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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5/15 02:14:30
Name 비역슨
Subject [LOL] 짧게 TL에 대한 감상과 4강 전망

(MSI 4강 진출을 이뤄낸 두 팀 대표들간의 즐거운 데이트.

이 후 SKT는 2위를 확정지었고 TL도 4강 진출에 성공했으니.. 나름 효과 있었던 만남 같기도 하네요)



결국 TL이 오랜 북미팀 MSI 잔혹사를 끝내고 4강 고지를 밟았습니다. 
FW의 몰락에서 온 반사이익을 주워먹은 수준이긴 하지만, 그래도 마지막 G2전 승리로 자력 진출을 확정지은 것은 멋졌죠.
(그 G2전도 주워먹은 느낌이 약간 있긴 하지만.. 아무튼;;)

SKT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왔습니다만 TL에 대해서도 게임 스타일, 밴픽, 운영 등 여러 면에서 비판이 많이 쏟아졌습니다.
그나마 SKT는 원래 강했던 팀이고 강하다고 평가받았던 팀이니 '올라올 것이다'라는 사람들의 믿음도 있었지만,
TL은 쌓아둔게 없으니 그럴 것도 없죠. 그리고 경기력을 보면 실제로 엉망인 지점이 많긴 했습니다.


1. 바텀 위주 스노우볼링의 문제

TL은 전형적인 바텀 위주 팀이고 그것이 최고의 강점인 팀입니다.
느린 템포의 게임 속에서 바텀 라인전의 우위 -> 코장의 발이 풀리고 시야 장악과 합류/사이드운영에서 앞서나간 뒤 
적당히 굴린 스노우볼로 상대를 체급차로 누르는 운영.

LCS에서도 이 운영이 무적은 아니었습니다. TL 바텀이라고 해서 항상 이기는 것도 아니고 위에서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MSI에서는 그나마도 이런 운영이 제대로 굴러간 게임이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덥립 코장이 진짜 테디 마타, 재키러브 바오란보다 센가? 아니라는 의견이 많긴 했지만, 
'아래 티어 바텀듀오' 상대로는 그래도 먹히지 않을까 싶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바텀차이 나는 경기는 거의 없었죠.
이건 TL의 문제만은 아니고 이번 MSI 자체의 특성이라고도 봅니다. 
초중반 페이즈에서 '순수 바텀 역량차'가 게임 흐름에 반영되는 게임이 아주 드물었죠. 아예 솔킬이 나버리지 않는 이상..

반대로 바텀에서 손해보고 시작하는 게임 양상이 더 많았습니다. 
문제는 덥립 코장이 라인전 이득을 보고싶어 할 것이다. 그리고 엑스미시는 바텀을 케어해 줄 것이다.
이 점을 상대팀들이 한 팀도 빼놓지 않고 다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걸 역이용해서 받아쳐버리는걸 족족 다 당해줬죠.
물론 MSI 본선 레벨에서는 덥립-코장이 딱히 라인전 실력에서 상대에 우위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아무튼 그렇게 되고 나니 소위 TL식 운영에 맛이 안 삽니다. 시야도 밀리고 서포터 로밍의 주도권도 없고
그러다 보니 사이드 운영에도 힘이 안 살고. (메타 자체도 TL식 사이드 운영보다 교전 위주로 가고 있는 그림이기도 하고요)
그걸 팀파이트로 풀자니 MSI에는 TL보다 싸움 잘하는 팀이 훨씬 많았습니다.

바텀이 아닌 다른 쪽에서도 풀어줄 수 있으면 상관 없는데, 이건 2의 문제로 바로 이어집니다.


2. 정글러의 차이

TL과 SKT가 함께 'LCK 스타일 팀'으로 꼽혔지만, 다섯 선수들 개개인의 기량차이를 제쳐두고 가장 차이나는건 정글러입니다.
클리드가 엑스미시보다 더 뛰어난 실력인거야 당연하고, 라인을 개입하고 풀어주는 감각에서 차원이 다릅니다.

오바하자면 둘이 똑같은 팀에 정글러만 서로 바꾸었으면 SKT가 TL이 고전할 때의 흐름을 몇 경기는 비슷하게 보였을거라 봅니다.

