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4/08/23 02:52:14
Name 포졸작곡가
Subject [일반] 악보 지옥.......ㅠㅠ (수정됨)
음악이란게 그렇지만 클래식 음악은 악보에서 시작해서 악보 해석으로 끝나는 분야이죠~
어쨌든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의 작품들도 콩나물 끄적인 종이로 남아오니깐요....

악보의 역사를 하려니...
제가 아는 게 별로 없어서~크크
(음악사 분야인데 이런 건 시험 치고 까먹어주는 게 국룰입니다...!!)

악보는 작곡가가 작품을 남기는 방식이고
연주자와 소통하는 유일한 수단이죠~

그런데 곡을 발표하기까지는 콩나물 몇 개 그렸다고 무대에 올라갈 수 있는게 아니라는겁니다~~ㅜㅜ

////

포졸씨는 어느날 모 오케스트라와 계약하고 오케스트라곡을 모월 모일까지 보내기로 합니다.
그럼 그 오케스트라단은 모월 모일에 2가지 종류의 악보를 받게 됩니다...

바로,,

1.총보
2.파트보

총보는 말 그대로 지휘자가 보는 악보로써
모든 악기의 진행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든 악보입니다.
대충 요렇게 생겨먹었습니다...

Beethoven_Autograph.png

앗, 죄송합니다.
알아보질 못하겠군요~

0_full.jpg?v=1591278765000

이렇습니다...
여러개의 5선표가 쌓여있는 저걸 보고 모음보표라고 합니다.
사실 2개만 쌓여 있어도 모음보표라고 하죠~

베토벤 교향곡 5번은 12개의 5선표가 쌓여 있군요~

각 5선표 앞에는 악기 이름이 쓰여 있고,,
그 악기들이 어떻게 그려져 있는지를 보고 지휘자가 판단해서 지휘합니다..

물론 악기가 등장하는 순서는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일정하게 정해져 있습니다.
플룻-오보에-클라리넷-바순- 호른 -트럼펫- 팀파니 -바이올린1-바이올린2-비올라-첼로-더블베이스.

보통 4개의 그룹으로 묶이며 그 순서는 목관악기-금관악기-타악기-현악기 순입니다.

물론 처음에 봤던 베토벤의 원본은 그 순서가 다릅니다~^^
소프라노에 해당되는 악기 한 그룹 모으고, 앨토에 해당되는 악기 한 그룹...
테너에 해당되는 악기 한 그룹, 베이스에 해당되는 악기 한 그룹.....

지금은 악기가 발달하고 오케스트라에 추가된 악기들이 많아서 그렇게 못 합니다~^^

어쨌든 이건 지휘자가 보는 악보구요~

지휘자 밑에서 사시가 된 연주자들이 보는 악보는 다릅니다..
(한쪽 눈으로 악보 보고, 한쪽 눈으로 지휘자를 봄... 고인물일수록 사시임...!)

그게 바로 파트보죠~

maxresdefault.jpg

이건 바이올린 1의 파트보구요~
유난히 작은 음표로 되어 있는 악보는 큐노트라고 해서
쉬는 동안 남들이 뭐 연주하는지 보여줍니다...
넋 놓고 있지 말라는 작곡가의 배려이지요~


20039118_cover-large_file.png?sw=900&sh=1200&sm=fit

이건 호른 1의 파트보입니다...
큐노트 따윈 없는 파트보이죠~크크
암튼 12 밑줄 쫙~ 이렇게 되어 있으면 
"알아서 12마디 쉬고 니 타이밍에 잘 들어와라~
0.01초 라도 절었다간 내 호통을 듣게 될 거이야~!!!!"
이런 의미입니다....

긴장의 끈을 잡고 있어야 합니다....


이런 파트보를 악기별로 다 만들어주는 것 까지 작곡가의 의무입니다...
12개 파트면 12개, 16개 파트면 16개~~~

그렇지만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컴터 없던 시절엔 저거 다 손으로 그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컴터가 어느 정도 프로그래밍 돌려서 해줍니다...
물론 파트보를 위한 레이아웃은 다시 작업해야하죠~~
(물론 이것도 시간 꽤 잡아 먹습니다... 작편곡 시간 만큼은 아니지만요~)

/////

포졸씨는 음악적 능력을 인정 받아 모 오페라단과 계약을 하고 모월 모일까지 악보를 넘겨야합니다.
그럼 그 오페라단은 모월 모일에  3가지 종류의 악보를 받게 됩니다..

1. 피아노 반주보
2. 총보
3. 파트보

총보와 파트보는 위에서 설명 드렸고,
피아노 반주보가 추가 되었습니다...

대충 이렇게 생겨먹었습니다.

