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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4/05/14 20:17:29
Name 스테인
Subject [일반] 공무원으로서의 소회 (수정됨)
지방에서 전산직으로 일합니다. 주로 보는 일은 행정시스템 관련 업무죠. 사실 크게 뭐 목적이 있는 글은 아닙니다. 요즘 들어서는 거의 동네북이 되어버린 9출 공무원이지만, 인터넷 커뮤니티 돌아다니다가 간만에 더 씌게 긁혀서요 흐흐. 임용된지 이제 한 5년은 지난 것 같고, 이 정도 지나고 나니 어느 정도 이 직업에 대해서 담담하게 얘기할 수 있는 정도 짬은 먹은 것 같습니다. 객관적인지 주관적인지 잘 모르겠지만 이 직업에 대한 소회는 이렇습니다.

1. 왜 했냐?
솔직히 9급 준비하는데 큰 뜻을 품고 준비하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고, 그냥 준비하던 시점에 제일 쉬워보이는 게 공무원이어서 준비했었습니다. 1년 안되게 준비했었으니까 실제로 쉽게 붙기도 했었고요. 5년 전까지도 약간 대기업 vs 7급 공무원 같은 시덥잖은 배틀이 유행하던 시절이었는데(저는 당시에도 왼쪽 완승이라고 생각했었어서 저걸 왜 논쟁을 하고 있는지 이해가 안 갔었지만) 지금은 중소만도 못하다는 소리 듣는 걸 보면 좀 긁히긴 합니다..

2. 할 만 하냐?
케바케가 너무 심해서 딱 한정할 수가 없습니다. 가장 많이 준비하는 일반행정직, 육군으로 따지면 111알보병이나 다를바가 없는데 이러면 이제 업무 강도가 룰렛 돌리는 거랑 똑같다고 보시면 돼요. 최악으로 유명한 방사건토환(방재 사회복지 건축 토목 환경)은 미달도 잘 나고 여기 업무 배치받으면 민원인 육두문자 듣는거랑 허구한날 비상업무로 불려나오는 게 일입니다. 저는 전산직으로서 솔직히 전산 업무 볼때는 워라밸에 매우 만족했었는데, 한번 인사이동 뺑뺑이 돌리다가 교통관련 민원업무 봤을 때는 면직 충동이 시시때때로 솟아오르긴 했었습니다. 주차금지 구역에서 30분도 넘게 주차를 해두고는 본인은 '잠깐 차를 세우고 다른 곳에 다녀온 거지' 주차가 아니라서 돈 못내겠다고 소리지르는 사람들을 주에 3번은 봐야합니다. 아 그것 빼놓고 코로나 시국때는 진짜 끔찍했었습니다. 허구한날 동원되는게 진짜 지옥도가 따로 없더라고요.

3. 만족하냐?
솔직히 월급이 너무 적긴 합니다. 그래서 투자 재테크를 생각하기에 시드머니 자체가 쪼들리는게 마음에는 안 듭니다. 그래도 그것 뺴고는 나가고 싶을 때 연가 쓰고 부서가 칼퇴는 보장이 되는 편이라 그럭저럭은 만족합니다. 저는 그나마 월급으로 본가를 부양해야하는 건 없어서 혼자 하고 싶은 거 하고 여자친구랑 데이트 나가는 정도는 되네요. 아마 학자금을 갚아야 한다든가 본인 월급 절반이 부모님 용돈이면 안하느니만 못한 직업일 겁니다. 지방에서는 의외로 결혼도 잘 합니다. 9+9커플은 꽤 많은 편이고요. 다만 결혼의 성사 여부는 집에서 얼마나 보태줄 수 있는가(액수의 문제가 아니라, 해당 지방에서 전세집이라도 구할 수 있는가)가 제일 커보였습니다.

