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4개의 단상으로 제가 해봤던 게임들과 방송으로 봤던 게임들을 주관적으로 묶어서 글로 만들었습니다.
1월에 시간이 나서 한 것들에 가깝고, 1월 신작들하고는 거리가 멉니다.
[1. 5/5도발 왜하냐고! 역시 방송은 로그라이크와 훈수지!]
[이말년 작가의 5/5도발은 게임 방송 산업의 존재가치를 증명합니다.]
1월은 정말로 게임 방송을 보기에 즐거운 달이었습니다.
왜냐면 게임으로 방송되기에 정말 많은 게임들이 있었던 달이었거든요!
이 나비효과의 첫 번째 단추는 하스스톤에서 ‘미궁 탐험’이라는 요소가 나오면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해봅니다.
하스스톤에도 항상 모험모드가 있었지만 다 같이 방송으로 즐기기에는 조금 모자람이 있는 요소였는데요.
‘미궁탐험’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운적인 요소를 극복하며 자신이 원하는 덱을 만들자는 거의 새로운 게임 수준의
재미있는 요소를 더하면서 엄청난 파급력을 가지고 와줬습니다. 하스스톤의 본질이 바뀐 것은 아니기에 블리자드가
원한만큼 새 유저는 몰려들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새롭게 방송을 즐길 수 있게는 해줬습니다. 저도 포함해서요.
[이번 턴에 반드시 끝낸다!]
하지만 이 몰린 사람들은 하스스톤 자체에 애착이 있는 것은 아니니 결국 다른 게임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바로 슬레이 더 스파이어입니다. 엄청난 출시 타이밍이었습니다. 심지어 한국 방송계 입장에서는 한글화도 해줬습니다.
슬레이 더 스파이어는 정말 대단한 게임입니다. 매턴 수를 세면서 조심스럽게 카드를 고르고,
새로운 카드를 하나씩 넣고 빼고 넣길 거부하면서 주어진 다양한 환경을 극복하라. 비록 ‘앞서 해보기’이기에 작은
기술실증 수준의 깊이 밖에 안 되지만 그 안에서 어떤 큰 하자도 없습니다. 정말 준비 단단히 하고 다음에는 더 멋진
작품으로 상대해보겠다는 다짐이 느껴지는 ‘앞서 해보기’의 몇 안 되는 명작입니다.
한편 조금 더 복잡한 게임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도 괜찮은 게임이 두 개나 더 있었습니다.
데이 아 빌리언스와 낸터킷이 그것입니다.
[고작 좀비 디펜스가 얼마나 복잡하고 어렵겠냐고요?]
데이 아 빌리언스는 좀비 디펜스 게임을 철저하게 맞물리는 경영요소를
더해서 단순히 광클릭하는 슈팅게임이나 얕은 플래시 게임이 아닌 하나의 단단한 게임으로 만든 수작입니다.
벽은 겹겹히 깔고, 병사는 보충되어야하고 경제는 유지되어야하며, 열 칸의 벽이 있으면 한 곳은 약점인 그런 게임입니다.
물론 저는 제 입맛에는 아직 내용이 부실하고, 난이도 자체가 상당히 무자비해서 직접 하진 않고 방송으로만 봤습니다.
1월 말이 되니까 열풍이 조금은 약해졌습니다. 아무래도 이 게임 마케팅 자체가 초기부터 인터넷 방송에 비중이 컸던지라,
베타키를 나눠받은 방송인들에게 일찍부터 많이 영상을 올린 형태였기에
아직 정식발매를 한 것도 아니고 업데이트도 크게 없으니 힘이 빠지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낸터킷은 고래잡기 게임입니다. 그리고 턴제 전투경영게임이었던 Faster Than Light (FTL)의 후손격인 수작입니다.
[남자들이 힘을 모아 고래를 잡는 게임입니다.]
고래잡이는 목숨을 걸고 하는 것을 알려주는 고마운 게임으로서, 주사위를 잘못 굴려서 몇 턴을 쉬는 선원들,
고래의 몸통박치기로 턴을 까먹는 선원들, 물로 튕겨나가고 상처가 나서 빈사상태에서 체력이 빠지는 선원들과 함께
작살을 피해 턴을 까먹는 잠수하는 고래들, 주사위를 잘 굴려 일격필살로 선원 여럿 탄 보트를 깨부수는 고래들을
잡아서 더 좋은 배를 사고 더 먼 바다까지 나가 더 심각한 주사위 굴림의 쾌감을 맛보는 심히 다키스트한 게임입니다.
다키스트 던전하고 엑스컴 2에서 빠진 인원들이 이쪽으로 많이 가서 방송하고 있더군요.
초반 버전은 주사위 칸이 (사진에서 인물 초상화 아래 6칸의 펴져있는 주사위가 보이시지요?
거기로 눈이 와야 무언가를 합니다.) 빈칸이 많은 등 밸런스가 너무나도 나쁜 운 위주라 조금 평이 안 좋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꽤나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계획대로 항해가 잘 되어 가면 선원들이 민요를 부르는 데 정말
분위기 살고 좋습니다. 아직 또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과 달리 다른 메뉴로 조금만 넘어가면 끊기지만요.
[두툰 작가가 말하는 로그라이크 게임이란]
이 세 게임의 공통점은 어느 정도는 훈수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정확히는 ‘운’이라는 요소가 항상 개입하기에,
결국 어떤 선택을 하던지 간에 미련과 나비효과가 남아서 ‘아 ~~~말지!’라는 말이 입에서 자동으로 나오게 됩니다.
물론 이걸 느낄 때마다 다 입으로 떠든다면 좋은 관전매너는 아니겠지만요.
