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함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비좁은 보행로를 걸어가는 권투 선수의
펼쳐진 왼손처럼, 건널목에 서게 되면 건널목만을 생각하는 머릿속처럼
무심하고 고양되지 않는다.
눈빛이 마주칠 때 무서운 건 무엇인가.
실제로 아무런 싸움도 나지 않는데
이렇게 등을 돌리고 누우면 강함은 너의 침묵 속에 있다.
고요함은 나에게 네가 울고 있을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한다.
눈빛이 마주치지 않는데 깜깜한데
내일의 너는 멀고 무더운 나라
낯선 이웃들이 자꾸 인사하는 어떤 문밖에 서서
우리의 침대를 태우고 있거나 그런 비슷한 종류의 모든 문밖에 계속 서 있을 것만 같은.
실제로 아무런 눈물도 흘리지 않는데
앞으로는 너의 교외가 슬퍼질 것만 같은.
어둠 속에서 너에게 나는 웃는 사람인가.
네가 나에게 등을 돌릴 때 나는 너에게 강한가.
내가 주먹을 내지른 공간이 건너편 방의 침묵 속에 쓰러져 있다면
그것의 인내는 언제까지인가.
등을 돌리고 강해지는 우리들.
두려워도 상대의 눈에서 눈을 떼지 마라. 어쩌면 다음을 위한
이런 규칙을 깨야 할 때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할 때 나는
고요한 나에 대해 얼마나 강한가.
제가 좋아하는 시들을 소개해보았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각각의 시들에 제 나름의 추억들이 얽혀있어 읽고있으면 당시의 기분이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아쉽게도 저 역시 새를 키워본적은 없으며 같이 새를 키우자 속삭이던 연인과의 기억도 없습니다만
언제나 느끼며 되풀이하는 사랑의 허망함과 잔인함이 잘 드러나는 시입니다.
오붓한 분위기에 연인과 단둘이 앉아있노라면 저도 모르게 사랑을 속삭일 때가 있는데
가끔은 그게 진심이 아닌것 같아 스스로에게 구역질이 날때도 있지요
군대 있을때 싸움이라는 시를 참 좋아했는데요
꼭 저 시를 제 상황에 대입하여 생각했었던 것은 아니지만
부닥치는 많은 인생사와 더불어 진정 강하다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게 도와준 시입니다.
결국은 갈망과 체념, 그리고 끊임없는 견딤 아닐까요..
마지막 시는 수능이 끝나고 자주 읽던 시입니다.
당시 대입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기에 스무살의 치기어린 감정,
무언가 갑자기 어른이 되어버렸다는 생각,
인생에서 큰 고꾸라짐을 겪었다는 한탄 등과 어우러져 생의 근원을 탐독하는 시가 끌렸던 것 같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았는데 여전히 좀 아린 감정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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