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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7/28 14:01:22
Name 윌모어
Subject [기타] 최근 즐긴 콘솔, PC 게임 다섯 개 후기(마지막은 스포있음)
*** 평어체로 작성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위쳐3>

위쳐3의 명성이야 몰랐던 바는 아니다. 워낙 칭송받아 온 게임이고 RPG를 기본적으로 좋아했기에 적당히 관심은 유지하고 있었다. 드문드문 들려오는 얘기라면, 1) 사양 탄다(그러므로 네 똥컴으론 안된다!!) 2) 조작감 구리다 3) 전투 구리다 4) 스토리 예습하고 해라 5) 피의 남작까지만 해봐라 6) 스토리 갓갓 7) 볼륨 우왕 정도였다. 그리고 드디어, 이제야, 위쳐3를 해본 나의 감상으로는.. 저 말이 다 맞았더라.
젤다 야숨 이후로 처음이다. 돌아다니기만 해도 눈과 귀가 즐겁다. 특히 고독하게 깔리는 BGM을 들으며 석양의 어느 한적한 시골길을 걷고 있을 때의 그 느낌이란... 그리고 확장팩으로 투생에 갔을 때 다시 한 번 놀라 쓰러졌다. 코로나19 시국에 여행 간접체험이란 이런 거구나 싶었고, 게임 안하는 와이프한테 봐봐봐 하면서 경치 구경시켜줬을 정도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경치 몰입과 스토리 몰입이 선순환을 일으키는 구조가 아닌가 싶었다. 스토리가 워낙 밀도 깊고 자유도가 충분하니 몰입되고, 자연스레 그 분위기나 풍경에도 빠져들게 된다. 반대로도 말할 수 있다. 경치가 좋으니까, 자연스레 게롤트가 된 것 같고, 그러다보니 그의 입장이 되어 퀘스트를 풀게 되더라. 뭐 명불허전 전투 부분은 빼어나지 않았지만 나는 RPG에서 전투보다는 스토리를 중시하는 타입이라 별 불만은 없었다.
정리하면 위쳐3는 스토리 덕후이자 자유로운 플레이를 지향하는 나에게 꼭 맞았다. 지난 몇 달간 얼마나 푹 빠져 플레이했는지 모르겠다. 다만 원가 방대한 게임이라 2회차는 못하겠더라.

한줄평: 갓쳐3, 이제야 알아뵙게 되어 황송합니다ㅠ.ㅠ



<알렉스키드 인 미라클 월드 DX>

국딩 때 우리 집에는 현대컴보이가 있었고(패미컴 짝퉁이다), 아랫집 이웃 동생네 집에는 삼성알라딘보이가 있었다. 나는 십수 개 다채로운 게임팩을 갖고 있었고, 아랫집 동생은 그렇지 않았으니. 동생이 나를 부러워해야 했는데, 동생 집에 갔다가 눈이 뒤집혔다. 뭐? 팩을 안 꽂아도 게임이 된다고? 근데 그게 어라? 재밌네?
학교 끝나면 집에 수많은 팩들 놔두고 맨날 동생 집 가서 알렉스키드 좀 하고 가게 해달라고 조르곤 했다. 나에게 알렉스키드는 그런 추억을 가진 게임이었다. 그랬던 알렉스키드가 이번에 리마스터? 리메이크? 되어 출시됐고 나는 스위치 샵에 올라오자마자 바로 사서 게임을 켰다.
플레이타임이 원체 짧은 게임이라 그 자리에서 다 클리어했다. 원작에 비해 눈꼽만큼은 분량이 늘었지만 그래도 거기서 거기다. 아이템이나 맵, 적 구성 등 사실상 그대로여서 예전 게임 다시 하는 기분이 들었다. 단지 그래픽만 저연령층에 맞을 듯이 좀 뽀짝해졌다고 해야할까. 그게 맘에 안드는 사람들을 위해서인지 예전에 했던 드퀘11처럼 클래식 버전으로도 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처음 하시는 분들은 무난하게 값싼 인디 게임 하나 하시듯 즐기고 끝낼 수 있다. 원작을 기억하시는 분들은 추억 살리기 용 정도로는 가능하다. 그 이상을 기대할 수는 없겠더라. 아, 이걸 제일 먼저 얘기했어야 하는데 조작감이 매우 좋지 않다. 원작도 그렇지만 이번 건 더 좋지 않다. 차라리 원작의 그 구린 조작감은 몸이 기억이라도 하고 있어서 다행이지.. 또 적응할 생각은 들지 않는다. 가끔 생각날 때 클래식 버전이나 돌려야 겠다.