또한 모든 것이 계획대로 잘 돌아갈 때는 적들이 불쌍해지는 몰살의 눈덩이를 굴리는 쾌감도 줍니다.
이때는 훈수를 했던 사람도, 가만히 있던 사람도 다 같이 힘들었던 시절을 생각하면서 우와아아 소리만 내질러도 충분하죠.
이렇게 사람을 흥분시키고 고조시키면서도 복잡한 수싸움은 빼지를 않으니 고도의 지적쾌감을 제공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로그라이크라는 장르는 게임방송 흥행에 아주 좋은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유다희!]
예를 들어, 저는 컵헤드의 디자인을 보고, 제가 ‘런앤건’ 장르를 ‘메탈슬러그’, ‘스핀마스터’, ‘록맨 시리즈’ 로
배웠다보니 스테이지식 진행이 아니라는 것에 이것이 인디 게임의 한계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건 매우 성급하고 잘못된 평가였습니다. 컵헤드는 죽으면서 배우는 게임이고, 스테이지 자체가
보스만 있으니 재시도는 감정적으로 간단한 일이 됩니다. 다른 과정에서 탓하고 속이 쓰릴 이유도 없애주고요.
요즘 몬스터 헌터 월드 방송도 쉐리 등 여러 방송인을 통해서 감사히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요.
몬스터 헌터 방송은 처음 봅니다만, 몬스터 헌터의 수레는 다크 소울의 유다이와 상당히 비슷한 개념 같더군요.
보스에서 졌으면 다시 보스에게 가면된다. 다른 과정은 단순히 조금씩 챙기는 요소에 불과할 뿐이다라고요.
그리고 이걸 다 알면서도 고의로 비튼 악의로 가득한 게임이 다름 아닌 항아리 게임이었고요.
비슷하게 다키스트 던전의 경우에도 컨텐츠가 고갈된 것도 있지만,
이 점을 대놓고 부정하면서 지친 사람들이 떠나는 일도 많았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빠른 재시작 덕분에 1월은 매우 재미있었습니다.
[2-1. 아 떡밥 아시는 구나! FNAF 유행에 대한 단상]
방송 말고 직접 게임을 하는 이야기를 좀 해보자면
이번 1월에 제가 시도만 하고 막상 하지는 못한 오래된 게임이 있는데요.
바로 언더테일입니다.
언더테일이 나온 지 꽤나 됐습니다만, 순수하게 즐기기에 너무 오래되어버려서 아직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단상과 다음 단상에서는 ‘아 떡밥 아시는 구나!’라는 주제로 좀 길게 투덜거리고자 합니다.
저도 해본 적이 없으니까 잘 모르겠습니다만, 언더테일은 보이는 것 이상의 게임이라고들 합니다.
이 이상을 듣기도 했지만 저는 그 이상의 스포일러를 이 글에 적기를 거부합니다.
하도 뜬금없는 곳에서 이런저런 캐릭터 소개와 스토리 정리를 봤다보니 저라도 안 해야겠습니다.
도대체 언제부터 ‘아 언더테일 아시는 구나’ 현상이 시작된 것일까요?
저는 이것이 상당히 게임 외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 내적인 어떤 요소가 결합되면 특정한 스토리텔링이
된다는 것을 게임 제작자들과 게임 플레이어들이 동시에 인식하게 되었고, 그것이 유행이 된 것입니다.
저는 여기서 편의상 ‘FNAF 유행’으로 이 현상을 모두 묶어서 말해보고자 노력하려고 합니다.
이 모든 것은 시작은 ‘프레디의 피자가게’였습니다 (줄여서 FNAF입니다.)
하나. 지나칠 정도로 피투성이를 포함하는 기분 나쁜 요소를 포함합니다.
둘. 피투성이 요소를 제외하더라도, 플레이어를 대놓고 기분 나쁘게 하는 연출과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셋. 연출자체가 ‘설정된 주인공’보다는 ‘모니터 뒤의 플레이어’를 더 직접 겨냥합니다.
넷. 스토리는 배배꼬여있으며, 몇몇 단어들을 통한 간접적인 스토리텔링을 선호합니다. 제작자는 답을 주지 않습니다.
다섯. 위의 요소들이 본래 각각 게임성을 더 좋게 만드는 요소들이라는 점을 망각하고 관련된 연출 자체에 집착합니다.
여섯. 컨트롤적인 성취가 디자인에 포함되어있지 않은 게임이기에 직접 한 사람보다는
간접적으로 보고 떠들고 싶은 사람에게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저는 이걸 유행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어떤 요소가 한 단계를 건너뛰어서 집단적인 압박감을 준다는 점에서 유행이라는 단어랑 가장 잘 맞거든요.
게임의 요소에 불과한 것들의 묶음이 재미나 흥미라는 목표를 건너뛰고 혼자 나서고 있어요.
그런데도 혼자 뜬금없이 돌아다니는 유행요소를 알지 못하는 너는 답답하다,
왜냐면 나도 애초에 해보는 적이 없거나, 해봐도 해본 사람만의 성취는 애초에 고려가 안 되어있는 게임을 한지라,
이 게임이 왜 좋은 지는 나도 사실 잘 모르겠다. 단순히 유행이라서 좋다고 인정하기에는 내가 단순하다는 욕설 같아
타인에게 화를 풀면서 내 속을 달래겠다. 뭐 그런 것이겠지요. 평범한 유행입니다.
[좀 더 나은 사람이었다면]
FNAF는 고급 게임이 아니었습니다. 인디 게임이었고, 그 중에서도 A를 지향하지 않는
대놓고 B급 호러 게임이었습니다. B급 호러라는 것은 항상 금기되던 피칠 갑으로 정서를 자극하는 것이 매력입니다.