엑스미시가 못하는 선수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당장 TL이 MSI로 오는데 아주 큰 공을 세운 선수이기도 하고요.
공격적인 갱으로 상대를 잡아먹는 선수는 아니지만 역갱각도 잘 보고 내가 있어야 할 곳을 인지할 줄 아는 선수입니다.
젠슨과의 시너지도 시즌 동안 상당히 괜찮았죠.

그런데 MSI 무대에서 소위 3강을 만나고 나니 바보가 되었네요. 항상 속도가 어긋납니다.
너무 일찍 어설프게 시도했다가 역으로 당하던가, 너무 늦게 와서 빈손으로 아무것도 챙기지 못하던가.

보통 우세하거나 5:5 양상의 경기를 치르던 LCS와, MSI의 양상이 근본적으로 달라 혼란이 오는 것도 있겠지만
사실.. 선수 기량 자체도 한계가 있다고는 봐야겠죠. 엑스미시가 '여전히 괜찮은 정글러'라고 해도 닝, 클리드와 비교되긴 어려우니.
엘리스-올라프같은 탑에 힘주고 초반을 강하게 가져가는 챔피언을 선호하지 않는 것, 그걸 상대 팀들이 너무나 잘 아는 것도
밴픽에서 큰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마지막 G2전 엑스미시의 자르반 퍼포먼스는 아주 좋았습니다. 
상대적으로 G2가 너무 못해준것 같기도 하지만 MVP 활약 했죠. 남은 대회 동안은 다시 그런 모습을 못 볼것 같지만..


3. 그러면 어떻게 풀어야 하나?

TL 팬들이 바라던 것은 바텀 라인전 어떻게든 빡센걸 뽑아서 가져가고 잘 싸우는 챔피언들 뽑아서 붙어보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른바 '1-3-1 운영' 같은 것은 버리고 루시안 브라움 뽑아서 세게 가고, 교전에서 강한 정글러 뽑아서 계속 싸움 열고 이득보자.
뭐 그런 내용이었죠. 말이 운영이지 운영하기도 전에 항상 주도권 내주고 지니까, 
우리가 주도권 쥐거나 아니면 적어도 싸움 잘하는 조합으로 뭐 때려 보기라도 하고 지자. 

팬들의 바람이야 어쨌든 TL이 대회를 치르면서 딱히 변화했다거나 성장했는가.. 하는건 잘 모르겠습니다.
근본적으로 최대 반반을 갈 뿐 강팀들을 상대로 라인전에서 우위를 쥘 수 있는 라인은 없다시피 하고,
거기에 정글 차이가 매 경기 나는 상황이니 뭘 피드백했나 뭐가 달라졌나 확인하기도 전에 항상 게임이 터지고 패했죠.

이번 MSI를 굳이 한 마디로 표현 하자면 '더 빠른 속도를 내고 주도하는 팀이 이기는 게임'이라고 생각하는데,
'초반에 터지지 않은' TL은 그런 속도를 낼 수 있는 팀임을 어렴풋이 보여준 경기가 그나마 마지막 G2전이었던것 같습니다.
이 경기는 G2의 픽밴부터 인게임 경기까지 애매한 점이 있었기에 큰 의미부여를 하고싶지는 않지만,
라인전에서 지지 않고, 정글차가 나지 않는 상황에서 필요한 시야를 얻었을 때에는 TL의 주도적인 설계가 나름 날카로웠습니다.

문제는 그 '초반에 터지지 않기' 가 너무 어렵다는 점이며 오늘 G2전을 제외하면 3강 상대로 항상 터졌습니다.
이건 이 대회에서 해결은 어렵고, 다음 롤드컵 전까지 진지하게 팀적으로 보완이 필요한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 해답은? 저도 잘 모르겠네요. 그냥 팀 구성 자체의 한계같기도 하고..
그래서 차라리 마이크영을 써봤으면? 생각까지 듭니다만 MSI에서 못하는 엑스미시 자리 해결하자고
LCS에서조차 못하는 마이크영을 넣는것도 웃긴 발상이긴 하겠죠.


4. IG전 전망

깔끔하게 터지고 0:3 날 확률이 가장 높습니다만 TL 팬들은 IG를 만나게 된 것을 차라리 더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SKT에게는 만날때마다 더 심하게 터졌기 때문에..

