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3/12/16 09:58:16
Name mayuri
Subject [일반] 보고 읽은 것 푸른 눈의 사무라이(넷플릭스) / 가여운 것들(엘러스데어 그레이) - 스포 주의 (수정됨)
푸른 눈의 사무라이

만화책은 몰라도 애니메이션은 잘 안 보는 편인데 왠지 모르게 끌려서 보기 시작했습니다. 오? 초반부의 몰입감이 장난이 아닙니다. 후반부 부터는 조금 딸리긴 하는데 그래도 재미있게 봤네요.

요즘이라면 꽤나 비판받을 가능성이 농후한 오리엔탈리즘+자포네스크를 정면돌파한 작품입니다. 킬빌을 애니메이션으로 바꾸고 거기에 쌈마이한 B급 정서를 빼고 애니메이션에서만 표현이 가능한 판타지적이면서도 미려한 연출로 채웠습니다. 스토리 면에서는 ‘요짐보’같은 걸작 사무라이 영화들에 왕좌의 게임 같은 권력쟁탈물을 적절히 버무려 놓은 것 같아요. 뭔가 ‘아후 또 짜장면이야? 지겨워 그래도 먹긴 먹어야지. 근데 또 맛있네. 이 집 잘하네.‘ 이런 기분이에요. 새롭거나 특별하진 않지만 맛있습니다. 꽤 잔인하고 선정적인 장면도 있는데, 아무래도 극화적인 연출이고 색 자체가 쨍한 채도를 사용하다 보니 거부감은 좀 덜합니다.

다만 스토리 상의 개연성이 좀 약합니다. 주인공들이 분명 동기는 있는데 ’굳이 이렇게까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주인공들의 과거나 내면심리 묘사에 좀 더 공을 들여야 시청자들이 납득이 좀 더 되지 않을까 싶네요.
앞으로 어떻게 이야기를 끌어가야 할 지도 숙제입니다. 분명 잘 만든 애니메이션이지만, 그저 잘 만들었다고 해서 살아남을 수 있을 정도로 요즘 ott 시장은 녹록치 않습니다. 이 작품만의 뭔가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계속 듭니다. 어디서 하나씩 다 따온 것 같은 설정과 스토리는 이 작품이 고유한 주제의식이나 뚜렷한 스토리가 없이, 참고한 작품, 레퍼런스에 의해 계속 휘둘리는 결과를 낳습니다. 가장 큰 약점입니다. 보면서 계속 원전이 된 다른 작품들이 생각나요. 좀 더 냉정히 이야기하자면, 자기 맛이 하나도 없습니다. 재미있게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완벽히 좋은 평가를 내릴 수가 없는 이유에요.



가여운 것들

‘가여운 것들’은 사실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영화 스틸컷을 보고 관심을 가져서 읽게 된 소설이에요. 이 감독 영화는 재밌게 본 적이 없는데(개인적으로는 은유의 사용이 지나치다고 봐요) 스틸컷 미술들이 밝고 화사한데 비해 시놉시스는 음울하고 변태적인게 제 스타일이더군요.

원작은 영화의 판타지틱하고 현대적인 연출과는 동떨어진, 빅토리아 시대 특유의 음울하고 딱딱한 분위기가 짙습니다. 프랑켄슈타인 같은 그 시대 괴기소설을 오마주한 부분도 있구요. 이 잿빛 캔버스를 역동적인 극채색으로 물들이는 것은 주인공이자 이 작품의 주체라고 볼 수 있는 벨라 백스터입니다. 그야말로 아이같은 천진함과 에너지로 이 인물은 자신 주변의 모든 것을 흔듭니다. 벨라의 모험(?)이 작품의 중반부를 차지하고 상당히 몰입감 있게 읽히는 부분입니다. 어린아이의 감각으로 세상을 훑어가는 묘사는 매혹적입니다. 후반부로 가면 서서히 그녀는 세상의 아름다움과 선의 외에 다른 것도 학습하기 시작합니다. 결말은, 어떤 것이 진짜일까요? 벨라, 아니면 빅토리아? 읽으신 분들과 의견을 나누고 싶은데 좀 큰 스포라서 여기에 쓰기가 꺼려지네요.