전반적으로 공무원이라는 직업의 수준은 로우바둑좌정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다른 사람한테 직업 얘기했을때 크게 마이너스 되지 않는 정도라고 해야할까요. 아마 수도권이면 직업인식평균에서 조금 아래일 거고 지방이면 평균보다 살짝 윗급이겠죠. 비난이나 좀 덜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넷에서만 그런 건지 아니면 사람들 기본 인식이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유달리 공무원 얘기만 나오면 입에 거품물고 빈정거리는 사람이 너무 많더라고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번외로 어느 직업이든 안 그렇겠느냐만은, 이 바닥은 진심 why(왜들어옴?)사람들과 how(어케들어옴?)사람들의 갭이 심합니다. 2년단위 뺑뺑이가 의외로 순기능이 있기도 합니다. how들이 2년 내내 공문 재작성만 누르며 버틴 자리에 why들이 와서는 식은 땀을 흘리며 2년간 외형상이나마 정상으로 만들어두면, 또 한 몇 년 버티는 거죠. 한번씩은 이 나라 행정이 어떻게 굴러가는건지 신기하기까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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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4 20:28
수정 아이콘
그래도 예전 세금도둑 소리들을때보단 아무튼 박봉이고 힘들다 소리듣는 지금이 나은거같기도 합니다(...)
이정재
24/05/14 21:23
수정 아이콘
세금도둑 소리들어도 돈 더받는게 낫죠
24/05/15 14:36
수정 아이콘
문제는 돈도 딱히 더 받는것도 아닌데 세금도둑 소리 듣던거라서 말이죠... 근 5년 정도 기준으로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업무환경이 크게 달라졌다 생각은 안하는데 그래도 철밥통이니 꿀빠니 이런소리 듣다가 얘들 알고보니 환경 심각하네? 인식이 생겨서 고생하는 사람같은 인식이 생겨서 예전보단 나은거같다고 봅니다. 딱히 꿀빨지도않는데 꿀빤다 소리듣는거보단 고생한다 소리듣는게 낫거든요.
이혜리
24/05/14 20:30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5급 진급 욕심없이 9급 한다면 전산직이 제일 좋다고 생각해요.
교육청 전산실에서 공익했는데 공무원의 단점들 중 꽤 많은 부분(빠른 인터넷 환경, 좋은 컴퓨터, 여름에도 시원한 사무실, 차단사이트 관리 등)이 없었어요.
스테인
24/05/14 21:18
수정 아이콘
진급 신경 안쓰고 전산일만 한다는 가정하에서는 지방직 최대 단점인 민원과 사업이 없다시피해서 워라밸이 괜찮다고 생각해요. 크게 욕심 안 가지고 살려고 생각중임다...
바람별사탕
24/05/14 21:13
수정 아이콘
고생 많으십니다 주무관님들 월급보면 이걸로 생활이 가능하나 싶더라고요...
24/05/14 21:31
수정 아이콘
공직생활을 하기 전에 나향욱 사태가 터졌을 때는 저 인간 돌았나 이 생각밖에 없었는데 이 쪽에 몸을 담고보니 민원인들을 개돼지 미만으로 보지 않으면 견뎌낼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더군요. 종종 공무원을 중소기업 미만으로 생각할 때 긁히기보다는 같이 중소기업이 낫다며 자학하는 중입니다.
스테인
24/05/14 21:42
수정 아이콘
(수정됨) 별의별 케이스가 많지만 만났던 민원인 중 GOAT는 같은 항렬 할아버지뻘이니 손자 용서하는 마음으로 감경해달라고 사정하던 아저씨였습니다. 김영란법 안걸리는 한도내에서 김밥에 떡볶이 대접하겠다는 덕담은 덤이고요 흐흐
임전즉퇴
24/05/15 05:55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정작 그는 민원인따위 볼일없고 민원인 대부분도 귀신같이 태세전환해 잘보이려고 할 엘리트였죠. 억울하면 민원인이 전화번호 잘 못찾고 콜센터와 닫힌 문과 경비원 있고 그 바깥 사람들의 민원처리를 지도(?)하는 곳 말석이라도 가도록 노오력하고 그게 곧 승진(예)인 것이 공무원.
뻐꾸기둘
24/05/15 11:50
수정 아이콘
나향욱씨는 고시출신이라 민원인이랑 드잡이질 할 일이 없었죠.
페로몬아돌
24/05/14 22:19
수정 아이콘
전산직 괜찮나요 크크크 슬슬 이제 머리가 개발자 할 상태가 아니고 이제 대출 다 갚아서 돈보다 워라밸이라도 챙길 수 있음 도전 해보고 싶네요 크크크
스테인
24/05/14 22:35
수정 아이콘
개발이랑은 일절 관련없고 거의 유지보수가 업무 전부라서 계속 전산실에 있을수만 있으면 할만해요 크크 근데 재수없으면 일반행정직 자리에 전보 당해서 민원업무 보는 일도.....생기긴 생깁니다 크크 어차피 돌아가긴 하지만요
프리템포
24/05/14 23:13
수정 아이콘
저도 지방의 시 지역에서 공무원하고있는데 지방에서 자리잡기엔 괜찮은 직업 같아요. 다만 수도권갈수록 집값이..
24/05/14 23:14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전산직 나쁘지 않습니다. 보통 거의모든 시군에 전산직 5급 to가 한명 있어서 5급 노리기에도 나쁘지 않고요. 아니면 전산 엘리트 코스인 예산실, 총무과 전산티오 들어가는것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번외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면, 인제 공무원은 how가 더 심해질 겁니다. 남자든 여자든 육아휴직에 대한 권리보호가 너무 강해요. 거기다 박근혜시절에 6급 근속까지 만들어 놓으니, 이 두개가 결합되서 일못하는 팀장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지방직 특성상 6급이 일못할시 행정 자체가 안돌아가는 특성을 고려하면 why와 how의 양극화는 더 심해질거에요.
먀미무먀
24/05/15 00:38
수정 아이콘
지금도 세금도둑이다 뭐 하라 파면하라 소리 듣는게 공무원이죠.. 어디 커뮤니티 가서 공무원 월급 적다 소리하면 그럼 그만 두면 되는거 아니냐 할 사람 많다 그러는 인간도 있거니와 급여가 전혀 적지 않다 이소리도 같이 나오던데.. 그렇다면 지금 면직 사태는 왜 있을까요..
힘내십쇼..
24/05/15 01:46
수정 아이콘
제 친구도 전산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맨날 새올 안된다고 전화 많이 온다던데 거기도 그런가요??
스테인
24/05/15 08:52
수정 아이콘
주업무가 새올 온나라 콜센터입니다 크크
문재인대통령
24/05/15 03:49
수정 아이콘
예전에 그런거 많이 했잖아요. 공무원 올려치기. 지금은 또 내려치고.. 사회 분위기에 따라 올려치기 내려치기 하는거라 큰 의미 없다고 보고.. 저도 집안이 너무 힘들어서 대학안가고 군인할까 공무원 할까 엄청 고민했던 기억이 생각나네요. 공무원만큼 존버란 말이 잘 어울리는 직업이 있을까 합니다.

