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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5/19 19:32:18
Name 다시마아스터
Subject [LOL] MSI를 보고 느낀 것 몇가지

1.
새로운 시대가 열리다

극도의 LCK빠인 제 입장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SKT가 우승하는게 베스트 케이스 시나리오였지만...
4강 반대쪽에서 IG가 떨어지고 앗싸리 유럽과 북미가 결승에 올라가니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는 게 확 와닿아서 이것도 나쁘지만은 않았던 것 같네요. 특히나 G2는 챔피언의 자격이 있음을 보여주는 팀이었고요.

작년 롤드컵때는 LCK가 일방적으로 메타를 못 따라가서 탈탈 털렸다는 느낌이었다면, 이번 MSI는 메타는 스타일의 차이일 뿐 상대 메타를 더 잘 파훼하고 완성도 높은 플레이를 보여주는 팀이 이긴다는 걸 보여준 대회였다고 생각합니다.
각자 다른 방법을 들고오지만 결국 더 잘하는 팀이 이기는,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의 개막입니다.


2.
'탑솔의 LCK' 시대는 갔다.

작년 우지의 RNG가 신나게 한국팀들을 격파하고 LCK의 위상을 위협할 때도 끝까지 놓지 않았던 생각 중 하나가 '그래도 역시 탑솔은 LCK다'였습니다.
LPL 탑솔 최고의 아웃풋은 렛미같이 단단하게 1인분을 해주는 선수고, LCK 탑라이너 스타들의 공세를 묵묵히 흘려내는 게 최선일 뿐이라고 말이죠. 물론 그런 플레이가 매우 유효했어서 결국 렛미를 터뜨리지 못하고 우지의 캐리에 당하기는 했지만, 이제는 라인전을 압도적으로 찍어누르지는 못하는구나 싶었을 뿐, 여전히 LCK 탑라이너가 기량이 앞서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이번 MSI를 보기 전까지는요.

MSI가 시작하며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은건 더샤이였지만, 뚜껑을 까보니 많은 분들이 그러셨듯 저 역시 원더가 눈에 띄더군요.
챔프 폭, 라인전, 합류전, 한타, 캐리력, G2 특유의 스플릿 이해도에 더해 꾸준함까지. 정말 괴물이구나 싶었습니다.
더샤이만 해도 본인의 압도적인 피지컬을 이용한 외줄타기를 장기로 하는 선수라 '저러다 한번 고꾸라지지 않을까', '조직력으로 압박하면 되는 유형의 선수가 아닐까'같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고, 개인적으론 챔프를 타는 선수라고도 생각했거든요.

이번 MSI만 놓고 보면 LCK가 탑솔 강국이라는 말은 더이상 못할 것 같습니다.
칸이 국제무대 울렁증이 있다, LCK 내에서도 잘하는 편은 아니었다는 분석글에 위로받다가도, 어쨌든 그걸 팀적으로 융화시켜서 LCK를 평정하고 온 라이너가 이렇게 밀려버린게 팩트니 결국 의미 없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개인적으론 LCK뽕의 마지노선이 무너진 것 같아서 가장 슬픈 부분이었습니다.


3.
14만분의 1의 가능성

대충 그룹 스테이지에서의 퍼포먼스를 기반으로 팀들의 기량과 상성을 종합해보면
중국 > 유럽 > 한국 > 북미
대충 이런 도식이 그려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SKT가 IG를 이긴 걸 빼고 보면)
중국으로서는 당연히 저 중 최약체로 지목받던 북미를 지정하는게 합리적인 선택이었을텐데...

중국 > 유럽 > 한국 > 북미 [> 중국]
아뿔싸 뒤에 뭔가가 하나가 더 붙어버릴 줄은 꿈에도 몰랐겠죠. 전통의 중국 킬러 북미 크크.

이렇게 되고 보니 IG가 4강 상대로 G2를 지목했다면
중국 > 유럽
한국 > 북미
의 상성으로 결승에서 SKT대 IG의 결승전이 성사되고, 그룹스테이지서 IG를 파훼한 SKT의 우승이 나올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행복한 평행우주를 상상해보기도 합니다.

물론 결과가 저대로 나오리라는 법도 없고, 결국 잘하는 팀이 올라가는거니 의미없는 가정이라는 건 알지만요 크크.