%EB%B2%A0%EB%A5%B4%EB%94%94,_%EB%9D%BC_%ED%8A%B8%EB%9D%BC%EB%B9%84%EC%95%84%ED%83%80_%EC%B6%95%EB%B0%B0%EC%9D%98_%EB%85%B8%EB%9E%98(Brindisi)_%EC%95%85%EB%B3%B4-1.png?type=w800
말하자면 피아노 반주에 노래 악보입니다~
왜 이걸 쓰냐구요?
총보가 무겁거든요~
사이즈도 큰 데다가 페이지 수도 5배는 더 많은....
성악가들 연습할 때마다 오케스트라가 다 따라와서 반주해 줄 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피아노 반주자는 오케스트라 부분인 16단 악보를
즉흥으로 압축해서 반주해야하는데 그 정도 실력자가.....덜덜덜

63fbf3c9c0a783b7391b41b5aa2a8b19_1024x.png?v=1704815636
암튼 이런 악보를 위의 피아노 악보로 줄여 놓고 성악가들 연습하는 겁니다....

보통의 오페라단은 먼저 피아노 반주보를 받습니다...
성악가들 연습이 먼저라서요~
오케스트라 악보(총보+파트보)는 그래도 조금 여유가 있습니다...

오페라의 피아노 반주보는 보통 200페이지가 넘으니..
오케스트라 총보는 1000페이지를 훌쩍 넘습니다...
물론 파트보는 따로죠~

괜히 악보 지옥이 아니라능.....ㅠㅠ

아 물론 컴터가 발명되기 이전에는 다 사람 손으로 필사해서 발표했습니다~덜덜덜
작곡가가 일일이 다 하지는 않고 파트보 정도는 문하생들 갈아 넣었죠~~~

작곡가가 마감에 쫒기면 첫번째 베토벤의 악보처럼 휘갈김이 심해지는거구요~
저런 악보를 보고 대학원생들(아 아니구나~) 문하생들이 파트보를 쓰고 앉아 있습니다...
바이올린 1 파트는 12명 정도 앉으니 12장을 복사.....가 아니고 그려야합니다..
아, 희소식~~ 현악기 파트는 2명이서 1악보를 보니깐 6장만 같은 거 그리면 되겠네요~

나머지 관악, 타악 파트는 알짤 없이 1인 1악보이므로 다 그려줍니다....

지금은 컴퓨터가 대부분 해줍니다.... 휴 다행....
하지만 레이아웃은 새로 해줘야하죠~
아티큘레이션, 다이나믹 표시 위치가 이상하면 조정해줘야합니다....
에이 그래도 다 손으로 그리고 앉아있는 것 보단 낫습니다..

오페라를 쓴다고 치면 더 헬이죠~
오케스트라로 곡을 완성하면 피아노 편곡을 해야하구요~(성악가들이 봐야해서~)
피아노로 곡을 완성하면 오케스트라 편곡을 해야하죠~(오케스트라가 봐야해서~)

협주곡도 마찬가지입니다..
협주자를 위한 피아노 반주보를 만들어줘야합니다....ㅠㅠ
(얘네도 총보 가지고 연습하는 거 아니에요.....ㅠㅠ)

///

소원이 있다면
제가 총보를 만들면 악보 AI가 파트보와 피아노 편곡 악보까지 깔끔하게 뽑아내 줬으면........

