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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3/27 14:38:05
Name 아보카도피자
Subject [기타] 보스몬스터에 대한 잡설 with 스파이더맨 (수정됨)

+사실상 마블스 스파이더맨의 보스전 리뷰입니다.

+최종보스에 대한 강력한 스포가 있습니다. 하지만 스파이더맨 팬이라면 초반부에 눈치챌 복선.




보스 몬스터는 무엇인가? 저는 ​[스펙으로 찍어누르지 못하는 몬스터]라고 생각합니다.


스펙이 일반 몹보다 높으니까

딜찍누가 안되니까

포션으로 버티는게 안되니까


이런 전제 아래에서 [패턴을 숙지하고 파훼해야 공략할 수 있는 몬스터]를 보스라고 부릅니다.


왜 패턴을 파악하고 공략하는 식으로 만들까, 그 자체로 재밌기 때문이겠죠.


이 패턴에는 두 가지 방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바로 [조작][기믹]입니다. 대부분의 보스는 두 가지를 동시에 요구합니다.

설명을 위해 극단적인 예시를 들어보자면, 기믹의 젤다와 조작의 소울라이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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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젤다의 보스들은 기믹의 비중이 높아 퍼즐 보스라고 불리고는 했습니다.

화살, 부메랑, 훅, 신발, 다양한 도구를 활용해 공격을 파훼하고 드러난 약점을 찌르는 퍼즐.

정해진 기믹이 아니면 데미지를 줄 수 없다는 점 역시 특징적입니다. 예시로는 꿈꾸는 섬의 슬라임이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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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소울의 보스들은 피지컬을 요구합니다. 대부분 기믹을 몰라도 돌파 가능합니다.

최신작에 와서는 기믹을 추가하고 난이도를 낮추는 요소를 전반에 투입해 대중성을 신경 쓰는 듯 합니다만....

기본적으로 패턴을 파악하고 정확한 타이밍에 굴러서 해결을 보는 방식입니다.


대부분의 보스는 두 가지를 동시에 활용합니다. RPG의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와우의 레이드 보스는 기믹성이 강하겠죠? 하지만 그걸 피하는데 조작성 역시 강하게 요구됩니다.

블소의 레이드 보스는 패턴의 징조를 보자마자 무적기를 적절하게 걸어주는게 핵심입니다.

때문에 무적기를 가진 직업에게 역할이 나뉘고 롤 플레잉의 핵심-역할군-이 강조됩니다.


조금 늦었지만 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 말해봅시다.

저는 소울라이크의 팬이고, 조작성을 요구하는 쪽을 선호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최근에 기믹 보스를 잘 활용하는 게임의 최종보스를 공략했는데,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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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마블스 스파이더맨의 닥터 옥토퍼스입니다.


물론 공격을 회피하기 위해 기본적인 피지컬을 요구합니다만 허들이 낮습니다.

프리플로우니까, 스파이더 센스가 있으니까, 이따금, 이렇게 쉬운 난이도는 몰입을 낮추기도 합니다.

그런데 닥터 옥토퍼스의 서사성, 이전까지 겪었던 사건이 앞뒤로 쫙 깔려서 판을 깔아줍니다.


안티 옥토퍼스 슈트를 입고, 강화해둔 모든 장비들을 쏟아내면서, 웹스윙으로 도망가며 잔해를 집어던지면서

그동안의 플레이가 집대성한 느낌도 들면서, 일렉트로와 벌쳐의 보스전도 떠오릅니다.

중년 배불뚝이가, 저 몸매로 쫄쫄이를 입고도 기계팔과 조합되니 오히려 복근보다 더 간지난다 싶고

어쩌면, 난이도가 쉬우니까 여유가 생기고, 되려 보스전의 연출을 깊게 감상할 수 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키로의 최종보스가 휘두르는 창을 초집중한 채로 한 땀 한 땀 튕겨내며 보았던 연출과는, 또 다른 강렬함이었습니다.

2페이즈의 빌딩 벽에 달라 붙어서 치루는 박투씬은 정말 좋았어요.

김 빠지고 축 늘어진 템포는 두 명의 대사를 집중해서 읽을 시간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사실 이런 연출형 보스가 그 전에 없던 것도 아니죠? 스토리 상 중요한 보스는 이런 방식이 흔하니까요.