한줄평: 잠시 추억의 세계로 떠나기엔 적합. 그러나 난이도와 조작감 때문에 가끔 화가 남



<영웅전설: 섬의궤적1>

나는 영웅전설의 오랜 팬이다. 첫 시작은 중딩 때 매직스테이션2 집에 처음 들어오면서, CD매장에서 드래곤 슬레이어 1, 2 합본 샀을 때였다. 2는 맨날 땅굴?만 나와서 짜증나서 접었지만 1은 정말 미칠 듯이 반복 플레이했던 게 기억난다. 해적단 가서 버그 쓰고 최강 무기 따내며 듣던 BGM이 아른거린다.
그 이후 3을 눈물짜며 했고, 4는 비록 갓겜이라 칭송받지만 나와는 안맞아서 못했고 5는 이세계 게르드 보고 싶을 때마다 하느라 수십번은 했다. 그리고 아루온 체제로 넘어가 하궤를 즐겼고 거기서 내 영웅전설 경력?은 잠시 멈춰야 했다. 그 옛날 게임보이 이후로 집에는 게임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결혼하고 스위치를 장만한 나는 영궤, 벽궤를 차례로 깼다. 그리고 현재까지 스위치로 나온 가장 최신인, 섬궤1을 최근 깼다. 섬궤 최초 출시되고 무려 십년 가까이 인터넷 커뮤니티 하면서 죽어라 스포 피해다닌 덕인지 꽤 신선한 기분으로 플레이할 수 있었다. 역시 그래픽 따위는 기대할 수 없었지만, 부족한 부분은 내 상상력으로 채워가며 아쉬움을 달랬다. 학원물로 바뀌었다길래 어떨까 싶었는데, 이건 뭐 특별실습이니 뭐니 해도 결국 유격사 활동하고 뭐가 다른가 싶었으며 의미없는 플탐 늘리기...에 가까울 뿐이었다.
매장마다 스토리 패턴이 같아서 좀.. 좀 많이 지루했지만 그래도 내 인생RPG 영전이다.. 생각에 참으며 고속모드 풀가동하며 스토리 밀었다. 전투 시스템은 하궤부터 섬궤1까지 별로 바뀐 것이 없는 듯했다. 슬롯 열고 쿼츠 끼고, 아츠캐 ATS 몰빵하고 공격캐 능력치 위주로 달아주고, 이도저도 아닌 캐나 남캐(...) 버리고... 하면서 막힘없이 엔딩을 봤다. 스포 피한다고 자세히는 안봤지만 일전에 섬궤 시리즈 계속 나오면서 회원님들의 분노와 원성이 자자했던 그 분위기만은 기억이 난다... 하지만 난 아직 1밖에 안해봐서 뒷사정은 모른다. 스위치판으로 차례로 나오는대로 깨며 따라가야지...

한줄평: 뭔가 새로운 듯하지만, 그래도 영전. 팔콤 테이스트. 근데 마지막에 그건 뭐냐;;



<셀레스트>

스위치샵에서 5000원에 싸게 팔고 있어서 눈길이 갔다. 그리고 나무위키에 평만 봤는데 매우 점수가 높았다. 그래서 샀다. 근데 낚였다. 진행상황 창에 아예 해골마크 박아놓고 개수 세며 놀리는 꼴을 보니 아예 죽으라고 작정을 하고 만든 게임이 분명했다. 똥손인 나는 그런 굴욕을 감당할 수 없었다. 호텔 깨고 지웠다.

한줄평: 그냥 유튜브로 볼게요...



