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성 1도 없는 똥망글이니 심심해 죽기 직전인 분들만 완독하시고, 그 외 분들은 제일 아래 문단만 읽으시길 권합니다.]
(꺽쇠 써보고 싶었...)
사다리 걷어차기 당한 것에 분노한 분들을 여기저기서 많이 봅니다.
심지어 아무 관심 없을 것 같던 옆 동네 여초도 댓글파티 열린 걸 보니 진짜 '그렇구나. 그런가보구나.' 합니다.
추측만 하는 이유는...저는 올라가볼까 탐이 나는 사다리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돌아보면 금수저...는 아니더라도 당시 기준으로 쇠~동수저 사이는 되었던 유년 시절로 기억하지만
가세가 스텝 바이 스텝으로 기울어서 수저가 녹슬다 못해 흙이 되어 버렸습니다. 흙흙
'그나마 좀 살았던' 경험이 남았는지, 다시금 제대로 된 수저 갖고는 싶지만, 지금은 제가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가방끈도 자의반타의반으로 평균보다 짧고, 나이 먹어가는 여자인데다가, 커리어라고 쌓았던 건 업종이 박살나서 쓸모가 없어졌습니다...
과거엔 지금보다도 더 지혜롭지 못하여 삶이란 길을 어찌나 돌아돌아 갔는지, 순수 생활자금 대출을 겨우 갚고 실질적 부채 0이 되었지만
겉멋이 들었는지 방황 아닌 방황을 하며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네요... 할머니 말씀처럼 기술을 배웠어야 해..
적당히 이시국님 핑계를 대어 보지만 좌우지간 자산 축적은 당분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부끄럽죠 뭐. '이 나이 먹도록 뭐했나'는 하루 세번 식전기도 대신 내뱉는 것 같습니다.
분명 열심히 살았던 것 같고 성과를 얻었던 기쁜 경험도 있는데, 착각이나 자만이 아니었을까 반성합니다.
분명 열심히 살았다고 주변에서 얘기 해주는데, 실은 겉핥기식 위로는 아니었을가 자격지심도 가져 봅니다.
선진국 반열에 올라버린 한국의 서울에서 거주자격을 박탈당하는 날이 언제쯤일까 상상해 봅니다.
이러다 이류, 삼류, 하류시민이 되어버릴 것 같습니다. 흙흙
그렇다고 요즘 사다리 걷어차일 지경에 놓인 분들 걱정을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닙니다.
심정과 제도적 문제를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게 낳아주신 부모님께 감사할 정도의 이해력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더 깊히 공감하지 않으려 합니다. 허점투성이 정책도 많지만 몇몇 포퓰리즘식 정책의 수혜자가 제가 될 수 있기 때무네네네...
시샘인 듯 아닌 듯, 양심을 들먹거리기도 뭐한, 별로 설명하고 싶지 않은 이상야릇한 기분을 오래 이어가고 싶지 않아서
최근의 경제상황 및 정책에 대한 글들은 가급적 기계적으로 읽고 지나가려고 하지만,
'흙수저' 단어를 여러 번 섞어가며 본인의 처지를 상세 기술하는 무수한 텍스트들을 보다보면
'이거 나는 흙도 아니고 설사수저 아니여?' 하는 의문을 갖기도 합니다.
제가 고생하며 살아온 얘기를 알고 있는 주변인들은 모두 '고생많았다' 얘기해 줍니다. 곰팡이 핀 귤 1봉지와 1일1햇반으로 1주일 견딘 일화 들려주면 무수한 따봉 세례도 받습니다.
위로와 격려는 게으른 본능을 누르고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해준 제 삶의 원동력이기도 하지요.
그러나 제가 했던 고생보다 더한 고생을 하는 분들이 2020년에도 생각보다 많은 것 같습니다. 저보다 더 오랜기간 고생하기도 하고요...
제 눈에도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이 자꾸 어디선가 튀어나오는 걸 보면 감히 '아...힘들다'는 생각을 하면 안될 것만 같습니다.
왜냐면 저는... 잠시 자발적 임시직이지만 멀쩡한 직장생활도 오래 했었고 사지 멀쩡하고 뇌 활동도 나쁘지 않아요.
신축 투룸에서 살고 무려 레어템 '레이 터보' 자차 오너입니다. 운전도 곧잘 해요.
얼굴 몸매도 평범할 정도는 됩니다(사실이 아닐 수 있습니다). 남자친구와 알콩달콩 연애도 하고 있습니다.
힘들다 10번 할 걸 8번 하고, 기왕이면 줄여서 5번 하고, 쇼부쳐서 3번하고, 아낀 7번은 '힘내자'로 바꿔서 되뇌어 봅니다.
힘낸다고 뭐 없는 시대이지만 그럴 수록 더더욱 세뇌 당해줍니다. 긍정의 힘, 시크릿.. 정신승리 요법은 때때로 도움이 됩니다.
로보트처럼 '아자아자' 몇번 외치고 곰곰히 다시 생각해보면, 그래도 저는 흙수저는 되는 것 같습니다.
설사수저가 아니라 다행이고, 저보다 어려운 분들께 힘이 못되는 미천한 처지라 늘 안타깝습니다.
자기 자리보다 조금 더 어려운 곳을 알아주는 분들이 여전히 많은 이 세상은 어딘가 아름답길 바랍니다.
모두 사람답게 사는 세상은 오지 않을 거니까요. 세상은 너무 냉정해.. >,<...어제보다 덜 고달픈 오늘만 되어도 다행입니다.
소득분위 피라미드 아래층만 드나들 지언정, 교과서에서 배운 썩 나쁘지 않은 국민이라도 되고 싶어
제대로 된 청원에 동의합니다 누르고, 투표 안 빠지고 체납 안하고 차선변경할 때 깜빡이 꼭 켜고
언젠가 종합oo과세 대상자가 될 수 있게 자기개발도 잊지 않습니다.
정책이던 뭐던 제 목에 칼을 겨누는 일이 생기면 저는 1인시위하러 광화문으로 떠날 준비가 다 되어 있습니다.
2002 월드컵을 즐긴 덕에 광장에 나가는 것이 전혀 두렵지 않은 것이 제 장점입니다. 철면피 기질도 있고요. 크크...
뭐 대충 이 정도면 대한민국 헌법에서 규정하는 민주시민 비스무리 하지 않나..마 그리 생각을...
자 이렇게 지식 면으로 여러분께 단 1의 도움도 드릴 수 없는 똥뚜깐 자의식을 늘어놓은 이유는 [몇 년을 갈아넣고 고난의 행군 끝에 드디어 좀 마음에 드는 서울지역 국민임대 당첨 가시권에 들어와서 기분이 좋그등여~]
빡빡해진 청약요건을 정공법으로 통과한 것이 과연 기뻐만 해야 하는지 남친과 저 둘다 어안이 좀 벙벙합니다만..
수저에 묻은 흙 털어보라는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당첨 확정된다면 조금 더 사이좋게 슬기롭게 영리하게 살겠습니다.
당첨되면 대단한 건 아니지만 피지알러 분들께 피자도 쏘고 싶습니다. 똥글을 읽는 수고를 하셨으니..역시 피자는 파파존스죠.
또한 이런 기회를 잡게 납세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주신 많은 국민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 저도 보다 많은 세금을 낼 수 있도록 경제적으로 성공하는 삶을 지향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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