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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5/15 18:25:51
Name 꽃집여자
Subject [일반] [12] 골수이식 받은 후기 (수정됨)
처음으로 글 써봅니다. 글쓰기 이벤트에 글이 많이 없는 것 같아서, 이렇게 글을 적어도 될지 모르겠네요.

작년 3월은 첫 골수검사를 받은 날이었습니다. 정말 엄청 아팠습니다. 비슷한 환우들 사이에선 인턴분들이 실습하기 때문에 초에는 아프고 날이 흐르면 익숙해져서 덜 아프다고 하던데, 하여튼 저때는 정말 아팠습니다. 마취가 돌기도 전에 찌르는 것 같았어요. 쑤실때마다 다리 한쪽이 제 의사와는 상관없이 벌벌 떨렸던 기억이있습니다. 3월 골수검사 이후 4월 골수이상형성증후군으로 확진 받았습니다.

일종의 급성백혈병의 전단계라고 얘길 들었던거 같습니다. 사실 아직도 제 병을 잘 모르겠어요. 시간이 지나면 백혈병이 되니까 빨리 치료를 해야한다. 조혈모세포 이식도 받아야하니 준비합시다. 형제 자매가 있나요? 있으면 유전자 검사를 해야합니다. 이래저래 많은 얘기를 들었습니다. 사실 골수검사 받기 전에 대학병원 혈액종양과에서 근 1년을 피검사를 받으며 추적 관찰하고 있었기 때문에 저는 뭐, 안좋을 수 있겠다고 전부터 생각했습니다만 그날 검사결과를 같이 들으러 갔던 엄마는 꽤 충격이셨던거 같아요.

하여튼 그렇게 5월 중순에 퇴사를 하고 다행히 전라도에 사시는 어느 24살 남성분이 저와 100%일치자였는데 기증을 해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동생은 절반만 맞았어요) 그분이 자신의 여름휴가를 빼서 저에게 기증을 해주셔야해서, 온전히 그분과 스케쥴을 맞춰야했습니다. 그렇게 잡힌 이식 날짜는 6월 말. 저는 무균실로 6월 중순에 입원하게되었습니다.

등 중간까지 길렀던 머리를 빡빡 밀고 급하게 맞춘 가발 하나를 쓰고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첫날 히크만 카테터를 다는데 수술 담당이었던 의사두분이 혈관과 카테터까지 다 연결했다가 실수로 다른걸 잘라서 외과 과장님이 다시 수술했던 기억이 있네요. 정말 끔찍했습니다. 부분마취라서 그분들 떠드는 소리를 다 들었거든요. 하여튼 카테터를 달고 다음날 바로 무균실을 들어갔습니다. 저는 메이저 대학병원이 아니고 지방 대학병원이라서 하루에 20분 직계가족 한명만 면회가 가능이었습니다. 보통은 엄마가 면회가 왔는데 항암 때문에 힘들어서 면회시간은 거의 샤워를 도와주는 시간이었어요. 그래서 하루는 언제나 무균실에 상주하는 간호사쌤들과 보냈습니다.

4명의 간호사 분이 돌아가며 3교대로 근무하셨어요. 제가 있던 곳은 무균실이 3칸이었는데 한분의 간호사가 8시간동안 3명의 환자를 케어하는 식이었습니다. 저는 할게 없었기 때문에 티비 보거나 폰으로 웹소설 읽고.. 가끔 간호사쌤이 케어하러 와주시면 그때 이것저것 잡담했었어요. 아이돌 가수나 맛있는 녀석들, 현지에서 먹힐까.. 먹방 프로 얘기도 하고.. 대화 상대가 되어줘서 너무 감사했던 기억이 있어요.

항암이 정말 힘들때 이것저것 많이 돌봐주셨거든요. 토끼혈청이 무섭다고 나중에 알게되었는데 직접 맞아본 토끼혈청이 왜 그렇게 고통스럽던지.. 이식 전처치 항암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약물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하루에 몸무게가 5kg 이상씩 바뀌고 그랬어요. 10일 정도 시간이 지나고 여차저차 골수이식 받았습니다만, 남들은 수혈하듯 무탈하게 한다는데 저는 또 부작용이 와서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는 참사가.. 피부가 너무 붓고 아프고 화끈거려서 그날도 힘들었네요. 담날 담당 교수님만났는데 괜찮았죠? 하고 물어볼때 너무 때리고 싶었던 기억이.. 결론은 제가 약물에 민감하다고..

6월 중순에 들어갔던 무균실은 7월 중순에 나왔습니다. 무균실에서 퇴원하던날 간호사쌤이 재발하지 말고, 두번다시 만나지 말잔말로 헤어지며 인사했네요. 대략 한달의 무균실. 일반 병실에서 혈액 수치가 좀 더 나아지나 관찰하다 8월초에 퇴원하고 집에 가는가 했는데..! 퇴원하고 나서 첫 외래때 거대세포 바이러스가 혈액에서 발견되서 다시 재입원. 8월말에 퇴원하여 작년 여름을 전부 병원에서 보냈던 기억이 있네요. 지금도 코로나 덕에 집과 병원만 오고가는 생활입니다.

