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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6/23 08:50:39
Name 실제상황입니다
Subject [일반] 내가 좋아했던 극장판 애니들 best 5 (수정됨)
1. 패트레이버 극장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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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레이버 극장판... 이라고 쓰고 공각기동대 프로토타입이라고 읽습니다. 패트레이버를 그야말로 오시이 마모루 식으로 해석해버린 작품. 저는 tva나 만화를 다 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극장판 1편이랑 ova는 약간 봤습니다), 이렇듯 원작을 자기 마음대로 가지고 노는 창작 방식을 좋아라 합니다.


2. 오 나의 여신님 극장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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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저는 아직도 오 나의 여신님 ova를 처음 봤을 때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나의 지구를 지켜줘 ova와 함께 저에게 신세계를 열어준 애니였죠. 하여튼 그러고 나서 여신님 만화도 보고 이후에 나온 tva도 좀 보고 그랬지만 성에 안 차더라구요. 그러다가 나중에 알아보니까 ova에서 이어지는 극장판이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당연히 봤죠. 보고 나니까... 아! 원작이고 나발이고 이게 진짜다, 하고 제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3. 우리들의 워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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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여기서 이야기하는 다른 극장판들과는 달리 꽤 유명한 극장판이지 않나 싶습니다. 시달소도 재밌게 봤지만, 한때 디지몬빠였던 인간으로서 저에게는 이게 호소다 마모루 최고의 작품입니다. 왜냐하면 이게 디지몬 시리즈 최고의 작품이걸랑요. 세상이 망하기 직전인데 분위기는 엄청 경쾌해요. 빨리 선택받은 아이들 모아서 싸워야 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인데 누구는 삐져서 전화를 아예 안 받질 않나... 누구는 또 전화를 받긴 받는데 친구 생일파티라고 얼른 끊어버리질 않나... 중학교 입시를 치르기 바쁘고... 하와이로 해외 여행을 가버리고... 촌구석 시골 할머니댁에 놀러 가 있고... 긴박하면서도 느긋하고, 심각하면서도 일상적입니다. 원래도 현실세계편을 좋아했던 저에게는 디지몬 애니의 이상과도 같았던 극장판.


4. 김전일 극장판 - 오페라 극장 또 하나의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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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요. 김전일 볼 때마다 제일 재밌는 게, 등장인물들끼리 투닥투닥대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전초전이라고 할까요? 본격적으로 살인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벌어지는 일종의 전조 같은 거죠. 그게 이 극장판에서는 특히나 심합니다. 전에피소드 통틀어서 신경전만큼은 이게 최고에요. 한 마디로 말싸움 졸잼. 김전일 팬에게는 그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극장판이라고 봅니다. 아니 여러분, 여러분은 김전일을 왜 본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트릭 때문에 보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 때문에 보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김전일은 주인공이 아니라 보스에요. 진짜 주인공은 작중의 풍경입니다. 세계관 종결자, 데우스 엑스 마키나 김전일이 세계를 끝장내버리기 전에 펼쳐지는 그런 고즈넉한 풍경, 그런 게 김전일의 진짜 매력이란 말이죠. 하여튼 그런 게 제대로 살아있는 극장판 아니었나 싶습니다. 말하다보니까 나중에 김전일 베스트 에피소드 같은 것도 한번 올려보고 싶어지고 막 그러네요. 그나저나 몰랐는데 이게 최초의 김전일 애니라고 합디다.


5. 강철 극장판 - 샴발라를 정복하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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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모든 강철 시리즈 중에서 이 극장판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나치 추종자가 된 매스 휴즈, 유대인 영화감독 킹 브래드레이, 그리고 알폰스 엘릭을 빼다박은 알폰스 하인드리히 등등. 원작에서 비틀려진 캐릭터들의 운명은 아이러니의 연속입니다. 작중 인물들은 어째서 그토록 샴발라로 건너가길 원하는 걸까요? 좀 유난을 떠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다음과 같은 쿤데라(제가 생각하는 글쓰기의 신)의 말을 빌려 끝맺어 보렵니다.

"사실은 소설이 뭐냐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역사가는 실제로 일어났던 일들을 이야기하지요. 반대로 라스콜리니코프의 범죄는 실제로 일어났던 일은 아닙니다. 소설은 실제를 탐색하는 것이 아니라 실존을 탐색하는 겁니다. 그런데 실존이란 실제 일어난 것이 아니고 인간 가능성의 영역이지요. 그것은 인간이 될 수 있는 모든 것,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입니다. 소설가들은 인간의 이러저러한 가능성들을 찾아내 '실존의 지도'를 그리는 것이죠. 그러나 거듭 말하는 바이지만 존재한다는 것은 '세계-안에-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인물과 그의 세계를 '가능성'으로 이해해야만 하는 겁니다."