이런 정서적인 결합이 FNAF에서 앞서 말한 하나의 ‘형태’로 ‘완성’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FNAF자체가 이렇게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되는 것에는 동양과 서양의 정서적 결합이 필요했고요.
동양에서는 ‘콥스파티’부터 시작된 알피지만드기툴(약칭으로 알만툴, 또는 일어약칭을 변용해 쯔꾸르) 게임들의 정서적
전개가 있었습니다. 투다다닥 거리면서 한 번에 한 칸씩 정직하게 붙는 괴물들, 인벤토리 열어보기, 화면가득 불편한
그림으로 채우기 등. 이런 식의 일본식 인디호러계열들은 일본 특유의 ‘뒤틀린 세상을 기발하게 제시한다’
라는 이야기 구조를 보존하고 자신만의 게임성과 플레이문법을 가지며 하나의 유행이 되었습니다.
FNAF를 지배하는 팬들의 정서는 다름 아닌 이쪽의 정서입니다. ‘나는 내장투성이 반전을 타인과 시시콜콜하게
떠들고 소속감을 느끼면서 배덕감을 무마시킬 수 있다. 어차피 제작자는 스토리 해명에 관심도 없으니
내가 떠드는 것이 곧 진리이다‘ 라는 식의 정서 말입니다. 몇 년 전 모게코 열풍이 불었다가,
다행이도 제작자 모게코가 한국과 외교적으로 적합하지 않은 이야기를 한적에 시들어졌었는데요.
저는 시간이 지나면서 어차피 존재할 문화적 토양은 충분하니, 이런 뒤틀린 정서가 배출구를 찾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이런 정서적인 필요에 결합해준 것이 슬렌더맨 게임 Slender : The Eight Pages의 자손인 서양인디호러게임입니다.
이들도 나름대로 전통적인 방식이 있었습니다. 시간제한 살아남기와, 화면에 튀어나오는 귀신, 도시괴담 형태의 소재,
이야기를 똑바로 할 생각이 전혀 없는 제작자. 가만히 보면 위와 결합될 겹치는 요소들이 많습니다.
이 둘이 겹치면 뭐가 나올까요? FNAF가 나옵니다.
온갖 B급 정서의 배출구가 등장하는 것입니다.
[끄음직한 호온종]
사실 지금은 아무리 생각해줘도 이런 저런 복잡한 감정덕분에 FNAF 1편을 좋게 봐주기는 힘들지만,
당시에는 분명 재미있는 인디호러게임이긴 했습니다. FNAF의 파급력은 분명 그 게임성에서 시작되었을 것입니다.
물론 개발자는 게임성에 스토리가 포함된다는 것을 잘 알고, 그것의 눈덩이를 굴리려고 했던 모양인데요.
덕분에 저는 아직도 이 게임이 ‘기발한 게임’이지. ‘잘 만든 게임’의 문턱에서 아래로만 굴러갔다고 생각합니다.
이 유행에 대해서 호의적으로 평하자면, FNAF 덕분에 이런 요소가 있는 게임들이 재발굴되었고 게임의 지평이
넓어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봅니다. 또한 2차 창작의 한계에 대해서 논의를 하게 되었지요.
하지만 부정적으로 평가하자면, FNAF가 직접 창시하지도 않은 부정적인 정서의 결합체가 인터넷에 풀리게 됐습니다.
FNAF 다음은 벤디와 잉크 기계, 그리고 언더테일까지 말초적이고 부정적인 정서를 가진 자들의 큰 목소리에 게임성이
묻혀버렸고, 언더테일 이후로는 공포게임이 아닌 곳까지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인터넷의 독성이 올라간 사건 중 하나로 인터넷의 역사에 기록될 겁니다. 다른 많은 사건들과 함께요.
다행이도 이러한 소동 속에서도 괜찮은 작품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B급 호러정서와 게임성을 둘 다 잡은 게임들이요.
[귀여운 포니가 나오는 오락실 게임 해보실래요?]
대표적으로 저는 포니 아일랜드를 매우 재미있게 했습니다. 감춰진 스토리를 직접 찾아야하고,
모니터 뒤 플레이어를 직접 조롱하는 입담들도 좋았습니다. 스탠리 패러블이 ‘이것은 게임이 아니다’였다면,
ICEY의 ‘게임이 뭘까요?’에 이은 ‘이게 게임일까 아닐까?’라는 흥미로운 주제를 그럴싸한 요소들로 소화해냈습니다.
[LISA]
LISA: The Painful RPG도 좋았습니다. 저는 아직도 ‘FNAF 유행’이 이 게임을 빗겨나간 이유를 잘 모르겠는데요.
이미 MOTHER 시리즈의 골수팬들이 자리를 지키고 대신 지지하고 있으며, 크큭.. 살육이다.. 중2병 정서보단.
타인의 살가죽과 담배와 마약이 자주 등장하는 퇴폐적이고 염세적이며 불편하고 무거운 분위기,
정말로 기분 나쁜 방식으로 해석의 여지가 없이 닫혀있는 결말 등의 요소가 ‘FNAF 유행’과 비슷하면서도 도리어
상극인 부분이 많아서 비껴나갔다고도 볼 수도 있지만 왠만하면 다 좋아하는 친구들이 이건 안 좋아하더라고요.
폭력에 대한 찬사였던 게임 ‘핫라인 마이애미’는 ‘Do you like hurting other people?’,
‘다른 사람에게 해를 입히는 걸 좋아하나요?’라는 주제로 생각할 여지를 주었습니다.
한편 이 게임은 묻습니다.
