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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11/19 18:04:52
Name Liberalist
Subject [기타] [CK2] (Holy Fury 출시 기념) Second Alexiad - 5화

<Thomas Couture, Les Romains de la décadence(타락한 로마인들)1847>

1194년 11월 6일.
콘스탄티노플에 위치한 알렉시오스 2세의 관저.

"그래, 폐하께서 사경을 헤메고 계시다고?"

야심한 시각, 다급하게 찾아온 환관을 향해 알렉시오스 2세가 물었다.

"그렇습니다, 각하. 하여, 마누엘 황자님을 한시라도 빨리 모셔오라는 폐하의 분부가 있었습니다."

황제의, 어쩌면 최후일지도 모르는 분부를 받들었다는 생각 때문인지, 보고를 올리는 환관의 표정은 여느 때보다 비장했다.

...고개를 조아리느라 미처 살피지 못한 알렉시오스 2세의 얼굴이 얼음장처럼 싸늘하다는 것을 차마 눈치채지 못한 채로.

"지금까지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황후 마마와 근위대장님, 그리고 각하 뿐이옵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알렉시오스 2세는 이 말과 함께 집무실 책상 아래에 두었던 칼의 손잡이를 쥐었다.

그리고,

"끄으으... 가, 각하... 이게 무슨..."

난데없이 자신의 심장을 관통한 쇠붙이의 감촉에 경악한 환관의 눈동자가 크게 떠졌다.
그간 특별한 권력욕을 보이지 않았던, 그리하여 근위대장이 가장 먼저 소식을 알리라던 이의 돌변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알렉시오스 2세는 몸을 부르르 떨며 숨이 멎어가는 환관의 귀에 고개를 가까이 댔다.

"잘 생각해봐. 근위대장이 왜 네 녀석을 나에게 가장 먼저 보냈을까?"

"그, 그건... 설마...?!"

"그래. 그 설마가, 맞아."

이 말과 함께, 알렉시오스 2세는 환관의 가슴팍에 꽂혀 있던 칼을 뽑아 신속하게 그의 목을 쳤다.
삽시간에 떨어져나간 목은, 죽기 전까지 도저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나머지 미처 눈을 감지 못하고 바닥을 나뒹굴었다.

이를 본 알렉시오스 2세는 손에 쥔 피로 얼룩진 칼을 아무렇게나 집무실 한 구석에 내팽겨쳤다.

"안드로니코스, 당신은 제관을 쓰기 위해 이 땅에 많은 피를 흐르게 했지."

그는 어린 시절, 눈앞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안드로니코스의 명령에 의해 무참히 살해되는 장면을 목격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한결 같이 어떠한 의미도 없는, 그저 단 한 사람의 권력욕을 충족시키기 위한 무의미한 죽음들이었다.
그들이 그렇게 죽어서 로마가 얻은 것이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결국은 안드로니코스 한 개인의 과시욕에 불과하지 않았던가.
그렇게 해서 얻은 승리는 피로스의 승리, 장기적으로는 로마를 멸망시키고 말 망국적인 승리에 지나지 않을 따름이다.

"하지만 나는 그대의 길을 걷지 않겠다, 안드로니코스. 나는 이제부터, 그대의 목숨 하나만을 거두어 승리를 쟁취하겠노라."

스스로에게 맹세하듯 이 말을 되뇌이며, 알렉시오스 2세는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이날 밤은, 알렉시오스 2세에게 참으로 긴 밤이 될 것이었다.

**********

때를 기다리며 사켈라리오스로서의 업무에 충실하던 알렉시오스 2세.
그러던 그에게, 기다리고 있던 순간이 드디어 찾아옵니다.



[알렉시오스 2세 : 찬탈자가 중병에 걸려 기식이 엄엄한 상태로 궁정에 칩거하고 있다라...]

찬탈자 안드로니코스가 발진티푸스에 걸린데다가 증세가 심각해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죠.

지금껏, 알렉시오스 2세는 찬탈자에게 불만을 가진 인물들을 꾸준히 포섭해왔습니다.
그 가운데서 대표적인 인사는 찬탈자의 무능한 군사 능력에 실망한 바랑기안 근위대장 에케.



