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저희를 ‘백의의 천사’라고 불러주지만
실제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다 보면 ‘아, 난 천국에는 못 가겠구나.’ 라는 마음이 들때가 더 많아요.
환자들에 팔에 대바늘 만한 주사를 꽂아 넣으면서 ‘살짝 아파요.’ 라는 거짓말을 하고 채혈 할 때마다 초코 파이로는 회복이 안 될 정도의 피를 뽑아갑니다.
10개도 넘는 알약을 매끼 손에 쉬어 주며 식욕이 없어 밥을 도저히 못 삼키겠다는 할머니에게 ‘이거 안 먹으면 집에 못 가세요.’ 라며 억지로 숟가락을 입에 넣습니다.
수술한 부위가 아파서 못 일어난다고 하는 환자들에게 이불을 걷어내고 침대 머리를 억지로 올린 다음 지금 안 걸으면 염증생기고 열나서 일주일은 더 입원해야 된다고 아프면 진통제라도 맞으면서 걸어야 된다고 재촉합니다.
내일 죽더라도 오늘 담배 한대만 피게 해달라는 할아버지들에게 단호하게 ‘안 되요! 그리고 죽는다는 말 하지 마세요!’ 라고 말하구요.
족히 24시간은 넘게 잠을 못 잔 것 같은 1년차 레지던트에게 얼음 탄 박카스를 먹여 깨워서 억지로 PC앞에 앉히고 새벽 3시에도 자고 있는 인턴을 불러 올려 사망 환자 처치를 하게 만듭니다.
진료에 수술에 오후 7시가 넘어서 겨우 회진을 끝낸 교수님들 앞에 늘 새로운 보호자를 세워 면담하게 하구요.
화장실 수리가 늦어지면 영선실에 30분마다 독촉 전화도 넣고 배식이 끝난 영양과에 죽 한그릇 더 올리게 하려고 서류를 3장씩 써 내리려서 욕을 먹기도 합니다.
이게 누가 봐도 천사가 할 법한 일들은 아니네요.
입사할 때의 꿈은 메딕이나 소라카 같은 자애로운 서폿이 되려고 했는데.
10여년간 폭주하는 업무와 싸우다 보니 어느새 만렙 카사딘처럼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전장의 지배자가 되어버린 기분입니다.
근무가 끝나고 퉁퉁부어 안 구부러지는 다리를 끌고 집에 가는 길.
이제는 서렌치고 편해지고 싶기도 하지만
아픈 와중에도 우리에게 늘 고생이라고 고맙다는 말을 건네는 환자들.
작은 배려에도 감사하다며 음료수를 건네는 보호자들.
이 시국에 손씻기 열심히 하고 더워도 마스크 꼭 끼고 다니시는 많은 분들 보면서 또 하루가 버텨집니다.
모두가 웃고 건강해서 행복해지면 구지 멀리서 천국 찾을 필요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까지 잘 해오셨을 분들에게 또 부탁을 드리게 되네요.
불편하시더라도 생활방역에 잘 동참해서 동료들과 제가 멀리서 힐만 해도 COVID19에게 이길 수 있게 하드캐리 부탁드려요.
그리고 접촉자분들이나 증상이 있으신 분들은 절대 고민하지 마시고 꼭 검사받으시구요.
확진일지라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병원 지시에 잘 따라주세요.
지금 한국 의료진들 ‘로템 초보만’ 이거든요.
다같이 아프지 말고 건강으로 하드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