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즈음에 헤드셋 매니아들에게 좀 주목을 받는 게이밍 헤드셋이 발매가 되었습니다. 오디지라고 발음하는 스펠링과 영 안어울리는(?) 헤드셋 브랜드에서 정가 55만원의 미친듯한 가격으로 헤드셋에 관심이 없는 분들은 그냥 지나가셨을 테고 저도 제 미친(...) 동생이 덜컥 질러놓고 저도 쓰면서 어 그런가보다 하면서 넘어갔는데...사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유튜브 두 채널의 리뷰 때문입니다.
자세한 리뷰는 링크한 동영상을 보시면 저보다 더 자세하게 알려드릴 수 있고 한국의 레전드급 래퍼와 노라조라는 의외로 음악성으로 유명한 그룹의 노래 프로듀서께서 어떠한 논조로 리뷰를 쓰셨냐고 하면
[얘들아 잠깐 흥분하지말고 들어봐. 이게 너희들이 좀 성에는 안 찰수도 있는데 이게 생각보다 대단한 물건이야]라고 말씀하시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사실 이 전에도 알고 있기는 했는데 오디지라는 회사가 음향업체중에서는 상당히 고급라인이고 특히 이 브랜드의 가격이 100만원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고 하더군요. 다시말하자면 이런 고급브랜드의 헤드셋을 50만원이라는 반값에 살 수 있는 유일한 기회고 두 거장(?)이 이렇게 흥분하면서 말을 하니 좀 흥미가 생기더라고요. 일단 두 분 께서는 게이머의 시선보다는 음향인(?)으로서의 견해를 말씀 드린거고 그래서 저는 일반 게이머로서 이 헤드셋을 쓰면서 느낀 점을 좀 말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동영상을 스킵하실 수도 있으니까 제품에 관한 간단한 설명을 해드리자면 이 헤드셋의 가장 큰 특징은 헤드 트래커가 장착되어있다는 겁니다. 머리에 쓰고 버튼 하나로 위치를 잡아주기만 하면 그 위치를 기준으로 3D효과를 헤드셋 자체에서 생성해내며 굳이 7.1이 아니더라도 그냥 음악을 들을 때에도 고개를 돌릴 때 한 곳을 기준으로 왼쪽 오른쪽 심지어 내 등뒤에서 소리가 들리는 공간감을 제공합니다. 이게 말로 하면 좀 실감하기 힘든데 실제로 써보면 듣는 VR이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리고 이 기술을 바탕으로 실제 게임 내에서도 사람의 소리를 비교적 자세하게 뽑아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선 이견이 많으신 분도 많겠지만 제가 배그를 하면서 이 헤드셋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리고 100만원 이하의 제품을 내지 않는 브랜드답게(?) 소리도 정말 고급입니다. 특히 Hi-res모드에서 뿜어내는 그 소리는 비슷한 가격대의 헤드셋중에선 딱히 꿀린다는 것도 없고요. 가장 문제라면 막귀인 저로서는 20만원 이상 제품은 딱히 우열을 가려낼 능력이 없다는 게 가장 문제겠지요.
저랑 제 동생이 동시에 꼽는 가장 큰 단점은 기능이 지나치게 많다는 겁니다. 제가 써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점이 헤드셋은 1개인데 장치는 3개라는 점이었습니다. 즉, 이 헤드셋은 7.1채널 3D모드, 2채널 3D모드, 고음질인 Hi-Res모드로 나뉘어져있는데 컴퓨터에서도 이 모드들을 각각 다른 장치로 인식하고 헤드셋에서 모드를 바꿀때마다 컴퓨터는 하나의 모드를 [끊고] 다른 모드를 연결하게됩니다. 이게 참 번거로운 데 이게 각각 다른 USB장치로 인식하다보니 모드를 바꿀 때는 이 장치가 사용하는 기능을 정지. 다시말해서 [소리를 꺼야합니다]. 안그러면 소리가 계속켜져있는동안 동시에 연결되어있던 PC스피커에서 계속 소리가 출력되거나 최악의 경우 헤드셋에 무리를 주게 되죠. 실제 고장이 났다는 사례는 들어본 적 없지만 사용하면서 불안한 건 사실입니다. 모드를 바꿀때마다 계속 윈도우의 장치 연결음이 들리게 되니까요. 거기다 이 헤드셋은 USB-C에 블루투스, 일반 3.5mm 케이블도 지원하는 빵빵한 스펙을 자랑하지만 사실 이 헤드셋의 기능을 온전히 쓰려면 USB연결이 필수고 블루투스(물론 블루투스로 연결되면 헤드 트래킹은 가능하다고 합니다)와 3.5mm케이블은 그냥 달아놓은 것에 불과합니다. 특히 헤드셋에 장착된 배터리의 작동시간이 8시간이라는 게 가장 크죠. 그런데도 USB-C 포트부분은 마모도 잘 일어나는 편이라고 하고 잘못쓰면 접촉불량(실제 겪어본 현상입니다)이 나는데다 그렇다고 계속 PC에 연결해두면 헤드셋 내부의 배터리가 방전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결국 저희는 불편을 감수하고 USBA-USBA케이블을 하나 따로 사서 헤드셋에 붙어있는 부분은 계속 꽂아두고 쓸 때마다 이 중으로 케이블을 꼽는 코미디같은 상황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동생의 결론은 그것이더군요.