[바랑기안 근위대장 에케 : 현 황제는 무능하다. 이대로는 우리에게 급료나 제대로 줄 수 있을지가 의문이군.]

알렉시오스 2세는 이러한 에케에게 접근해, 그의 호의를 사는데 성공합니다.

그리하여 그는 에케로부터 도움을 베풀어준 대가로 부탁을 하나 들어준다는 제안을 받았을 때,

"폐하의 근황에 대해, 무슨 일이 있으면 그 즉시 누구보다도 빠르게 본인에게 알려주길 바라오. 오로지 그 뿐이오."

이로서 에케 입장에서는 그리 대수롭지는 않은, 그렇지만 알렉시오스 2세 입장에서는 기밀을 얻을 창구를 만들어내는 일이 이뤄졌습니다.

덕분에, 안드로니코스가 병으로 인해 쓰러졌다는 소식을 누구보다도 빨리 접한 알렉시오스 2세.
그는 가장 먼저, 자신이 가장 믿을 수 있는 인물인 조지아의 타마르 여왕에게 급히 편지를 보냅니다.

[트빌리시에 체류하고 있는 마누엘 콤네노스 부부의 신병을 확보하고, 억류하십시오. 모든 일이 끝날 때까지 절대 돌아오지 못하도록.]

타마르 여왕은 알렉시오스 2세의 편지를 받은 즉시 요청받은대로 움직입니다.
그리고 감염된 상처로 인해 요양 중이던 안드로니코스의 장남 마누엘은, 거동이 불편한 까닭에 그대로 조지아에서 발이 묶이고 맙니다.

결국, 안드로니코스가 중태에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콘스탄티노플로 돌아가지 못하고...



[안드로니코스의 장남 마누엘 콤네노스 : 크으... 황위가 넘어가는 것을 눈 뜨고 지켜보게 될 줄은...!]

모든 사건이 다 끝난 뒤에야 뒤늦게 일의 진상을 파악하고 분통을 터뜨려보지만,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위 스샷의 계승자 표시는 즉위하자마자 떠 있던 것으로, 제가 후계자 투표를 끝마치자 곧바로 사라졌습니다.)

안드로니코스의 다른 아들, 우리의 주인공과 동명이인인 또다른 알렉시오스는 계승을 인정 받지 못한 사생아인지라 별 힘을 못씁니다.



[테살리아 백작 알렉시오스 :  사생아 출신으로 황위 계승하겠답시고 나서면 죽기 딱 좋을 뿐이다. 여기선 몸을 사려야...]

어차피 황제의 자리에 별다른 욕심이 없었던지라 포기는 빠르게 이뤄졌습니다.

이렇게 알렉시오스 2세의 복위를 가로막을 모든 장애물은 치워졌습니다.
황위 계승을 주장할 수 있는 이들이 전원, 콘스탄티노플에 발을 들일 수 없는 처지에 놓였으니까요.

자신이 지난 날, 안드로니코스에게 쫓겨난 알렉시오스 2세임을 증거와 함께 밝힘으로서 시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데 성공한 그.
11살 때와 마찬가지로 다시금 대관식을 앞둔 그가 로마 황제의 자리에 정식으로 오르기 전에 마지막으로 찾은 이는, 찬탈자였습니다.



"...크흐흐, 실책이로다! 통한의 실책을 저지르고 말았어! 네 놈을 살려두다니! 네 놈이 살아서 날 치도록 내버려두다니...!!"

회광반조일까요? 병에 짓눌려 호흡조차 힘들어하던 찬탈자는 알렉시오스 2세를 보자마자 상반신을 벌떡 일으켜세우며 외칩니다.
마치 자신이 지금까지 경험했던 모든 실패가 알렉시오스 2세의 생존으로 인해 벌어진 일인것마냥 원망과 증오가 가득 담긴 목소리로.

그러나 아무리 발악을 한다고 한들, 찬탈자는 패했고 자신은 승리했습니다. 이제 승자로서 해야할 일은 패자에게 현실을 직시시키는 것.