<토토노>
와이프가 무려 일주일 친정을 갔다. 퇴근하고 치킨 시켜먹고 맥주 먹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너무 심심했다. 그러던 중 뜬금 미연시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레치루, 화이트앨범 시절에서 멈춰있지만 가끔 유튜브 알고리즘이 귀신같이 알고 BGM 모음집을 던져대곤 했기 때문이다. 와이프도 없겠다, 큰맘먹고 요즘은 뭐가 유명한가 싶어서 검색을 좀 해봤다. ‘토토노’라는 게임 얘기가 들린다. 오, 그림체를 좀 검색해보니 뭔가 샤이하고 풋풋하고 파스텔톤으로 예쁘다. 오랜만에 순애물이 땡겼으니 적절해 보였다.

--------------------스포 주의-----------------------



















메타픽션인 줄 모르고 했는데, 갑자기 여캐가 날 조종하려 드는 걸 보고 금방 눈치채게 되었다. 하지만 난 이미 취작 진엔딩-언더테일-스팀의 어느 문예부 게임을 거치며 이 장르에 경험치를 쌓아왔다. 그래서 대단히 놀란 건 아니었다. 그래서 아무리 여캐가 날 겁줘도 그녀가 화면 밖으로 튀어나올 일은 없을 것임을 잘 아는 나는 제법 덤덤하게 게임을 마지막까지 클리어했다. 하지만 어떻게든 플레이어를 끌어들이려는 제작사의 노력만큼은 확실히 느껴졌다. 메타픽션 장르에 익숙하지 않았다면 분명 크게 놀란 사람들도 많았을 터이다. 으흠.. 개인적으로는 순애물을 기대했는데 낚여서 좀 아쉬웠다. 볼륨도 너무 적다...

