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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12/11 16:15:49
Name 딴딴
Subject [기타] 나만의 꿀팁: 게임을 즐겁게 즐기는 법.
1. 지금 이 순간 가장 하고 싶은 게임을 한다.

LOL 티어를 올려야 한다고, 퍼승 보너스를 먹어야 한다고, 하스스톤 일퀘를 깨야 한다고, 카카오톡 게임 하트가 다모여서 써야 한다고 루틴적인 게임을 하지 않는다. 그냥 지금 이 순간 가장 하고 싶은 게임을 한다.
공대를 뛰어야 한다고 매 주말마다 게임이 아닌 일을 하지 않았는지 되돌아 본다. 공대를 뛰어서 얻는 즐거움이 크다면 괜찮으나 어느새 기간이 길어지고 즐거움의 역치가 커져 더 이상 즐거움을 얻지 못한다면 다른 컨텐츠를 이용한다.


2. 공략을 보지 않는다.
대다수의 게임은 문제 해결 능력을 이용합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말이죠. 그런데 공략을 보는 순간 그 게임이 디자인 된 본질적은 측면은 무시한 채 내 라이브러리에 게임 1개를 추가하고, 끝까지 깬 게임이 1개 늘고, 티어가 오르는 콜렉팅적 성취감만 남습니다. 만약 게임이 콜렉팅적인 즐거움만이 존재했다면 저는 진작에 모바일 게임에 현질을 해서 몬스터들을 풀업했을겁니다. 아니, 그냥 옷을 콜렉팅하는게 더 가치있겠네요.
다만 공략을 보고 티어가 올라서 더욱 수준 높은 게임을 즐길 수 있다면 봐도 좋습니다.

3. 부캐를 만들지 않는다.
부캐는 결국 동형학습일 뿐이며 실력이 늘지도 않고 새로움도 없고 반복적인 활동일 뿐입니다. 부캐로 얻는 즐거움은 순간의 '승리' 혹은 새로운 콜렉션의 증가일 뿐이며, 부캐를 키우는 시간이 배로 늘어 본캐에 소홀하고 그 게임 컨텐츠를 모두 즐기지 못하고 똑같은 우물에 다시 몸을 담그는 즐거움만 있을 뿐입니다. 다시 온탕에 들어가면 피로가 풀리긴 하죠. 하지만 냉탕에도 들어가고 열탕에도 들어가고 녹차탕에도 들어가고 다양하게 들어가는게 더 좋습니다. 아, 롤플레잉 게임에서 다른 클래스의 캐릭을 즐기기 위한 부캐는 컨텐츠의 확장이니 여기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4. 수치적인 즐거움이 아닌 종합예술로서 즐거움을 주는가
기본적으로 프로그래밍으로 한땀 한땀 쌓아 올려진 종합 예술 작품인 만큼 숫자와 대단히 밀접합니다. 그러나 아예 수치를 전면에 내놓고 수치가 오르는 성취감을 메인에 내세우는 게임들은 종합 예술로서 게임을 포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6 일본도에서 +7 일본도가 되면 뭐가 즐겁죠? 전 하나도 즐겁지 않았습니다. 휴, 드디어 나도 조건 하나를 충족했네 이정도일 뿐이었습니다. 극대화 수치가 오르고 치명타 수치가 오르는 것 때문에 몬스터 머리 위에 숫자가 2000에서 2300으로 올라봤자 똑같은 몹사냥일 뿐입니다.
그리고 이적료를 조금 더 받고, 확장 로스터 시기에 다음 시즌 연봉 조정을 피하기 위해 열심히 손목을 돌려가며 슬롯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행위가 과연 내가 본질적으로 여기에서 즐거움을 얻나 의구심을 자아내게 합니다. 수학 문제집 한장 더 풀때 성취감이 더 뿌듯하겠네요.