피지컬을 요구하는 보스들 역시, 전투의 일부를 할애해서 연출을 살리는 패턴이 나오는건 흔한 일입니다.

예전에는 이런 타입의 보스를 공략하면서 머리 한켠에 에고 맥 빠진다 싶었지만 취향이 바뀐걸까요.

스파이더맨 특유의, 전투 외의 조작성-웹스윙의 비중이 크기 때문인걸까 싶기도 하네요.

이 다음에 겪게 될 스토리형 보스, 기믹형 보스도 이런 완성도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스파이더맨이 왜 팬보이의 명작, 일반인의 수작이라 불리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스토리야 긴 세월에 걸쳐 다듬어진 만큼 아쉬운 부분 없이 좋았어요.

저는 팬보이는 아니지만 수작 이상의 평가를 주고 싶어요. 개인적인 평가는 93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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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ayInTheLife
21/03/27 14:43
수정 아이콘
웹 스윙을 활용한 보스전이 인상적이었죠. 개인적으로 난이도는 조금 더 어려웠어도 될거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씀하신 부분에서 기믹적 활용은 인상적이었죠.
아보카도피자
21/03/27 14:50
수정 아이콘
난이도는 좀 더 어려워도 될거 같다는 점에 동의합니다. 최종보스니만큼 더더욱....
그런데 설렁설렁해도 꺨 수 있는 만큼 대사를 집중해서 읽어서 뭔가 애매한 기분.
이디어트
21/03/27 15:04
수정 아이콘
스파이더맨 플탐 짧은게 흠이라면 흠인데, 그거 빼곤 진짜 재밌었습니다
간만에 시간가는줄 모르고 한 게임인데 빌딩사이로 이동만해도 꿀잼이죠 크크
손맛보다는 보는맛이 있는 게임이었습니다
아보카도피자
21/03/27 15:17
수정 아이콘
클립으로 웹스윙 찍어서 나잘해 시리즈 만드는 것도 재밌습니다. 속도를 키우는 컨을 써주면 진동이 우르르~~~
고층건물보다는 주택가, 상점가 같이 높낮이가 제멋대로인 곳을 파고드는게 진짜 뽕맛이....
ioi(아이오아이)
21/03/27 15:04
수정 아이콘
스펙이 일반 몹보다 높으니까
딜찍누가 안되니까
포션으로 버티는게 안되니까

이거 다 해당 안되는 데 최종보스 자리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젤다 야숨의 가논을 생각하면

보스 몬스터가 굳이 어려워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죠.

이런 게임의 근본을 따라가 보면 마리오의 쿠파가 있겠지만 그건 RPG가 아니니까 넘어가구요
아보카도피자
21/03/27 15:18
수정 아이콘
가논은 젤다의? 닌텐도의? 너무 어렵지 않은 보스의 전형입니다. 실제로 DLC 보스 도사가 꽤 잘만들어진걸 보면 아마 의도적이지 않은가 싶은데....뭐 코어팬은 항상 불만인 어린이 팬들을 위한 배려죠.
내맘대로만듦
21/03/27 15:37
수정 아이콘
이런 측면에서 용과같이7 최종 보스전들은 게임의 인상을 망가트릴만큼 최악of최악이었습니다.

모기무는거같은 데미지, 실종된 서사, 쓸데없이 많은 피통덕분에 늘어지는 긴장감, 시간끌기용 기믹..

용0에서 보여줬던 뽕 차오르는 롱테이크식의 선상 보스전 생각하면 참 퇴화를 해도 이렇게..

