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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6 14:17
심심하실 때 토크멘터리 전쟁사 30년 전쟁 이후로 보면 프랑스혁명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한 배경이 이해가 됩니다. 너무 긴 것 같지만 그 긴 세월동안 프랑스 백성들에게 쌓인 지도자에 대한 울분이란 게 어느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죠. 그 수많은 쓸모없는 전쟁들...물론 처음에는 백성들 조차 좋아했다고는 하지만요
20/06/16 14:21
재밌게 읽었습니다. 참 이 시기는 보면볼수록 곱씹게되는 것 같아요. 사이트 정체성에 맞게 이야기하면, 프랑스 혁명기 배경으로 혁명재판장이 되어 플레이하는 We the Revolution이라는 게임을 해본적있는데 엄청 재밌더라구요. 언어압박도 조금 있었지만 얽힌인물도 다양하고 사건하나하나 양면적 측면도 많았던 시기 인듯합니다. 당통도 제가 죽였던것같은데 흑흑.. 나중에 여유가 되시면 추천드립니다 흐흐
20/06/16 14:21
좋은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프랑스 혁명의 속살을 보면 너무 잔인하고 무질서해서, 과연 혁명이 좋은 것인가 의문이 들 때가 있더군요. 오히려 느리지만 평화적으로 혁명을 만들어간 영국이나, 신대륙이라는 특수성을 활용해 맨땅에서 민주주의 이념을 발전시킨 미국이 프랑스에 비해 훨씬 좋은 혁명 모델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20/06/16 14:25
프랑스의 예시나 미국의 예시나 뭔가 새로운 시작이 어느정도는 필요조건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긴 합니다. 영국의 케이스도 사실 시민혁명이 표면적으로는 평화적으로 이루어지긴했지만 중간중간 피를 많이 봤습죠..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닌듯한..
20/06/16 14:31
당시 영국은 사실상 민중을 배제한 귀족정이었고, 미국은 타파해야할 [구체제]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상황이었던 반면, 프랑스는 [민중]이 [귀족]과 합세하여 체제를 전복시켰다는 게 큰 차이인 것 같습니다. 한편 영국도 프랑스혁명의 충격이 없었다면 평민들에게 과연 정치권리를 확대했을까 생각해볼 문제이지요. 재미있는건 프랑스가 처음에 국회[Assemblee Nationale]이라는 단어를 만들 때 인민대표[Respresentants du Peuple]로 하려고 했다던데, peuple = people 이라는 단어가 인민이라기보다 [평민]의 의미에 가깝기 때문에 다시 회의를 거쳐 귀족과 상류층을 모두 포함할 수 있는 [Nation]이라는 단어로 고쳤다고 하네요.
20/06/16 14:34
다른 모델이 더 좋은 모델인건 확실하지만, 프랑스에는 적용될 수 없었습니다. 한국식 산업화-민주화 단계를 수많은 나라들이 벤치마킹하고 싶어하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안되는것과 마찬가지죠.
어쨌든 혁명은 기존의 주권자들, 앙시엥레짐을 끌어내려야만 이루어집니다. 그 왕의 목을 날릴 때 까지의 과정이 섬나라라는 특성과 수많은 전통 아래 귀족정치의 일환으로서 이루어진게 명예혁명이고, 식민지와 넓은 새 땅이라는 특성 하에 본국과의 싸움을 통해 아예 새로시작하면서 이룬 게 미국이죠. 프랑스는 피를 보지 않고서는 뿌리깊은 앙시엥레짐을 뽑아낼 수가 없었던 겁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국가는 프랑스와 같았죠. 프랑스 혁명이 아니었다면 현대식 민주주의는 지역적인 제도에 그쳤을것 같습니다.
20/06/16 14:43
사실 이성적으로는 말씀하신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제를 뽑아내기 위해서는 확실히 근본적이고 폭력적인 사건들이 필요하죠. 다만, 프랑스 혁명의 에피소드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구체제와의 대결과정에서 죽은 사람도 많지만, 혁명정부 권력자의 안위를 위해,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혹은 권력자의 변덕으로 죽은 사람도 많잖아요.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지만, 혁명이 다 끝난 후에 관찰자 시점으로 보면 (의미는 없지만) 피를 좀 덜 볼 수는 없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06/16 14:50
인권선언문 초안을 마련한 라파예트 후작이 군권을 장악하고 정치를 안정화시켜 과격분자로부터 입헌군주정을 무력으로 수호하고, 왕실과 평민 간 접점이 되어주었다면 비극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런데 문제는 왕실은 왕실 나름대로 트롤링 (계속 외국으로 도망갈 생각만 하고...), 귀족 중 일부는 라파예트를 계급을 배신한 자로 취급했고, 또 평민은 그가 귀족이기 때문에 믿지 못하겠다고 하는 트롤러들이 있었죠. 참 아쉬운 인물입니다.
20/06/16 14:53
오오 그렇군요. 라파예트는 초반 혁명군을 이끌다 낙오한 인물 정도로 생각했는데, 기회가 있으면 좀 자세히 알아봐야겠네요. 말씀하신 것에 따르면 혁명초반 키맨이 될 수 있었는데, 정의감과 리더십은 있었지만 정치력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이네요.
20/06/16 18:56
라파예트의 능력부족도 있었겠지만, 다른 계급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이 있어 모든 인물들의 운신의 폭이 굉장히 좁았을 겁니다. 상대편에 조금이라도 온건한 조치를 취하면 배신자라는 소릴 들었을 거라서요.
