 춘천시 동면 (실패)
2차. 화천군 간동면 (실패)
3차. 양구군 양구읍 (실패)
4차. 양구군 동면 (성공) - 그러나 시설물 미발견
5차. 양구군 해안면
다음 목적지는 양구군 동면에서 돌산령 고개를 넘어가면 나오는 마을, 해안면입니다. 펀치볼이라는 별명으로도 유명한 곳이지요. 산으로 둘러쌓여 있어 한국전쟁 당시 종군기자들이 화채(펀치볼) 그릇 같다고 붙인 별명이라고 합니다. 또한 제4땅굴과 통일전망대가 있는 북한과 가까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접경 지역입니다. 그런데 왜 그런 곳을 가느냐. 서비스 가능 지역의 경계 부근은 포켓몬이 잡을 수 있는 작은 동네이긴 하지만, 사람이 많이 모여 사는 마을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포켓몬 관련 시설이 없을 것으로 추측을 했습니다. 아무래도 주요 포인트에 시설물을 배치해놔야 게임하는 사람들이 안전하겠지요. 그래서 지금의 나에게 가장 가까운 곳이지만, 전국적으로 본다면 벽지 중의 한 곳인 양구 해안으로 출발했습니다.
역시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 좋다
춘천에서 출발한 지 2시간 넘게 걸려 여러 수수께끼들은 푼 뒤, 양구군 해안면에 당도하였습니다. 역시 예상했던 것처럼 다양한 종류의 포켓몬들이 출현하였고 저 멀리 포켓스탑 2곳과 체육관 표시가 보였습니다. 지도가 서비스가 됐다면 대략 어느 정도 위치, 어느 길을 따라서 가면 좋을지를 조금 쉽게 이해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지도가 없으니 그냥 방향만 보고 추측할 뿐이었습니다. 일단 체육관에 들어가려면 포켓몬 몇 마리를 잡아서 레벨이 5 이상은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2개의 포켓스탑 발견
그림이 뭔가 이상한데?! (저거 조각 작품입니다...) 인제군 원통에서 들어오는 방향 쪽 입구(그러니까 해안면의 북쪽, 그래봤자 얼마 크지도 않습니다)에 전쟁기념관이 있습니다. 두 개의 포켓스탑 중 하나는 이곳이고, 다른 하나는 기념관에 있는 병사 동상입니다. 의미심장한 장소에 포켓스탑이 있네요. 그리고 두 개의 포켓스탑 사이에 제가 발견한 양구군 유일의 체육관이 있습니다.
평화가 찾아오기를
전쟁기념관의 포켓스탑 사이에 전적비가 있습니다. 세지점의 거리는 걸어서 3분도 안 걸릴 정도이고 한 주차장을 사용하는 시설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선정이 되어있는지 신기합니다. 당연히 무주공산일 체육관에 방금 잡은 제 포켓몬을 하나 올려놨습니다.
실은 갖고 있는 아이들 중 이놈이 제일 CP가 높아서…. 전쟁을 위로하는 자리에 있는 체육관인만큼 앞으로는 평화가 찾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가장 귀여운 삐삐를 올려놓았습니다. 여기까지 누가 찾아올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라도 좋으니 이 뜻을 알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평화의 삐삐가 되길.
뭐, 늦은 밤의 여행은 그곳에서 끝이 났습니다. 거의 4시간 가까이 운전을 해서 돌아다녔더니 슬슬 피곤해지기 시작하더군요. 집에서 와이파이님이 저를 찾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이제는 돌아가야 될 것 같았습니다. 조심조심 차를 몰아 흥미진진했던 NR15-ALPHA-12 구역을 빠져나와 다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처음에는 이게 뭐라고, 양놈들이 그리 매달리나 싶었는데. 이제는 내가 그 꼴이 되어버렸습니다. 추억이 어쩌고, 수집이 어쩌고라고 설명은 못하겠어요. 그냥 좋은 걸 어떡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