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0/05/14 17:39:25
Name 청보랏빛 영혼 s
Subject [일반] [12] 건강으로 하드캐리!


사람들이 저희를 ‘백의의 천사’라고 불러주지만

실제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다 보면 ‘아, 난 천국에는 못 가겠구나.’ 라는 마음이 들때가 더 많아요.

환자들에 팔에 대바늘 만한 주사를 꽂아 넣으면서 ‘살짝 아파요.’ 라는 거짓말을 하고 채혈 할 때마다 초코 파이로는 회복이 안 될 정도의 피를 뽑아갑니다.
10개도 넘는 알약을 매끼 손에 쉬어 주며 식욕이 없어 밥을 도저히 못 삼키겠다는 할머니에게 ‘이거 안 먹으면 집에 못 가세요.’ 라며 억지로 숟가락을 입에 넣습니다.
수술한 부위가 아파서 못 일어난다고 하는 환자들에게 이불을 걷어내고 침대 머리를 억지로 올린 다음 지금 안 걸으면 염증생기고 열나서 일주일은 더 입원해야 된다고 아프면 진통제라도 맞으면서 걸어야 된다고 재촉합니다.
내일 죽더라도 오늘 담배 한대만 피게 해달라는 할아버지들에게 단호하게 ‘안 되요! 그리고 죽는다는 말 하지 마세요!’ 라고 말하구요.
족히 24시간은 넘게 잠을 못 잔 것 같은 1년차 레지던트에게 얼음 탄 박카스를 먹여 깨워서 억지로 PC앞에 앉히고 새벽 3시에도 자고 있는 인턴을 불러 올려 사망 환자 처치를 하게 만듭니다.
진료에 수술에 오후 7시가 넘어서 겨우 회진을 끝낸 교수님들 앞에 늘 새로운 보호자를 세워 면담하게 하구요.
화장실 수리가 늦어지면 영선실에 30분마다 독촉 전화도 넣고 배식이 끝난 영양과에 죽 한그릇 더 올리게 하려고 서류를 3장씩 써 내리려서 욕을 먹기도 합니다.

이게 누가 봐도 천사가 할 법한 일들은 아니네요.

입사할 때의 꿈은 메딕이나 소라카 같은 자애로운 서폿이 되려고 했는데.
10여년간 폭주하는 업무와 싸우다 보니 어느새 만렙 카사딘처럼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전장의 지배자가 되어버린 기분입니다.

근무가 끝나고 퉁퉁부어 안 구부러지는 다리를 끌고 집에 가는 길.
이제는 서렌치고 편해지고 싶기도 하지만

아픈 와중에도 우리에게 늘 고생이라고 고맙다는 말을 건네는 환자들.
작은 배려에도 감사하다며 음료수를 건네는 보호자들.
이 시국에 손씻기 열심히 하고 더워도 마스크 꼭 끼고 다니시는 많은 분들 보면서 또 하루가 버텨집니다.

모두가 웃고 건강해서 행복해지면 구지 멀리서 천국 찾을 필요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까지 잘 해오셨을 분들에게 또 부탁을 드리게 되네요.
불편하시더라도 생활방역에 잘 동참해서 동료들과 제가 멀리서 힐만 해도 COVID19에게 이길 수 있게 하드캐리 부탁드려요.

그리고 접촉자분들이나 증상이 있으신 분들은 절대 고민하지 마시고 꼭 검사받으시구요.
확진일지라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병원 지시에 잘 따라주세요.
지금 한국 의료진들 ‘로템 초보만’ 이거든요.