학대받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구해진 세상은 엄청 뒤틀리지 않을까요?
아무튼 언더테일의 반전을 글로 다 읽어버렸고요. 감사합니다. FNAF 유행.
그래서 이걸 분석하면서까지 구체적으로 투덜거리고 있습니다.
일단은 그래서 아직 저에게 성역으로 남아있는 두근두근 문예부를 해보려고 합니다.
재미있다고 하더라고요.
[2-2. 아 떡밥 아시는 구나 2! 떡밥과 로어]
‘FNAF 유행’은 분명 정상적인 사람들에게는 불쾌한 유행이지만,
그 안에 있는 요소요소들은 기존에도 잘 사용되던 기법의 뭉치에 불과합니다.
플레이어를 대놓고 기분 나쁘게 하는 피투성이 반전과 도저히 대놓고 말해주지 않는 ‘간접적인 스토리텔링’은
광기를 다루는 ‘코스믹 호러’에서 아주 잘 다루는 수법입니다. 러브크래프트 선생님이 백년도 전에 정리했었죠.
그래서 와아 피나온다. 님들 언더테일 아시는 구나! 뇌피셜로 아는 플라위의 성격은 그게 아니에요! 바보!
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이런 요소를 게임에 받아들인 유저들은 적당히 코스믹 호러에 대한 오마주로 근엄해집니다.
다크소울 시리즈의 이야기는 알기 쉬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모두 단편적으로 간접적인 스토리만 제공해주며,
주인공은 세상에서 전지적인 이야기꾼이 아니라, 단지 내던져진 모험가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특유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게 하는 방식을 고집합니다. 그래서 덕분에 유튜브에서는 VaatiVidya라는 유튜버가 2012년부터 계속해서
이야기를 아이템, 연출, 인터뷰, 대사 등등에서 수집하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마치 진짜 역사가처럼요.
[VaatiVidya 영상의 예시]
다크소울은 물리적인 게임성도 대단하지만 스토리를 다루는 방법에 있어서도 좋은 선례를 남겼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세계를 따로 때어놓은 블러드본에서는 처음에는 괴물, 다음에는 질병, 그 다음에는 우주로 가는 반전은
작품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보스전의 긴장감을 높여주는 것으로 게임성을 살려줬습니다.
다만 코슴의 어버이 없는 아기친구는 역시 부모님이 없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난이도를 제공해주네요.
흠흠. 저는 손이 느리기에 방송으로만 봅니다. 블러드본은 직접하고 싶긴 하지만 컴퓨터만 있어서요.
이런 식의 스토리텔링의 끝판 왕에는 웹게임 ‘폴른 런던’이 있습니다.
(게임 주소는 http://fallenlondon.storynexus.com/ 입니다.)
거울 뒤의 세계에는 뱀들이 가득하고, 잠이든 사람의 몸을 뺏기 위해 밤마다 튀어 나옵니다.
하늘은 커다란 동굴이고 해가 지어버린 제국의 영국인들은 동굴 밖으로 나가면 타죽습니다.
별들과 바다는 사랑을 나누었고, 잘못된 결합으로 인해 분노한 바위는 암초가 되어 바다를 떠 돕니다.
우울한 런던 사람들에게 악마들은 동굴 밖 유럽인들의 행복한 기억을 고문으로 뜯어 영혼을 받고 팝니다.
폴른 런던은 10분마다 행동력이 1회복되는 웹게임입니다. 이야기를 더 진행하려면 반복해서 퀘스트를 하고
특별한 아이템을 구하거나 더 높은 능력치를 만들어야합니다. 대놓고, 조금 더 느리게 읽는 소설에 가까운 게임입니다.
세계관은 매우 꼬여있고, 단어들은 다 만들어낸 단어들입니다.
심판자들과 별나라에서 온 상인들 사이의 관계, 가짜 별들이 무엇이고,
다섯 번째 도시와 네 번째 도시의 후손은 누구이며 그들 사이의 ‘운명’까지.
저도 정확히 스토리를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더럽고 우중충한 빅토리아 시대 영국을
공포스러운 반전이 가득한 별나라 이야기로 풀어낸 것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한 일 년 가까이 하고 있습니다.
잊을 만 할 때마다 하루에 두 번 접속해서 조금씩 스토리를 보는 맛에 합니다.
[태양 없는 바다]
선레스 씨라고 PC 게임판으로 나온 것도 해봤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폴른 런던하고 정말 다른 게 없습니다.
스토리 요만큼 조금씩 줄 거면서 계속 그동안 뺑뺑 배달 다니고 괴물들 잡아서 아이템 모아오는 게임입니다.
게임을 위한 게임보다는 팬들을 위한 이야기를 더 얻는 미니게임을 돈 주고 파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그래도 웹게임의 반복량과 PC 게임에서 요구되는 반복량이 다른 덕분에 폴른 런던의 이야기를 확실히 더 잘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가짜 태양과 불타는 이름에 대한 이야기는... 먹먹했습니다.
동쪽 끝의 녹색바다에는
불가능한 산맥이...
그리고 그 너머에는...
.................
하지만 폴른 런던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던 개발자 알렉시스 케네디는
폴른 런던이 자신이 원하는 것만 하기에는 모두의 커다란 세계가 되었다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만들 회사를 차리겠다고 나갔습니다.
그리고는 이번년도 7월 1일을 목표로 컬티스트 시뮬레이터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컬티스트 시뮬레이터 트레일러]
세상을 왜 불태우고 싶을까요. 호기심 때문에, 알아서는 안 돼는 그 이야기가 너무나도 흥미롭기 때문에.
