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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6/15 23:16:51
Name 라쇼
Subject [일반] [검술] 나그네 켄신이 싸운 첫 번째 강적 우도 진에, 니카이도 평법 심중일방 (수정됨)
사실 만화 바람의 검심과 관련된 글이라 저번 발도술 글에 포함될 내용이었으나, 분량 관계로 나눠서 올립니다. 이번 글에 다룰 니카이도 평법은 현재엔 명맥이 끊긴 실전된 유파라서 검술 관련 영상은 없습니다. 옛날 검객 이야기라 생각하고 읽어주세요.

바람의 검심 2권을 보면 살인검을 버리고 나그네로 불살의 길을 걸어가는 켄신에게 처음으로 고전을 안겨준 '우도 진에'라는 검객이 등장합니다. 이 우도 진에는 마블코믹스 X-MAN에 나오는 히어로 '갬빗'의 디자인을 그대로 갖다 쓴 표절 캐릭터였지요. 작가 와츠키 노부히로가 미국 코믹스 팬이라 디자인을 가져다 쓴 듯한데, 깐깐하기로 유명한 소년 점프 편집자들이 왜 이걸 그대로 통과시켰는지 의문입니다. 지금보다 저작권에 대한 기준이 느슨하던 시절이라 벌어진 해프닝이라고 생각되는군요.


우도 진에가 사용하는 검술 니카이도 평법은 실제로 역사에 존재했었던 검술 유파로 여겨집니다. 왜 과거형이냐면 현재 니카이도 평법이라는 유파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수백 년 전 검술과 관련된 기록에 짤막하게 몇 줄 적힌게 전부이지요. 기록 상에만 존재하는 검술 유파라 그런지 니카이도 평법은 어딘가 무협물이나, 초능력자에 가까운 닌자 만화에서 나올법한 초현실적인 기술들을 보유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작중 우도 진에가 사용하던 마음의 한 편이란 뜻의 '심중일방' 이란 기술이지요.

바람의 검심에서 표현되는 심중일방은 눈 빛으로 기합을 쏘아내어 시선과 마주친 자들을 가위에 걸린 마냥 꼼짝 못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우도 진에는 심중일방에 걸린 먹잇감들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쾌감을 느끼는 쾌락형 살인마로 그려지죠. 그런데 재밌는 점은 역사 기록에 적힌 심중일방이 바람의 검심에서 연출된 심중일방과 거의 동일한 기술이라는 겁니다.


니카이도 평법은 에도시대 초기의 무예가 마츠야마 몬도(松山主水: ????~1635)가 조부로부터 니카이도류 검술을 전수받아 창안해낸 유파입니다. 검술이 아니라 평법이라고 불리우는 이유는 초급 검술은 '일문자', 중급 검술은 '팔문자', 고급 검술은 '십문자'라 하여 일(一), 팔(八), 십(十)을 합치면 한자 평(平)이란 글자가 되기 때문이었죠. 심중일방은 니카이도 평법에서 비기 중의 비기로 취급되던 기술이었는데요. 바람의 검심에 나온 것처럼 순간 최면술에 가까운 기술이었다고 합니다.

역사에 기록된 심중일방은 이렇게 묘사됩니다. 마츠야마 몬도가 주군 호소카와 타다토시를 모시고 에도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거리는 인파로 가득하여 길이 막히기 일쑤였는데, 몬도가 선두에 나서서 심중일방을 사용하면 저절로 길이 열려 편하게 행렬 길을 나아 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몬도가 왼쪽 손바닥을 들어보여 아래로 내리면 행렬을 가로막고 횡단하려는 사람이 꼼짝 못하게 되었고, 멀리서 달려오는 자가 있으면 마치 다리가 마비된 마냥 자빠졌다고 합니다. 바람의 검심에 나오는 심중일방과 차이점은 우도 진에가 사용한 기술이 나루토의 사륜안 같은 동술이었다면, 실제 기술은 몸동작과 말로 암시를 주는 최면술 같은 성격이지요. 약간 차이가 있지만 기술에 걸린 사람들을 마비시킨 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니카이도 평법은 신선조의 천연이심류와 함께 바람의 검심에 등장하는 유이한 실존 유파이긴 합니다만, 실제 가능했을지 싶은 심중일방이란 기술도 그렇고 현대에 유파도, 검술 유파라면 남기는 오의 전서도 남아있지 않아서 진위가 의심되곤 합니다.