4.
SKT의 보물 클리드

사실 저는 탑라인이랑은 반대로 LCK의 정글라인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습니다.
MLXG에 카사까지 데리고 있는 RNG가 너무 부러웠고, 클리드가 LCK에서 활약하는걸 보면서도 'LPL 중위권 정글러가 LCK로 오면 탑급이 되는건가...'하는 근거없는 의심도 해봤을 정도니까요.
(사실 이 부분은 북미에서 죽쑤던 플라이가 젠지에 와서 날아다니고, 그 젠지가 국제전에서 참패한걸 본 영향도 있긴 했습니다.)

그런데 까놓고 보니 클리드는 그냥 SKT의 보물이 맞았네요. 팀 전체가 너무 클리드 의존적으로 보이는건 안타깝지만요.
클리드가 워낙 잘 하고 있다보니 하루가 출장기회를 잡을 일이 없을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합니다. 젠지에 있을 땐 앰비션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는데, 기량이 개화해서 활약을 해보려니까 이번엔 또 클리드의 그늘에...


5.
결국은 우승할 팀이 우승하다

이번 대회 기간동안 있었던 여러 토론을 통해 '결국 잘하는 팀이 이긴다'라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G2는 그 결론에 걸맞는 멋진 팀이었습니다. 모든 라이너들의 엄청난 챔프폭과 기량, 거기서 연결되는 유동적인 밴픽과 두뇌전까지, 빠질 구석이 없었죠.

특히 캡스는 루키에 밀려 '라인전은 아직이다'라는 인상이 있었는데, 루키가 괴물이었을 뿐 캡스의 라인전 또한 인간계에서는 대적할 자가 없다는 게 증명된 것 같습니다. 특유의 한타력은 여전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고요.

그간 게시판에서 이따금씩 조커픽, 백도어를 이용한 승리를 다소 폄하하는 경우를 볼 수 있었습니다. 변수에 졌으니 다시 붙으면 이길 수 있을거라고요. 하지만 이젠 그런 소리가 쑥 들어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변수를 이렇게 솔리드하게 이용해서 승리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이건 이미 이견이 있을 수 없는 실력이죠. 스타크래프트 시절 강민이 전략으로 승리했다고 해서 실력이 폄하되지 않았듯이요. 거기다 G2는 강민과 달리 피지컬도 최상급입니다! (강민선수 죄송합니다.)

(조커픽 얘기를 하니 LCK에서 조커픽을 선도한 유일한 케이스가 프릴라의 미포서폿이었네요. 참 대단한 팀, 대단한 듀오였단 생각이 듭니다 크크.)


6.
LCK, 이제는 정말 도전자의 입장

이번 MSI가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해외 반응들을 포함해 여전히 LCK, 정확히는 SKT가 제왕적인 모습을 보여줄거라는 기대가 컸습니다. LCK가 작년 한 해 삐끗했지만 돌아온 SKT가 그걸 만회해 줄거라고요. 그리고 그런 기대치에 부응했느냐를 따져보면 이번 MSI는 분명 실패였죠.

그러나 제왕이 아닌 도전자의 입장에서 SKT를 보면,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볼 수 있는 대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시리즈를 통해 성장했지만 결국 한끗이 부족했다는 인상이었고, 그 한끗을 '우실줄'을 통해 보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물론 지금으로선 전반적인 기량이 다른 지역 팀들에게 밀린다는걸 인정해야 겠지만, LCK의 전통적인 강점/특성은 예로부터 보완과 완성이었으니까요.
팀적인 전략에 있어서도 개인 기량에 있어서도 개인적으론 여러 아쉬움들이 있었지만, 팀과 선수들이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바래봅니다.
이왕이면 LCK에도 뭔가 변화의 바람이 불었으면 하는 기대도 조금 들고요.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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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우드
19/05/19 19:36
수정 아이콘
칸은 국제무대 울렁증이 아니라 원래 실력이 그런거 같던데 챔프폭이 좁다보니 메타가 안받쳐주는 상황에서 집중 타겟되는순간 무너지는거고. 그럼에도 LCK 탑 2인자였다는게 확실히 좋은 소식은 아니네요. 기인도 LCK내에서 잘하는거지 더샤이랑 원더랑 붙어서 이길수 있을까 싶더라고요.
체르하
19/05/19 19:36
수정 아이콘
G2 진짜 멋있었습니다. 변수 만드는데는 도가 튼 팀이다보니 경기도 재밌고 팀합도 탄탄해서 눈이 즐거웠습니다.