5. 세이브&로드신공, 리세마라
제가 가장 싫어하는 행위입니다. 돈 안들이고 슬롯머신 땡기는 기분, 딱 그것일 뿐입니다. 아니 슬롯머신은 땡길때 손맛이 엄청나니 슬롯머신님께 실례이겠네요. 더 강한 시작을 위해, 실패로 얻는 페널티를 없애기 위해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행위는 매우 지루할 뿐더러 게임의 난이도 디자인에 심각한 붕괴를 초래합니다. 재미를 위해 다각도로 설계된 게임에서 어느 한축이 무너지면 다른 축들도 순식간에 와르르 무너집니다. 국어 문제를 풀 때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는것이 중요하죠. 그래야 문학작품도 한층 더 재밌게 즐길 수 있고, 단순하게 괴로운 공부가 아닌 즐거운 공부가 됩니다. 게임도 다르지 않습니다. 제작자의 의도와 빗나간 플레이가 더욱 재미를 줄 때도 있습니다. 스탑럴커가 그렇고, 리신의 인섹킥이 그렇죠. 그런데 그것이 아니라 리니지 피노가다를 하고, 다크소울 보스를 깨는데 피통이 줄어들지 않게 하기위해 어거지로 균형을 맞추는 플레이는 게임 디자인을 스스로 깎아내면서 즐기는 행위입니다. 음식에 비유하면 홍어를 먹는데 코를 막고 먹는것이랄까요? 그럴거면 그냥 생선회를 먹고 말죠.

6. 금전적인 가치는 지운다.
두가지 뜻이 담겨 있습니다. 하나는 게임에 충분한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가입니다. 학생 신분으로서 지금 돈이 좀 들어서 돈이 아깝지만, 와우 정액을 끊고 고레벨 컨텐츠를 즐길수록 재미있었습니다. 하스스톤에서 카드팩을 지르고 안개소환사를 사용하면 미드술사보다 승률을 떨어지는 잡덱이 탄생하지만 내 덱의 하수인들 모두 세지는 뽕맛과 그로 인해 교환각이 틀어지는 재미가 있습니다. 요컨대 게임에 돈을 써야 할 때는 쓰라 이말입니다. 패키지 게임을 사는 것도 그럿고 정당한 지불을 하면 그만큼 더 재미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는 그만하고 두번째가 좀 더 하고 싶은 말입니다. 캐릭을 키워서 팔고, 골드를 팔고, 아이템을 팔고, 팔지는 않더라도 내 계정의 가치가 현으로 50만원인데 여기서 누우면 안되, 여기서 카드깡을 할 수 없어, 골드는 쓰지 않고 모아야되. 재밌어보이는 컨텐츠여도 참자. 이런 마인드는 게임을 즐기고 몰입하는데 큰 방해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리니지1 의 작태는 더 이상 게임이라고 생각들지 않습니다. 그냥 일해서 돈벌고 말죠.

7. 미 투 게임보다 혁신이 된 걸작을 여러번 즐기는게 낫다.

많은 혁신적인 게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게임들을 모방하거나, 적어도 영감을 얻고 만든 게임들도 존재하죠. 후자도 얼마든지 완성도를 높히고 추가적인 요소들로 걸작인 게임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스타크래프트를 들 수 있죠. 그런데 그런 게임들은 어차피 충분히 거물이 된 게임들이라 원하지 않아도 즐길 순간들이 많고, 즐기면서 재미를 느끼고 계속하여 즐길것입니다. 그런대 대체로 오리지널 걸작들이 해당 장르, 해당 방식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그 방식을 이용하여 줄 수 있는 재미를 정확히 찌릅니다.
혁신은 사실 멀리있지 않습니다. 여러 좋은 요소들을 종합하고 완성도를 높히기만 해도 얼마든지 혁신적인 모습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아예 DDR 같은 새로운 게임만을 뜻하는것 아니란 말이죠.
저는 디아2가 그 후 비슷한 아류 게임들보다 재미있었고, GTA가 샌드박스류 다른 게임들 어떤것을 가져와도 제일 재밌습니다. 플랫포머 게임중에선 슈퍼마리오만한게 없더군요. 그도 그럴것이 혁신이 되어 나온 작품으로 때돈을 번 제작사가 그동안 가진 혁신성 + 노하우 + 새롭게 번 자금으로 또 다시 좋은 작품을 만들 수 밖에 없죠.