마츠야마 몬도의 이야기를 계속 해보자면 몬도는 1629년 호소카와 가문에 500석을 받고 사관하여 다이묘 호소카와 타다토시의 검술 사범역이 됩니다. 호소카와 타다토시는 야규 무네노리에게 야규 신카게류 면허 개전을 받을 정도로 검술 실력이 뛰어났는데, 몬도에게 검술을 지도 받고 나서부터 실력이 더욱 좋아졌다고 하네요. 나중에 타다토시와 만난 무네노리는 어떻게 단시간에 실력이 늘었는지 궁금해 했다고 합니다. 덕분에 몬도는 타다토시에게 총애를 받아 영지가 1000석으로 가증되지요. 오노 타다아키가 600석, 미야모토 무사시가 300석이었던 걸 감안하면 엄청나게 출세한 것이죠. 이런 이유에서인지 마츠야마 몬도는 사람됨이 매우 거만하고 난폭하여 주변인들로부터 원성을 많이 사게되었습니다.

호소카와 타다토시는 아버지 호소카와 타다오키와 매우 사이가 나빳는데, 두 부자는 머무는 곳까지 따로 별거하며 얼굴도 보지 않고 살았다고 하네요. 그런 연유로 호소카와 가문은 현 번주 타다토시와, 선대 번주 타다오키로 신하들이 두 파로 갈려 정쟁을 일삼았는데, 이 파벌 싸움에 마츠야마 몬도가 휘말립니다. 실력만큼 처세술이 따라주지 않던 몬도는 타다토시와 타다오키가 오사카에서 배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타다토시의 배를 직접 몰아 타다오키의 배를 앞질러 가는 불경죄를 저지르게 됩니다. 비유를 들자면 권력기반이 약한 현 국왕과 왕좌는 내줬지만 권력실세인 상왕이 기싸움을 하는데, 눈치 없는 국왕의 경호대장이 상왕에게 무례를 저지른 셈이죠.

당연히 격노한 타다오키는 몬도를 주살하라고 명령을 내렸고, 타다토시는 몬도를 보호하기 위해 광원사란 절로 피신시킵니다. 영지와 권세를 모두 잃게된 몬도는 번민에 휩싸이다 병에 걸렸는데, 평소 몬도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쇼린 쥬베란 무사가 타다오키의 지시로 몬도를 암살하러 찾아옵니다. 몬도는 침상에서 쥬베의 기습을 받고 비겁하다고 외치면서 대항해보려했지만 그 강력했던 니카이도 평법의 검술도, 심중일방도 써보지 못하고 참살당합니다. 초능력 같은 기술을 구사하던 실력자의 최후치곤 허망한 결말이지요.

마츠야마 몬도 사후 니카이도 평법은 제자 무라카미 요시노조가 이어받았다고 하는데, 제자 요시노조도 몬도에게서 팔문자만 전수 받았을 뿐 십문자의 극의는 배우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후 니카이도 평법의 명맥은 끊어졌고 기록에만 존재하는 환상의 검술 유파가 되었지요.