현재의 혈액수치는 혈소판만 약간 정상에서 못미치지 나머지는 안정권입니다. 골수검사를 처음 받았던 시절의 혈소판이 1만 4천이었는데, 그때와 비교하자면 많이 좋아진거네요. 저는 동네병원에서 건강검진 하다 제 혈액에 문제가 있던걸 알게되었습니다. 무균실에서 고생하셨던 의료진 분들께 너무 감사드립니다. 다들 건강 잘 챙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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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름발이이리
20/05/15 18:29
수정 아이콘
고생 많으셨습니다. 앞으로는 남들보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꽃집여자
20/05/15 19:06
수정 아이콘
이리님도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klemens2
20/05/15 18:54
수정 아이콘
이식 해주는 분은 젊은데도 결단을 내렸고 마무리까지 잘 해주었네요. 고마운 분을 만났네요. 모든 게 잘 풀린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꽃집여자
20/05/15 19:07
수정 아이콘
정말 빨리 기증자를 찾고, 동의해주셨어요. 전국에서 저와 같은 분이 9분이셨는데, 나이 어린 순서대로 연락하니 24세 남성분과 28세 여성분이 기증해주시겠다고 하셔서, 조금 더 젊고, 남성분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Rorschach
20/05/15 18:54
수정 아이콘
정말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앞으로 무탈하게 건강하시길 바랄게요.
꽃집여자
20/05/15 19:07
수정 아이콘
건강이 최고란말을 체득하게 되었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20/05/15 18:59
수정 아이콘
골수채취는 병원마다 인턴이 하는 곳 있고, 다른 사람이 하는 곳 있는데, 인턴이 하는 곳은 한달 마다 바뀌어서 매달 리셋됩니다. 근데 골수 뽑는건 그렇게 어려운게 아니라 누가하나 비슷할거에요.
전립선
20/05/15 19:05
수정 아이콘
골수슬라이드 퀄리티 보면... 절대 비슷하지 않습니다.
20/05/15 19:25
수정 아이콘
슬라이드 퀄리티에 술자의 스킬이 개입할 여지가 별로 없지 않나요? 어짜피 일반 국소마취 후 채취할 때는 채취하는 곳 정해져 있고, 혈관처럼 유동적인 장기도 아니고, 한번 여럿 뽑을텐데.
슬라이드가 잘 안나온다면 가장 큰 원인이 채취한 부위의 조직상태 문제일 것 같은데요? 말초혈액 도말 슬라이드 채취하는 사람 손 크게 타는건 아니잖아요?
전립선
20/05/15 20:55
수정 아이콘
아뇨 술자의 술기 퀄리티에 따라 차이가 엄청 납니다. 말초혈액 혼입으로 인한 골수흡인액 희석이나 cortical bone쪽으로 니들이 들어가서 조직 검체에 marrow가 없고 cortex 부스러기만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저희 병원이 빅5중 하나인데도 마찬가지입니다. 검체가 저러면 골수검사의 진단적 가치가 떨어질수밖에 없고 정말 심한 경우는 아예 골수검사를 다시 해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20/05/16 00:09
수정 아이콘
그런가요. 그쪽 전공이신거 같으니까 제가 잘못 생각했던것 같네요 ㅠ
근데 검체가 멀쩡한데 cortex 부스러기만 나오는 경우가 흔하나요? Cortical bone만 긁기도 어려울텐데;;; 각도며, 뚫고 들어가는 감각이 아 다를텐데;;; fibrosis 심해서 needle 넣으면 바삭거리는 사람들은 안에 헤집어도 애초에 별로 안나오더라고요. 심해서 안나오는 사람은 수술실에서 마취걸고 뽑기도 하던데.
꽃집여자
20/05/15 19:06
수정 아이콘
외래 검사당시엔 인턴쌤이라고 안내 받았어요. 주사실에서 커튼치고 골수검사 받았거든요. 입원 후엔 남자간호사쌤이 해주셨구요. 상대적으로 입원시에 받았던 골수검사가 덜 아팠어요. 마취약이 돌고 안돌고의 차이인가 하고 혼자 생각하고 있습니다.
20/05/15 19:28
수정 아이콘
아마 마취 얼마나 하나 차이 맞을거에요. 이런 말 하긴 죄송스럽지만 대부분 뽑을 때 얼마나 검체 잘 나오나만 관심있지, 아픈건 별로 관심없거든요 ㅠ
꽃집여자
20/05/15 19:36
수정 아이콘
그건 그렇다고 생각해요... 슬프게도 입원후에 퇴원전 골검때 오른쪽에서 슬라이드 채취?가 잘 안되서 여러번 뽑다 결국 왼쪽에서 다시 뽑았거든요 크크크
20/05/15 19:00
수정 아이콘
무균실에 들어간 친한형님은 못나오셨습니다. 무사히 끝나서 천만 다행이십니다. 축하드려요
꽃집여자
20/05/15 19:08
수정 아이콘
안타까운 일이네요. 저는 같이 입원했던 환우들 중에서 이식 후엔 별 문제가 없던 케이스라고 간호사쌤에게 들었어요. 위에 거부반응이 와서 음식물 섭취가 되게 힘들었거든요. 이식 후엔 열도 덜 나고, 그랬었습니다. 축하해주셔서 감사해요.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캐러거
20/05/15 19:23
수정 아이콘
저도 비슷한 병으로 항암치료까지 수 개월 받았어서 골수검사에 히크만 카테터 삽입 보자마자 그 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ㅠㅠ
