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판
:: 이전 게시판
|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0/06/05 09:56
띵작이죠 홈랜드의 발암전개는 좋았습니다 특히 시즌 3의 정신병 연기는.
내가 왜 이걸 보고 있어야지라는 고구마가 쌓이고 쌓이다가 결국 빵 터뜨려 주거든요. 거기서 오는 카타르시스가 예술이지요
20/06/05 10:11
캐리를 그만큼 잘 소화해낼 수 있는 배우가 또 있기는 할지..크크
시즌4 였나요. 이야기 바뀌는 시즌에서 정신이 지쳐서 그만 봤던 것 같은데 그 뒤로도 재밌는지 궁금하네요.
20/06/05 10:11
리튬이 GSK3라는 신호전달 단백질의 저해제로 오래 전부터 쓰여 왔던 것은 사실이나, 그놈만 골라서 정밀폭격하는 능력이 부족하여 다른 대체약물들이 개발되었고 또 개발 중에 있습니다. GSK3의 활성을 줄이는 것이 치매를 포함한 여러 신경퇴행성 질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이 매우 잘 알려져 있고, 일부 효과가 동물실험에서 제한적으로 증명되기도 하였습니다만, 사람에게 쓸만한 치료제는 아직 나온 바 없습니다.
GSK3라는 단백질이 하는 일이 워낙에 광범위해서 함부로 날려버렸다간 세포가 통째로 맛이 간다는 문제도 있고, 이 녀석 이외에도 관여하는 단백질이 많다는 문제도 있으며, 설령 개선 효과가 있다 해도 이미 죽은 세포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러다보니 아스트로제네카처럼 이 단백질을 어찌 잘 조져보려고 노력 중인 회사도 있습니다만, 이 산이 아닌가벼 하고 다른 산을 오르고 있는 이들도 꽤 많습니다. 그냥 이 동네 연구가 전체적으로 갈 길이 멉니다. 당연하겠지만, 국내 알려진 온천이나 약수 중 뇌에 영향을 미칠만한 농도의 리튬을 포함한 곳은 없습니다. 그럼 그게 물입니까 마약이지 크크크. 그래도 약수는 좋은 겁니다. 물이 몸에 좋은 게 아니라 약수터까지 걸어가는 운동이 몸에 좋지요. 물은 맛으로 드시고 건강은 운동으로 챙기시기 바랍니다.
20/06/05 10:54
와 이런 설명댓글 너무 좋아요.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갈 길은 멀지만, 그래도 그 GS칼텍...아니 GSKT 아니 GSK3이라는 단백질을 정말 잘 '컨트롤' 할 수 있는 물질을 누군가 발견하거나 개발하게 된다면, 우리 뇌에 관련된 많은 질병들이 엄청 개선될수도 있는 거군요? 우왕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ㅠㅠ
20/06/05 11:14
GSK3 단백질의 활성이 치매 환자에서 발견되는 딱딱하게 뭉친 Tau를 형성하는 데 관여한다는 것 정도는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그 과정이 이 단백질 하나만 가지고 조절된다면 참 좋겠습니다만, 이 녀석 외에도 다양한 녀석들이 같이 관여합니다. GSK3가 중요한 역할을 하니까 이 녀석을 잘 만져주면 어찌저찌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는 말은 분명 타당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게 성공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과학자들도 바보는 아니어서 '다른 것들보다 좀 더 그럴듯해 보이는' 가설을 골라 증명하기 위해 항상 애씁니다만, 그럴듯한 것과 그런 것의 사이에는 백만광년의 심연이 놓여 있습니다. 시일이 지나 다른 산을 올랐어야 했다는 탄식을 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지요. 일단 GSK3 단백질 활성을 억제할 수 있는 약물은 (실험실 수준에서) 여럿 나와 있습니다. 일부 임상실험이 진행 중인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약이라는 것이 미묘한 분자 구조 하나로 인해 작용도 부작용도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서, 세포실험이나 동물실험에서 '부작용이 어찌됐든 효과는 있다'는 것을 주장하기는 그나마 쉽지만, 임상실험을 거치면서 '약을 먹어 나오는 효과가 약간의 부작용을 감수할 만큼 좋다'는 것을 증명하는 건 매우 어렵습니다. 약에 관련된 뉴스는 정말 신약 개발이 완료되어 FDA 승인을 거쳐 시판중이라는 뉴스가 나올 때까지는 그냥 뭐가 진행중이구나 생각하시는 게 낫습니다. 솔직히 임상을 다 거쳐서 시판된 이후에 몰랐던 부작용이 드러나면서 승인취소 되는 수도 있습니다. 미래의 일은 아무도 모르는 것입니다만, 적어도 1~2년 안에 혁명적인 치료제가 나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인류가 지금껏 많은 질병을 극복해 왔듯, 앞으로 더 많은 질병을 극복해 나갈 겁니다. 길게 보면 말이죠.