더 있지만 지금 글을 마쳐야 하고, 큰 틀은 얼추 다 쓴것 같아 마지막으로 요약하면

게임을 본질적으로 즐기는 것에 목적을 두자입니다. 특히 저는 콜렉팅적 요소를 몹시 싫어합니다. 대다수의 콜렉팅적인 요소는 노가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경우가 많더라고요. 리들러의 트로피를 모아봤자 그거 맵 구석구석 보는 즐거움을 좀 더 줄 뿐, 말미에는 플레잉타임이 급격히 늘어지면서 고담시티 특유의 암울한 분위기가 열화되고 그냥 도시로 보이게 되더라고요. 유효기간 내에 즐길 컨텐츠만 즐기는게 좋더라고요. 뷔페가서 굳이 모든 음식을 다 먹어야 할 필욘 없잖아요?

리그오브레전드도 티어를 올리는 게임이 있지만, 서로 키보드 붙잡고 정치질하면서 억제기 밀리다가 다시 화해하고 힘을 합쳐 역전하는 진흙탕 게임이 더 재밌습니다. 사람이랑 하는 게임이니 사람 사는 공간이란 느낌이 들더라고요.

마지막으로, 게임이 재미가 없을때 접는것이 가장 게임을 잘 즐기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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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무무
16/12/11 16:24
수정 아이콘
당신에게 플래닛 코스터를 추천합니다!
gallon water
16/12/11 16:31
수정 아이콘
막줄에서 추천입니다
진짜 재미도 없고 스트레스받으면 접는게 최선인듯
16/12/11 16:34
수정 아이콘
저는 사람이랑 하면서 느끼는 스트레스를 피하려고 왠만하면 콘솔 게임 위주로만 합니다. 그것도 플스로만..
똑같은 FPS라도 여긴 키보드가 없어서 부모님 안부를 잘 안묻더라고요.
16/12/11 16:40
수정 아이콘
6번이 중요합죠..
계정에 쓴 돈때문에 못접고 붙잡고 있다가 재미도 없고 스트레스만 받게 되는거 같습니다.
페리틴크
16/12/11 17:07
수정 아이콘
게임을 하는 목적을 즐거움에 두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그런데 어떤 이는 꾸미기에서, 어떤 이는 랭킹 상위에 드는 데서, 어떤 이는 던전의 최초 공략의 성공에서 다른 데서 얻을 수 없는 게임만의 즐거움을 찾습니다.
나와는 전혀 다른 데서 즐거움을 얻는 그 사람들은, 그즐거움을 획득하기 위해 그 전까지의 스트레스를 감수하기도 하더군요.
미투 게임을 나올 때마다 하는 이유가 이 게임에서 못 해본 랭커를 저 게임에서 달성해보기 위해서, 라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그래서 몇 가지의 단정적인 표현에는 동의하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은 재미 없을 때 접으라는 것에는 그 어떤 말보다도 공감합니다.
저 또한 게임은 결국 즐겁기 위해 하는 거니까요. 그 즐거움을 얻는 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
16/12/11 17:13
수정 아이콘
2번항 전부와 5번항 리세마라 금지는 저도 적극 추천합니다.

다만 나머지 항목들은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요소가 조금 있네요.