건강이 최곱니다. 앞으로도 건강 관리 잘하시고 행복하게 사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꽃집여자
20/05/15 19:38
수정 아이콘
비슷한 과정을 겪으신 분이군요! 히크만 카테터 제거때도 왜이렇게 아프던지.. 흑흑
캐러거님도 항상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안철수
20/05/15 19:53
수정 아이콘
오래도록 건강하시길 바래요.
꽃집여자
20/05/15 20:14
수정 아이콘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마리아 호아키나
20/05/15 20:05
수정 아이콘
정말 아프다는데 잘견디셨네요.
고생하셨고 앞으로 건강 되찾아서 하고 싶은 것들 다 하시길 기원합니다.
꽃집여자
20/05/15 20:15
수정 아이콘
호아키나님도 항상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uthanasia
20/05/15 20:19
수정 아이콘
기증자분도 대단하네요.
꽃집여자
20/05/15 20:40
수정 아이콘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조혈모 세포 채취하는데 하루인것도 아니고 최소 2박3일은 입원해야하는 일정이라고 전해들었거든요. 본인이 살던 곳도 아니고 다른 지역 대학병원까지 가셔서 해주신거라.. 너무 감사하고 감사 할 뿐 입니다.
세상의빛
20/05/15 20:21
수정 아이콘
재발없이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꽃집여자
20/05/15 20:40
수정 아이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세상의빛님도 항상 건강하세요!
macaulay
20/05/15 20:21
수정 아이콘
가족중에 아픈 사람이 생기면 그 때부터 주변에 갑자기 아픈 사람들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세상엔 힘들게 투병하는 분들이 정말 많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되찾은 건강 축하드려요.
꽃집여자
20/05/15 20:41
수정 아이콘
저도 암병동에 가서야, 이렇게 아픈 사람들이 많았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심지어 무균실은 내과, 외과 중환자실과 같은 층에 있어서 면회 기다리던 엄마는 항상 중환자실에 계신 분들의 보호자분이랑 함께 기다리셨다는데 매일 보이던 분이 어느날 안보이게 되면, 슬펐다고 하시더라구요.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걸 알게되었습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팬케익
20/05/15 20:59
수정 아이콘
건강 완전히 회복하시고 이제 좋은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꽃집여자
20/05/15 21:31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팬케익님도 언제나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매일매일
20/05/15 21:08
수정 아이콘
정말 고생하셨네요 ㅠㅠ 조금만 몸 안 좋아도 힘든데 얼마나 괴로우셨을까요...
추후 검사에서도 큰 이상 없으시길 바라고 계속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꽃집여자
20/05/15 21:31
수정 아이콘
사실 재발이 제일 무섭지만, 제가 걱정해서 안생기는 일은 아닌지라.. 하늘의 뜻이겠죠.. 일단은 되도록 신경안쓰려고 하고 있어요.
매일매일님도 항상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해요!
우리고장해남
20/05/16 06:48
수정 아이콘
(수정됨) 고생하셨네요. 저도 대학생때 한참 헌혈 중, 조혈모세포 기증 신청했는데 7년뒤인 작년에 모르는 번호로 조혈모세포 기증의사 연락이 왔는데 그때가 태국 항구에 접안중이라... 직업이 선박기관사라서 한달 뒤에 휴가 예정인데 그때까지도 다른분 기증자가 없으면 제가 하겠다고 했는데 저와 유전자 동일한 분이 전국에 4명 있어서 다른분이 먼저 기증하셨네요.
막상 기증하려고 하니 약간 고민은 들더라구요.
집은 해남이지 무슨 촉진제 주사 맞으려면 종합병원 가야되는데 그게 사람마다 느끼는 부작용 후기가 너무 다르기도 하고
조혈모세포 기증하려면 최소 광주 대학병원은 가야되는데 이것도 쉽지 않고요.
여튼 주는 사람도 기증 받는 사람도 쉽지 않은 일인데 참 다행이네요. 건강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꽃집여자
20/05/16 20:35
수정 아이콘
말씀해주신 것처럼 기증하시는 분도, 방법이야 단순히 헌혈하듯 채취한다고 하지만 시간도 생각보다 꽤 많이 써야하고 큰 병원이 있는 곳까지 가고.. 촉진제도 맞아야하고 번거롭긴하죠.. 그렇지만 기증 의사를 등록해주고 실제로 시간 빼주신 것도 참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해남님도 언제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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