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랫동안 이직하지 않아서 어느 원룸에 벌써 8년째 살고 있습니다.

저는 그대로지만 주변사람들은 자주 바뀌는 편이죠..

그런데 얼마전에 옆방에 누가 이사를 왔었고

한 3주후에 제가 출근한 사이에 제방 싱크대쪽 수로가 터졌는지,아랫방이 물바다가 되었다면서 원룸주인분이 수리를 했습니다.

그런데 저랑 마주치셨을때,
싱크대쪽이 더러운거 같은데 혹시 바퀴벌레는 안나오는지 물어보셨고
새로 이사온 옆방분은 바퀴벌레가 많다고 이야기해서 약을 놓았다고 하시더군요.
그러니 만약에 바퀴보이면 청소랑 소독하고나서 약나눠줄테니까 말하라고.


저는 여름철 주적인 물나방말고는 초파리 가끔 한두마리보이는 수준이고,
가끔 정말 작은 거미들이 보이는 정도며 바퀴벌레는 한번도 마주치지 않아서,
이 원룸은 왜 바퀴벌레가 하나도 없을까? 보일러시설도 복도마다 있는데..하고 생각한적이 있었을정도라
바퀴는 뻥이고  벌레나오게 생겼으니 청소를 똑바로 하라는뜻이구나 하고 받아들였어요.

그러던 어느날.. 매주하는 물나방제거활동- 변기뒤틈이랑 욕실배수구랑 싱크대 구멍에 락스를 뿌리고 잤는데..
일어나서 이빨닦다보니 싱크대 정가운데에 아주 작은 바퀴새끼가 죽어있더군요.
그래서 아니 이게 왜 여기에 죽어있나? 싶어서 제 방의 벽들을 잘보이게 만들고, 유심히 살펴봤는데 제가 벽에 붙여놓은 흡음재뒤쪽벽의 벽에(벽자체는 얇은 목재입니다.그래서 흡음재를 붙인것) 처음 이사왔을때는 못본 구멍같은게 뚫려있는겁니다.

그리고 그날 자기전에 혹시나 싶어서 불을 전부 끈다음 스마트폰 라이트만 켜서 그 구멍을 확 비쳐보니까
아주 순간적으로  바퀴벌레가 잽싸게 그구멍으로 달아나는게 보였습니다.

우연히 마주친걸까?  
바퀴벌레나 개미나 하나가 보이면 군집이 있다는말이 있죠.
의심이 꼬리를 물어서 약을 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설치형 약이 여러가지가 있더군요.
가격도 식당포함 몇천원부터 유명업체가 쓰던거라고 2만원씩 받는놈도 있고..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요즘에 it쪽을 보면 온갖 별 잡상품들도 제품명에 프로를 붙이고 나오는 그야말로 프로의 바겐세일인 시대라 .
제품명에 프로는 없지만,진짜 프로들이 쓰던 제품들이 단돈 2만원이라면 정말 싸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비싼놈을 샀어요.

그리고 제방에 5개의 지점을 골라서 설치했는데 생각외로 효과가 눈에 띄진 않았습니다.
전에 보였던 그구멍을 메워버려서 그런가? 돈아깝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샤워를 하는데 왠 바퀴벌레 한마리가 비실거리면서 배수구에서 걸어가고 있더라구요.
그녀석을 죽여버리고 나서 생각을 해보니 분명 효과는 있는데, 이 방법에 문제가 여러개가 있더군요.

0.효과가 있는거 같지만 눈에 보이는 효과는 여전히 미미하다.바퀴가 몇마리길래 꼴랑 한마리 빈사냐

1.내방에서 바퀴가 죽으면 시체는 내방에 남는다
저렇게 정신이 나간 바퀴가 많아진다면 의도치 않은곳에서(키보드위라던지 컵속이라던지) 내가 마주칠수 있다.

2.바퀴중에는 주서식지에서 존버타다가 밤에 침입하고 날이 밝을때에야 원대복귀하는녀석들이 있다는데,
그렇다면 내방 하나만 방제해서는 다른방이나 시설에서 나오는 바퀴들 때문에 끝없는 전쟁이 될것이다.

3.250G이나 되는 젤을 나 혼자 다 쓰려면 한세월이다

4.어느날 밤12시에 운동을 마치고 들어오면서 싹 살펴보니 불이 자동으로 켜질때 각방 문틈에 숨으려 드는 바퀴들이 보이던데,
  비밀통로가 아니라 복도로 이동하는거 아닌가?

그래서 같은 복도를 쓰는 방들의 입구 문경첩이나 눈에 안뛰는 벽마다 식당을 하나씩 설치하고,복도 끝 보일러 시설에도 넣었습니다.

그리고 이틀이 지나자 ..

복도에 밟힌 바퀴벌레 시체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죽은채로 널부러져 있어서 그냥 밟힌거겠죠.

그리고 불이 켜졌을때 바퀴들의 인지능력에 하자가 심해지더군요.

조명을 비추고 있는데도 식당에서 죽음의 식사를 마저하는 바퀴벌레와 문에서 쉬고 있는 바퀴벌레.


인기척을 내고 있는데도 바퀴가 제쪽으로 움직입니다.


그런데 이제 새로운 문제가 생겼습니다.
건물 주인내외께서 아침마다 복도를 청소하는데,
그저께는 3-4마리 어제는 9마리 오늘은 20마리씩 보이는 바퀴 시체를 보게 되실거고,
다른방 거주자분들도 밤에 문열때 한번이라도 바닥을 본다면 자기가 바퀴를 밟고 다녔다는걸 알게 될거에요.
효과가 너무 좋아서 은밀하게는 할수없게된  이 독극물살포작전을 정식으로 벽에 붙여놔야 할거 같습니다.



여기에서 이 말살작전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이 생겼습니다.

1. 주인분들은 이걸 좋아할것인가?
방에서 바퀴벌레가 나온다는 불평을 계속 듣고 잘 안듣는약을 계속 나눠주는거보단 이게 나을거같습니다.

2.다른 거주자들은 이걸 좋아할것인가?
자기방에서 바퀴를 보는거보단 복도에서 시체로 보는게 좋지않을까요?


3.바퀴벌레들은 8년간 나에게 아무런 해나 불쾌감을 끼친적이 없는데,내 일방적인 선전포고와 학살이 아닌가?
인간이라는 종은 원래 영역다툼을 좋아해서, 늑대나 호랑이같은 다른종이나,다른인종이나,심지어 같은 민족이나 가족과도 다툽니다.
바퀴와 같은 공간을 함께 쓴다는게 인간의 본능을 거스르는 행위죠.
사실 바퀴여러분들도 다른곤충과 영역이 겹치면 싸우는거 다 알고 있어요.꼬우면 진화해보시던가..


조금 생각해보니 계속 진행해도 될거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