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0/06/07 16:46:01
Name 꾸꾸
Subject [일반] 동네 까페 (수정됨)
안녕하세요.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샷 추가 하나 얼음 조금이시죠?

안녕하세요. 차가운 건 못 드시니까 까페라떼 뜨겁지 않게 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오셨네요. 바닐라 라떼에 시럽 두 번 맞으시죠?

몇 분째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신기하다.
아무리 동네 장사라고 해도 저걸 다 기억하지?

너무 더워서 그냥 막 들어온 까페인데
그냥 길거리에서 흔하게 보는, 메뉴 엄청 많고 조잡한
나중에는 기억도 안 날 그런 가게인데

여긴 뭔가 다르다.  

손님들은 들어와서 그냥 고개만 끄덕이면 된다.
아마 나도 오늘 여기 처음이라 그런 거지
두 번째 왔으면 똑같이 알아봤을지도 모르겠다.
여기라면 고급 와인바에서 쓸 법한
'늘 먹던 걸로, 마스터'
혹은 '오늘 남은 거는 키핑 부탁해요'
라는 말을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헛된 상상을 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조잡하게 보인 이유가 있었다.
노란색 종이들이 계산대부터 시작해서 벽, 심지어 
에어컨까지 빈자리란 빈자리는 다 차지하고 있었다.
마치 오래된 분식집 가면 벽에 매직으로 'xx년xx일 
왔다감' 처럼 커피집 쿠폰들이 잔뜩 붙여져 있었다.
가만 보면 쿠폰들 마다 볼펜으로 이름을 적어 놨는데
실제 이름부터 가명, 영어 이름, 치킨공주 같은 별명도 있었다.
이 많은 쿠폰 중에 같은 이름도 있을 텐데
겹치는 이름은 어떻게 구별을 할까 잠깐 고민하다가
주인장 하는 거 보니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주인장 말하는 것도 특이하다.
말이 묘하게 느리다. 엄청 느리다고 할 정도는 아닌데 느리다.
글씨도 날려서 쓴 글씨가 있고 
꾹꾹 눌러서 진하게 쓴 글씨가 있듯이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서 발음하시는 거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까페에 어울리는 거 같기도 하고.

내가 지금 카운터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여서
주방이 훤히 다 보인다.
계속 쓸어내린다. 이상한 뭐 기름 바르는 붓 같은걸 
들고서 커피 한번 내리면 주위 청소하고, 뭐 하나 
하면 행주로 닦고 계속 닦는다.
손님이 가면 또 얼른 나와서 탁자를 닦는다. 
그것도 꼼꼼히 닦는다.
의자도 정리하고, 밑에 뭐 떨어져 있는지도 본다.

