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서른 여덟살이다. 83년에 태어나서 2020년 한 여름 문턱앞까지 나는 살아왔다.
당연히 나만 그런게 아니다. 앞에 태어나 삶을 살았을 수십, 수백억명과 지금도 살고 있는 수십억명 모두 똑같다.
37살을 살아야 38살이 되고 그 이전에 36살을 살아야 한다. 열일곱살을 살다가 갑자기 서른 두살이 되진 않는다.
그것이 자연의 섭리이니까(끄덕)
열일곱 열여덟 그 때쯤엔, 그 쯤을 살아가고 있을 즘엔, 다들 뭔가에 빠져살기 마련이다. 그게 인생의 흑역사라서 평생을 자기만 아는
비밀로 사는 사람도 있을테고, 그 때가 인생의 전환점이 되어 본인도 예측 못했을 미래를 맞이하기도 했을 것이다.
대부분의 친구들 처럼 공부를 열심히 했던지, 아이돌에게 빠지게 되던지, 게임, 이성 친구, 담배, 방황, 등등등
나는 어찌 살았나 돌아보니 공부좀 하는 척 하다가 핑클 공식 팬클럽 핑키2기가 되었고, 이성 친구도 사귀었다가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알게 되었다. 뭐하나 진득하게 파고든건 없는 그때 대부분의 친구들이 겪었을 그런 삶을 살아왔다.
아! 단일 시즌 자위 횟수 이런건.. 후훗.. 당신들은 다 애송이야....
Meditation....
열일곱, 열여덟의 어느 소년이 툭 내뱉었다. 필수 영단어도 아닌 것 같은데...
그리고 생각했다. 이 소년은 혹시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케이스가 아닐까...
현생에선 70대 후반 철학박사님 or YTN 패널인 내가 눈 떠보니 열 여덟살 래퍼? 이런 느낌.
이제는 너무 유명해진 『김하온(HAON)』에 대한 이야기다.
고등래퍼2로 대중에게 알려졌지만 난 그의 실물을 한참이나 뒤에 봤다. 그리고 잠깐 그가 왜 성이 박씨가 아닌가 의아해 했다.
물론 노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사재기 이런거 잘 몰랐을때의 나는 대충 순위표 쓱쓱 보다 플레이리스트에 넣곤 했는데
당시 힙합공화국이 되어버린 차트에서도 그 재기발랄한 래핑과 깔끔한 딕션이 좋았다. 물론 가사없이 보면 뭔 말인지 모를 나이였지만
그냥 『킹래는 갓네』라는 생각으로 그의 음악을 소비하고 있었다.
그러다 이 영상을 봤다. 그의 노래중 가장 많이 들었을 이 노래가 최초 공개된 무대와 정확한 가사를..
뭐에 맞은듯 했다. 나 돈 졸라 많지~ 니 여친도 나 좋아하지~ 내 차는 뭐지~ 내 시계는 오천만원이지~ 뭐 이런것만 들었었는데..
이 노래의 가사와 구성은 그야말로 역대급이었다. 서태지의 환상속의 그대나 듀스의 굴레를 벗어나때 느꼈던 느낌 비슷했다.
이 오디션 프로그램을 본 적이 없으므로 전후 사정은 잘 모르겠다. 둘이 어떻게 같이 무대에 서게되었는지 살아온 환경은 어땠는지
노래를 만들고 무대를 구성하는건 누구의 아이디어 였는지 그런건 하나도 모르겠고 하나도 중요한게 아니었다.
이 무대엔 천재가 최소 둘은 있었으니까..
누가봐도 긍정적인 김하온과 누가봐도 부정적인 이병재(빈첸)의 대화식 구성으로 되어있는 이 노래의 가사는 이렇다. (영상을 옆에 틀어놓으면 더 좋다)
이병재) 끊어버리고 싶어 이거 다 그만 놔버리고 싶어 모두 다 엄마는 바코드 찍을 때 무슨 기분인지 묻고 싶은데 알고 나면 내가 다칠까 난 사랑받을 가치 있는 놈일까 방송 싫다면서 바코드 달고 현재 여기 흰색 배경에 검은 줄이 내 팔을 내려보게 해 이대로 사는 게 의미는 있을지 또 궁금해
>>>시작부터 우울의 끝, 부정적 가사의 집합체, 그 시대 누구나 겪었을 부정적 고민, 그리고 우리 가슴에 남아있는 부정적 생각들.
김하온) 행복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어디에도 없으며 동시에 어디에나 있구나 우린 앞만 보고 살도록 배웠으니까 주위에 남아있던 행복을 놓쳐 빛나지 못하는 거야
>>>뜬구름 잡는듯한 이야기들. 깨달은 스승이 제자에게 가르침을 주는듯한 늬앙스. 그리고 부정적인게 네 탓만은 아니라는 격려.
이병재) 네까짓 게 뭘 알아 행복은 됐어 내 Track update 되는 건 불행이 다 했어 잠깐 반짝하고 말 거야 Like 바코드 빛같이 우리도 마찬가지
>>>아 뭐래 슈발. 행복은 없어. 난 부정적인 기운으로 여기까지 왔어.
