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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4/13 20: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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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ked_In
Subject
[일반] 내 인생의 감기, 독감-인플루엔자와 신종플루 경험. 그리고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생각하며.
* 저는 의료관련지식이 1도 없는 문송한 사람입니다. 그저 이 일련의 질병과 관련한 일생의 체험담과 조금의 생각들을 적은 글입니다. 1. 감기 저는 어렸을 때 유난히 잔병치레가 많았고 그중 대부분은 감기였습니다. 체감상 지금의 봄 여어어어르으으으으음 갈 겨어우우우우우우우울 보다는 계절의 분배가 조화로웠던 걸로 추억하는 국민학교를 들어가 초등학교를 나온 시절- 저는 환절기마다 탈피하는 벌레처럼 계절이 바뀌면 당연하다는 듯 감기에 걸려서 일 년에 서너 번씩 고생했고, 한 번 걸리면 그냥 콧물 훌쩍 기침 콜록 정도 하는 게 아니라 고열과 두통을 동반하며 일주일씩 앓는 게 보통이어서 동네 소아과나 내과에 가는 건 어차피 답이 없다며 할머니 손에 이끌려 버스를 타고 멀리 있는 종합병원으로 가서 주사를 맞고는 했습니다. 이제는 보기도 힘든 한약을 방불케 하는 쓰디쓴 가루약과 그 오묘한 색깔만큼이나 맛있는 듯 맛없는 시럽 약은, 평생 먹을 분량을 미리 실컷 먹어서 지금도 진절머리가 납니다. 하여튼 그 무수히 많은 감기 앓이 중 제일 심하게 앓았던 건 초등학교 4학년쯤으로 기억하는데, 감기 증상이 있던 중 아버지와 같이 있다가 갑자기 열이 치솟아 정신을 잃을 정도가 되었고 아버지가 119에 신고해서 같이 앰뷸런스를 탄 채 병원에 실려 갔습니다. 병원에 도착해서는 의사와 간호사가 저를 팬티만 남긴 채 탈의시키고(!) 물을 적신 수건으로 온몸을 닦아내면서 열을 식혀주었습니다. 옷을 벗기 시작하고 물이 닿을 때는 죽을 것같이 추웠지만 곧 열이 내리자 평온해졌던 듯한데 어린 나이에 너무나 특이하고 강렬한 경험이었던지 전후 기억은 잘 없고 그 기막힌 상황만 또렷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체온 40도에 육박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다행히 입원까지는 가지 않고 차도가 있어서 큰일 없이 넘어갔습니다. 그게 제 인생의 첫 앰뷸런스 경험이었고, 감기로도 -특히 어린이라면- 정말 위험할 수 있다는걸 깨달았습니다. 2. 독감-인플루엔자. 성장하면서 약골은 벗어난 건지 항생제 오남용 누적의 힘인지 모르겠지만 Y2K와 노스트라다무스놈의 예언의 공포를 벗어난 새처년의 시작- 중·고등학교 이후로는 어렸을 때만큼 심하게 감기를 앓진 않았습니다. 조기체험과 한국인의 빨리빨리 정신으로 감기 기운이 조금만 있다 생각되면 약발로 조기 진압을 노렸죠. (물론 그것이 좋지만은... "감기는 병원에 다녀오면 7일 만에 낫고, 다녀오지 않으면 1주일 만에 낫는다."라고 하죠. 건강한 분들이라면 휴식과 영양 섭취가 최고입니다. 항생제 오남용 좋지 않아요...) 독감 예방접종도 몇 번인가 맞았던 것 같은데, 그때는 독감이라는 말이 지금보다는 더 흔하게 쓰였던 것 같고 -독한 감기라는 명칭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과 보통의 감기를 자칫 혼동 시켜 병증을 얕잡아 볼 수 있기에 자제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저도 그때까지는 독감이 독한 감기인 줄 알고 있다가 아래 설명할 사건으로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광란의 2002 월드컵이 지난 후 사스인지 뭔지도 창궐했었나... 다행히 우리나라에선 우려했던 것보단 무탈하게 지나갔던 걸로 기억합니다. 3. 