다같이 아프지 말고 건강으로 하드캐리!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0/05/14 18:03
수정 아이콘
(지인의) 암수술 병동부터 사소한 병원 방문까지.. 병원에 아주 자주 드나들지는 않지만
병원 갈때마다, 간호사분들께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그렇게 힘든상황에서도 환자분들을 챙겨주시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환자분들에게는 진정한 천사가 맞죠.
청보랏빛 영혼 s님도, 다른 의료진분들도 화이팅입니다
청보랏빛 영혼 s
20/05/14 20:37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다같이 화이팅!
20/05/14 22:03
수정 아이콘
가슴이 따뜻해지는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힘내셔요!!!
청보랏빛 영혼 s
20/05/14 23:44
수정 아이콘
따듯한 마음으로 힘내겠습니다.
TWICE MINA
20/05/14 22:15
수정 아이콘
화이팅!
청보랏빛 영혼 s
20/05/14 23:44
수정 아이콘
화이팅!
애패는 엄마
20/05/15 00:11
수정 아이콘
참 따뜻해지는 기분 좋은 글이네요 우리 존재 화이팅
청보랏빛 영혼 s
20/05/15 10:55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우리 존재 화이팅~~~
20/05/15 07:12
수정 아이콘
이미 천국에 계시니 천국에 못가지요.
그 치열한 삶이 아름답습니다.
사명감으로 일하시는 분은 마땅히 존경받으셔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청보랏빛 영혼 s
20/05/15 10:57
수정 아이콘
치열하게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20/05/15 07:57
수정 아이콘
"로템 초보만"에서 격한 신뢰가 갑니다.
힘내세요!
청보랏빛 영혼 s
20/05/15 10:58
수정 아이콘
로템초보만은 믿음입니다 감사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6263 [일반] [스연] SM YG JYP 1분기 별도재무제표 [6] Lobelia7552 20/05/16 7552 2
86259 [일반] [12] 이것은 명의인가 돌팔이인가 [7] 롯데올해는다르다8215 20/05/15 8215 10
86258 [일반] [스연] SM YG JYP 1분기 실적 [16] Lobelia10554 20/05/15 10554 1
86254 [일반] 12차 글쓰기 이벤트 공지 드립니다.(주제:의료인) [2] clover8059 20/04/29 8059 7
86253 [일반] 조립컴퓨터를 맞추고 싶은 컴린이를 위한 기초지식 - 그래픽카드 편 [30] 트린다미어15604 20/05/15 15604 26
86252 [일반] 회 사왔다가 와이프 한테 혼 났어요. [65] 카미트리아13998 20/05/15 13998 2
86249 [일반] [12] 골수이식 받은 후기 [34] 꽃집여자12265 20/05/15 12265 24
86248 [일반] 어느 기관의 채용 프로세스 [13] 60초후에10325 20/05/15 10325 1
86247 [일반] 여자친구 생기면 같이 보려고 안보고 있는 영화 5편... [57] 웃어른공격13016 20/05/15 13016 2
86246 [일반] [12]양악수술 받은 썰 풉니다 (before & after 사진 有) [44] jjohny=쿠마13826 20/05/15 13826 30
86245 [일반] [소소한 팁] 안쓰는 폰을 무선-유선 공유기로 데탑에 사용하기 [11] 별빛정원8147 20/05/15 8147 1
86242 [일반] [12] (삼국지) 화타, 방술이 아닌 의술 [15] 글곰8522 20/05/15 8522 7
86240 [일반] 어처구니 없는 블리자드 코리아의 휴면계정 정책 [47] 망고요거트27870 20/05/15 27870 19
86239 [일반] (삼국지) 이엄, 가장 높은 곳에서 전락한 자 (4) [34] 글곰9326 20/05/15 9326 24
86238 [일반] 국내 체류 외국인에 대한 재난지원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48] 매일매일13062 20/05/15 13062 0
86237 [일반] 아빠가 되었습니다. [61] 정호석10201 20/05/15 10201 24
86236 [일반] 미국이란 나라는 참 넓고 다양한 곳입니다. [22] LAOFFICE12774 20/05/15 12774 3
86233 [일반] 게임을 통해 느끼는 모험, 메타, 경쟁에 대한 단상. [22] 소오강호7465 20/05/14 7465 8
86231 [일반] 으아아아 집이라고 하나 사 놓은게 돈잡아먹는 귀신이다아아~. [14] 공기청정기10363 20/05/14 10363 0
86230 [일반] 저출산 고령화 극복을 위해 얼마나 과감한 정책이 필요한가? [57] 데브레첸10362 20/05/14 10362 1
86229 [일반] [12] 건강으로 하드캐리! [12] 청보랏빛 영혼 s6313 20/05/14 6313 19
86225 [일반] NGO 후원 관련 잡담 [21] 타이팅7997 20/05/14 7997 0
86224 [일반] [일상글] 남성에 대한 고찰 [75] Hammuzzi11582 20/05/14 11582 45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