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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4/17 23:32:17
Name 후추통
Subject [일반] 단장斷腸 (수정됨)
단장(斷腸)

위진남북조 시대에 나온 세설신어에 처음 등장한 말입니다.

동진의 실권자 환온이 촉을 정벌하러 갈 때, 환온군의 병사 하나가 새끼 원숭이를 잡아 배에 탔는데, 어미 원숭이가 새끼 원숭이를 구하러 울면서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어미 원숭이가 수로가 좁아지는 길목에서 배로 뛰어들었지만 곧 쓰러져 죽었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사람들이 어미 원숭이의 배를 갈라보니 창자가 토막토막 끊어져 있었다 합니다.

우리가 아는 단장의 능선에서 나오는 단장 역시 이 단어입니다.  

이렇게 말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모든게 다 밝혀졌잖아. 왜 6년이나 지난 일을 아직까지도 물고 늘어지냐.

이렇게 대답해드리고 싶습니다.

아니요. 모든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때 그 사람들이 왜 짜고 차가운 물에서 손 끝이 뭉그러지도록 벽과 바닥을 긁어가며 고통스럽게 죽어야 했는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아니요. 모든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왜 그 사람들을 구출하지 않고 두고만 보면서 사진과 영상만 찍은 이유가 뭔지.

아니요 모든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왜 어느 누구도 이 일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는지.

아니요. 모든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왜 단장의 슬픔으로 아직까지도 고통받는 가족들에게 다시 또 비수를 꽂는지.

지금 제가 이 글을 적는 시점은 그 날로부터 시간이 많이 지난 17일 23시입니다.

제가 왜 그 날에 글을 쓰지 않은것은, 그 전에 글을 쓰지 않은 것은 그들의 천박하고 모욕적인 말에 분노와 증오라고 하더라도 제 감정을 단 한개도 소비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제 공감의 감정은, 16일 만큼은 그분들의 단장의 슬픔을 공감하려는데 노력하는데 써왔고, 썼고, 쓸겁니다. 최소한 그 하루 만큼은 말입니다.

내년에는 이 단장의 슬픔이 과거의 일로 말할수 있기를 바랍니다.

P.S

늦었습니다. 그리고 아픈 기억을 다시 새기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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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7 23:34
수정 아이콘
(죄송한데, 6년...)
후추통
20/04/17 23:37
수정 아이콘
요즘 정말 제가 정신줄 놓고 산다는 느낌이 있네요ㅠㅠ 죄송합니다.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아직도 이 일이 생생한게....정말 섶게 운다라는 표현을 너무나도 가까이서 피부로 느낀 경험이라...
20/04/17 23:42
수정 아이콘
관련자 처벌은 잘 되지 않을것 같습니다. 법이 그렇고, 과거의 예로 봐도 책임자처벌은 너무 약합니다.
위험한걸 알고있었던 삼풍백화점 사장이 그랬고, KAL기 폭파범이라는 김현희도 그랬고, 지하철 가스폭발사고 책임자, 세월호 선장및 선주도 그럴겁니다. 모두들 사회에서 살고 있어요. 그들이 얼마나 고통받으면서 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저지른걸 보면 별로 그럴것 같지가 않아요.

다만, 적어도 사실은 밝혀내야 할것입니다. 이걸 막을려고 했던 사람들까지 대대로 기록에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롯데올해는다르다
20/04/17 23:43
수정 아이콘
이제 여건이 충분히 마련된 상황이니 사람들이 납득할만한 조사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예전에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등이 활동할 때도 모든 건이 완전히 밝혀지지는 못했어도 그래도 진전을 거두기도 하고 사람들이 납득은 한 것처럼요.
이번에 조사를 제대로 못한다면 언제 또 제대로 하겠습니까? 혹은 이번의 조사에도 납득을 못한다면 어떻게 납득시킬 수 있겠습니까?
20/04/17 23:59
수정 아이콘
만약 정권에 과반의석까지 가지고도 아무것도 못밝힌다면 아마 이들도 공범인거겠죠
설사왕
20/04/18 00:06
수정 아이콘
시신도 제대로 못 세서 희생자 수가 수 없이 바뀌었죠.
실종자 수를 모르는건 그렇다 쳐도 뻔히 있는 시신도 제대로 못 셀만큼 시스템이 엉망이었어요.
Letranger
20/04/18 00:41
수정 아이콘
정권이 바뀐지 3년이 지났고 세월호 특수단도 이미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해경 수뇌부는 기소당해 수사 중이고, 사건 현장에 있었던 해경 정장은 과실치사죄를 받아 그 죗값을 치루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권 당시 특조위의 활동을 방해한 조윤선은 집행유예를 받기는 했지만,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 재판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곧 법의 심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청해진해운은 박살났으며 유병언과 그 일당들은 저 세상 사람이 되거나 감방에서 두둑한 추징금을 물어내는 중입니다.