아무리 턴제가 첫제작이라 해도 본인들이 그렇게 오마쥬하는 드퀘는 어떻게 보스전을 만드는지 조금이라도 참고했으면 그런게 나오진 않았을텐데 말이죠.
아보카도피자
21/03/27 15:43
수정 아이콘
꼭 재밌는 기믹과 절묘한 난이도가 없어도 훌륭한 연출과 서사가, 스토리에서 비중 있는 보스에게는 더 적절한 방식인가 싶더라구요.
옥토퍼스 대사를 읽으면서 보스 전을 잘만든다는 것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서사를 강조하는 용과같이의 보스도 비슷한 맥락일거 같아요.
내맘대로만듦
21/03/27 18:13
수정 아이콘
네 말하신것처럼 스파이더맨의 보스들은 서사를 잘 살리게 보스전을 그냥 연출의 일부로 만들어버렸죠.
그렇게되면 너무 어렵게 돼버리면 서사적 연출을 여러번 봐야하니까 엄청 늘어지기때문에 어쩔수없이 난이도를 좀 쉽게만들었다고 보기도해요
그리고 저는 시니스터식스가 탈옥후 옥상에서 스파이더맨을 에워싸는 장면이 이 진짜 멋있드라고요. 게임 자체가 연출에 몰빵을 했죠.
스위치
21/03/27 15:54
수정 아이콘
아캄 시리즈는 스킬 여러개를 기억하기도 어렵고 적시적소에 전부 쓰기 어려웠는데, 스파이더맨은 스파이더 센스와 공중 체공 덕인지 쉽더군요. 빠른 템포 덕인지 후다닥 업적 올클리어하고 치우긴 했는데 짜임새만큼은 갓옵이나 야숨같은 게임보다도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아보카도피자
21/03/27 15:58
수정 아이콘
전 플탐을 단점으로 안봐서(플탐이 짧으면 접근성이 높아지니까...) 스파이더맨이 평가가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비식 오픈월드라는 평가도 있는데, 웹스윙에 오히려 좋아일 수도?
스위치
21/03/28 08:56
수정 아이콘
저도 게임 자체의 속도감이 좋아서 그렇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단점으로 안봅니다. 오히려 야숨의 코록이나 아캄의 리들러처럼 지겨운 맵 활용 수집요소를 순식간에 끝낼 수 있어서 좋았죠. dlc는 좀 애매했다고 보는데 본편만큼은 최고였습니다.
잠이온다
21/03/27 16:41
수정 아이콘
예전엔 기믹형 보스가 더 좋았는데, 요새는 단순무식하게 찍어누르는 것도 꽤 끌리더라고요. 게임들을 여럿 경험하다보니 한없이 귀찮아짐. 결정적으로 이런 생각에 쐐기를 박은게 라이브러리 오브 루니아라는 카드 게임인데, 이건 아예 비문학 독해처럼 조건들도 어렵게 쓰면서 억지로 기믹을 강요한다는 느낌을 받더라고요. 양쪽 다 되는게 이상적인거 아닌가 싶습니다. 능력되면 기믹 무시하고 패고, 안되면 기믹따라가서 쉽게 클리어하고.
아보카도피자
21/03/27 17:19
수정 아이콘
밸런스란게 정딥이 없죠. 유저에 따라 요동치느니 만큼
21/03/27 16:44
수정 아이콘
영상으로 보면 보스가 하나같이 별로 안 세 보이던데, 실제로 플레이하면 꽤 다른가보네요.
아보카도피자
21/03/27 17:19
수정 아이콘
안쌥니다 크크크 너무 쉬워서요....대신 특유의 간지 같은건 있어요.
윗집여자
21/03/27 18:36
수정 아이콘
프롬이 최근작에 와서 기믹을 추가했다기엔 예전작인 데몬즈소울에 기믹보스가 훨 많죠.

말씀하신대로 연출형 보스라고 해야 하나요? 갓오브워3가 생각나는데요. 스파이더맨도 qte가 주를 차지해서 다소 지루해질 수 있는 보스전을 멋진 연출로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체험을 하게 해줬죠. 스파이더맨 팬도 아니고 트로피 100% 때문에 억지로 2회차 했는데도 감동했습니다.
아보카도피자
21/03/27 22:58
수정 아이콘
(수정됨) 말씀하신대로 프롬은 퍼즐 보스를 꽤 쏠쏠하게 써왔죠. 닼소1의 아자리스가 그 대표격. 하지만 대부분의 보스는 피지컬이었고 정직하게 배치했지만 세키로에 와서는 약점을 하나씩 준비해놨습니다. 말을 놀래키는 화약. 악령을 쫓는 피리. 지네를 끄집는 창 등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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