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인테리어와 건축을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말 각양각색의 인간군상들과 부대끼며 살아오고
그래서 나름대로는 어느 정도의 이상한 사람들은 그러려니 하면서 넘어가는 편입니다.
그런데 사흘전 이 일을 하면서 만나본 사람 중 일등을 만났습니다. 다들 힘드시겠지만 저희 업종은 코로나로 인한 피해가 굉장히 큽니다.
저만 해도 계약서에 도장 찍고도 딜레이 되거나{기한 없이..} 아예 캔슬된 건만 요 근래에 7건이나 됩니다.
그러다 보니 예전 같았으면 안할 일들도 이젠 왠만하면 다 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된 사흘전은 한달 넘게 진행해 오던 2개층 통증의학과 공사가 끝나서 조금은 편한 시기였습니다. 일찌감치 집에 와서 이런 저런 일들을 하며 노닥거리고 있는데 사장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너희 집 근처에 개인 까페를 하려는 분이 문의가 들어왔는데 규모가 좀 있으니 제가 좀 해줬으면 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알았다고 하고 연락처를 받아 전화를 했더니 안받더라고요
그래서 명함과 자료등을 문자로 보냈습니다. 그러자 바로 답장이 와서 전화를 했습니다. 그런데 첫 통화부터 뭔가 이상하고 느낌이 쌔하더라고요
먼저 확인해야 하는 상황인 업장을 계약 했는지 물어보니 이상한 얘기를 꺼내기 시작하더라고요. 대강의 대화를 요약하면
저: 뭐뭐 디자인의 모모라고 합니다. 까페 인테리어 문의하셨다는데 현장에서 실측도 하고 미팅 약속 잡으려 전화 드렸습니다. 업장 계약은 하셨나요?
그 사람: 아니 제가 예전에 까페에서 알바를 했었는데..블라블라..호텔 커피숍처럼 하고 싶은데..블라블라..근데 이사님은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저: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가 안가는데 인테리어 문의하신 분 아니신가요?
그 사람: 맞아요 전 커피숍을 하고 싶은게 꿈이에요. 사장을 하고 싶어요.
저: 아니 그래서 저희 회사에 문의하신 이유가 정확히 뭡니까? 사장님 말씀으로는 현장에서 만나고 싶다고 하셨다는데 일단 거기서 뵙죠 주소 찍어주세요
그리고 사장님한테 전화를 했죠. 이 사람 누구냐고? 사장님 아는 사람이냐고? 그랬더니 인터넷 광고 보고 온 사람이라고 하기에 사장님하고 통화할때 이상한 점 없었냐고? 왜 뭐 이상한 소리 하디? 그러셔서 완전 이상한 사람인데요. 저 안갈랍니다.
그랬더니 그래도 가까우니까 좀 부탁한다고 빨리 직원들 출근하게 해줘야 하잖아 하면서 부탁을 하시기에 일단 만나보겠다고 했습니다-저희 회사 디자인팀은 실장과 인턴 시공팀은 책임자 1명만 남기고 무급휴직중이거든요.ㅠㅠ
암튼 그래서 만났습니다. 그 것도 주소찍어달라는데 어디 근처에 무슨 호텔 1층 커피숍으로 오라고 하더라고요 다행히 제가 잘 아는 동네라서 어떻게 찾아가서 만났습니다. 정말 평범한 삼십대 중반의 여자분이시더라고요.
그렇게 만나서 한참을 이상한 말들{ 자기가 지금 심장이 안좋다,운전면허를 따려고 학원을 다녔다,뚝섬에 있는 호텔 커피숍이 야경이 좋으니 드라이브를 가고 싶다,예산은 무한대다, 원래는 가수가 꿈이었는데 오디션을 보러가기 무서워서 안갔다 세상이 흉흉하지 않냐등등...이 외에 의식의 흐름대로 떠든 내용이 너무 많아 줄였습니다.ㅠㅠ)
너무 화가 나고 제 자신이 이런 자리에 나온거 자체가 한심스러워서 말을 자르고 그냥 저희 회사는 못 할거 같다고 일어나려는데, 자기가 무슨 실수했냐고 당장 계약을 하자는둥 정말 화가 났지만 어디 가서 이상한 소리할까봐 극도의 인내심으로 죄송한데 인테리어 업체를 찾지 마시고 처음부터 도와주는 창업 컨설턴트 분들 많으니 그 쪽으로 알아보시라고 하고 일어나서 지하 주차장으로 가는데 계속 따라오는 겁니다.
전 주차장으로 가니 먼저 가실 길 가시라고 하고 잠시 서 있었습니다. 그 양반도 가만히 있더군요. 빠른 걸음으로 가면 빠르게 따라오고 일부러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오니 그 앞에 서 있는데. 그때쯤 되니까 외려 무섭더라고요.
제발 가시라고 전 회사 들어가야 한다니까 아무 말도 안하고 저를 빤히 쳐다보길래 뛰어서 지하 주차장으로 가는데 뒤에서 뛰어 오더라고요
왠 한밤의 추격전인지...
차에 타면서 바로 문을 잠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문을 열어 달라고 창문을 두드리기에 혹시 사고라도 날까 싶어 창문 살짝 내리고 말을 돌려 차에서 떨어지게 한 뒤에 일단 출발했습니다.
그렇게 지하4층까지 일부러 돌다가 출구로 나갔더니( 여긴 입출구 라인이 하나밖에 없다는게 기억나서 바로 안나오고 일부러 돌았던게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거기 서있더라고요.
다행히 나가는 차들이 많아서 주차요원이 비키라고 하고 그 사람도 나가는 차들을 보는데 제 차가 흔한 차라 그런지 못 알아보더라고요;;
그렇게 불쾌했던 밤은 지나고 그 다음날 출근해서 그 전화 누가 받았냐고 물어 보니 디자인팀 인턴이 받았다고 해서 이상한거 없었냐고 물어보니 많이 이상하고 횡설수설하긴 했는데 자기는 몰라서 그냥 실장님한테 보고 했더니 사장님께 연락처 넘겼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이사님이 가셨어요? 하기에?
어제 일을 디자인 실장이랑 인턴한테 하소연 했더니 그 정도로 이상한 사람이 있구나 하기에 그 사람이 보낸 문자 내용을 보여 줬더니 기겁을 하더군요 최악은 도착했다고 문자 보냈더니 뜬금 문자로 자기가 생리중이라 컨디션이 안좋다. 이거 였습니다.
혹시 제가 잘 나서 그런거라고 생각하실까봐 덧붙이자면 얼굴도 보기 전 전화 통화할때부터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진짜 남의 돈 먹기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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