20/06/05 11:35
와 이리 길고 정성스러운 댓글을 ㅠㅠ 과학알못이라 몰랐는데 아직 요원한 길이군요... 그래도 나중에는 정말 기술이 발전해서 부작용 없이 잘 컨트롤해서 극복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ㅠㅠ 댓글 감사합니다!
20/06/05 10:34
리튬은 양극성 장애의 치료와 별개로 자살 위험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는데, 심지어 식수에 리튬 농도가 높은 지역이 자살률이 낮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수돗물에 적은 용량의 리튬을 타는게 큰 부작용 없이 자살을 예방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
20/06/05 11:52
사실 일반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조증은 대부분 경조증에 해당해요. 뭔가 기분이 업되어있으면서 말도 많아지고 새로운 계획도 세우고.. 하지만 경조증 - 우울증만 왔다갔다 하는 질환은 양극성 장애 2형이고 이는 명백한 조증을 보이는 1형과 상당히 다른 질환입니다. 기본적으로 우울증 비율이 경조증 비율보다 훨씬 높고, 평상시에도 감정이 쉽게 요동치고 성격적인 어려움도 있고요. 우울증과 구별하기가 어렵습니다
반면에 양극성 장애 1형은 우울증도 문제가 되지만 조증이 올 때의 임팩트가 매우 큽니다. 단순이 기분이 업되어있다 정도가 아니라 그걸 훨씬 넘어서요. 기분이 극도로 과민해져서 아무것도 아닌 일에 불같이 화를 내고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고, 그렇지 않더라도 말을 속사포처럼 막 쏟아내는 등.. 증상이 고점을 찍을 땐 정상적인 대화가 많이 어렵습니다. 꽤 많은 비율에서 조현병의 대표 증상인 망상과 환청도 동반이 돼요. 망상과 환청이라는 증상이 굉장이 중요한 건 일반적인 우울증이나 양극성장애 2형과 달리 현실 검증력이 손상돼요.. 다르게 말하면 사리 분별이 불가능해지는 겁니다. 피해망상이나 과대망상이 주된 내용이고 그와 연관된 환청도 자주 따라오죠 (당신을 벌하라는 신의 목소리를 들었다, 날 욕하는 소리가 들린다 등등). 우울증이나, 감정적으로 무뎌져있는 조현병 환자분들의 경우 증상이 심해도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편견 등으로 치료를 안받는 경우가 많지만 조증이 올 때에는 경찰이든 구급차든 어떤 조치라도 취해서 병원에 입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자주 옵니다. 다행히 양극성 장애는 조현병과 다르게 치료를 받으면 대개 증상이 거의 완전히 가라앉긴 합니다. 얼마나 자주 많이 재발을 하느냐의 문제지 증상이 가라앉은 상태에서는 질환이 없는 사람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요. 그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리튬이고.. 요새는 발프로산이나 비정형항정신병제도 많이 쓰이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