에어컨도 묘하게 맞춰놔서 시원하다고 하기엔 그렇고
그렇다고 덥다고 말하기엔 애매하고, 있다 보니까 시원한 것 같기도 하고

인상 깊은 가게에 들어와 있다.
다시 올진 고민 중이다. 음료가 맛이 없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제이크
20/06/07 16:51
수정 아이콘
동네카페하는 집 아들로서 흐뭇하게 보다가 마지막에서.... AH....
20/06/07 16:57
수정 아이콘
(수정됨) 지금 아무래도 한 번 먹고선 판단하기 어려워서
다시 한 번 갈 듯 합니다. 좋더라구요.
Janzisuka
20/06/07 17:43
수정 아이콘
저정도로 관리하는 가게라면 맛은 고객취향따라 다르긴한데
물이나 얼음 조절해서 드셔보시면 딱 좋은 맛 찾을 수도 있어요
저 같은 경우는 처음 가면 무조건 에스프레소인데
중간정도 맞추려면 얼음가득 물은 3/1에 투샷 드시면 물 얼음 양 조정해서 맛 찾기 좋을듯요!!!
20/06/07 17:59
수정 아이콘
셔벗이 뭘까 하고 자몽 셔벗을 먹었었어요.
아마 자몽이 제 취향이 아니였나봐요. 말씀하신대로 한 번 조절해 볼게요!
i_terran
20/06/07 20:24
수정 아이콘
뭔가 생소한 메뉴같은데요. 그냥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드셔보시는게 어떨까요?
20/06/08 12:25
수정 아이콘
그러게요. 기본에 도전해 볼게요.
닉네임을바꾸다
20/06/07 16:56
수정 아이콘
베이스가 안좋아서 커스텀이 필요했던것...응?
20/06/07 16:59
수정 아이콘
이정도 배보다 배꼽이면 맘에 듭니다.
VictoryFood
20/06/07 17:01
수정 아이콘
그래서 위치가 어딥니까? 하려다가 마지막에 깊은 한숨 ㅠㅠㅠ
20/06/07 17:11
수정 아이콘
아마 victory님의 동네에도 있을거에요. 꼭.
-안군-
20/06/07 17:07
수정 아이콘
역시 한국말은 끝까지 읽어야.. 크크크..
20/06/07 17:29
수정 아이콘
이렇게 끝내고 싶지 않
20/06/07 17:20
수정 아이콘
주력음료가 아니신걸 드신걸지도 모릅니다
한번 더!
20/06/07 17:29
수정 아이콘
재도전!
Janzisuka
20/06/07 17:44
수정 아이콘
저도 이제 2년차인가...
손님 취향 기억하면 그 손님은 다시 오시더라구요
그래서...파트타이머를 쓰기가 어려워요..가끔 어머님이 오전에 봐주시는데..
오전 라떼 손님들이 오후3시 이후로만 오시는 경우도 생겼고..
오늘도 저 나올때까지 기다리고 계셔서...
20/06/07 17:55
수정 아이콘
와우. 그정도면 거의 충성 고객 아닙니까.
이렇게 기억해 주신다면 저라도 그럴 것 같아요.
그게 동네 가게가 가질 수 있는 매력인가봐요.
Janzisuka
20/06/07 17:59
수정 아이콘
처음 가게 열었을적에 동네카페 강점으로 갖고 가고 싶었던 부분이었어요
1. 손님 기억하기
2. 노트북 장시간 고객 차별대우 안하기
3. 알림벨 없이 오래 걸려도 직접 서비스하고 실례합니다 인사 후 음료 설명이나 추가얼음등 안내
4. 안받아줘도 오가실적에 인사드리기
5. 커피 1샷 얼음 조금 시럽 조금 아끼려는 생각 안하기
6. 단, 진상고객 및 싸가지 없거나 주변 민폐손님은 사람으로 생각안하고 경찰 신고 및 향후 출입 금지 통보
20/06/07 18:03
수정 아이콘
골목식당 백종원이 방문한다면 한마디도 못하고 나가겠군요.
그게 생각할 수는 있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데
실제로 하고 계시다니 정말 멋집니다.
그런 가게라면 정말 대접받는. 레스토랑 가는 기분으로 갈 것 같아요.
Janzisuka
20/06/07 18:10
수정 아이콘
작은 카페니깐 가능하죠 크크크
분당선
20/06/07 17:50
수정 아이콘
저 같은 경우에는 이게 일정선을 넘어가게 되면 오히려 부담스러워서 안가게됩니다.
적당히 무심하시면서 적당히 기억해주는게 제일 좋더라구요
네오크로우
20/06/07 17:54
수정 아이콘
엌.. 저도 이 댓글 쓰려고 왔는데, 그냥 '또 오셨네요~' 정도면 딱 좋은데
'전에는 이랬고, 저랬고' 하면서 너무 친근하게 대하면 부담스럽더라고요.
20/06/07 17:58
수정 아이콘
아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아요
너무 들어오는 느낌. 좀 당황스럽죠.
저도 옷 살 때는 방치당하는 걸 선호합니다.
20/06/07 18:06
수정 아이콘
저도요. 인사 + 단골임을 인식하는 듯한 눈웃음 정도면 되는데
일정 선을 넘는 분들이 가끔 계세요.
불편해서 일부러 다른곳 가서 사먹습니다. 슈퍼이든 카페든.
인간atm
20/06/07 18:17
수정 아이콘
저도 그래서 프랜차이즈를 가는..
바람의바람
20/06/07 19:06
수정 아이콘
이 일정선이란게 사람마다 다 달라서 가게 입장에선 힘들거 같아요;;;
저만해도 가게마다 일정선이 다 다르거든요;;;

그 가게가 무슨 업종이냐에 따라 신기하게도 달라집니다...
아스날
20/06/07 19:53
수정 아이콘
저도 미용실같은데서 너무 말걸고 친근하게 하면 부담스럽더라구요..
이래서 서비스업이 힘들겠지만..
FreeSeason
20/06/07 18:08
수정 아이콘
마지막만 빼고는
20/06/07 20:24
수정 아이콘
역시 마지막이.
광개토태왕
20/06/07 18:31
수정 아이콘
결론은 맛 없음...
20/06/07 20:24
수정 아이콘
결론이 이래버렸군요
파랑파랑
20/06/07 18:49
수정 아이콘
흐뭇하게 읽었는데
맛이 없어?
20/06/07 20:26
수정 아이콘
흐뭇했지만 머뭇거리게 됬어요.
빙짬뽕
20/06/07 20:50
수정 아이콘
10년쯤 된거같은데, 편의점에서 [늘 피던걸로] 했더니 매일 보던 알바의 그 벙찐 모습에 깨갱하고 나와버렸습니다.
i_terran
20/06/07 21:12
수정 아이콘
손님입장에서는 이정도면 기억하겠지 싶지만, 점원 입장에선 아닐 수 있어요.
빙짬뽕
20/06/07 21:30
수정 아이콘
점원이 아니라 사장이었다면 기억했을지도요...?
플러스
20/06/07 22:32
수정 아이콘
사장이면 기억은 못하더라도 벙찐 모습을 안하려고 노력했을지도... 크크
Jinastar
20/06/07 21:46
수정 아이콘
저도 집근처에 프렌차이즈 아닌 자주가는 카페가 있는데 왠만한 카페보다 음료들이 싸면서도 다 맛있고 사장님도 친절하셔서 단골된 곳이 하나 있거든요.
작은 카페인데 자주가니 이야기도 자주 하게 되고 굉장히 좋아합니다. 동네 카페 맛있는곳 알아두면 좋더라고요.
딸기 찹쌀떡도 직접 만드시는데 맛이 기가 막힙니다. 지금 생각나서 또 커피사러 가야겠네요 크크.
20/06/08 12:21
수정 아이콘
저도 그런곳에 가서
마스터(?)랑 이야기 하는거 좋아해요
i_terran
20/06/07 21:52
수정 아이콘
괜히 쓸데없이 미화한 결말이 아니라서 더 좋군요.
단지 제 경험에 따르면,
동네카페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손님들에게 뽕을 팍팍 주입한다. 설마 마케팅이라고 생각안할 수 있지만 고도의 마케팅이다.
저런 꼼꼼한 스타일의 카페인데, 아메리카노를 시켰는데 맛이 진심 X같다면, 이유는 모르지만 주인이 신경써서 그렇게 만든거다.
20/06/07 23:25
수정 아이콘
자몽셔벗이 달지도 않고 신맛+쓴맛의 복합체면 그집은 가셔도 됩니다. 입맛에만 안맞았다는거지요. 원래 그런과일이고요.
일반음료를 드셔봅시다~
20/06/08 12:25
수정 아이콘
그런 것 같아요. 자몽이 자몽한 듯
로제타
20/06/08 00:23
수정 아이콘
주인장이 자몽셔벗에 대해 살짝 안내를 했으면 좋았겠지만, 쉽지는 않은 일이죠. 흐흐