여담으로 인터넷에 퍼진 마츠야마 몬도의 야사 중엔 유명한 미야모토 무사시가 몬도를 두려워하여 도망갔다란 내용이 있습니다. 이는 잘못된 정보로 무사시가 호소카와 타다토시의 초청을 받아 구마모토 번에 손님 신분으로 방문한게 1640년이고, 마츠야마 몬도가 호소카와 타다오키의 분노를 사서 주살당한게 1635년이죠. 두 검호는 실제로 마주칠 일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무사시를 겁먹게 만든 야사는 몬도가 아니라, 제자 요시노조입니다. 그 스승에 그 제자라고 요시노조 또한 성격이 개차반으로 유명했던 망나니였다고 하네요. 야사에는 무사시가 호소카와 가문에 사관하길 원했고, 타다토시는 등용하는 조건으로 요시노조와 시합하기를 내세웠다고 하는데, 역사에서 무사시는 호소카와의 가신이 된 적이 없습니다. 그저 빈객으로 지냈을 뿐이죠. 일본 위키피디아만 번역기로 봐도 알 수 있는 내용인데 아무런 검증 없이 실제 사실처럼 인용하여 무사시를 폄하하는 용도로 사용합니다. 또 이런 오류 가득한 정보가 많은 사람들에게 그대로 퍼져나가는 실정이죠. 인터넷에서 검호와 관련된 정보들이 잘못된게 너무 많습니다.

일본 고류 검술 관련 글은 이번 편 이후로 잠시 쉬려고 합니다. 현대 검도의 아버지인 일도류와 북진일도류, 고류 검술의 원조 카토리 신토류나, 막부 말 검객들이 사용했던 검술 유파가 남아있긴 하지만 이도류나 발도술처럼 검술을 테마로 묶어서 설명하긴 애매해서 검술에 관심 없는 분들껜 흥미가 떨어질듯 하여 적기 망설여지네요.

대신 검술 이야기를 하느라 미뤄뒀던 검호들의 이야기를 연재할 생각인데, 중간에 고류 검술에 관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막간으로 글을 써보겠습니다. 검호 이야기도 많이 밀려서 언제 다 쓸지는 모르겠지만 일본 검술과 관련된 글이 마무리 지어지면 서양 검술 글도 다뤄보고 싶네요.

그동안 검술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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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dLight
20/06/15 23:26
수정 아이콘
너무 잘읽었습니다 최근 pgr글중 제대로 취향저격 당했네요.
수고하셨습니다!!
20/06/15 23:30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무사시 글 빨리 쓸게요 크크크
20/06/15 23:27
수정 아이콘
진에 - 갬빗
쿠지라나미 - 아포칼립스
야츠메 무묘이 - 베놈
파군 - 에반게리온
히코 세이쥬로 - 높은 확률로 스폰 망토...

하나같이 메이저하고 유명한 캐릭터였으니 '오마주'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단행본에서도 대놓고 말하기도 하고요. 디자인 어디서 따왔다 어쩌고저쩌꼬.
20/06/15 23:29
수정 아이콘
그렇군요. 갬빗말고도 미국 코믹스에서 디자인 갖다 쓴 캐릭터들이 많은 건 알고 있었지만 히코 세이쥬로 망토가 스폰 망토였던건 처음알았네요 크크. 오마주라고해도 디자인이 동일하니 저작권료는 주고 그렸는지 궁금합니다.
20/06/15 23:36
수정 아이콘
사실 "따온 정도"로 치면 다른 캐릭터나 진에나 그렇게 크게 차이나진 않죠. 그냥 오마쥬로 넘어갈 수 있는 정도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사실 얼굴 둘러싼 보호대(?)랑 눈 정도 빼면... 인상이야 그림체 따라서 달라질 때도 있고.... 사실 심하게 닮긴 했습니다만.

막상 베낌당한(?) 마블도 데스스트록을 거의 복붙해서 데드풀을 만든 적도 있고, 슈퍼맨을 가져다 만든(이런 식의 캐릭터 제작을'립 오프'라고 하는 거 같더군요) 캐릭터도 한 세 명인가 되고.... 반대로 DC가 마블 애들 가져다가 만든 캐릭터도 좀 있고. 해외의 거장(시대가 시대니까 짐 리겠죠 아마)에게 보내는 와츠키 나름의 리스펙트가 아니었을까요.
coolasice
20/06/15 23:41
수정 아이콘
시시오 홍련완기술이나 화상전의 모습도 사무라이쇼다운 캐릭터에서 가져온거죠
생각해보면 왜 별 문제 없었나 싶네요..
20/06/15 23:43
수정 아이콘
(수정됨) 그 사쇼를 만든 SNK도 여기저기서 베껴오는 거 되게 잘하고 자주 했거든요(...)

