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치(I MEDICI),
르네상스의 도시 피렌체는 이 가문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원래 양모산업에 종사하던 가문인데, 은행업으로 큰 돈을 벌고 나중에는 피렌체라는 도시를 대표하는 부호이자 실질적인 통치가문으로 군림한 가문입니다. 무려 600년 전에 이들은 런던과 파리, 베니스와 로마 등지에 지점을 설립하여 유럽 전역을 무대로 활동하였고, 교황청과 독점계약을 맺어 교황의 은행가로 군림하기도 했습니다.
영국/이탈리아 합작 드라마 "메디치, 피렌체의 지배자"는 이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사극입니다. 총 3개 시즌으로 구성되어 있고, 시즌1은 가문을 일으킨 코지모 데 메디치를 주인공으로 삼고 있습니다. 드라마 상 그는 예술을 사랑하는 인물로, 자유분방하지만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가업을 물려받아 어쩔 수 없이 "군림"해야 하는 위치에 서게 됩니다. 경쟁자들의 음모를 부셔야하고 개인적 신념에 어긋나는 일도 해야 합니다. 영화 대부에서 알 파치노가 맡았던 역할과 유사합니다.
시즌 1, 코지모
시즌2, 3는 코지모의 손자 "로렌조 데 메디치"를 주인공으로 하는데, 그는 훗날 "위대한 로렌조(Lorenzo the Magnificent)"라 불리게 되는 인물입니다. 역사속의 그는 메디치 가문의 절정기를 이끈 인물인데 드라마에서는 아주 훈남으로 그려지네요. 본래 여린 마음을 가졌던 인물이나 라이벌 파찌가문과의 피비린내 나는 경쟁 끝에 큰 사건을 겪고 나서 점점 "흑화되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시즌 2,3 로렌초
본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비주얼입니다. 토스카나 지방의 아름다운 평야와 언덕과 중세 황혼기를 거치고 있던 이탈리아의 소도시들의 경관을 아주 잘 보여줍니다. 특히 아직 완공되지 않은 지붕이 뻥 뚫려있는 두오모 성당은 꽤나 장관입니다. 그것이 완공되어가는 과정을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입니다. 하여간 앉아서 이탈리아 여행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들이 미모가 아주 출중하여 여성 시청자 남성 시청자 모두 눈이 즐거울 거예요
미완공된 두오모를 바라보는 코지모, 시즌1
개인적으로 느끼는 매력 포인트는 OST입니다. 한번 꽃혀가지고 유튜브에서 계속 반복해서 듣게 되는데(유튜브에서 Medici OST라고 검색하면 나옵니다), 실제로 작년 이탈리아 영화/드라마 시상식에서도 베스트 음악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네요. 피렌체라는 도시와 메디치라는 가문과 잘 어울리는 음악입니다. 실제로 예전에 피렌체에 여행갔을 때 거리에서 어떤 남자가 메디치 OST를 연주하고 있더군요. 그만큼 해당 드라마가 현지에서도 인기 있었던 모양입니다.
또 다른 매력 포인트는 메디치 가문의 이야기와 당대 르네상스 천재 예술가들의 친분을 드라마적 상상력을 통해 잘 그려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메디치 가문은 예술가와 인문학자들은 전폭적으로 후원했고, 도나텔로의 경우 나중에 사후 코지모 데 메디치 옆에 묻혔습니다.
왓차플레이에 시즌1,2가 올라왔는데, 어서 3도 올라왔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