"사람은 원하지 않았음에도 태어났고 스스로 택하지 않은 유체에 갇혀 있다가 결국 죽게 되지요. 그러나 세상이라는 공간은 영원한 탈출의 가능성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병사는 부대에서 탈영해 이웃나라에 가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시대에 와서 세계는 우리의 주위로 갑자기 좁아져 버렸습니다. 세계가 덫으로 바뀌는 이러한 변화에 있어서 결정적인 계기는 아마 1914년의 이른바 (역사상 최초의) 세계 대전이었을 거예요. 사실은 가짜 세계 대전이죠. 그 전쟁은 유럽에만 국한된 것이었고 그나마 유럽도 전부는 아니었으니까요. 그러나 '세계적'이라는 형용사는, 이제 이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어떠한 일도 더 이상 국지적일 수 없다는 사실, 모든 재앙은 전 세계에 파장을 미치게 된다는 사실, 따라서 우리는 점점 더 외부에 의해, 어느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고 또 점점 더 우리를 서로 닮아 가게끔 만드는 상황에 의해 결정되리라는 사실 앞에서의 공포감을 한층 더 웅변적으로 표현해 주고 있죠."

저는 대안적인 세계를 제시하는 것이 픽션의 가치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쿤데라를 오독한 것일지는 몰라도) 그러나 그런 대안적 세계는 세계 속에 던져진 인간, 벗어날 수 없는 인간, 너머를 꿈꾸는 인간을 떠올리게 합니다.


마지막에 감상에 취해서 뇌절 씨게 해버린 느낌인데 아무쪼록 이해 부탁드립니다.
물론 여기서 이야기하는 극장판 애니들보다 뛰어난 것들이야 쌔고 쌨겠지만
개인적으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을 추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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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화
20/06/23 08:53
수정 아이콘
쿤데라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쓴 작가 맞죠? "소설은 실제를 탐색하는 것이 아니라 실존을 탐색하는 것이다"라는 말 되게 와닿네요... 역쉬 글쓰기의 신..
실제상황입니다
20/06/23 09:03
수정 아이콘
(수정됨) 네 그 작가 맞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의 말이 와닿으셨다니 제가 다 기분이 좋네요. 좋은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20/06/23 09:12
수정 아이콘
(수정됨) 개인적으로 2010년대 이후 극장판 애니메이션 중에 원픽은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였습니다.
20/06/23 09:14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론 특차2과의 활약이 나오는 패트레이버 극장판 1이 더 마음에 드는데 오시이 마모루의 테이스트가 잔뜩 들어간 2편도 명작이죠. 저도 오 나의 여신님 만화만 보다가 ova가 처음 나왔을때 신세계를 경험하는 기분이었죠. 원작이 연재가 길어지면서 전개도 지지부진해지고 결말도 좀 쏘쏘한지라 극장판을 더 좋아하긴 합니다.
실제상황입니다
20/06/23 09:58
수정 아이콘
저도 극장판 1편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나네요. 생각해보니까 극장판 2편이 진짜 재밌었던 까닭은 1편을 먼저 보고 봐서 그런 게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아니 애초에 2편부터 봤다면 설정 이해도 제대로 못 했겠지만요 크크. 설정을 대충 알고 있는 상황에서 전편과 완전 다른 분위기로 스토리텔링을 해버니까 그게 제 마음에 확 꽂혔던 것 같네요.
이쥴레이
20/06/23 10:24
수정 아이콘
저도 패트레이버 극장판시리즈는 다 명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각기동대 TV판이나 최근 넷플릭스 공개된 공각도 이와 분위기도 비슷하고 생각해볼만한 주제를 줘서 좋더군요.
20/06/23 09:16
수정 아이콘
애니메이션을 봐도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보는지에 차이가 느껴져서 재밌네요. 물론 위에 언급한 작품들은 저도 좋아하는 작품입니다만.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작품들은 예전에 한번 꼽아본적 있는데(https://pgr21.net../freedom/58105 ) 지금은 어느정도 업데이트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네요. 그간 나름 인상적인 작품들이 더 생겨서.
실제상황입니다
20/06/23 10:04
수정 아이콘
이 리스트에도 공감이 가네요. 시달소는 본문에서 언급했듯이 저도 재밌게 봤고, 어른제국의 역습이랑 공각기동대, 바시르와 왈츠를도 감명깊게 봤습니다. 아키라랑 모노노케히메는 봐야지 봐야지 하는데 안 보고 있네요. 너무 고전 애니라서 그런가 은근히 손이 안 가는 듯...
22raptor
20/06/23 11:57
수정 아이콘
모노노케히메를 최근에 기회가 있어서 다시한번 봤는데 지브리 애니가 맞나 싶을정도로 분위기가 무겁고 신체훼손 장면이 제법 나옵니다. 오래전 첨 볼땐 아무생각 없었는데 다시보니 새롭더군요. 추천합니다.
강박관념
20/06/23 09:39
수정 아이콘
전 당장 생각나는건 나스 안달루시아의 여름.
20/06/23 12:06
수정 아이콘
[여름용 애니메이션]이라는 카테고리를 별도로 두고 여름마다 몇 편 주행합니다. 7월쯤 에어컨 없이 보면 일품이죠.
나스 안달루시아, 귀를 기울이면, 바다가 들린다, 아노하나 극장판, 썸머워즈 등등...
Sardaukar
20/06/23 21:13
수정 아이콘
카우보이 비밥 - 천국의 문

트라이건 극장판 - 부제 기억안남


이 두 개 기억나는데, 딱히 건액션을 좋아하지는 않는데도 우연히 장르가 비슷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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