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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9 18:03
별로 공감가는 글은 아니네요. 우선 글에서 이야기하는 서구적 정치철학의 정의가 모호합니다. 이미 전통적인 정치철학은 각 나라의 국가 시스템에 완전히 스며들어서 패시브화 되었다에 가깝다고 봅니다. 합리성과 보편성, 정치적 시스템화를 서구적 정치 철학에 따른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일반적인 국가중에 합리성과 보편성을 전제로 하지 않는 정치 체제가 있다는건가요? 그리고 본문에서 표현하는 정치체제와 문명체제의 차이또한 모호합니다. 서구는 전통과 문화를 아예 배제하고 정치 시스템을 만들었다는것일까요? 마지막 문단만 보면 서구는 전세계에 보편적으로 통하는 가치와 문화를 바탕으로 한 세계 문명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이를 만들려고 했는데 실패했다는 주장인것 같은데 세계적으로 보편적으로 통할만한 가치들은 널리널리 퍼져서 상대의 문화에 흡수가 되었다는것이 맞겠지요. 물론 현재 각 국가의 체제가 서구적 가치중에 일부를 거절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사회시스템은 사회 구성원들 다수가 편하고 좋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게 마련이라고 생각하거든요.
20/06/19 18:16
소련이 망하고 자본주의/민주주의가 지구의 대세라고 누구나 생각했죠.
근데 문화적/군사적/경제적으론 대세를 차지했지만 쉽게 변동불가능한 진짜가치인 인구와 영토적으론 전혀 그렇지 않았죠
20/06/19 18:44
그냥 유럽도 전통적가치를 중시하잔 글같은데요. 독자도 서구인을 대상으로 쓴글같고
그리고 이성과 합리 인권과 민주주의가 이젠 서구만의 가치인지도 모르겠고 타협의 대상이 될수있을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항상보면 민주주의나 인권같은 가치를 서구중심적 가치라 비판하는 분들이 그럼 전두환이 주장한 한국식 민주주의도 옳은거 아니냐 하면 그건 또 아니라고 하더군요. 재밌는모습
20/06/19 18:49
뭣보다 저런가치가 서구만의 것이란 주장자체가 미묘하게 불쾌하네요. 잘난 유럽사람들만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고 민주적이고 인권있는거 아닙니다. 거만하지 말자며 쓴글이 더 거만해보이네요.
20/06/19 20:12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개념 자체를 발명한 것은 유럽인들입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법치 자유 인권 합리 이성을 말하지만 사실 이건 일본이 뼈를 깎는 노력을 하며 한자어로 번역하기 전에는 동양에는 존재하지 않는 개념에 가까웠거든요.
20/06/19 20:22
네 맞는말씀입니다. 저도 동의하고요. 그런데 그렇다고 지금 그런 관념들이 서구만의 전유물도 아니죠.
행간을 읽어 보시면 아시겠지만 서구문명의 보편성으로 거만하지 말자는말을 다시 뒤집어보면 다른 문명은 그런 보편성이 없단 말이거든요 쉽게말하면 중국이나 러시아처럼 인권과 민주주의가 보편적인 가치가 아닌 문명도 존중하잔건데 저게 정말로 존중하자는 걸로 보이십니까? 교묘하게 맥이는거 같은데요 제가보기엔 물론 저 두국가가 인권이나 민주주의 관련해서 달리 할말은 없는건 맞죠. 그런데 본문보면 아시아문명이란 말도있고 전반적으로 비서구권 문명에대한 미묘한 폄훼가 보인단겁니다. 대한민국은 그래서 인권과 민주주의가 보편적 가치가 아닌가요?
20/06/19 20:42
서구사회가 누리는 거대한 풍요, 소비문화가 민주주의와 자유주의의 밑바탕입니다. 애초에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회에서 다양성과 자유는 인정될수가 없어요. 한번 실패하면 다 끝장이니까 사회 갈등이나 비효율적 의사결정이 용납될수가 없죠. 종교적 광신이나 가부장적 권위주의에 매달리는 제3세계 소위 전통주의 국가들이 서양이 좋은 체제인 것 몰라서 못하는게 아니죠. 경제적 뒷받침이 안되니 그렇게 갈수가 없는겁니다. 국민들에게 자본주의 소비사회가 가져다주는 물질적 쾌락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니 어쩔수 없이 종교나 이상 등 돈보다 다른 가치를 우선하는 프로파간다를 심어줘야 합니다. 사회통합을 위해서는 그걸 전통이라고 포장할 수 밖에 없죠. 한국 일본과 같은 동아시아의 예외적인 일부 국가들 - 강력한 억압과 국가주의 운동을 통해 국민들에게 불평등을 감내하게 하고 산업자본 축적을 통해 빈곤을 탈출한 사례 - 이 있지만 불행하게도 모든 국가들이 그런 경로를 밟기에는 이 지구의 자원은 너무나 모자랍니다. 특히 중국은 너무나 덩치가 커서 지금까지 해왔던 생산기지 모델로는 절대 완전한 서구화가 될수가 없고요 결국 미국으로부터 달러 헤게모니를 빼앗아 오지 않으면 안되겠죠.