///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4/08/23 03:04
수정 아이콘
그래서 작은 연주를 위해서도 악보를 작곡가들에게 사더군요. 왜 익숙한 음악인데도 악보를 또 사냐고 하니까 상황에 따라 편곡이 되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 악보 가격이 또 작지가 않더군요.
포졸작곡가
24/08/23 03:05
수정 아이콘
그 덕에 제가 먹고 사는거라...^^
24/08/23 04:37
수정 아이콘
넵. 어지간한 연주들은 그렇게 악보 사고, 연주홀 대관하고, 반주자 돈 주고 나면 입장료 약간 받아도 나가는 돈이 훨씬 크더군요. 결국 클래식은 정부나 단체의 지원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긴 하더군요.
고등어자반
24/08/23 09:03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지금 추세라면 AI가 총보에서 파트보로 바꿔주는 작업 정도는 머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아마도).
24/08/23 09:57
수정 아이콘
뻘생각인데 악보를 암호로 써도 좋을거 같습니다.
24/08/23 10:42
수정 아이콘
직업상 악보를 가끔씩 다루게 되는데 보통 오케스트라 악보를 사면 총보 하나에 파트보 20개~30개. 일반적으로 지휘자 선생님들은 총보만 빌리다 보니
나머지 20~30개는 그냥 노는 악보가 되는 경우가 많은... 연주자 선생님들은 또 자기 파트보랑 총보만 빌려가고...
그리고 같은 곡의 악보라도 카덴차가 어떠냐에 따라 또 악보가 바뀌더군요.
기적의양
24/08/23 10:59
수정 아이콘
현악기는 덜한데 관악타악은 정말 마디수 세는게 합주의 가장 큰 과업이에열
이거 스마트악보에서 해결해주면 참 좋을 듯열
안군시대
24/08/23 12:32
수정 아이콘
AI가 발전하더라도 대중적 수요가 많은 분야부터 발전해 갈 거라서... 좀더 고생하십쇼. 크크크..
그나마 악보 그려주는 프로그램들이 예전에 비해선 기능도 많아지고 쓰기도 편해진 편이긴 하죠. 미디로 미리 들어볼 수도 있고..
포졸작곡가
24/08/23 12:50
수정 아이콘
으악~ 안돼~ㅠㅠ
24/08/23 15:05
수정 아이콘
어제 쉬운 칼림바 숫자 악보를 한 소절도 못 외워서 다시 외우다 꺼억꺼억 쪼그리고 앉아 웁니다.
저런 복잡한 악보를 볼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24/08/23 20:03
수정 아이콘
오 이 분야도 독해력이 중요한거 같아서 흥미롭습니다 크크
24/08/24 01:28
수정 아이콘
대부분 작곡가들이 피아노로 스케치하고 오케스트레이션 했다고 하던데 가사랑 음악 외워야하는 성악가들이 제일 먼저 연습에 들어갈테니 피아노 악보부터 출판하는게 제일 낫겠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2168 [일반] 빈..체로.........빈.....체........................................로.. [17] 포졸작곡가5784 24/08/28 5784 10
102162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27. 우레 뢰(畾, 雷)에서 파생된 한자들 [10] 계층방정4861 24/08/27 4861 3
102161 [일반] 영화 "빅토리" 후기.. "이 정도로 망할 영화인가??? " (스포주의) [42] Anti-MAGE12456 24/08/26 12456 4
102160 [일반] 칸예 웨스트, 언니네 이발관, 프랭크 오션 잡담. [6] aDayInTheLife7737 24/08/26 7737 16
102159 [일반] 텔레그램은 진정으로 암호화 메신저인가? [27] Regentag10913 24/08/26 10913 6
99301 [일반] 자유게시판 운영위원 상시 모집을 공지합니다. [18] jjohny=쿠마13195 23/07/25 13195 2
102157 [일반] 70년대 지어진 큰 평수 아파트에 꼭 있었다는 특이한 공간 식모방 [37] 매번같은9785 24/08/26 9785 3
102150 [일반] 7일 출장 예정이었는데 8개월 동안 갇혀 있을 사람에게 위로를 [23] 매번같은10624 24/08/25 10624 3
102148 [일반] 비행기의 전성기 [7] 번개맞은씨앗7155 24/08/25 7155 2
102147 [일반] 여자를 임신을 시켰다는 게 꼭 책임져야한다는 건 아니거든요?! [90] 칭찬합시다.15709 24/08/25 15709 12
102146 [일반] [스압] 고려말 왜구들의 본거지였던 일본 섬들 [18] 삭제됨7377 24/08/25 7377 28
102145 [일반] (약스포) 에일리언 로물루스 관람후기 [17] 종말메이커5971 24/08/25 5971 5
102143 [일반] 행복의 나라 리클라이어관 후기(거의노스포) 욕망의진화4229 24/08/25 4229 0
102144 [일반] [팝송] 알렉산더 스튜어트 새 앨범 "bleeding heart" 김치찌개3112 24/08/25 3112 0
102142 [일반] 술 맛있게 먹는 법.jpg [9] insane6445 24/08/24 6445 1
102141 [일반] [서평]《불안 세대》 - 스마트폰에 갇혀 실수할 기회를 빼앗긴 아이들 [23] 계층방정5624 24/08/24 5624 8
102140 [일반] 『바른 마음』 - 한국인의 역사관을 다시 생각하다 [4] meson4690 24/08/24 4690 8
102138 [일반] 카멀라 해리스, 美 민주당 대선후보 확정 (바이든-오바마-클린턴 찬조연설) [92] Davi4ever13885 24/08/23 13885 1
102136 [일반] 부천 호텔 화재 에어매트 영상 (심약자주의) [52] 그10번18376 24/08/23 18376 5
102135 [일반] 솔로가수 초동 판매량 순위 보면 트로트 시장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죠. [18] petrus8849 24/08/23 8849 0
102134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26. 연이을 련(聯)에서 파생된 한자들 [4] 계층방정3223 24/08/23 3223 4
102133 [일반] 악보 지옥.......ㅠㅠ [12] 포졸작곡가5446 24/08/23 5446 18
102132 [일반] 침잠과 부유. [9] aDayInTheLife3846 24/08/23 3846 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