근무환경이 좋다고 하시니 좋은데요? 매사에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 응원합니다
임전즉퇴
24/05/15 06:15
수정 아이콘
(수정됨) 공무원 [증원]한다고 하면 대신 처우개선 덜하겠지 하는게 국룰이고 실제 그렇게 됐죠(무슨 법이라기보다 경제원리의 발현). 님 알고했죠.. 물론 덜뽑는다고 처우개선되는것도 아닌 크크
사회 분위기는 경기가 결정하는데 코로나 불경기에는 올려쳐진건 모르고 그냥 힘들었고 잠잠해지니 명목임금상승으로 내려쳐지고 이제 진짜 불경기가 오면 모르겠죠.
서린언니
24/05/15 09:59
수정 아이콘
언더도그마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곳...
어머님이 초등 교사셨는데 정년퇴임하시고 노후를 즐기고 계십니다.
화이팅입니다.
아밀다
24/05/15 11:24
수정 아이콘
본문에도 직접 적으셨지만 사실 공무원을 대표하시기에는 좀 어렵겠네요. 물론 일반행정직 안에서 천차만별인 것도 맞아서(꿀빨러 보직도 있고 면직자 속출하는 보직도 있고) 공무원이라고 묶어 납작하게 다 때려박는 거 자체가 무리이긴 합니다. 그럼에도 그나마 이걸 느슨하고 거칠게 요약해 볼 때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공무원이란 직종의 특징은 점차 높아지고 있는 대민 업무 강도 및 난도와 여전히 낮은 임금인데, 글쓴이 분께서는 대민 업무를 많이 하지 않으실 테니.
스테인
24/05/15 16:45
수정 아이콘
대민업무가 주 업무인 직렬들은 진심 버티시는게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잠깐 한 2년 해본 것만으로도 탈주하고 싶은 마음 물씬 들더라고요
배글이
24/05/15 12:56
수정 아이콘
빈정보다 측은이 많아지지 않았나요
자살하는 공무원들에 퇴직진 많아진다는
뉴스가 자주나오고 있으니 ..
5급이상이나 꿀빨러라는 말 듣는것 같아요
No.99 AaronJudge
24/05/16 15:12
수정 아이콘
국가직 5급이상은 또 미친듯이 갈갈갈갈이기도 하고…(ex:기재부 사무관) 

꿀빨이 있나 싶긴 하죠 크크..
인생을살아주세요
24/05/15 13:01
수정 아이콘
고생 많으십니다. 늘 느끼는 거지만 우리나라 공무원 분들 중 친절하시고 열심히 하시는 분들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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