사람이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 하는 본능으로 판도라의 상자도 열어봤다는 케네디의 사상을 반영한 트레일러입니다.
여기서도 이야기는 한마디도 안 해줍니다. "나방", "새벽", "추종자" 같은 단어들만 가득하네요.
[어차피 죽을 것 마시고 죽게, 맥주라도 주시면 안 돼요?]
[오늘도 무사고.]
그렇지만 최근 가장 재미있게 스토리를 파보면서 했던 게임은 바로 국산인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이었습니다.
‘앞서 해보기’ 게임이라는 단점 덕분에 구매를 미루고 있었습니다만, 최근에 어느 정도 형태가 잡혔다고 해서
한번 구매해봤습니다. 그 결과로 이 게임을 강력 추천합니다.
날개란 무엇인가. A는 누구이고, 이 회사는 어째서 존재하는가? 로보토미 코퍼레이션 역시 스토리라고 하지만
이야기를 진행할수록 늘어나는 것은 사전적인 단어들을 의미하지 않는 만들어낸 단어들의 묶음 뿐 입니다.
하지만 머리를 터트리는 아편 꽃, 외로운 불타는 소녀, 욕망을 자극하는 빨간 구두, 죄책감의 죄수 등
여러 가지 등장 물체와 인물들로 알 듯 모를 듯 하게 이야기를 밀고 끌어줍니다.
본래 순수 실시간에 가까운 게임에서 턴제에 가까운 지금의 형태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저는 꽤나 재미있게 즐겼습니다. 순발력이 필요한 것 같으면서도 일시정지는 언제든지 가능한 사고력 게임입니다.
매우 간략화 시키자면, 한 괴물(환상체라고 지칭합니다.)마다 해서는 안 되는 동작이나 해야만 하는 동작이 있는
실시간의 탈을 쓴 턴제 시간 길이 관리 게임이고, 괴물들이 늘어나고 쌓이면서 미리 각 괴물들의 공략법을 분류하고
직원들을 능력치와 장비별로 배치를 잘하고 오늘 하루 피 보는 일 없이 무사하길 바라는 게임입니다.
어떤 괴물은 쳐다보면 탈출하고, 어떤 괴물은 쳐다보지 않으면 직원을 죽입니다.
어떤 괴물은 화나게 해도 별 지장이 없기에 상황이 가장 급하게 돌아가면 가장 먼저 방치하는 괴물이고,
어떤 괴물은 어떤 일이 일어나도 심지어 잘 기른 직원을 하나 바칠지라도 탈출 시켜서는 안 됩니다.
직원들에게 물리방어력 장비 밖에 연구해서 줄 것이 없다고요? 이 괴물은 층의 모든 직원의 정신력을 때립니다!
일시정지가 가능한 X-COM 같은 느낌이 듭니다. 항상 확률은 자신을 배반하지만 해결책과 차선책은 언제나 있습니다.
무엇보다 찜찜한 거대기업에서 중간관리자로 일하면서 거짓말하는 상사의 말을 듣고 직원에게 거짓말 하는 고충을
마음껏 느끼고 사태가 잘못 돌아가면 가장 먼저 누구를 바치고 어디부터 포기할지를 정하는 쾌감도 있습니다.
세일 없이 2만 1천원, 마침 이번주에 세일하여 2만원도 안 되는 가격으로 블랙기업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의 관리자 자리에 입사해보세요!
물론 단점이 없는 게임은 아닙니다. 일단 ‘먼저 해보기’이기도 하고요. 자체적인 튜토리얼이 매우 부실합니다.
그렇다고 방송을 보거나 공략집을 읽는다면 엄청난 양의 스포일러가 반겨줍니다.
그리고 이 게임은 애석하게도 재시작을 많이 하길 요구하면서 재시작 설계가 간단하지도 않습니다. 많이 잃어요!
거기에다가 근본 없이 만들어낸 단어만 집어던지는 이야기 전개 방식은 취향을 좀 탑니다. 회사의 비밀이 뭐요?
하지만 단순하게 생긴 직원들이 끔찍하게 생긴 괴물들에게 잘리고 으깨지고 감염되고 녹아내리는 괴상한 게임이
세상에 왜 존재하지 않고 있었는지 궁금하셨다면, '앞서 해보시기'에 내성이 있는 분이라면 추천합니다.
[3. 토끼가 말해주는 일본의 저력]
저는 리뷰를 좋아합니다. 특히 유튜브에 올라오는 다양한 리뷰들을 좋아합니다.
모든 리뷰들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게임 외적인 요소와 내적인 요소에 따라서 정말 다르게 생각할 수 있고, 호불호가 갈린다는 점이 재미있어요.
그 중에서 영어권 리뷰에서는 스토리와 납득 가는 스토리 연출에 깊은 관심을 가진 Super Bunnyhop의
리뷰를 상당히 좋아합니다. 그러다가 몇 주 전에 이런 리뷰를 올린 것을 봤습니다.
[2017년 리뷰, 일본의 부활]
슈퍼마리오와 젤다의 전설 등 일본 최신 게임들을 간단히 소개하면서,
언제나 누군가는 일본 게임은 시대가 지났다고 하고, 막장에 도착했다고 하지만, 스위치는 스타튜 밸리를 포함한 작품들의
경험의 저변을 늘려줄 것이며, 미국 게임들이 (대표적으로 EA) 랜덤 전리품 상자와 발전 없는 게임상을 보여주는 사이
니어 오토마타와 같이 플레이스테이션의 초기 전성기 게임들 처럼
만드는 사람도 재미있을 것이고, 하는 사람도 그 열정을 느끼면서 재미있을
독창적인 일본 특유의 저력이 담긴 작품들이 등장했던 것이 2017년이었다고 리뷰를 마칩니다.