그냥 블루투스 없애고 유선 헤드셋으로 만드는 게 나았겠다.
제 생각은 좀 다르긴 합니다만 제 뇌피셜에 불과하니 따로 적지는 않기로 하고(살짝 말씀드리면 일단 저는 블루투스를 추가한 게 의도치 않은 상황이고 배터리는 원래 시스템을 안정시키기 위한 UPS라고 의심합니다) 제가 내리는 결론은 게임특화 헤드셋이라기보다는 오디지와 3D사운드 기술을 개발한 웨이브 사의 레퍼런스 및 퍼포먼스 헤드셋입니다.
확실히 이 3D사운드의 기술은 대단합니다. 오디지사의 강력한 헤드폰 기술을 바탕으로 어디에서 나는 소리인지 정확하게 표현하는 기술은 실제로 들어보면 대단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것이고요. 다만 배그를 많이 하신 분들은 오히려 7.1채널보다는 2채널로 게임하시는 게 낫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던데 제 생각엔 근본적으로 기존의 게임들이 이런 식의 세세한 단위로 소리를 잡아내는 기술이 아니다보니 기존에 쓰던 헤드셋으로 많이 적응하신 분들이 듣기에는 좀 더 혼란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제가 했을 때는 오히려 2채널로 했을 때가 어디에서 소리가 들리는지 몰라서 혼란스러울 때가 많더라고요. 어느 쪽이 옳은지는 아직은 모르겠고 그래서 PC방을 자주 다니시는 기어에 예민한 분이나 선수들에게 이 헤드셋을 권장하지는 않습니다. 2채널로만 쓴다면 굳이 이걸 쓸 필요는 없고요. 아무리 좋다지만 50만원짜리를 막 쓰고 다닐 수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프로듀서DK님의 동영상 말미에 언급한대로 이 헤드셋에 적용된 기술 자체는 상당히 거창한 것임에는 확실한 것 같습니다. 게임음향개발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한 번 고려해보셔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요. 어찌보면 게임음향의 미래를 미리 손에 넣으실 수 있는 기회일수도 있겠다 싶긴 합니다. 사실 그런 걸 시험해보기 위한 블루투스일 수도 있고요.
그래서 일반 게이머들에게는 선뜻 추천해주기 어려운 헤드셋이긴 한데 이 헤드셋의 가장 난감한 점은 그래서 이 헤드셋이 가장 잘 쓰일 수 있는 환경이 어디냐고 하면 결국 게이밍 환경...이라는 것이거든요. 다만 아직 이 헤드셋의 날이 오기도 전에 너무 빨리 세상에 태어난 것일 뿐이고요.
그래서 이 헤드셋을 권해드릴 수 있는 분은 딱히 많지는 않습니다. 기존의 헤드셋 매니아들에게는 가격이 더 싸고 좋은 물건들이 많고 게이머들에게는 이걸 사는 것보다 게이머용 주변기기를 2개 더 사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해보고요. 결국엔 얼리어댑터나 정말 좋은 헤드셋 단 하나만 원하시고 사용하는데에 별 불만없이 쓰실수 있는 분에게 조심스럽게 추천해드릴 수 있겠네요. 사실 다시 생각해보면 오디지를 50만원에 살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니까요. 또 그 이름값은 합니다. 계속 Hi-res모드에만 맞춰놓고 음악감상만 해도 그 가격은 충분히.....어.....음....하....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