한줄평: 제작사 후광만 아니었으면 아이디어빨로 승부하는 저예산 호러 노벨인 줄 알았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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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30년
21/07/28 14:08
수정 아이콘
셀레스트는 하다보면 조작감이나 레벨 디자인에 엄청 감탄하게 되는 게임입니다. 저도 엔딩보고 비 사이드까지는 완전히 다 못깼지만 충분히 만족감을 준 게임입니다. 괜히 메타 점수가 높은게 아니에요
윌모어
21/07/28 14:11
수정 아이콘
확실히 재미는 있었어요. 단지 제 손이 못따라가서 그렇습니다ㅠㅠ
아보카도피자
21/07/28 14:51
수정 아이콘
위쳐3 이후로 그래픽에 충격 받아본 게임이 없습니다. 호제던? 데스스트랜딩? 신세대 그래픽? 그냥 무덤~덤~지금 다시 위쳐3 켜보면 싸구려 물감으로 미켈란젤로가 그린 벽화 같은 느낌이에요. 사양을 넘어서 그냥 디자인이 예쁩니다. 빗길을 달리다가 햇빛이 쬐일 때 하늘을 올려보면 하염 없이 F12를 연타하게 만드는 게임이었죠.
죽력고
21/07/28 15:01
수정 아이콘
갠적으로 레데리2 플레이 띄엄띄엄하고 있는데 레데리 풍경 그래픽이 참 좋더라구요.
이쥴레이
21/07/28 15:27
수정 아이콘
저는 최근 그래픽이기는 그래픽인데 그래픽이 뛰어나고 좋아서 라기보다는 뭔가 새로운 세대급(?) 최적화 그래픽과 듀얼센스 패드 조합으로
로딩이 없는 자연스러운 3D 애니메이션을 보는듯한 경험을 준 라쳇&클랭크에게 정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더군요.
게임 플레이 내내 감탐하면서 게임 한적이 언제였더라..
라프텔
21/07/28 15:14
수정 아이콘
저도 위쳐3가 인생 게임입니다. (또 하나는 FF6)
스켈리게 OST는 정말 기가 막히죠. 굳이 퀘스트나 시나리오를 진행하지지 않아도 말 타고 다니는 것만으로 좋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경탄해마지 않는 젤다야숨에서 필드를 누비는 느낌을 저는 이미 위쳐3에서 다 받았습니다. (그래서 젤다가 저는 크게 재밌지는 않았는지도...)
생업이 힘들어 다회차는 진행 못하고 있지만 DLC까진 다 1회차 진행 했습니다. 참 잘만든 게임이에요.
이쥴레이
21/07/28 15:30
수정 아이콘
위쳐3 스토리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플레이하다가 아 이게 피의 남작 퀘스트였구나? 몇시간했지? 50시간했는데... 이제 초반 지역
클리어한거라고? 스토리 밀도가 정말 압축되어 있고 자잘한 내 선택으로 역사가 변화거나 스토리가 변화거나... 오픈월드 서브 퀘스트에 따라 여러 운명이
갈리는 요소가 기가막히게 접목되어 있는 게임이라고 봅니다. 인생 게임중 하나인데 사람마다 호불호가 많이 나뉘는 게임이라 좀 아쉽기도 하네요.
이선화
21/07/28 16:03
수정 아이콘
위쳐 3의 난이도는 너무도 높아서 전체 유저의 50%가 그리핀때문에 접고 25%는 이발사 때문에 접는다고 하지요 크크
마감은 지키자
21/07/28 16:33
수정 아이콘
스토리는 참 잘 만들었는데 전투가 많이 아쉽죠. 차라리 궨트로 전투를 했으면 더 재미있었을지도? 크크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서브퀘스트 하나하나까지 정성 들여 만든 것은 인정하나 플레이타임이 너무 긴 것도 문제였습니다., 결국 후반부에 가서는 지루함을 못 참아서 메인퀘만 밀어 버렸네요.
21/07/28 18:50
수정 아이콘
조작감이나 시점 등등이 저에게는 너무 큰 장벽이라 못하겠더라구요...
위처센스?키고 멀미나서 어우
거짓말쟁이
21/07/29 08:28
수정 아이콘
그나마 3에서 개선된거고 2를 해봤었는데 정말 못해먹겠더군요 크크.. 심지어 2는 첫 전투가 공성전이라 조작감이랑 시점이 불편하니 쉣...
미카미유아
21/07/28 19:01
수정 아이콘
위쳐3가 처음으로 플래티넘 딴 게임
디엘씨까지 100프로로는 유일
21/07/28 20:43
수정 아이콘
위쳐3를 만원대에 살수있는 세상이라니. 이게 극락이죠. 그니깐 CDPR놈들아 싸펑도 위쳐스타일로 만들었으면 됬자나 왜 그랬어......
모나크모나크
21/07/29 08:45
수정 아이콘
화이트앨범이 미연시인가요? 이거 공포게임 아닌가... 학생 때 열쇠소리 진짜 무서웠던 기억이...
클로에
21/07/29 11:20
수정 아이콘
학교가 배경인 공포게임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화이트데이입니다
모나크모나크
21/07/29 11:22
수정 아이콘
아-_-.. 맞네요. 민망하지만 댓글은 그냥 두는걸로 하겠습니다 흑흑
클로에
21/07/29 11:28
수정 아이콘
토토노는 5bp라 정말 평범한 순애물일까하고 의심할만한 요소가 많긴 했죠. 이 장르에서 메타픽션 시도를 2013년에 했다는 것 정도에 의의가 있는 정도고 호불호는 기본으로 장착하는 장르라 평가는 그 당시에도 그냥저냥이었던거로 기억합니다.
좌종당
21/07/29 12:11
수정 아이콘
위쳐는 1,2 몰라서 찾아보고 했는데 그래서 재밌게했습니다. 그전엔 하다가 지루해서 걍 접고 그랬는데
좀 찾아보고 공략도 약간 참조하니까 술술 넘어가며 재밌게했죠
전투가 너무 쉽다는 것만 빼면 최고...

섬궤는 턴 가져오는 재미는 좋은데 섬궤에선 전작들에 비해 너무 그거에만 몰빵돼있어서 문제... 뭐 딴거에서 특기할거라면 음악이랑 편의성이 좋다는 거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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