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곤증과 점심식사 소화가 겹쳐 죽도록 나른한 봄학기 4교시, 응용화학 수업시간. 지각처리도 안 되는 늦은 시각에 한 여학생이 시커먼 액체가 가득 든 페트병을 손에 쥔 채 강의실 문을 박차고 들어와 꽥 소리를 질렀다. "20XX1234(학번) 홍길도오ㅗ오오옹!! 내가 이러라고 네 군대 2년 기다려준 줄 알아?!" 곧바로 지목한 남학생 정수리에 콜라 2리터들이 한 병을 몽땅 쏟아붓곤 "교수님 죄송합니다" 목례와 함께 엉엉 울며 뛰쳐나갔다.
교수님은 혼이 나갔는지 그 광경을 입을 벌리고 지켜보다 범인이 이미 교실을 빠져나간 뒤에야 "어...? 학생?!" 쉰 목소리로 겨우 입을 뗐다. 강의실에 있던 교수 조교 학생 너나 할 것없이 난생 처음 목격하는 마치 막장드라마를 방불케 하는 시츄에이션에 얼어붙었지만 폭격지점 근처에 앉은 학생들이 나서서 화장실서 대걸레를, 펠로우(학부연구생)가 근처 랩에서 추리닝을 가져와 닦고 갈아입히며 어찌저찌 수습한 후 수업을 계속했다. 실험동 화장실서 샤워를 하고 온 피해자 남학생은 수업이 끝나자 단상으로 튀어나와 본의 아니게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학우들에게 고개숙여 사과했다.
이 사건은 공대 내에서 큰 파장을 일으키며 동인과 서인처럼 두 개의 큰 당파를 이루었다. 하나는 남자 캐쉐-킷파, 남자가 군대를 기다려준 여친을 전역하자마자 차버리고 딴 여자를 만났다는 설을 지지. 또 하나는 여자 또라이파, 사실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여자 혼자 사귀는 걸로 착각하다가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눈이 뒤집어졌다는 설을 지지.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은 후자가 학계의 정설로 여겨지지만 또다른 이견을 내는 유 모군(유체역학 연구실 박사과정 11학기, 당시 현장에 있었다고 함) 같은 이가 아직도 존재한다.
지금도 누군가 강의실 문을 벌컥 열면 PTSD가 도진다는 응용화학 교수님은 수업중에 학생들이 지루해하는 기색을 보이면 그날의 썰을 푸시며 콜라 페트병의 상단부를 미리 절개하여 붓는 유량과 속도를 높인 치밀함을 칭찬한다. 그녀는 유체에 대한 이해도와 응용력이 진정으로 뛰어난 학생이자 어엿한 Cola-tech 공학인이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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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네 학교 전설을 주워듣고 각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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