저도 어느 정도는 동의하지만 완전히 동의하는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PC만 가지고 있기에 스위치 이야기를 열광하면서 들을 수 없다는 문제점도 있고요,
어느 게임 제작자들이나 그렇지만, 일본 제작자들도 문제 있는 회사들은 많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스팀에서 오오카미가 팔린다는 소식에 매우 기대하고 있던 사람인데요.
그 욱일승천기가 대놓고 나오는 일본 전통문화 붓질게임 오오카미말입니다. 결국 한국에서는 제한이 걸렸더라고요.
프레질 달의 폐허와 함께, 저에게 있어서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요소를 한 가지 주제를 위해서 내던진 작품이라면
바로 고를 작품입니다. 약간의 역사적 맥락만 고려했다면 일본인이 인식하는 자신의 전통에 대한 게임으로
남았을 텐데 참 아쉽더라고요. 왜색 그 자체인 게임이지만, 저는 한국에서 거상이 PC 게임으로 다시 나오지 않는다면
이 게임을 비밀스럽게나마 한 구석에서 계속해서 부러워 할 겁니다. 거상의 한국색은 정말로 고급 한국색이었죠.
[마지막 시리즈가 오픈월드였다고 이제는 아주 양산형 서바이벌 게임으로 만드시겠다?]
재작년 이맘때 메탈기어 서바이브라는 게임이 발표되자, 저는 형언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심지어 이번 년도 2월 20일 출시 예정입니다. 그래서 이 찝찝한 기분은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는 5편인 팬텀 페인에서 미완성으로 뜬금없이 끝나버렸습니다.
게임 자체를 못 만든 것이 아닙니다. 못 만들게 개발자 코나미가 프로듀서인 코지마 히데오를 내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서는 남은 인력과 자원을 대강 껴 맞춰서 좀비 서바이벌 모드 같은 걸 내놓고 메탈기어 서바이브라고
따로 판매를 하겠답니다. 맙소사. 저는 코지마 히데오가 회사를 차려 만들기로 한 데스 스트랜딩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직 개념정도 밖에 안 잡힌 것 같아서 뭐라 말할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지만요.
[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다!][이제 가서 전설이 돌아왔음을 알려줘!]
저에게 있어 메탈기어 솔리드는 동영상으로 가득차고 겉멋만 들은 스토리만 배배꼬인 작품이면서
동시에 남에게 멋있어 보이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독특한 취향을 가진 멋진 친구였습니다.
지역제한과 키보드에 대한 배려 없이 게임패드에 특화된 컴퓨터판으로 저를 공격하지만 그래도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이 시리즈가 회사 내부의 사내정치 문제로 끝났다는 생각을 하면, 일본 게임의 저력이 아니라, 단순히
닌텐도를 위시한 몇몇 회사의 저력이었다고 평가를 낮춰 부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본다면 아마 몇 년 뒤에는 다시 또 이번년도는 일본 밥이 먹을 것이 없다면서 반찬투정을 하고 있겠지요.
부디 다 같이 수준이 낮아지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앵그리 죠가 드래곤볼 파이터즈를 리뷰하면서
드래곤볼 제노버스 때와는 달리 랜덤으로 옷뽑기를 안한다는 것에 너무나도 기뻐하는 모습도 있었으니까요.
[4. 1월을 함께 해준 인디게임들] [4-1. 부족한 나와 친구가 되어줄래요? ]
앞서 떡밥에 대해서 투덜거리면서 했던 이야기이지만,
저는 일본에서 만들어진 작품의 매력 중 하나는 바로 충격적인 세상을 만들어서 던져주고는,
그것에 대해서 플레이어에게 온갖 고난을 던지고 카타르시스를 제공해준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의 학생들은 서로를 죽이기 위해 안달한 녀석들과 다를 바가 없다는 소설 배틀 로얄식 논리를
괜찮은 추리 및 반전게임으로 만들어낸 단간론파 시리즈는 정말 괜찮은 게임이었습니다. 저는 1편을 조금하다가
멈췄는데요. 제가 2편을 하기 위해서 별로 취향에 맞지 않은 1편을 먼저 하는 느낌이 없잖아 있다 보니
금방 지쳐버린 이유가 큽니다. 그리고 추리게임이 아니라 반전게임이여서 그런지 추리요소도 빈약하고요.
그런 저에게 어떤 한 게임이 세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좀 더 짧고 간단해 보이는 1BitHeart라는 게임이었습니다.
1BitHeart를 실행하면서 저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을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보나마나 끔찍한 이야기를 던져주고 낄낄거리는 일본식 알피지만들기 게임일 것이라고요.
제가 이렇게 부정적인 선입견을 가졌던 이유는 위에서 말했던 것 같은 ‘FNAF 유행’에 대한 피로감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1BitHeart는 정말 숨겨진 보물이었습니다. 저의 1월을 아름답게 해준 감동적인 이야기였어요.
[하나의 경...경험이었어...]
[대화시작!]
주인공 나나시는 마음을 읽을 줄 아는 능력을 가진 소년입니다. 고등학생이었지만, 세상과 어울리지 못하고 자퇴 후
집안에 은둔해서 사는 아이입니다. 그러다가 미래에서 한 소녀가 와서 말합니다.
‘잘못된 미래를 고치려고 현재로 왔어! 네가 친구들을 더 많이 만들면 세상을 구할 수 있을 거야!’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주인공에게 무슨 이야기가 주어질까요?
주인공의 능력은 마음뿐만이 아니라 정확히는 사람의 상태를 수치화된 숫자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사람이 자신에게 화가 났는지도, 화가 나지 않았음에도 화가 난 척을 하는지도 나나시는 압니다.