"내가 살아 있었기 때문에 당신이 이리 된 것 같소이까, 당숙?"

"그래! 그렇다! 네 놈이 없었다면, 네 놈만 아니었다면 난 달랐을거다! 네 아비보다 더 나은 황제가 될 자신이 있었어!"

"글쎄, 그대가 황제를 참칭한 뒤의 행적을 돌이켜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소만."

알렉시오스 2세는 여전히, 무엇이 잘못되었는지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는 어리석은 노인을 향해 싸늘하게 웃었습니다.

"그대는 항상 누군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고자 하기 바빴소. 그대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말이오.
더군다나 그대는 정치가 아닌 공포로, 폭압으로 반발하는 목소리를 짓누르기에 급급했소. 피 묻은 칼로써, 모든 걸 해결하려 했소.
이러한, 그대와 같은 어리석은 군주가 이 나라를 계속 다스리고자 했다면, 내가 아니었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당신의 목을 쳤을 것이오."

"네 놈이...! 네 놈이...!"

"과거, 이라클리오스는 폭군 포카스를 사로잡아 이렇게 물었다지. '그대가 바로 이 로마를 망국으로 이끈 자인가?'라고.
그리고 포카스는 그 물음에 대해 이런 대답을 했다더군. 그러는 그대야말로 나보다 더, 이 로마를 잘 통치할 수 있겠느냐고.
과연, 이라클리오스는 포카스의 말마따나 자신이 더 나은 통치자임을 증명하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실패라고 할 것까지는 없지만."

"닥쳐! 닥쳐라! 그따위 옛 이야기를 빌어서 짐에게 하고 싶은 말이 뭐냐!"

알렉시오스 2세가 굳이 이라클리오스와 포카스의 일화를 꺼내든 이유가 온전한 마무리에 있음을 깨달은 찬탈자는 발악합니다.

그러나 알렉시오스 2세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최후의 한 마디를 건네니,

"하지만 이 문답의 주인이 나와 그대라면, 이야기는 많이 다를 것 같아.
마지막 자리이니만큼, 그대에게 확실하게 말해두겠다. 나의 통치는 그대의 통치보다 찬란할 것이며, 훌륭할 것이라고."

비참한 최후를 앞둔 실패한 군주를 향한, 마치 극독과도 같은 선언이었습니다.

이렇게 폭군은 숨을 거두고, 알렉시오스 2세는 복위합니다.



[알렉시오스 2세 : 여기에 돌아오기까지 걸린 시간이 11년... 참으로 긴 세월이었어.]

사실, 저는 플레이하면서 뭔가 그럴싸한 모양새를 갖춰서 안드로니코스 1세를 끌어내릴 생각이었습니다.
어쨌든 연대기를 이어나가려면 스토리가 필요하고, 스토리를 짜내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연출이 필요하니까요.
하지만 연출이고 뭐고 뭘 하기도 전에 안드로니코스 1세가 발진티푸스 걸려서 지 혼자 덜컥 죽어버렸네?? 어라??

이게 크킹의 묘미라 생각하고 어쨌든 연대기는 끌고 나가겠습니다.

복위한 알렉시오스 2세는 먼저, 찬탈자가 망쳐놓은 내부 시스템을 정비하기에 나섭니다.

찬탈자가 망쳐놓은 군사 체계 전반을 재정립함은 물론,



[알렉시오스 2세 : 찬탈자의 전횡으로 군 기강이 많이 훼손되었다. 이런 군대로 싸우니 투르크 인들에게 패할 수밖에.]

10년 전에 벌어진 라틴 인 대학살 사건으로 초토화된 가에타 구역을 복구함으로서 다소 피폐해진 콘스탄티노플을 복구합니다.



[알렉시오스 2세 : 가에타에 라틴 인, 투르크 인, 사라센 인이 드나들었기 때문에 부유한 콘스탄티노플이 있을 수 있었다.]

그리고 민심 안정책 및 안드로니코스 치하에서 군벌화가 진행 중이던 귀족들을 다독이는 방안으로 히포드롬에서 마상 시합을 개최합니다.



