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부쩍 글을 많이 올려 게시판을 독점하게 되는 듯합니다. 먼저 양해를 구합니다.
오늘 4월 15일이 노트르담 대성당이 불탄지 꼬박 1년 되는 해더라구요.
마침 이를 인식한듯, 노트르담 대성당의 역사를 다룬 책이 나왔습니다.
제목은 [Notre Dame: The Soul of France] 입니다.
노트르담 대성당을 화재로부터 구하려고 했던 소방관들의 영웅적인 이야기로 서론을 시작합니다.
몰랐던 사실인데 당시 소방지휘관이 아프간 전쟁 베테랑 출신 장군이었더군요.
(프랑스인인데 왠 아프간 전쟁?이라고 하실 수 있으나 NATO군 소속으로 참전하신 분이라고...)
전역 후 소방관으로 재취업하신 분....
본문의 내용은 노트르담 대성당의 역사를 시작부터 오늘날까지,
여러 역사적 에피소드를 통해 다루는 책이라고 합니다.
화재 당시 썼던 글을 잠시 다시 소개해보겠습니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종교시설을 넘어 파리의 심장이자 영혼이라고 할 수 있는 곳으로, 파리의 Point Zero (거리를 측정하는 기준점) 도 노트르담에 위치해 있습니다. 로마제국 말기 프랑스땅을 정복한 프랑크 족의 왕, 클로비스 시대부터 나폴레옹의 대관식까지, 그리고 빅토르 위고와 인상파 작가들까지.. 프랑스의 역사가 시작한 곳이죠. 물론 많은 굴곡이 있었습니다. 프랑스 대혁명은 국왕과 귀족 뿐만 아니라 성직자와 가톨릭 교회에 대한 반란이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성직자들이 살해당했고, 또 많은 교회들이 불탔습니다. 노트르담 성당은 그 와중에도 일부 훼손된 것을 제외하면 파괴되지는 않았습니다. 혁명가들마저 이 성당을 완전히 없애버리는 것을 주저했던 것이죠. 그 대신 다른 회합 장소로 이용하거나 또는 이성의 신전이라는 이름으로 개칭하여 "이성(Reason)"이라는 신을 숭배하는 곳으로 바꿔놓았습니다. 그런데 나폴레옹은 대관식을 노트르담 성당에서 거행하면서 이 장소를 다시 새로이 선포된 프랑스 제국의 중심으로 격상시킵니다.
하지만 노트르담을 성직자나 귀족 그리고 왕 또는 황제의 장소가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장소로 만든 것은 빅토르 위고였습니다. 그는 가톨릭 교회 자체에 대해서는 강한 반감을 갖고 있었지만, 개인적 신앙심은 깊었던 사람이었고, 또 노트르담의 아름다움을 누구보다 예찬했던 작가였습니다. 그는 "노트르담의 곱추"라는 소설로 노트르담을 정치적/종교적인 성소에서 아름다운 서사의 주 무대로,모험과 사랑 그리고 비극의 무대로, 일반인들의 품으로 돌려놓았습니다. 빅토르 위고 덕분에 노트르담은, 파리시민들을 넘어 전 프랑스인들의 마음에 새겨졌고, 나아가 전 유럽인들의 상상력을 자극시켰습니다.
그런데 그 노트르담이 하필 가장 성스러운 주일, 예수의 최후의 만찬, 죽음, 그리고 부활을 기리는 주일에 불에 탔습니다. 그러자 수많은 파리 시민들은 노트르담 주변에 모였고, 밤새 자리를 지키며 성가를 부르고, 친구들을 껴안고 또 기도했습니다. 22주째 계속되는 노란조끼 시위, 극우와 극좌의 대립, 극단주의의 대두 등으로 찢어진 프랑스 사회에 오랜만에 일체감을 불어넣었습니다. 이것 또한 커다란 상징일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원래 성주간이란,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기리는 주일입니다. 노트르담은 불에 탔지만, 파리 시민들 또는 프랑스인들은 재탄생할 수 있는 "계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프랑스인들은 노트르담의 화재를 지켜보면서 서로간의 "우애fraternité"를 확인하였고, 기업인들은 경쟁적으로 기부에 나섰으며, 또 유대인들과 이슬람교인들은 애도를 표하고 봉사활동과 모금활동에 나섰습니다."
프랑스는 역사적으로 가톨릭의 맏딸이라 불렸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그 가톨릭을 조직적으로 탄압하고 옥죄었던 것도 프랑스입니다.
프랑스 대통령은 "공화국"과 "세속주의"를 수호하는 임무를 맡고 있으나, 동시에 로마 최초의 교회 "성라테라노대성당"의 명예 제사장이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사실이지만, 최초의 대성당은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건립한 성라테라노대성당으로, 교황청이 바티칸 시티로 이전하기 전 이곳이 실제 교황이 머무르던 곳입니다. 그리고 프랑스 대통령이라는 직위는 프랑스 왕가의 직위를 계승하여 라테라노대성당의 명예성직자를 맡고 있습니다. 또 재미있는 사실이지만, 스페인 계단 바로 뒤에 위치한 성당이 하나 있는데, 그곳에 부르봉 왕가의 문양이 있는데, 그곳을 관리하는 곳도 이탈리아나 교황청이 아니라 프랑스입니다.
여담이 길었는데, 아무튼 노트르담이 되도록 이른 시일에 재건될 수 있길 바랍니다.
참고로 지난주에 EBS에서 노트르담 특집다큐를 방송한 적이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노트르담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한 다큐로 원 방송의 나레이션은 소피 마르소가 맡았다고 하는데,
국내 방송버전은 국내더빙입니다.
아래 링크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