하지만 동시에 사회성과 자존심의 결여는 다른 사람들이 주인공을 괴팍하고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하게 만들어줍니다.
이 게임의 추리는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고, 생명치 바는 자신감을 뜻합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나나시는 점점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지요.
“네가 다른 사람에게 흥미만 느끼고 마음을 주지 않는다면, 친구를 사귈 수 없어.”
“스스로에게 그런 말하지 마! 다른 사람도 자신을 존중하는 친구를 사귀고 싶어 해!”
아주 현실성 가득한 작품은 아니고 스토리 진행의 편리함을 우선으로 둔 미래가 배경입니다.
그래도 모두 커다란 이어폰을 끼고 있으며 메신저를 쓰지 스스로 대화하기를 꺼린다는 소재는 상당히 참신했습니다.
다만 정교한 추리게임은 아니라 확실히 아 다르고 어 다른 추리 선택지가 워낙 많은 것이 단점입니다.
목숨 수치가 많아서 세이브를 불러올 일은 없었습니다만, 그래도 하면서 상당히 성가셨습니다.
그리고 스토리에 등장하는 등장인물은 몇 명 안 되며 나머지는 스토리와 별개로 다양한 마을 사람들과 선물주기로
미니게임을 통해서 대화 이야기를 봐야한다는 점도 별도의 과제가 있는 느낌이라 많이 귀찮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머리를 감싸 쥐고 풀어나가는 게임이 애초에 아니기에 저는 이 게임을 매우 좋은 게임으로 생각합니다.
한번 해보시면 좋겠어요. 일본어와 영어를 공식지원하고, 한국어는 유저번역 중이며 이번 년도 8월이 목표라 합니다.
다양한 등장인물과 배경음악으로 승부하는 미니게임 약간 있는 일직선형 비주얼 노벨 게임에 해당합니다.
부족한 나나시와 친구가 되어주실래요?
이번 1월은 또한 저에게 있어 Cryaotic이 나이트 인 더 우즈를 플레이하는 가슴 따뜻한 달이었습니다.
[숲 속에서의 밤]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지요?
비밀로 가득한 옛 고향마을에 주인공이 돌아오면서 무슨 반전과 음모가 있을 것 같지요?
나이트 인 더 우즈는 매우 평범한 이야기입니다.
어릴 적의 흑역사, 붙잡지 못한 첫사랑, 오해 가득한 동네 아저씨, 날보고 수군거리는 별 볼일 없는 옆집 사람.
이런 이야기만으로 플레이어에게 선택지를 주면서 한 사람의 인생을 살게 해주고 몰입하고, 화나게 만들고,
울게 만들고, 자기 자신의 현실을 돌아보게 만들어줍니다.
가끔은 현실이 밖에 있다는 것을 까먹고 게임 속을 바라볼 때가 있습니다.
게임적인 이야기가 있어야 게임이 움직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가끔은 현실 자체로도 멋집니다.
그래서 내 심즈는 어디 갔죠. EA?
[4-2. 소련의 게임]
저는 핸드폰 게임을 잘 하지 않습니다. 정확히는 게이지를 소비하는 무언가로는 보기는 합니다.
그러나 게임기로 핸드폰이 쓰이고 있다고 하면 상당히 불편하게 생각합니다. 쿡쿡 누르는 것은 게임이 아닙니다.
쿡쿡 누를 필요도 없는 것은 더더욱 할 말도 없고요.
그래서 저는 황혼의 투쟁을 샀습니다.
보드게임도 있지만, 저는 컴퓨터가 패를 섞어주는 편리한 컴퓨터판을 샀습니다. 혼자 할 것이기도 했고요.
태블릿 겸용으로 개발되었는지 컴퓨터판치고는 매우 단순하게 생겨서 2만원을 준 것이 조금 쓰립니다만,
그래도 황혼의 투쟁은 매우 재미있습니다. 매우 어렵기도 합니다.
평상시에 클릭질 적당히 하면 풀리는 게임들이 마음에 안 드셨나요? 보드 게임으로 오세요.
덱에 어떤 카드가 묶어서 들어갔는지, 몇 턴 전에 무슨 패를 냈는지를 기억하지 못하면 반드시 사고가 납니다.
다섯 시간을 공부하고 가까스로 첫 판을 이겼고, 거기서 세 시간이 더 지났음에도 두 번째 승리가 안 오고 있습니다.
소련의 침투를 막아내려는 미국의 주사위질과, 그걸 뿌리쳐내는 소련의 주사위질!
[주사위가 6만 안 나오면 모든 계획이 완벽했거늘! 태국 침공 성공으로 공산화라니!]
서로 사건카드를 공유하기에 상대방에게 유리한 것은 쓰자마자 복구시키고, 자신의 사건은 뼈저리고 골치 아프게!
주사위 탓을 할 수는 있지만, 한 두 개의 주사위가 문제가 아닙니다. 큰 그림을 잘 못 그린 것이니 남 탓은 못합니다.
그래서 저는 도저히 이 게임을 끊을 수가 없더랍니다. 지금도 한번 씩 심심하면 합니다. 30분 정도면 한판 끝납니다.
가끔 피지컬게임과 운빨게임 사이에서 고통받고 계신다면 큰 그림 보드게임 한 판 어떠신가요?
[이 게임을 하면 고르바초프와 옐친이 그렇게 둘 다 미울 수가 없습니다.]
개념적으로 정반대의 게임도 제가 해봤습니다. 크렘린의 위기라는 작품이었는데요.