[알렉시오스 2세 : 히포드롬에서 전차 경주가 벌어지지 않게 된지는 꽤 오래됐지.
이제는 프랑크 인들과 라틴 인들의 습속에 따라 우리들도 마상 시합을 벌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장남인 콘스탄티노스가 로마의 후계자로 자리매김 할 수 있게끔 일찍이 후계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알렉시오스 2세 : 아직은 네가 연소하여 모두의 인정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네가 훗날 장성하면, 모두가 널 우러러보리라.]

이번 Holy Fury DLC에서, 로마 황제는 자신의 아들이 미성년자일 경우에 황위를 넘겨주는 것이 매우 어렵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스샷에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로마는 어린 아이에게 다스림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는 문장과 함께 선호도에서 -1000...
포르피로겐네투스 혹은 포르피로겐네타(Born In Purple)이 있든 없든 상관 없이 저거 하나 때문에 미성년 자식은 후계자가 되지 못합니다;;

실제로도 역사를 보면 황제가 죽은 다음에 자식이 미성년자면, 태후가 유력한 장군과 결혼하는 형태로 제위가 넘어갔으니 고증 반영이네요.
(로마노스 레카페노스라든지, 요안니스 치미스케스라든지 실사례는 무척 많습니다. 아마 이게 안 되서 역설사가 그간 욕 좀 먹었을 겁니다.)

한편, 알렉시오스 2세는 자신의 전(前) 약혼녀이자 찬탈자의 아내였던 아녜스에게 무척 끌리는 것을 느낍니다.
의도치 않게 끌려다니는 삶을 살다가 불행에 빠진 소꿉친구에 대한 동정심 때문일까요, 그렇지 않으면...



[알렉시오스 2세 : 불편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 망설이지 않고 짐에게 말해주시구려.]

[프랑스의 공주 아녜스 : 갈 곳 없는 저와 가브리엘을 역적의 가족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보살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옵니다, 폐하.]

시간이 흘러, 내부가 정리되었다는 판단이 든 알렉시오스 2세는 안드로니코스 1세 치하에서 분열된 로마를 다시금 통합하려 합니다.
이를 위한 첫 단추로서 알렉시오스 2세가 꺼내든 카드는 반란군의 수괴들이 감히 제 2 불가리아 왕국을 참칭한 땅, 불가리아 지역의 정벌.







[알렉시오스 2세 : 찬탈자의 폭정이 빌미를 주었다고는 하나 짐이 복위했음에도 여전히 왕을 칭하였으니, 치죄해야 할 역적일 따름이다.]

이렇게 시작된, 바실레이오스 대제 이래로 무려 200년 만에 반복된 불가리아 정벌.

전력은 압도적으로 로마가 우위에 있습니다. 과연 전쟁의 행방은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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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19 18:19
수정 아이콘
정통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새로운 황제가 즉위하면 본인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군공을 얻고자 하는 법......
과연 알렉시오스는 전쟁에서 승리하여 자신의 권위를 굳건히 할 수 있을런지?!
Multivitamin
18/11/19 19:49
수정 아이콘
급 황제 등극인가요 크크
그리고 룸 술탄국이 싸우고 있는 틈을 타서 불가리아를 공격하신 건가요? 별일 없으면 승리하실듯..
누렁쓰
18/11/19 20:58
수정 아이콘
글이 빠르게 올라오는군요.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그린우드
18/11/19 23:46
수정 아이콘
시스템상으로 불가능한것까지 넣어서 참 재밌게 쓰시네요.
게임이라 모든 정보가 클릭만 하면 나오지만 좀더 사실적인 게임이라면 호의로 저런 정보를 얻을만도 하겠어요 크크크
18/11/20 04:59
수정 아이콘
중세스럽네요. 사신의 수확으로 탐욕스러운 왕들은 뜬금없이 불치병으로 사라지고, 신성한 분노로 야망을 가진 왕들은 갑자기 칼에 스러지니...
도연초
18/11/20 09:19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잘 보고있습니다.
현타와서 한동안 쉬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크킹 달려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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