20/06/20 00:09
확실히 한국은 서구세계의 일원이 맞나 봅니다. 저 스스로도 서구 지향적을 넘어 아예 서구 그 자체에 가까운 사고방식으로 생각하는거 보면.
그래서 그런지 별로 공감이 안갑니다. 서구 문명이 완전히 보편 문명이냐? 라고 물었을 경우 100% 긍정은 못하겠지만 보편 문명의 성격이 굉장히 강하게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지요. 서구 문명의 대항마라고 내세우는 것들이란게 조잡하기 짝이 없어서 그렇게 느끼는 것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개발독재기나 제3세계의 우리식 민주주의나 중국의 민족주의 같은거 보는 느낌? 겉만 번지르르하지 그냥 그 지역 특유 문화 + 지겹디 지겨운 왕정에 현대 스킨 끼운 것 뿐이잖아요? 새로운 것도 아니고 그 지역을 넘어설만한 보편성을 가진 것도 아니고.. 전혀 서구문명의 대안이 될 수가 없어요. 물론 서구 문명의 가치가 퇴색할 순 있겠죠. 세상은 힘의 논리로 돌아가니까. 하지만 그건 그냥 퇴보라고 봅니다.
20/06/20 03:01
근데 그런 건 있어요. "길고양이 학대가 통용 되는 유일한 나라 한국"이라느니 "다른 나라도 2D 아동성착취물 처벌한다"느니 떠드는 거 보면 어쩌라고 싶더라구요. 글로벌 스탠다드 무조건 따라가야 한다는 게 제가 보기엔 오히려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인 것 같은데 말이죠. 서구를 중심으로 하는 [보편 문명]에 대한 맹목은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꼭 서구가 아니라 하더라도 [보편성]에 대한 맹목은 있다고 봐요. 그 보편성이 모든 영역에서 이성과 논리를 담보하지는 않을 텐데 말입니다.
20/06/20 13:12
크크크... 요즘 들어 자주 보이는 헌팅턴 씨와 "문명의 충돌" 이야기군요.
이게 사실 1996년에 쓰여졌던 책이고, 이 책이 제시했던 문명경쟁에 대한 담론은 오히려 그 책보다 일찍 나왔던 1992년 책인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언'에 먹혀버렸지요. 이 책이야말로 자본주의와 제1세계를 '보편성의 신화' 속에 넣어버린 책인데, 하필이면 그 시기에 소련이 망해버려서 아주 그냥 대박이 터져버렸습니다. 그리고서는 헌팅턴의 주장은 9/11 테러와 아프간 전쟁 이후에나 다시 재조명을 받기 시작했고요. 그러다가 중동의 정세가 세일가스 이후로 전지구적으로는 중요도가 떨어지니 다시 묻히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사담 후세인의 바트당 정권 같은 제대로된 국가와는 비교되지 못하는 IS는 문명국가론에서 독이 든 성배였지요. '반미(=반서구)-문명'이라는 지금 이 글도 어느정도 그려내고 있는 그런 존재가 필요한데요. IS라는 유사국가는 서구 지식인들이 그리던 '미국의 가치=근대화=자본주의=민주주의'를 싸그리 부정하는 '무슬림 근본주의=무슬림 문명'의 이상형 그 자체였는데요. 실상은 전혀 달랐죠. 전혀 '대안문명'이 될 수 없는 그 어설픈 유사국가 수준의 테러리스트 조직에 (실제로 오래가지 못하고 붕괴했고요. 아무리 서구의 무력지원 때문이라지만, 진짜배기 정부였으면 이렇게 지리멸렬하게 전후 처분을 받지도 않았을 겁니다. 전범재판은 커녕, '내각'에 참여했다싶으면 무인기로 다 실시간 추적해서 미사일을 박아줬죠), 투사 (지하디스트)들은 서구사회에서 적응못한 부산물로서의 아랍 하층민을 선동해서 부려먹었고, 트위터나 LiveLeak 같은 서구 기술의 총아 SNS로 선전선동을 했지요. 그래서 IS가 죽자, 헌팅턴의 논리는 또 죽었습니다. 그런데 또 요즘에 이게 다시 튀어나오고 있습니다. 미중무역전쟁 때부터 슬근슬근 튀어나오더니, 코로나 이후로는 아주 그냥 주류가 되려는 듯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무슬림 문명 다음의 문명국가의 총아는 중국문명, 그러니까 중국 공산당이라는 것이지요. 