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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20/05/19 22:22:22 |
Name |
트린다미어 |
File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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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일반] 설득력있는 영화를 만드는 법 - 네 무덤에 침을 뱉어라 1편 VS 2편 |
1. 네 무덤에 침을 뱉어라
원제는 네 무덤에 침을 뱉겠다에 가깝습니다.
1편은 시골 별장에 쉬러 온 여성작가가 보안관과 결탁한 동네 양아치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죽을 뻔 하다가 반쯤 자살하는
심정으로 강에 뛰어들었는데 살아돌아와서 어둠 속에 숨은채 가해자들에게 하나 하나 복수하는 이야기입니다.
볼 때는 잘 모르겠는데 다 보고나서 생각해보면 뭔가 좀 이상한 영화죠.
복수하는 방식이 살인트랩(!) 이거든요. 심지어 죽는거 확인도 안하고 쿨하게 떠납니다.
경찰에 알리지 않은 건 보안관 때문에 그렇다 쳐도, FBI는 장식이 아니잖아요? 아니면 언론에 알리는 방식도 있구요.
물론 원한이 사무쳐서 직접 복수하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살인트랩은 아니죠...
아니 작가랑 트랩이랑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쏘우처럼 공학자라는 배경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말이죠.
게다가 도시의 여성작가 -> 살인트랩 살인마는 정말 엄청난 변화이고 사람이 단기간에 이정도로 변화하려면 대단한 계기가 있어야
하는데 주인공이 겪은 고난이 그 정도로 심하진 않거든요. 밤부터 그 다음날 아침까지 당하는데 그 기간도 정도도 주인공의 변화를
설명할 정도는 아닙니다. 이정도로 며칠만에 트랩살민마가 된다면 세상엔 살인마가 넘칠걸요?
사실 살인 트랩만 빼버리면 말이 안될것도 없는데, 특히 마지막 살인 트랩은 구조의 복잡함이 꽤나 본격적이라 몰입을 깨 버리는
주범이기도 합니다.
킹리적 갓심으로 이 영화의 제작 당시는 쏘우(Saw 2004)가 유행하던 시절이라, 아마 감독이 그냥 트랩 살인마가 나오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게 아닌가 싶은데요
하지만 하필 살인마의 배경 스토리가 윤간당한 희생자이고 관객들은 살인마에게 감정이입을 하게되는데,
정작 영화는 양아치들의 시점에서 진행되니(슬래셔 무비관점에서는 살해당하는 희생자)
다 보고나면 어딘가 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죠.
이 영화는 몇 년 후 2편이 나오는데, 놀랍게도 위에 적힌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게 됩니다.
(아래는 2편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실 스포일러가 별로 의미 없는 영화이긴 합니다만...)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의 스포일러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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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네 무덤에 침을 뱉어라 2
2편의 주인공은 모델 지망생으로 자신의 집에서 성폭행을 당한 후 마취당한 상태로 동유럽 어딘가로 추정되는 국가에 납치되게 됩니다.
어느 가정집의 지하실 같은 곳에 감금된 상태로 강제 매춘을 하게 되는데 불법이다보니 손님중에 가학적인 사람들이 많아서 아주 끔찍한
고난을 겪게 됩니다. 그러다가 천운으로 탈출에 성공하게 되는데, 경찰서에서 만난 여성인권센터장(?)같은 여자를 만나 대사관으로 가다가
도착한 곳이 원래 탈출했던 곳이었습니다. 그 여자도 한패였던 거죠.
완전히 절망한 상태에서 계속 고문에 가까운 매춘을 하다가 슬슬 뒷처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일당들이 주인공을 지하실 바닥에
생매장 해버립니다. 그런데 지하실 밑은 폐쇄된 하수도였고 생매장된곳 바닥이 무너지면서 하수도로 떨어져 구사일생 하게 됩니다.
이후 처절한 복수극이 이어지죠.
일단 주인공이 겪은 고난의 정도가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정확히 표현되지 않지만 최소 몇 주 이상의 기간에 별별 고문과 정신적으로도
극단적인 모욕을 수 없이 받습니다.
이걸 보는 관객도 고역일 정도인데 최후가 생매장이니, 이제 주인공이 그 어떤 끔직하고 창의적인 복수를 해도
주인공을 응원할 마음의 준비가 되게 됩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한동안 방황하게 됩니다. 떨어진 하수도는 노골적으로 사후세계처럼 묘사되는데, 그곳에서 쥐들을 잡아먹으며
연명하던 주인공이 처음으로 빛을 발견하고 올라와 문을 여니 하필이면 그곳이 성당이었죠.
맘씨 좋은 신부님의 보살핌을 받으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주인공은 성경에서 '복수는 나의 것(Vengeance is Mine)'이라는 구절을 보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깨닫습니다.
1편에 비해 좋은점은 훨씬 더 큰 고난을 겪고나서도 곧바로 살인마로 변신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원래 사람이 변하려면 계기도 중요하지만
분노가 숙성되는 시간도 중요한데 1편은 너무 순식간에 변신했어요(그나마도 양아치들 시점으로 진행되어 영화상에 나오지도 않음).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2010)에서도 딸이 죽고 나서 다음날 미친듯이 일하다가 해를 똑바로 쳐다보고 나서 미쳐버리잖아요?
관객들의 분노가 부글부글 끓어 오를때 까지 기다려 줘야 합니다. 주인공이 복수의 마음가짐을 다잡는 시간도 필요하구요.
심지어 주인공은 사실상 죽고 나서 사후세계를 거쳐 부활한 것처럼 묘사되니, 모델이었던 자신은 죽고 복수자로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
그럴 듯 하게 느껴지게 됩니다.
아무리 새롭게 태어났다 해도 전혀 배경지식이 없는 살인트랩을 만드는 건 역시 무리입니다. 그래서 주인공의 복수는 현실적인 방법으로
이뤄집니다. 자신의 얼굴에 오줌을 눈 놈은 똥이 가득 찬 변기에 익사시키고, 전기 충격기로 고문을 했던 놈은 자동차 배터리로 지져죽이고,
자신을 납치해 오랜 고난을 겪게 한 놈은 배에 상처를 내고 똥을 뭍혀 감염시켜 천천히 죽음에 이르도록 하죠.
이 과정에서 쓸데없는 살인트랩따위는 등장하지도 않고, 자기눈으로 직접 죽음에 이르는 것을 모두 확인하게 됩니다.
1편이 쏘우류 영화를 만드는데 쓸데없는 살인마 배경스토리를 붙였다면, 2편은 폭력의 희생자의 복수라는것에 집중한 느낌이네요.
이 영화는 이후 4편까지 나오게 되는데, 보통 이런 B급 영화들이 그렇듯이 뇌절일게 뻔해서 안봤습니다.
B급 영화들이 아이디어는 좋은데 감독의 미숙함이 느껴지고 예산도 부족해서 아쉬운 점이 많은게 1편이라면
2편에서는 아이디어를 잘 살릴 수 있도록 예산이 충분히 주어지고 제작자가 감독 컨트롤을 잘 해서 상업적으로 먹힐만한 작품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아 B급 영화인데 2편이 나왔다면 볼 만한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생각나는 것만 해도 더 퍼지2(2014)나 힐즈아이즈2(2007)같은게 떠오르네요.
다음에 시간이 나면 괜찮았던 B급 영화의 속편을 주제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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