신종플루 감기라는 놈은 지독하기 그지없어서 군대에서마저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따라붙어 왔습니다. 의정부 306 보충대를 거쳐 6사단 훈련소로 들어갔는데, 그때 하필 입영자원이 몰려서 한 소대에 60명이 득실거리는 믿을 수 없는 환경에서 아무리 청소를 수시로 해대도 수많은 훈련병이 부대끼며 나오는 먼지는 태양처럼 피할 수 없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 기상하는데 눈이 안떠져 당황하다가 만져보고 눈곱이 하도 많이 나와 딱딱하게 굳어서 그런걸 깨닫고 경악한 경험도 하고... 다행히 훈련소에서 감기는 피해갔지만 (위장관염이라는 더 pgr스러운 질환으로 질질 싸다가 사단 의무대로 실려 갔음...) 철원의 모 포병부대로 자대 전입을 한 바로 첫날에 감기 증상으로 제가 잠 못 이루는걸 본 불침번 근무자가 발견해 의무대로 끌려가서 명찰과 계급장을 받기도 전에 주사와 약부터 처방받아 폐급 신병으로 낙인찍히고 말았습니다. (그 업보인지 일병말봉부터 부분대장을 달고 전역 전까지 분대장만 만 1년1개월을 했습니다...) 그리고 짬을 먹어가고 작대기가 하나씩 늘며 바야흐로 수많은 별들이 빛나던(소시, 카라, 브아걸, 애프터스쿨, 2NE1, 포미닛, 티아라!) 09년... 철원의 극단으로 치닫는 폭염과 한파의 자진모리장단에 진절머리를 치며 -여기를 수도로 정했다니 궁예는 싸이코였음이 분명하고 왕건이 못 참고 궁예를 쳤던 것은 당연했다는 역사적 진실을 깨달으며- 군 생활 전체동안 10일이 주어지는 외출 외박일수 중 외출 두 번만 쓰고 남은 8일을 고이 남겨놓은 채 광란의 외출 외박 파티로 동송 읍내를 누비며 말년을 버티겠다는 야무진 단꿈에 부풀어 있던,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한다는 그 말년병장 때에... 천재지변이 닥쳤습니다. 신종플루. 필수적인 신병 휴가와 전역 전 말년 휴가만을 제외한 모든 휴가와 외출 외박은 통제당했고 -고이 모셔놓았던 저의 남은 8일의 소중한 외출 외박도 신기루처럼 증발했으며- 휴가를 나갔다 들어오는 인원들은 격리공간을 만들어 2주 동안 격리한 후에 이상 없을 시 복귀하는 조치가 시행됐습니다. 휴가 복귀 후 격리 인원들은 비닐로 밀폐된 생활관 문 사이로 배식을 받으며 자대 안에서 또 다른 2주간의 꿀 같은 휴가를 즐겼고 남은 부대 인원들은 구멍 난 인력을 메우느라 계급 고하 상관없이 경계 근무와 인수·인계받은 업무의 연장에 치이면서 정신없이 지냈습니다. -지금 일선 부대에서도 비슷하거나 더 심각한 상황이겠죠. 국군장병 여러분 화이팅!- 지금 생각하면 그냥저냥 추억인데, 그때는 몰랐습니다... 메르스조차도 지나가고 나서 한참 후에 제가 그것에 걸리게 될 줄은.... 유례없는 탄핵정국이 지나고 새시대가 시작되고나서 17년 겨울쯤... 일이 고되고 육체적으로 컨디션이 떨어졌다고 느끼던 어느 날 오랜만에 심한 감기 증상을 앓기 시작했습니다. 첫날에는 병원에서 단순 약 처방을 받았는데 둘째 날에도 나아지지 않아 다른 병원에 가서 주사와 수액을 맞으니 조금 괜찮아진 것 같았는데 자다가 심각한 오한, 두통, 기침, 발열과 함께 눈에서 눈곱이 아닌 고름이 나오기 시작.... 식겁하고 밤중에 응급실에 갔더니 인플루엔자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바로 5일간 입원 치료가 시작되었고... 타미플루를 처방받았습니다... 그 신종플루의 치료제입니다. 다행히 이틀 정도 고생하다 완만하게 차도를 보이고 완치해서 나왔습니다. 눈에 보이는 증상이 크게 나타나서 입원했기에 망정이지 며칠 더 버티다가 호흡기 증상이 심해졌으면 위험했을 뻔했습니다. 저는 독감이 감기와 전혀 다르다는것을, 진짜 사람이 죽을 수도 있겠다는 것을 어릴 적 이후로 다시 새롭게 깨달았습니다. 4. 그리고 지금. COVID-19,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생각하며. 원더키디가 우주로 나아가고 카자미 하야토가 아스라다와 함께 궁극의 자율주행 머신 알자드를 쳐바르는 2020년... 지금처럼 전 세계적으로 심각성을 느끼기 전, 이제 한국에서 심각하게 급증하는 게 아닌가 하며 우려가 커져가던 2월의 어느 날, 두통과 함께 귀 근처의 통증으로-발열은 다행히 없어서-중이염이 의심되어 이비인후과에 갔는데, 중이염이 아닌 임파선염 진단을 받고... 