오히려 글쓴 분께 묻고 싶습니다. 도대체 어떠한 거악이 뒤에 있기에 현재의 세월호 조사가 '진실'을 밝혀내지 못했다는 것입니까? 박근혜 정부의 핵심 인물들, 해경 수뇌부를 움직이는 배후의 흑막 세력이라도 존재한다는(혹은 했다는) 것입니까? 글쓴 분께서 말하는 '진실'이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입니까? 어떤 결과가 나오면 그것이 진실이라고 인정하시겠습니까.

감정에 호소하는 것은 쉬우나,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사태를 객관적으로 보는 것은 어렵습니다.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쉽지만, 밝혀내야 할 '진실'이 무엇인지, 지금까지 어떠한 부분의 수사가 미진했고 무엇을 더 수사해야 하는지 말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특수단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면 될 일이지, 분노하고 슬퍼하라고 강요할 만한 사안은 아닙니다.
잉크부스
20/04/18 01:10
수정 아이콘
세월호가 사고가 난 이유와 그 이후의 구조 진행과정도 처참합니다만.
그때 정부는 뭐했냐에 대한 건이 여전히 불명확하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죠
일선 공무원들만 처벌받는등 꼬리자르기 식으로 넘어갔죠.
가장 유명한 "청와대는 컨트롤 타워가 아니다." 라는 말이 이 현실을 대변하죠.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말씀하신 배후의 거악이 이후에 특조위를 방해하고 언론을 동원해서 혐오를 부추기고 정보를 검열하여 왜곡된 방송들을 내보냈죠. 더불어 검찰과 사법부에 영향력을 행사했고 아직도 남은 그 잔당들이 지금도 세월호 유족을 공격하고 있죠.

특조위 활동 방해한 조윤선이 1심 판결 받은지가 이제 5개월지났습니다. 이제 특조위 수사가 가속이 붙기 시작했으니 앞으로 밝혀질 일이 많겠지만. 뭘 더하란 말이냐 라는 말은 꽤 성급하게 들립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하겠지요 180석을 얻었으니 이제 배후의 거악들 눈치볼일 없으니까요.

밝혀질 진실은
재난시점에 왜 의사결정이 늦어졌고 컨트롤 타워는 무얼했으며 이후에 무능을 감추기 위해서 언론과 사법부에 압력을 가한 인물과 그를 지시한 인물 그리고 그 구체적 사례들이 밝혀지고 연관된 모든 사람들이 법에 따른 처벌을 받아야겠죠.
혹시 이 모든것이 이미 밝혀졌고 처벌받을 사람이 모두 받았다고 생각하시나요?
Letranger
20/04/18 01:32
수정 아이콘
뭐 무슨 말씀인지는 대강 알겠는데, 재난 시점에 행정부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누가 특조위에 압력을 행사했는지는 이미 밝혀지거나 재판 중에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조윤선과 이병기의 죄상은 이미 법정에서 밝혀지지 않았습니까? 도대체 잉크부스님께서 말씀하시는 그 '거악'이 누구인지 궁금하네요.

그냥 두루뭉술하게 어떠한 거대한 흑막세력이 배후에서 꼭두각시마냥 특수위를 조종하고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죠.
이 모든 것이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는 하나님의 은총이시라는 말 수준으로 들립니다만.
잉크부스
20/04/18 03:04
수정 아이콘
(수정됨) 조윤선과 이병기는 특조위 방해를 했고 그걸 아무도 안시켰는데 자발적으로 했다고 보시나요?
더불어 경찰과 사법부에 영향을 행사한 김기춘과 조병우도 아직멀었죠.
그리고 그때 청탁받은 사법부는 아직 한명도 처벌 받지 않았어요.
그리고 그때 호위무사하던 그 당 정치인들도 마찬가지고 청와대 사주받아 바른말 하던 기자들 자르고 기사검열하고 악의편집하던 언론들도 처벌 받아야죠.

그런짓을 해도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데 다음에 그런일이 생기면 누가 그런짓을 마다하겠습니까. 눈한번감아주고 영전하면 되는데요.

정의사회 근간을 흔드는 주구들은 철저하게 사후 응징이되어야 사회정의가 바로 서는겁니다.

배후의 흑막이야 수사가 끝나야 알수있겠죠 지금 수사받는 사람들은 이제 꼬리에 불과하고 꼬리부터 몸통을 지나 머리까지 수사해야죠.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 사법개혁이 필수적이구요.
후추통
20/04/18 01:15
수정 아이콘
저에겐 대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저는 제 감정이든 정치적 선택을 남에게 강요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저 역시 특수단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이 글은 그냥 단순히 제 회고일 뿐입니다.