작품 외적으로는 제가 영국과 스코틀랜드 역사에 대해 좀 알았더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겁니다. 일단 배경이 글래스고인데다가 주제의식과도 뭔가 연관이 있는 것 같거든요. 그걸 읽을 수 있는 눈이 제게 없다는 것이 아쉽네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눕이애오
23/12/16 11:49
수정 아이콘
푸른 눈의 사무라이 단군 유튜브에서 리뷰로만 봤는데 애니도 잘 안 본다는 사람이 평을 상당히 후하게 주더군요.
단군피셜 스토리 요약을 듣고나서 그렇게 재밌나?? 싶었는데 글쓴 분 말씀 들어보니 뭔가 스토리 라인보단 연출이나 몰입성 컨셉살리기가 뛰어난 게 장점인가 싶어요
23/12/16 20:01
수정 아이콘
애니메이션이라기보다는 껍질만 애니이고 내용은 영화나 드라마 같은 느낌이에요 크크
Jedi Woon
23/12/16 19:14
수정 아이콘
푸른눈의 사무라이는 원어가 영어라서 일어 더빙으로 봤습니다. 몰입도가 더 높아졌습니다.
스토리 보단 액션 감상용으로 가볍게 보기 좋았습니다.
23/12/16 20:03
수정 아이콘
저도 그 영어로 일본어를 발음하는 특유의 억양이 좀 신경쓰이긴 하더라구요. “미주우!!”하고 주인공 이름을 외치는데 음…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0509 [일반] 강아지 하네스 제작기 (7) - 컨셉은 정해졌다 [11] 니체6427 23/12/19 6427 3
100508 [일반] 중국의 전기차, 한국 시장은? [63] 사람되고싶다11362 23/12/19 11362 12
100507 [정치] '패소할 결심'대로... '윤석열 징계 취소 2심' 뒤집혔다 [94] Crochen15432 23/12/19 15432 0
100506 [정치] 이코노미스트가 한국을 OECD 중 2위로 평가했네요 [100] 아이스베어15575 23/12/19 15575 0
100505 [일반] 요즘 코인에서 유행하는 인스크립션, 오디널스, BRC란 [12] 시드마이어8482 23/12/19 8482 1
100504 [일반] 카카오톡 AI 남성혐오 논란 [24] Regentag9979 23/12/19 9979 5
100503 [정치] 전두환 회고록으로 살펴본 '서울의 봄' [15] bluff9143 23/12/19 9143 0
100502 [일반] 내일부로 무실적 꿀카드 하나가 단종 됩니다. [45] 길갈12698 23/12/19 12698 6
100501 [일반] 가톨릭 교회에서 사제가 동성 커플을 축복하는 것이 공식적으로 승인되었습니다. [39] jjohny=쿠마10365 23/12/19 10365 10
100500 [정치] 한동훈 법무장관이 비대위원장에 오려고 하나봅니다. [118] 매번같은14203 23/12/19 14203 0
100499 [일반] (스포 x) 영화 '싱글 인 서울' 추천합니다. [4] 철판닭갈비6545 23/12/19 6545 0
100498 [일반] 예술의전당 디지털 스테이지 오픈, 24년 12월까지 무료 [10] 인간흑인대머리남캐6597 23/12/19 6597 8
100497 [정치]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구속됐습니다. [67] 아이스베어14531 23/12/19 14531 0
100496 [일반] 영화 "서울의 봄"의 마지막에서 말이죠 (스포일러 있습니다) [39] 틀림과 다름8590 23/12/19 8590 0
100495 [일반] 명확한 닫힌 결말의 영화 <잠>, 스포일러 리뷰 [9] 킬리 스타드8228 23/12/18 8228 10
100494 [정치] 여론조사 꽃에서 발표한 서울시 25개구별 정당지지율 [206] 아우구스투스26774 23/12/18 26774 0
100493 [정치] 이제 시작일 것이다. [33] 라이언 덕후16588 23/12/18 16588 0
100492 [정치] "내로남불" [123] lexicon17776 23/12/17 17776 0
100491 [일반] 음악, 포기와 도전의 반복 [5] 오후2시7499 23/12/17 7499 8
100489 [일반]  강아지 하네스 제작기 (6) - 누구나 계획이 있다 두드려 맞기 전까지는 [10] 니체6865 23/12/17 6865 4
100488 [일반] 이스라엘 방위군의 무분별 사격으로 자국민 포로 3명 사살 [72] 건방진고양이13929 23/12/17 13929 6
100487 [일반] [팝송] 킴 페트라스 새 앨범 "Problématique" [2] 김치찌개5051 23/12/17 5051 0
100486 [일반] 리디북스 메가 마크다운 라인업 확정 [48] 렌야11893 23/12/16 11893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