그나저나 루키는 참 간만에 소년가장 시절을 다시 겪은 느낌이겠네요.. 크크
다시마아스터
19/05/19 20:29
수정 아이콘
그렇네요. 모처럼 소년가장을 탈출했는데 탈출하기가 무섭게 원위치 해버렸군요 크크.
19/05/19 19:43
수정 아이콘
이대로라면... 롤드컵에서 이기려면 8강에서 유럽팀을 다 중국팀들이 잡아주고, 중국팀들이 다 북미팀에게 떨어지고 그다음에 한국팀이 미국팀 잡아야겠네요
19/05/19 19:59
수정 아이콘
2번 보강하자면 탑라이너끼리 놓고 봤을 때 LCK는 LPL, LEC와의 경쟁은 물론이고 LCS에게도 밀리는거 같아요.
MSI의 칸이 부진했다라고 놓고 봐도 기인 빼면 칸, 소드, 라스칼, 서밋, 너구리인데 스프링 때 보여준 이들의 기량이 브로큰블레이드, 하운처, 임팩트, 썸데이, 리코라이스, 다샨, 바이퍼보다 부족한 점이 더 많습니다.
탑라이너라면 장인픽 하나 + 확고한 스타일을 바탕으로 후픽 카운터 칠 줄 아는 맛이 있어야 되는데 지금 lck에서는 이게 정말 부족합니다.
다시마아스터
19/05/19 20:28
수정 아이콘
LCS까지는 생각해보질 않았는데 확실히 그런것도 같네요.
오늘 경기 임팩트만 해도 어제의 칸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줬는데 이번 해 LCS에서 특출난 모습을 보인 선수는 아니었으니까요.
(특히 결승에서는 브로큰 블레이드에게 사실상 서열정리를 당했고...)

섬머 시즌때는 LCK의 탑라이너들이 포텐을 터뜨려서 든든한 모습을 보여줬음 좋겠습니다...
19/05/19 20:33
수정 아이콘
임팩트가 버티는거에 특화되어있고 칸이 스프링 2라운드보다 부진했던거 감안하더라도
확실히 이거 lck 탑 어떻게 하냐 소리 나오죠.
비역슨
19/05/19 19:59
수정 아이콘
LCK 탑 라인이 국제 경쟁력에서 밀리는건 맞다고 봅니다.
지난 롤드컵 탑솔들인 스멥, 큐베, 기인 중 스멥, 큐베는 본인들 경기력부터가 내려갔고 기인은 팀 전력 자체가 약하죠.
스프링 가장 잘한게 기인 서밋이라고 생각은 하는데, 100T의 썸데이가 그렇듯 본인이 잘해도 팀이 국제대회 못가면 소용없으니까요.

스프링 3강팀 탑솔이 칸, 소드, 라스칼인데 12년 이후 LCK 최상위 3개팀 탑솔들 리스트를 만들다면 현재가 가장 약하다고 생각해요.
그냥 과거보다 약하다 에서 끝이 아니라 다른 지역이랑 상대비교를 해 봐도
원더 알파리 뷔포, 더샤이 줌 짐준, 임팩트 BB 리코리스 어느 상대로 봐도 저는 약하다고 봅니다.
칸이 이번에 욕먹은거 롤드컵때 또 먹을 확률 높고, 소드 라스칼이 롤드컵에서 칸이 욕먹던거 똑같이 욕먹을 확률도 높죠.

오히려 한때는 LCK가 정글 경쟁력이 가장 아쉽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특히 중화권 정글러들과 비교해서)
지금은 클리드, 타잔, 커즈의 정글 라인업이 국제 무대에서 가장 든든해 보인다는게 아이러니하네요.
anddddna
19/05/19 19:59
수정 아이콘
이제 갭은 없다고 받아들인 뒤 대회를 봐야할것같습니다.

이번 롤드컵은 12롤드컵만큼 꿀잼일듯합니다
19/05/19 20:05
수정 아이콘
저는 리라 때 소드 라스칼은 기대치 대비 잘할거라고 예상합니다. 칸은 이제 힘들 거 같아요.
19/05/19 20:18
수정 아이콘
캡스는 이제 '베이비 페이커'에서 [틴 페이커]로 불러달랍니다.
확실히 챔프폭부터 인 플레이까지 승급할 자격이 충분합니다 크크크
다시마아스터
19/05/19 20:22
수정 아이콘
겸손함과 귀여움을 겸비한 표현이네요.
캡스선수에 대한 인상이 한층 더 좋아집니다 크크.
넷플릭
19/05/20 00:27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 귀여운 별명이네요
Faker Senpai
19/05/19 20:51
수정 아이콘
올해 롤드컵은 정말 재미있을거 같습니다
정말로 북미 유럽 중국 한국 다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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