IG가 TL을 졸로 보고 오바해서 실수한다면 그걸 받아먹거나,
혹은 IG가 TL 상대로 괜히 무리하지 않고 정석적인 운영 싸움으로 간다면 그 템포를 천천히 따라가며 중후반 승부를 보거나,
행복회로를 돌리자면 한 세트라도 따낼 가능성은 아예 없는 것 같진 않습니다. 
IG 입장에서도 굳이 TL을 상대로 전력을 다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어쨌든 TL도 이 대회가 끝이 아니라 롤드컵까지 보는 팀이니 이 다전제에서 뭔가 얻어가는 것은 있어야겠죠.

먼저 생각나는건 자야-라칸, 그 중에서도 바오란의 라칸이고, 
어지간하면 자르는게 라인전이든 이후 교전이든 편할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대처가 안 될 것 같아요.

TL이 이번 대회 탑 라인 혹은 탑 스왑이 가능한 카드에 밴을 많이 소모한 편입니다. (주로 제이스, 사일러스, 아칼리, 라이즈 등)
상대적으로 TL보다 다른 강팀들이 잘 다루는 픽이니 잘라주는게 맞다면 맞긴 한데, 
사실 대회 지켜보면서 굳이 이렇게 다 자르는게 의미가 있나? 싶은 생각도 들었네요.
데피시오가 말했듯 더샤이를 상대로는 캐리 챔피언을 20개쯤 밴해야 의미가 있을테고.. 

결국 돌고돌아 TL은 '바텀을 강하게 가져가자' 그리고 '바텀을 이기자'가 아직까지는 포인트인 팀이라고 생각하고
그쪽으로 더 힘을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나름 히든카드 같은 스카너, 질리언 같은 픽들도 이 무대에서는 한번 꺼낼 만 하지 않나.. 기대해 봅니다.


또 한 번 놀림거리가 될까 많이 걱정했는데 그래도 자존심은 세워줘서 고맙네요.
탈락 위기까지 몰렸을 때는 내심 저도 '차라리 이 자리에 C9이나 TSM이 왔으면 달랐을까..' 생각도 하긴 했지만..
IG와 멋진 승부 펼쳤으면 좋겠습니다. 힘든 경기겠지만 롤의 승부는 알 수 없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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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불해
19/05/15 02:20
수정 아이콘
(수정됨) 오늘 리퀴드가 이긴건 분명 이긴건데

G2가 인게임에서 자기들 손발 이상하게 놀려 못하는거야 그렇다쳐도 게임 컨셉부터 IG, SKT랑 잘싸울때랑은 전혀 다른 느낌의 픽이라서 이게 리퀴드가 잘해서 그냥 이건건지 G2가 "어차피 순위가 어쩌건간에 IG가 SKT나 정해진 수순이고 자긴 안 고를테니 안보여주고 다른거 해보자" 인지 뭔지는 몰라도 뭐가 어떻게 된건지 모르겠더라구요.