항생제(너는 나의...영원한 친구야!) 처방을 받고 약 먹고 쉬다가 나았습니다. 혹시나 하면 어쩌나 하고 조마조마했지만 코로나 19가 아니라서 다행이었습니다. 물론 임파선염도 만만한 건 아니었지만... 평생 앓았던 경험만을 떠올려보니 제가 왠지 약골인가 싶기도 한데, 전 키도 체격도 보통인 편이고 체력이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30대 초에 인플루엔자에 걸린 그때나, 중반이 된 지금이나 지병도 없고 특별히 건강 상태가 나쁘진 않습니다. (딱 하나, 장이 예민한 편이라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으면 여지없이 화장실에 수-액- 뽐내러 가지만 체질상 패시브에 가깝습니다. 그 덕분에 평소에 지하철이든 카페나 일반 건물 내의 화장실이든 자주 다니는 편인데 어느 날 문득 깨달은 게, 소변 대변 보고 손 안 씻는 사람들이 체감상 절반은 된다고 느꼈습니다. 진짜 의외로 많이들 안 씻어요. 전 성인이 된 후로는 보통 그래왔지만, 지금은 더 신경써서 외출 후 수시로 손 꼼꼼하게 씻고 손으로 얼굴 만지지 않으려고 의식합니다. 우리 모두 잘 씻고 다니자구요...샤방샤방.) 대학생부터는 병으로 고생한 것보다는 숙취로 고생한 것이 더 많네요. 물론 일평생 감기를 심하게 겪지 않아본, 그까짓 거 그냥 콧물 훌쩍 기침 콜록 정도로 가볍게 지나가고 말았던 분들이 대다수겠죠? 저는 앰뷸런스로 실려도 가봤고 응급실에 갔다가 입원 치료까지 겪어봤으니 여러모로 꽤 고생을 한 편이라 더 예민하게 느껴왔겠지만, 저처럼 노약자가 아닌 사람이라도 인플루엔자 잘못 걸리면 골골대다 저승길 문턱 구경하러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지금의 코로나바이러스 역시 어마어마하게 두렵습니다. 겪어보니까 그래요. 유례없을 정도로 전염성도 강하고, 지금 당장 치료제도 없는 형국이니... 젊고 건강한 사람도 사이토카인 스톰으로 위험할 수도 있다고 하니까, 우리 모두 조심에 조심을 거듭해야겠죠. 저조차도 정부가 너무 과민하게 받아들이는 것 아닌가, 사스나 메르스처럼 잠깐 지나쳐가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심각해져서 한국뿐만이 아니라 선진국인 북미 유럽을 비롯해 온 세상이 암담하게 직면하고 있잖아요? (한국이 옳았다 이놈들아!펄-럭-) 그러니 물론 그럴 리 없겠지만,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여러분들 중에 정말 혹시 만에 하나라도 지금의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곧 괜찮아지겠지, 나는 괜찮겠지, 생각된다면 정말 정말 조심해야 된다고 다시 강조해드리고 싶습니다. 설사 내가 걸려서 괜찮다고 쳐도, 보균자 혹은 무증상 감염자가 되어 나도 모르게 내가 접촉한 누군가에게 전파해 그중에 특별히 취약한 노약자들이 감염되고 큰일이 난다면, 내가 살인한 것과 다름없잖아요. 어찌 보면 숫자로는 100% 중에 작다고 할 1~2%라도 -물론 가챠와 랜덤 박스라면 그것이 얼마나 높은 것인지!- 그 숫자 뒤에 있는 것은 누군가에게 소중한 가족, 친구, 사람의 생명이니까요. 그깟 술자리, 다음에 가져도 되고(인류의 역사에 술은 탄생 이래로 사라진 적이 없습니다!) 그깟 꽃놀이, 내년에도 피는데 다음에 (나는...혼자...) 봐도 되니까요. 이번 코로나 사태로 직격탄을 맞아 생활이 힘든 분들도 많을 것이고, 일선에서 힘겹게 싸우고 있는 의료진들도 계속 고생이 많겠죠... 저로서는 감사와 함께 힘내라는 작은 위로밖에는 드릴 것이 없네요. 빨리 이 힘든 시기가 지나가고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길 기원합니다. pgr여러분들도 조심하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건강이 최고입니다. (대류...건강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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