제가 피를 보지 않고 불가능했을 거라고 하는 이유가 이런거에요.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만약 라파예트가 무력으로 버퍼를 만들고 강제로 중재를 할 결단력이 있는 사람이었다면 지금과 같았을까요? 애당초 라파예트는 혁명의 타파 대상이었던 제 2신분의 대표였고, 이런 사람이 무력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면 혁명세력이 이 사람을 가만히 뒀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당장 라파예트의 첫 번째 몰락도 결국 자코뱅에 사격명령을 내렸다는 의혹 때문이죠. 만약 라파예트가 피를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이었다면 훨씬 더 빠르게 제거됐을 지도 모릅니다. 우유부단했다는 평가를 듣는 지금조차도 가만히 있었으면 자코뱅에게 숙청당했을 가능성이 높은데, 만약 적극적 성향이었으면 더욱 더 제거당했을 확률이 높겠죠. 서로에 대한 불신임이 죽음보다도 깊은 상태에서 남은 선택지는 리셋 뿐입니다. 프랑스 혁명의 전개 과정을 보면, 결국 "너희가 우릴 모두 죽일거다"라는 깊은 불신이 굉장히 많은 일을 그르쳤죠. 예를 들어 바렌느 탈출이 실제로 실행된 것도 "여기 있으면 죽는다"는 굉장한 믿음이 있었을 거에요. 하지만 결국 이 사건은 그 믿음을 현실로 만들어서 왕가의 목을 날리는 결과를 초래했죠. 이런 식으로, 상호에 대한 너무나도 깊은 불신이 서로를 죽이는 선택지를 제외하고는 전부 지워버리는 거죠. 운신의 폭이 너무 좁은 환경입니다.
20/06/16 15:01
프랑스혁명 1세기 전에 영국엔 올리버 크롬웰이라는 작자가 잇엇죠. 이분이 왕의 모가지를 뎅겅!!한 뒤에 사방팔방으로 벌인 전쟁과 극한의 청교도 근본주의 정책때문인지 몰라도 두번째 민주주의 혁명때는 비교적 조용히 넘어간거 아닌가 싶습니다.
20/06/16 14:37
프랑스 혁명 이전에 이상사회를 건설하려던 기획은 모두 과거의 이상향을 모델로 했지만 프랑스 혁명은 과거와 단절하고 미래를 구상했다...는 이야기를 예전에 들었는데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사상적으로나 현실정치, 사회의 모습으로나 대단히 흥미롭고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시기입니다.
20/06/16 14:53
영국의 의회주의도 크롬웰이 왕의 목을 분리시키고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에 펑펑펑 해대서 나온 결과가 아닐까요. 잉글랜드는 희생을 떠넘겼으니
편했겠죠.
20/06/16 17:09
영국의 혁명에 관해서는 크롬웰이라는 1970년작 영화가 유튜브에 올라가 있습니다. 리처드 해리스 (덤블도어)가 크롬웰 역을 맡았는데 영화 내내 분노조절장애라도 있는듯 화를 냅니다 크크
20/06/16 19:31
혁명은 독재자를 부르는 걸까요? 저렇게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개중에는 억울한 사람도 많은데 낳은 결과가 나폴레옹 황제라니...(본만 마지막 말대로 국민의 주권 사상이 뿌리깊게 자리잡아 현대의 모습이 되었지만요) 전 그냥 로베스피에르가 이상주의자라기 보다는 럭키 스탈린 같아요. 스탈린도 이상적인 소련을 위하여 수많은 사람들을 죽인 걸 수도 있잖아요?
20/06/16 19:35
로베스피에르는 스탈린보다 레닌에 가깝습니다. 그것도 좀 열화버전 레닌. 스탈린은 사상가적 면모가 없고 아주 철저하게 현실적인 냉철한 독재자였거든요. 로베스피에르는 타협을 모르는 몽상가였는데 그에게 너무 큰 무기가 쥐어졌습니다. 몽상가였기 때문에 권력을 실컷 휘두르고 1년만에 쫓겨나서 처형당했죠. 그래서 레닌보다도 정치력이 떨어지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20/06/17 00:34
교양과목 혁명사 교수님이 그러시더라구요
로베스피에르가 비열하게(?) 정적을 하나씩 제거하는 식으로 나갔으면 상당히 오래 집권했을텐데, 너무나 이상주의다보니, 모두가 '저 이상주의자 로베스피에르가 조만간 나도 죽일거야'라는 공포감에 사로잡히면서, 거꾸로 '타도 로베스피에르'연합이 조성되어서 일찍 축출되었다구요... 이합집산이 기본인 정치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양반이었던 모양입니다. 실화인지 알수는 없으나, 관련 에피소드로...로베스피에르가 의회에서 연설하다가 모여있는 의원들을 쭈욱 돌아보면서, '이 안에도 반 혁명세력이 있다'라고 하고 나갔답니다. 그 말을 들은 의원들이 '로베스피에르가 말하는 반혁명세력이 나일지도 몰라'라고 쫄아서 당하기 전에 역으로 로베스피에르를 반 혁명분자로 몰았다는 썰이 있습니다. 이때 로베스피에르가 'xxx도 반 혁명 분자야'라고 콕 찝어서 이야기했으면 모두가 그 xxx를 죽이자고 했을텐데, 대상을 찍지 않고 얘기해서 역으로 로베스피에르가 당했다는 이야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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