이 게임은 한 턴마다 예산을 조정하는 매우 특이한 게임입니다. 소련이 기울기 시작한 1980년부터 시작하고
플레이어의 목표는 소련의 붕괴를 막는 것입니다. 인디 게임이며, 음악은 소련 시기 음악으로 세 개의 리스트로
빵빵합니다. 그리고 미국 중심의 역사관에서는 잘 모르는 소련 내부의 개혁시도나 정치암투가 턴마다 선택지로
등장해서 매우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레닌그라드 지역 당 제1서기 로마노프의 고르바초프 견제는 처음 배웠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매우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만지는 것은 돈입니다.
그런데 매턴 어떤 기준으로 돈이 계산돼서 나오는지 말을 안 해줍니다. 선택지를 찍어보고 찍어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공략이 불가능한 게임입니다. 심지어 리뷰와 가이드를 읽고 임했지만 어려움 난이도부터는 이유도 없이 돈이 자꾸
고갈됩니다. 못 하겠습니다. 나중에 패치나 더 해줬으면 좋겠네요.
가격은 5,500원으로 저렴하니 쉬운 난이도로 소련 역사 한번 배운다고 생각하고 해보셔도 좋습니다.
게임으로 배우는 역사야 나토가 무너지고 미국이 핵 맞고 한반도는 적화통일 되겠지만요.
이상 1월 게임삶을 정산해봅니다. 막연히 놀 수 있던 한 달이 끝났습니다.
이제 다시 2월부터는 다시 사회로 나아갈 준비도 해야 하고, 다른 사람과 대화할 준비도 해야 합니다.
모르는 이야기를 웃으면서 듣고 최대한 모른다는 것이 티가 나지 않도록 웃으면서 말하는 방법을 공부하기 전
그나마 제가 유일하게 눈빛이 바뀌고 말투가 바뀌면서 신나게 말할 수 있는 주제에 대해서 정리를 해봤습니다.
앞으로 종종 쉬는 시간이 나면 다른 게임 글로 찾아올 수 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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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보드 게임들이 컴퓨터화가 되는 것을 적극 찬성합니다. 편리성과 접근성을 늘려주고 잘못된 플레이도 막아주니까요. 더 복잡하고 낙장불입인 재미있는 친구들은 컴퓨터 게임의 평균적인 기대치도 긍정적으로 바꿔 줄 것이고요.
슬레이 더 스파이어의 게임 디자인은 정말 대단합니다. 하스스톤 같이 평범한 카드뭉치 구성이었다면 평범한 '운빨겜'이었을 것을 도미니언 같이 순환식 카드뭉치로 바꾼 덕에 수싸움이 보기보다 치열하면서도 도리어 복잡한 카드들이 필요없게 만들어줬습니다. 긴 시간의 고민이든 순간의 영감이든 앞서 해보기 게임들이 개념구현도 아닌 개념제시를 돈 주고 팔거나 작동가능성 정도의 실현성을 가지고 돈을 받는 것에 비하면 정말 견고한 작품입니다. 미래가 너무나도 기대됩니다.
낸터킷은 확실히 로그라이크입니다. FTL과 똑같이 선원이 전멸하면 (또는 낸터킷의 경우에는 선장만이라도 치명상을 입으면) 처음 화면으로 돌아가서 다음 회차를 준비해야합니다. 슬레이 더 스파이어 또한 로그라이크에 가깝습니다. 체력이 달아 죽으면 직업 경험치로 해금요소를 좀 풀어주지만 죽기 전으로 돌아갈 방법은 없습니다. 다음 회차를 준비해야할 뿐입니다. 다만 회차 해금요소 정도도 정통 로그라이크가 아닌 게임을 의미하는 로그라이트 게임들의 요소라고 보는 강경한 입장을 가지신 분들도 계십니다. 이 경우에는 로그라이트 게임이 될 겁니다. 다만 협회나 학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상당히 주관적인 단어들입니다.
데이 아 빌리언스는 맵빨, 웨이브 빨, 맵 끄트머리 좀비 스폰존에서 초반 구멍생기기, 초반 레인저 갯수 유지 등등 한 순간의 실수로 훅 갈 확률이 있지만 실상은 최대한 운을 배제한 최적화 시뮬레이터입니다. 저는 훈수 가능성이나 실패하면 다시 돌아가면 된다는 문단의 주제와 비슷해서 섞긴 했지만 로그라이크라고 하기에는 일단 정통적인 의미에서는 RPG적인 요소가 없으므로 미흡한 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무작위 생성되는 맵과 반복숙달 플레이가 결합해도 쉽게쉽게 로그라이크나 로그라이트라고 불러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로그라이크의 요소 중 무언가랑 비슷한 점이 있긴 있다는 식의 표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데이 아 빌리언스는 로그라이크적인 요소가 있는 로그라이크 게임은 아닌 게임이 적확하겠네요.
아 메탈기어 솔리드 아시는 군요! 사실 이 글을 쓸 때 엄청 긴장되었던 부분이 메탈기어 솔리드에 대해 쓰는 부분이었습니다. 저는 최근에 리벤전스나 팬텀 페인을 보고서 끼어들은 사람에 불과하거든요. 플레이스테이션 초기 1편부터 따라오신 팬들도 많을 텐데 제가 동영상 몇개를 놓고 논할 수 있나 없나가 많이 두려운 주제였습니다. 팬텀 페인의 수많은 멋진 요소들은 스토리가 미완성이 되면서 아는 사람들끼리의 유머 요소로 소모되고 있습니다. 정말 슬픈 일이지요. 잘 못 만든 게임이 아니라 만들지 못한 게임이 되어버리니 이 후회는 아마 좀 오래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