딱 픽 느낌이 LCK 2라 초중반 즈음인가 "아 코르키 함정픽 아니냐" 할때 아마 한 0승 6패인가 했을때 코르키 전패카드 시절 느낌의 경기였네요.
비역슨
19/05/15 02:27
수정 아이콘
애매하긴 하죠. G2도 이기기 위해 한 밴픽 같기는 한데, 뭔가 픽의 이유를 보여줄 시간도 없이 게임이 스무스하게 밀려버렸네요.
이즈 픽까지야 그렇다 쳐도 굳이 막픽까지 보고 미드를 코르키로 간 것은 확실히 G2답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굳이 설명하자면 TL 상대로는 그런 조합으로 '안전하게' '체급차로' 이길 수 있다는 발상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번 대회 그런 마인드로 밴픽 임했던 팀들 어지간하면 다 피봤었죠. TL vs 퐁부같은 특이상성 제외하면..
Lazymind
19/05/15 02:21
수정 아이콘
바루스/탐켄치면 지금 1티어에 가까운 바텀조합인거같은데 정글개입전 2대2로도 바텀이 밀리더라구요.
일단 정글이 약한건 깔고가더라도 바텀이 팀의 에이스인만큼 좀더 해줘야될거같아요.
픽적으로 힘을 안준것도 아니고 일단 우정머라도 외치려면 2대2에서 최소반반은 해줘야할거같은데 아래급팀한테도 바텀이 쉽게 우위를 못가져가는느낌..
SKT랑 비교하면 SKT바텀도 이번대회 솔직히 아쉬운편인거같은데 자기아래체급팀은 바텀에서 깔아뭉갰거든요. TL포함해서.
대회전에 걱정하던 임팩트는 되려 실질적 에이스인게 아이러니..
비역슨
19/05/15 02:28
수정 아이콘
확실히 좀 아쉽죠. 라인전 과정을 계속해서 지켜보는것은 아니니 왜 힘든거지? 싶은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이래저래 LCS에서는 원톱같아 보이던 코장이 막상 세계 수준의 서포터들과 함께 만나니 비교우위가 별로 안 서네요.
19/05/15 02:23
수정 아이콘
MSI는 자야라칸을 모든 팀이 장착하고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하는 팀이 많이 없더라고요. 진짜 못 쓰는 건 아닐 텐데 어쩌다 안 나오게 된 건지 궁금합니다그랴.
비역슨
19/05/15 02:30
수정 아이콘
저도 여전히 좋은 픽이라고 생각하는데
운영의 속도를 채워주는 탐켄치, 갈리오 / 교전에서 힘을 실어줄 브라움, 노틸러스
이 두 축의 탱서폿들 사이에서 우선순위가 조금 밀리는 느낌이 드네요.
19/05/15 02:35
수정 아이콘
이게 IG가 재미를 봐서 그런 건진 몰라도 자야라칸이 좀 라인전 패왕 같은 이미지가 있어요. 잘 쓰는 팀은 엄청 잘 쓰고요. '상대 카드를 뺏는다'는 의미에서라도 가져올 만하다고 생각하는데 안 스는 팀은 열심히 안 쓰더라구요.
비역슨
19/05/15 02:39
수정 아이콘
테디도 코장도 이번 대회에서의 바텀 티어를 확실히 정리하는 과정을 거쳤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대회 중 워낙 교전이 중요했다 보니 초중반 교전에서의 효율을 우선으로 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SKT의 오늘 칼리-갈리오나, 루시안-브라움도 그렇고.. 물론 이 픽들이 라인전이 약한 픽도 아니긴 하지만..
암드맨
19/05/15 07:14
수정 아이콘
작년 므시 보다 나아진점 :
올레의 긴장한게 역력한 초강력 실수 연발은 이제 코장이라 안 보입니다.
옌슨은 좋은 의미로든 나쁜의미로든 포벨터 보다 훨씬 인상적입니다.
작년과 달리 임팩트가 초강력 탑라이너들 속에서도 솔리드한 모습은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년 므시 보다 못한점
말씀하신대로 바텀게임을 하는 팀인데 바텀게임을 못함. 봇에서 다들 강력한 픽 잡고 보는 분위기에 다들 기량이 너무 좋습니다.
그래서 작년에는 지는 경기도 다들 한타는 제대로 성립시키면서 덥립 졌잘싸 분위기로 졌는데.. 올해는 지는 경기에선 제대로된 한타 성립도 안되고
힘차이로 지리멸렬하게 무너지네요.
-------
그래도 팀원들중 몇명 인터뷰 보니 다들 4강 목표로 온거같았는데 달성한만큼, 맘편하게 ig의 공격성이 안좋게 발현되길(스로잉) 기다려봅니다. 흑흑
크로니쿠
19/05/15 11:53
수정 아이콘
(수정됨) 엑스미시는 종종 답답하다는 소릴 듣던 과거 몇몇 lck 정글러 스타일이긴 하죠. 참 액션은 적은 데 은근 시야는 잘 잡아주고.
케갈량
19/05/15 18:21
수정 아이콘
TL은 SKT보다는 IG가 낫죠.
슼은 상대가 방어적이면 그냥 말려죽이는 스타일이고, IG는 방패를 멋지게 깨부시고 싶어할테니
단지 방패 뒤에 있는 머리가 같이 깨질 지경인게...탑바텀은 잘 버틸거 같고, 정글미드가 문제인데
그래도 한경기 정도는 오바하다가 방패에 들이받을 거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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