랄프 갤럭티카 팬텀(링에 걸어라), 점프 b인가 d는 에반게리온
클락 아르헨틴 백브레이터 울트라 아르헨틴 백브레이커(근육맨)
레오나 리볼스파크(가면라이더 블랙 rx) 이어링 폭탄(고레인저) 뭐시기 슬러거(울트라세븐)
쿨라 프리징 코핀(세인트 세이야)
바이스 오버킬(근육맨)
이오리 맥스 팔치녀(에반게리온) 등등
20/06/15 23:47
수정 아이콘
(수정됨) 시시오 마코토가 키바가미 겐쥬로의 디자인을 베낀 캐릭터죠. 물론 화상입기 전에 한두 컷 나온 짧은 장면이지만요. 의외로 snk는 기분나쁘지 않았는지 사무라이 스피릿츠 시리즈 천하제일검객전에서 와츠키한테 디자인을 맡깁니다. 쇼군 요시토라인가 하는 캐릭터가 와츠키가 디자인한 거죠.
20/06/15 23:30
수정 아이콘
니카이도 평법이랑 심중일방이 전부 기록에 존재한다는 게 재미있네요. 평법이야 그렇다치고 심중일방은 완전 판타지인데, 기록에서 묘사되는 심중일방은 만화는 상대도 안 되는 리얼 판타지...
20/06/15 23:33
수정 아이콘
심중일방이 나루토 사륜안이나 바질리스크 코우가 인법첩 동술과 비슷한 기술이죠. 너무 허무맹랑해서 저게 사실인지 의문스러울 정도입니다. 몬도가 영지 천석을 받았다는 기록도 신뢰가 안가고 명색이 다이묘가 배웠던 검술 유파라면 흔한 오의 전서라도 남아있어야 되는데 그것조차 없죠. 마츠야마 몬도와 니카이도 평법은 진위가 불분명한 옛날 이야기 정도로 생각합니다.
20/06/15 23:51
수정 아이콘
오 심중일방이 구라가 아니었다고요? 이건 충격인데요 크크크크
20/06/16 00:00
수정 아이콘
검호 관련 기록을 읽다보면 만화에 나온 검술이 뻥이아니라 진짜인 경우도 있더라고요. 참 신기한 일입니다. 크크크
김곤잘레스
20/06/16 00:03
수정 아이콘
잘읽고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6/16 00:11
수정 아이콘
부족한 글을 잘 봐주시니 글쓴 보람이 드네요. 다음엔 무사시와 코지로가 대결한 간류지마 결투로 찾아뵙겠습니다.
20/06/16 00:32
수정 아이콘
에도 인파 헤치고 가는 설명을 보고 있으면 이거 그냥 계급빨로 밀어붙인거 아닌가 싶기도(...)
???: 어딜 감히 무사의 앞길을 막느냐!!
20/06/16 00:39
수정 아이콘
저도 심중일방이 하도 황당한 기술이라 계급빨로 까지 않았을까 싶기도하네요 크크.
-안군-
20/06/16 00:39
수정 아이콘
다음편 가져와! 없으면 만들어와!!
...는 농담이고 그동안 연재해주신 글들 전부다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검호 이야기들도 기대되네요.
20/06/16 00:42
수정 아이콘
무사시 요시오카편이 너무 사료를 인용해서 분랑조절이 실패해버렸다죠. 읽는 분들이 재밌게 글을 써야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반성중입니다. 간류지마 결투는 흥미가 느껴지도록 노력해서 써볼게요.
콜라제로
20/06/16 07:15
수정 아이콘
이중극점이야기도 나올것인가 궁금하네요. 크크크
20/06/16 11:22
수정 아이콘
수 많은 무술 꿈나무들이 무림비급 유랑검심록을 보며 이중극점을 학교 쉬는시간에 수련했지만 끝내 극성에 도달한 자는 아무도 없었다고 전해지네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Totato Crisp
20/06/16 13:57
수정 아이콘
재밌게 잘 봤습니다!!
20/06/16 18:03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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