단순하게 당시 섶게 울던 유가족들과 제가 과거에 있었던 시민단체에서 겪었던 일들이 너무나도 겹쳐 보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사건에 대해서 저렇게 말합니다. 당장 제 가까운 사람들도 왕왕 저런 말을 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리고 제가 늘상 하던 대답이 저것입니다. 어떤 정치적 의도는 없습니다. 자식 잃은 부모와 가족을 잃은 이들에게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는 건, 문제냐 아니냐를 떠나서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되는 짓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그날 어쩌다보니 세설신어를 읽게되었는데, 저 단장이라는 일화가 너무나도 폐부를 찌르는 감정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네. 그 사람의 말에 분노한 것 맞습니다.

하지만 내 분노와 슬픔의 감정에 무조건 공감하라고 강요한다면, 유가족들 옆에서 폭식투쟁을 하던 이들과 다를바가 뭐겠습니까.

심야에 쓰는 글이라 좀 횡설수설하는 감이 없잖아 있는데, 마지막으로 제 마음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저들을 싫어하는 건 그들이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것이 전무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들을 닮은 인두겁을 뒤집어 쓴 고깃덩이가 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Letranger
20/04/18 01:46
수정 아이콘
세월호 희생자 분들께 공감하시는 그 노고에는 감사하단 말씀을 드립니다.

다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세월호 사건이 가슴아프다, 그 아픔을 공감하자는 말이 '거악'을 청산하는 데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두세 번 들으면 무뎌지는 것이 사람인데, 똑같은 말을 후추통 님 말씀대로 6년이나 반복해서 들으면 귀찮고 피곤해지는 것이 당연한 귀결이겠죠. 후추통님께서 그토록 혐오하시는 자들이 그러한 발언을 내뱉는 것은 바로 그 점을 노리는 것입니다.

모든 것, 특히 세월호 사건 같은 큰 사건은 좋건 싫건 '정치적 사건'이 되고, '정치적 잣대'를 통해 규정되어지기 마련입니다. 특수단이 만들어진 것 자체가 부정할 수 없는 정치적인 결정입니다. 세월호 사건에 대해 수사가 미진했던 부분이나 처벌받지 못할 자들을 단죄하자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후추통님의 글처럼 유가족의 아픔이 크다, 고통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지 못했다 류의 감정적인 호소는 정치적인 아군을 결집시킬 지는 모르겠으나 적군 또한 결집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후추통님께서 말씀하시는 내용에 생산적인 텍스트는 부재되어 있고 오로지 분노와 동정만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감정적인 동조를 요구하는 것보다 합리적인 비판을 하는 것이 훨신 생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특수위 결과가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혀내길 바랍니다.
VictoryFood
20/04/18 04:55
수정 아이콘
세월호 사건은 좀 여러가지로 나눠서 바라봐야 합니다.

1. 선박의 전복 사고
2. 사고 후 구조 상황
3. 사고 진상 조사 시 외부의 압력

1번은 사실 그다지 말할 게 없습니다.
그냥 안전불감증으로 사고가 난 거죠.
이 안전불감증이라는 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게 아닙니다.
세월호 사고에서만만 특별나게 잘못한 건 아니라는 겁니다.
매일 벌어지는 수많은 교통사고도 이런 안전불감증으로 사고가 나니까요.
세월호가 기존의 법규와 운항 지침을 잘 따랐어도 사고가 났다면 시스템을 고쳐야 하지만 그런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선 선박 운용한 선장과 회사, 그리고 관리감독을 못한 공무원들이 처벌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은 것 같네요.

2번은 1차적으로는 해경, 2차적으로는 정부의 대처가 문제가 되겠죠.
여기서 해경이나 정부가 일부러 구조하지 말아라 라고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사고가 났는데 우왕좌왕하다가 골든타임을 놓친거죠.
그에 대한 책임도 해경 실무자를 처벌을 받고 있고, 정부는 탄핵으로 심판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가 해야할 일은 이런 대형 재난에 대한 매뉴얼을 다시 점검하여 추후의 혹시나 생길지 모르는 사고 대처를 제대로 할 수 있게 하는 거겠죠.
사고후 6년이 지났는데 이 수정된 매뉴얼이 나왔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나왔는데 제가 소식을 못 접했을 수도 있겠죠.

이제 남은 것은 3번입니다.
게다가 여기서부터는 정치적인 문제가 끼어들게 되죠.
전 이 문제도 사실 탄핵에 이은 대선과 이번 총선으로 결론은 이미 났다고 생각합니다.
법적인 처벌은 진행 중에 있는데 이건 제대로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긴 하루의 끝에서
20/04/18 05:07
수정 아이콘
세월호 사고가 처참하고 안타까운 일임은 누구나 다 공감하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개개인의 감정과 당사자의 입장을 아무리 존중하고 배려한들 세월호 사고가 개인을 벗어나 사회적으로도 지금은 물론 그간과 같이 회자되며 영속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대한민국 역사상 수많은 사건사고에 견주어 사고 자체는 물론 사고 전후와 관련하여 세월호 사고만이 갖는 특수성과 차별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히 이야기할 수 있어야만 합니다. 세월호에 대해 본문과는 다른 인식, 입장이 존재하는 것도 다름이 아니라 바로 이 점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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