저는 이 주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소련이 미국과 경쟁할 수 있었던 이유는, 미국이 그러했듯이, 이데올로기적인 대외적인 욕망과 제국주의적인 대내적인 욕망을 양손에 들고, 쌍수 바리안처럼 미국에게 '너는 대체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체급이 되었고, 핵무기를 가졌고, 뭐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동시에 그런 체제적인 면모도 있었습니다. 미국에게 경쟁하는 국가에게 '우리와 함께하라, 너희가 지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면 새로운 지구를 만들어주마!'라는 대마왕이었거든요. 그런데, 중국은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떤 우방도 없어요. 북한조차도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중국을 써먹는 느낌이고요. 이건 왜 그러냐, 이런 글에서도 지적하듯이, 중국에는 '보편철학'이 부재하기 때문입니다. 중국만이 만들수 있는 새로운 세상이 있다고, 마오쩌둥의 시절에는 주장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중국 고위간부도 시장경제에서 얻은 검은 돈을 가지고 경쟁자를 조집니다. 시진핑의 중국몽이 근본없는 무력이자, 중국식 제국주의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 글은 어떤 '문명국가'는 '서구의 보편성을 수용하면, 문화적, 식민적 동화가 되고 굴종이 되기에 필연적으로 거부할 수 밖에 없다'라고 분석한건 옳았지만, 그런 거부에서 만들어진 문명들이 나름대로의 보편성을 가질거라는 측면에서 단단히 틀렸습니다. 반제국주의 코인이 그들만의 제국주의 코인으로 수렴한다고, 서구 제국주의같은 보편성을 띌까요? 소련은 순간적으로나마 그걸 성공했습니다, 그러고도 무너졌고요. 그런데 지금 중국과 지금 러시아가요? 말도 안되죠. 제국주의만 있어서는 세계패권 근처에도 못갑니다. 이데올로기가 없이는 자신의 종속국들을 너무나도 비효율적인 억압과 무력으로 유지해야하는데요. 소련도 막판에 그렇게 흐르다가 무너졌습니다. 그런데요. 글의 막판에 "시쳇말로 포퓰리스트"라는 표현을 하면서, 국민전선과 페기다로 대표되는 극우, 유럽주의자, 토착주의자(Nativism, 한국인 입장에서는 엄청 이상하고 낯설은 단어인데요. '난민'이라는 키워드를 생각해보시면 그나마 좀 와닿는 정치적인 단어입니다. 기존 정권은 토착유럽인 하층민을 외노자와 동급인 집단으로 만들려고 한다는 프레임이 들어간 말이지요)들은 고작 포퓰리스트 따위가 아닙니다. 유럽의 사상을 가지고 싸우는 나름대로 진지한 사람들입니다.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극단적인 언사를 벌이고, 인종차별도 한다는 입장에서 '고작 포퓰리스트'라고 부르고 싶겠지만, 유럽에서 만들어진 보편주의를 신화의 영역으로 넘겨버리고 새로운 유럽, 본래 백인의 유럽, 전쟁할 수 있는 유럽을 만들려는 사람들이지요. "전체 세계를 위한 보편적 틀을 만들기 위해 지금까지 우리의 문화적 전통을 희생해 왔는데, 우리가 그 방식을 채택한 유일한 부류가 되어야 하는가? "라는 본문의 질문에 아니요. 라고 답하려는 사람들입니다. "그렇다, 계속해서 우리가 만든 보편성을 우리의 무기로 수호해야한다"라고 보편유럽을 주장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런 '국내 집안의 소리'를 무찌르기 위해서라도, 서구에 존재하는 보편가치가 중국이라는 거대 반미-반서구 문명과 하나의 성전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싶겠지요. 대한민국도, 대만도, 일본도 유럽인들에게 있어서는 이런 맥락에서 쓰여집니다 크크크... 우리가 유럽 정치를 국내 정치에 써먹을려고 불러오는 거랑 똑같은 사용법이지요. 하지만 애석하게도 제가 보기에는, 당분간 수십년은 이데올로기 없는 시대가 더 공고해질 것 같습니다. 특히 자본주의의 총본산인 미국이 트럼프 따위로 퇴화해버린 덕분에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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