기름바르는 붓으로 지저분한 거 청소하고, 다른 기름바르는 붓(?)으로 원두 내리는거 청소하고 그러지요 카페에서 많이 씁니다.

단골이 많은 것보면 커피가 못먹을 정도는 아닌 것 같네요
쿠크다스
20/06/08 11:10
수정 아이콘
음료가 맛이 없다 크크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6638 [일반] [개미사육기] 신사육장 언박싱 (사진있어요, 개미없어요) [30] ArthurMorgan8092 20/06/09 8092 23
86637 [일반] 내 몸은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가 [19] 푸끆이11008 20/06/09 11008 2
86636 [일반] MBTI와 성격검사, 그리고 사람을 이해하는 법.. [51] Restar9222 20/06/09 9222 16
86635 [일반] 사람들은 왜 재료를 여러 종류 때려넣는가 [17] 미원7625 20/06/08 7625 2
86632 [일반] [자작] 뻥튀기를 만드는 마이스터를 위한 안내서 1# ~만화보다 소설에 조금 더 가까운 이야기~ [6] 태양연어5049 20/06/08 5049 5
86630 [일반] [잡담] 최고의 글쟁이...계속 글 써주시면 안될까요. [9] 언뜻 유재석7960 20/06/08 7960 5
86629 [일반] [검호이야기] 배가본드(2) 일본제일검 요시오카를 멸하다 [14] 라쇼10066 20/06/08 10066 14
86627 [일반] 라이젠 3300X로 120짜리 가성비 뽑기 [40] 토니파커9458 20/06/08 9458 2
86624 [일반] 시의적절하게 봐줄만한 영화/TV시리즈/다큐멘터리 소개 [20] azrock9579 20/06/08 9579 0
86623 [일반] 군필여중생은 언제쯤 사회적,법적으로 승인될까요? [63] 박수갈채12098 20/06/08 12098 7
86622 [일반] 월급 루팡 시골 [68] 즉시배송11520 20/06/08 11520 2
86621 [일반] 책장 비우기 [11] halohey7763 20/06/08 7763 7
86620 [일반] [팝송] The 1975 새 앨범 "Notes On A Conditional Form" [7] 김치찌개5991 20/06/08 5991 1
86619 [일반] [개미사육기] 다시는 개미를 무시하지 마라 (동영상도 있어요) [36] ArthurMorgan9467 20/06/08 9467 41
86618 [일반] [역사] 1963년 프랑스-독일 화해조약의 뒷이야기 [4] aurelius7688 20/06/07 7688 13
86617 [일반] 개인적인 이별곡 플레이리스트 [30] FLUXUX8219 20/06/07 8219 1
86616 [일반] [EMBED]For the KANE!!! (feat. 빌어먹을 EA) [31] 넵튠네프기어자매7114 20/06/07 7114 1
86615 [일반] 음모론도 합리적 근거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37] i_terran10486 20/06/07 10486 0
86614 [일반] 봉오동전투 100주년 입니다. [11] 음악세계7360 20/06/07 7360 16
86612 [일반] 동네 까페 [43] 꾸꾸10663 20/06/07 10663 25
86611 [일반] 수도권 코로나 확진자 추이 업데이트 (6/7) [17] 손금불산입9662 20/06/07 9662 2
86608 [일반] 인생의 에너지를 어디서 얻고 살아가시나요? [74] 똥꾼10322 20/06/07 10322 1
86607 [일반] 어머니 폰을 해 드렸습니다. [30] 공기청정기8509 20/06/07 8509 5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