유명한 Dr. Mondo의 명언처럼 가고 싶은데로 가야지 이렇게 가는건 되고 저렇게 가는건 안되고 정해놓은 룰이 많으면 그것도 나름 스트레스라고 봅니다.
16/12/11 17:25
수정 아이콘
6번 백배 공감합니다
지금까지 쓴 돈이 아깝다고 게임 계속 하면 주기적으로 나가는 돈때문에 부담과 스트레스만 커지더라고요
그냥 재미없다 싶으면 바로 손 털고 나가서 다른 게임 찾는게 백배 낫습니다 크크
Arya Stark
16/12/11 17:32
수정 아이콘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하는게 제일 좋은데 혼자 하는게 아니니 최소한만 지키는 거죠.
송하나
16/12/11 17:42
수정 아이콘
저랑 반대인 부분이 많으시군요 크크
저는 좀 팍팍한게 재미있는 타입입니다.
게임내 업적을 달성할 때 재미를 느끼고 그 때문에 공략은 언제나 필수죠. 공략 없는 게임이란 처음 시작할 때 이 게임이 재미있는가 없는가를 탐색할 때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부캐와 세이브도 실력을 키우기 위한 수단으로 적극 사용중이네요.
게임을 즐기는 데는 여러 취향이 있으니까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Nasty breaking B
16/12/11 18:20
수정 아이콘
이런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면 이야기할수록 게임의 종류는 극히 다양하고 즐기는 방식도 사람마다 제각기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더군요.
16/12/11 22:56
수정 아이콘
이 말씀에 동의합니다. 무엇을 통해 즐거움을 얻느냐, 하는 문제는 그야말로 제각각의 영역이더군요.
즐겁게삽시다
16/12/11 18:48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가 진짜 게임을 너무 하드하게 즐기는 것 같아요. 현실의 대리만족 같다고 해야하나? 현실에서 안풀리는 걸 게임 속에서 성과를 얻고 남보다 우월함을 느끼려는 경향이 진짜 큰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게임을 별로 안좋아해서.
그냥 딱한판하고 즐기고 끝나는 게임이 좋아요.
16/12/11 18:50
수정 아이콘
저는 단한가지의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던 게임이 좀 지루해진다 싶으면 지우고 다른게임을 한다.
그래서 그런지 게임 자체가 재미없다고 느낀적은 없어요.
지나가다...
16/12/11 18:51
수정 아이콘
1. 혼자 한다.
이게 제가 게임을 할 때의 대원칙입니다. 여럿이 하면 하고 싶을 때 하고 하기 싫을 때 안 한다를 실천하기가 어려워지더군요.
나머지는 그때그때 달라집니다. 오히려 어떤 한 가지에 집착하는 게 즐거움을 가로막을 때가 있어서요. 필요하면 리셋 노가다나 레벨 노가다, 아이템 노가다도 하고, 내키면 노세이브나 노다이, 타임어택 등 야리코미에 도전해 보기도 합니다. 공략도 봐야겠다 싶으면 보고, 이 정도는 혼자 해결해 보자 싶으면 안 봅니다.
은때까치
16/12/11 19:25
수정 아이콘
1번, 막줄에 정말 공감합니다.
게임이 어느 순간 의무나 관성처럼 느껴질 때, 이때가 바로 그만둘 때죠.
해가지는아침
16/12/11 19:27
수정 아이콘
하고 싶을때 하고 싶은 방식으로 하는 게임이 최고 재밌죠. 그리고 막줄 공감합니다.
16/12/11 20:19
수정 아이콘
제 게임라이프를 환기시켜주는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16/12/12 09:44
수정 아이콘
게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니까요~
멍멍머멈엉멍
16/12/12 22:45
수정 아이콘
댓글에서만 봐도 다양하네요~
16/12/14 16:04
수정 아이콘
남들과 부대끼고 욕설이 오가는 걸 버티고 게임 따위에서 뛰어나봤자 딱히 의미도 없을 뿐더러,
지금의 나는 결국 그럴 시간도, 능력도 안된다는 걸 파악합니다.
그리고 친구들과 만나면 게임 얘기도 하지만 사는 얘기, 집안 얘기가 더 많아지는 시점이 되고,
게임방보다 술집을 술집보다는 집을 더 생각하게 되면서부터 집에서 쉬는 날이되면
그래도 예전에 날렸던 생각하면서 솔플 시나리오가 좋다는 게임들을 찾게되고,
엔딩을 보지도 못하는 게임들이 라이브러리에 쌓여만 가는 걸 보면 나이먹었다는 걸 느끼게 되네요.
가치파괴자
16/12/19 18:02
수정 아이콘
이런글만 봐도
이게 상을 휩쓴 게임이라면서 추천해주지만
그걸 재미없다고 했을때 이해를 못하는 분들,
너가 게임을 잘 모르네 라고 하는 친구들 볼떄마다 갑갑합니다

게임에도 취존이라는게 있는 법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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