삑 그리고 다음 삑 그리고 다음
김하온) 영수증은 챙겨줘 우리 추억을 위해
>>> 그것도 챙겨놔라. 추억이니까.
삑 그리고 다음 삑 그리고 다음
이병재) 영수증은 버려줘 마지막 존심을 위해
>>> 버려 그거. 쪽팔리니까
(그리고 반복)삑 그리고 다음 삑 그리고 다음 영수증은 챙겨줘 우리 추억을 위해 삑 그리고 다음 삑 그리고 다음
>>> 하온이는 다시한번 긍정의 기운을 말하고, 병재는 말이 없다.
김하온) 비틀비틀 거리다가 떠난 이들의 뒤를 따를 수도 굳이 피를 안 봐도 되는 현실에 감사를 뒤를 잇는 것이 아닌 그저 잊는 힘을 기른 나는 기를 쓰지 않고 만들어 믿음뿐인 길을 그리고 지금 나의 비밀을 아는 너는 웃지도 울지도 아리송한 표정을 하고 있군 검은 줄들의 모양은 다 다르긴 해도 삑소리 나면 우리 모두를 빛으로 비추겠지
>>>근데 할 수 있어. 할 수 있더라. 행복해질 수 있어.
이병재) 비틀비틀 거리는 걸음이 나다운 거 같아 깊은 늪에 빠져있는 게 훨씬 자연스러워 난
>>> 난 이게 편해. 이렇게 (부정적으로) 살아왔으니까.
김하온) 난 늪에 빠진 기분이 어떤진 모르겠으나 넌 갈 수 있어 지평선 너머의 미지의 곳으로 삶이란 흐르는 오케스트라 우리는 마에스트로
>>> 솔직히 잘 모르겠어. 근데 우리 삶의 주인은 우리야. 너도 같이가자
(반복) 삑 그리고 다음 삑 그리고 다음 영수증은 버려줘 마지막 존심을 위해 삑 그리고 다음 삑 그리고 다음 영수증은 챙겨줘 우리 추억을 위해 삑 그리고 다음 삑 그리고 다음 영수증은 버려줘 마지막 존심을 위해 삑 그리고 다음 삑 그리고 다음 영수증은 챙겨줘 우리 추억을 위해
>>> 병재가 한번, 하온이가 한번, 다시 병재가 한번, 하온이가 한번
이병재) 어떻게 멀쩡하겠니 나보다 고생 덜한 래퍼들이 전부 머리 위 그래 운 그게 내 문제니 세례명을 달고 신을 등진 내 잘못이니 아마도 내가 작년 이맘 때 알바 아니면 정신과 다니지 않고 등골 빨아 랩만 더 했다면 후회들은 내 흉터와 새벽 공기 눈물을 내 기억 제일 초라한 장면으로 남겨줘
>>> 내 이야기좀 들어봐. 부정적이 된 이유야.
김하온) 남겨줘 난 내게 사랑만 남겨둬 우리 사이를 선으로 그으면 모양은 마름모 하나도 놔두지 않아 나쁜 건 아 근데 영감이 될 수 있는건 인정해 야 나도 But Boy you need meditation 흐르는 건 피 아닌 Perspiration We gotta be new generation Now be patient 우린 새로운 변화의 때에 있어 방향을 모르겠다면 믿고 나를 따라와줘
>>>알아 이해해. 하지만 우린 나아가야해. 같이가자.
(반복) 삑 그리고 다음 삑 그리고 다음 영수증은 버려줘 마지막 존심을 위해 삑 그리고 다음 삑 그리고 다음 영수증은 챙겨줘 우리 추억을 위해 삑 그리고 다음 삑 그리고 다음 영수증은 버려줘 마지막 존심을 위해 삑 그리고 다음 삑 그리고 다음 영수증은 챙겨줘 우리 추억을 위해
>>> 다시 또, 병재가 한번, 하온이가 한번, 다시 병재가 한번, 하온이가 한번
이병재) Meditation 내 텐션에 도움 안 돼 앉아있을 시간이 어디 있어 바코드를 횡단보도 삼아 뛰어서 벗어나야겠어 이 네모 밖으로 말이야
>>> 명상 같은 배부른 소리 하지마
김하온) Depression 내 텐션에 도움 안돼 우울에 빠져 자빠져 난 시간이 아까워 바코드가 붙었다면 I'm on a conveyor 외부와 내부의 의도를 동시에 쥐고 달려
>>> 우울함 X까, 우리가 주도적으로 달려보자.
삑 그리고 다음 삑 그리고 다음 삑 그리고 다음 삑 그리고 다음 영수증은 챙겨주길 우리의 추억을 위해
>>> 병재의 부정적인 가사는 없어지고 하온이의 긍정적인 생각에 병재의 더블링으로 마무리
https://youtu.be/FBTDMgqMN3A?t=213
『목표는 제 운명이 절 이끄는 데 까지 입니다. 』
모두, 그 중에서도 어른들이 비아냥 섞인 웃음 지었을때..
안녕, 날 소개하지 이름 김하온 직업은 트래블러~
그리고 이 소년의 한마디.
"난 커다란 여정의 시작 앞에 서있어. 따라와 줘 원한다면, 나 외로운건 싫어서"
김하온 선생님, 깨달음 얻으실때마다 가르침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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