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첫 사회생활의 시작은 대학교 3학년, 롤에 미쳐서 1학기 기말고사 두세과목 시험지를 백지로 작성하고 휴학에 돌입했을 때였다. 같이 살던 부모님도 포기 할 정도로 막장 인생을 살던 와중 알바라도 할까 하다가 지금은 꽤 주가가 많이 오른 가격비교사이트 회사에서 파견계약직을 뽑는 공고가 있었다. 한 달 일하면 120만원을 준다더라. 2012년에 그정도면 감지덕지한 수준이었다. 나름 면접도 8대 1을 뚫었다. 아마 잘생겨서 그런가보다. 그렇게 처음으로 포토샵을 켜봤고, 디자인 비전공자 치고는 나름 재능이 있었나보다. 1년이 지날 때 나는 다이아 아이디와 월급 2달치를 투자한 로드바이크 한 대, 그리고 디자인 능력과 그래도 사람답게 살던 시기라는 부모님의 평가를 얻었다.
2. 복학 후 L사 카드사 공모전에 당선되어 운좋게 인턴을 경험했다. 포토샵이랑 PPT를 당시 대학생 치고는 아주 세련되게 잘 만졌던 결과였다. 2달 인턴 후 정규직 전환에 실패했는데, 대기업에 처음 다녀봐서 그런가 대접이나 환경, 사람들도 너무 좋았고 꼭 가고싶었기에 충격이 너무 컸다. 참고로 지금은 별로 부럽지 않다.(매각 예정)
3. 어쩌다 어쩌다 어쩌다보니 또 어중이 떠중이마냥 1년을 허비했다. 뭐 취준이 잘 안되서 그렇지만.. 마지막 자소서 넣었던 N사 페인트 회사 영업에 합격했다. 나같이 보잘것 없는 놈에게 연봉 4천을 넘게 준단다. 헐... 뼈를 묻어야지... 라고 생각했지만 1년 만에 나왔다. 아침엔 노가다를 뛰고 오후엔 빌러 다니는게 일상이었다. 사람들도 너무 빡셌다. 부모님이 공부 하라는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취업 할 땐 오버워치 다이아였는데, 퇴사할 땐 언랭이었다. 이유는 하루가 힘드니 겜창도 겜을 할 시간이 없었다...
3.5 재취준 결과 대기업 최종 탈락만 3번을 했다. 뭐랄까... 무념무상이 되었다. 이룬것도 없이 나이는 30이 되었다. 학벌 세탁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S대 MOT 대학원에 들어갔다가 1달도 안되서 나왔다. 그냥 회사원들의 네트워크를 위한 대학원이더라. 플랜 B를 가동시켰다. 문과생이 갑자기 데이터사이언스를 배우겠다며 패xx캠xx라는 IT 학원에 4개월을 등록했다. 거기서 지금도 남은 건 파이썬 코드 작성법과 웹 크롤링(이건 개인적으로 재밌어서 계속 공부했다)이었다. 실력이 쪼까 올라올 시기에 C대 AI 대학원에 합격해 랩실까지 컨택 완료했...
4. 으나 갑자기 소셜커머스 중 하나에 MD로 입사하게 된다. 갑분 이커머스? 근데 예전부터 관심이 있던 분야라 심심해서 넣어봤는데 붙어서 돈이나 일찍 벌자 마인드로 그냥 갔다... 근데 그런거 있다. 인생의 중요한 기로에서 자포자기 마인드로 에라... 될 대로 되라 행동하다보면 이상하게 뭔가 풀릴때가 있다. 이 곳에서의 2년은 정말 힘든 시간(회사가 정말... 뭐랄까 기묘하다. 궁금하신 분은 쪽지를...)을 보냈지만, 원하는 카테고리의 원하는 일을 딱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개인적인 왼손 무기라고 생각하는 웹 크롤링과 디자인 능력도 맘껏 발휘할 수 있어서(회사가 교육시켜주는건 절대 아니다... 정말 1도 없습니다) 틈틈이 실무에 적용시키려고 노력했다. 성과도 좋았다.
5. 근데 회사가 너무 힘들어서 얼른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1년 4개월 경력 가지고 공유가 선전하는 S사 서류를 썼다. 이게 웬일인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살았는지 최종면접까지 갈 수 있었다. 경쟁률이 약 100대 1 정도였다고 들었는데, 마지막에 2:1을 못뚫고 나가리됐다. 뭐랄까... 남들에게는 괜찮다고 했지만 전 그 이후 절대 그곳을 이용하지 않습니다. 할 수 없이 어떻게 또 존버하지 하다가... 정말 기적적으로 경력직 공고가 안뜨는 E사(플랫폼 MD들의 워너비ㅠㅠ)가 내 카테고리 사람을 뽑는다는걸 알게되어 정성을 다해 자소서를 쓰게된다. 나란 사람 MD지만 이것도 할 수 있고 저것도 할 수 있어요... 2번의 화상면접 결과는... 바로 오늘이 첫 출근날이다. 2년이 채 안되었지만 첫 경력 이직이 되었다.
약 2시간 뒤면 난 그 회사에 첫 출근을 할 것이고,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업무를 체험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오늘이 평생에서의 첫 출근날 같다. 재직자, 전직자들의 평가도 좋고 앞으로도 나름 안정적으로 다닐 수 있다고 들어서... 30년 넘게 힘든 집안 환경과 뭔가 불안한 마음이 드는 회사들을 다니다보니 뭔가 꿈만 같다. 나 같은 놈을 왜 뽑았나 싶고...
여하튼 저 과정들이 지금 보면 삽질한 것도 많고 쓸모없어 보이는 것도 많은데 뭐라도 하나 빠지면 지금의 내가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앞으로의 개인적인 바람은 몸이 좀 상태가 메롱인데, 관리 잘해서 내년엔반드시결혼 을 하고싶다. 어떻게 끝내지... 저 이제 샤워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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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글 읽고 나니 정말 뽑고 싶은 유형의 인력인데요? 멘탈도 좋을 것 같고 하고 싶은거 하면서 굴러다니던 경험도 있고 실무 능력도 검증되었고 뭔가 경쟁 이벤트에서 이겨낸 이력도 있고 피곤한 상황에서 도망 안가고 1년 이상 버틴적도 있고 본인이 필요한 능력 판단해서 스킬셋 추가하려는 열정도 있고... 심지어 잘생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