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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6/28 21:34:58
Name 우주전쟁
Subject [일반] 대한항공 여객기 유도로 착륙사건
2007년 1월 6일 오후 12시 15분 일본 아키타 공항, 인천을 출발하여 일본 아키타 공항으로 운항하던 대한항공 KE769편이 활주로와 나란히 나있는 평행유도로(taxiway)를 활주로로 착각해서 그곳에 착륙을 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다행이 당시 아키타 공항 유도로에는 다른 비행기들이 없었다고 합니다. 만약 이착륙을 위해 유도로에서 이동하고 있던 비행기가 있었다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사건이었죠. 기체손상도 사상자도 하나 없는 준사고(Incident)였지만 이 사고로 인해 기장과 부기장은 모두 파면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물론 그 당시 기상이 별로 좋지 못했고 아키타 공항의 시설도 조종사가 헷갈릴 여지가 있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기장이 이 공항 반대 방향에서 내리는 28번 활주로로는 여러 번 착륙한 경험이 있었는데 내리는 방향이 반대였던 10번 활주로 착륙은 이때가 처음이었다고 하네요.

아래 내용은 착륙 당시 실제 기장과 부기장 사이의 녹음된 대화 내용입니다. (당시 사건조사보고서가 공개되어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합니다.)

부기장: Akita Tower KE769, now passing OMONO.
관제탑: KE769. Runway 10, clear to land, wind 130 at 9.
부기장: Roger. Cleared to land, runway 10, KE769.
기장: 예, Landing Checklist.
부기장: Before landing checklist.
기장/부기장: (Checklist 수행)
부기장: Before landing checklist completed, sir.
부기장: Runway in sight.
기장: 아, 저기 보이는구나.
기장: 자, 이거를...
부기장: Radio altimeter – alive.
기장: Check.
기장: 에, Missed approach altitude 3,000 feet set.
부기장: 예, 3,000 feet check.
부기장: Passing final approach fix.
기장: [Yes, sir. 바람이 이거 언제쯤 줄어들거야?]
기장: [가운데 있는 게 활주로 맞지?]
부기장: [네?]
기장: [가운데 있는 게 활주로 맞지?]
부기장: [네, 네.]
기장: [어, 가운데 있는거야, 어떤거야?]
부기장: [PAPI가 왼쪽에, PAPI가 바로 옆에가, 오른쪽 옆이 활주로입니다.]

* PAPI(Precision Approach Path Indicator, 진입각지시등)는 공항 활주로 옆에 설치되어 조종사들에게 활주로에 접근하는 비행기의 접근각도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신호체계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imw=637&imh=358&ima=fit&impolicy=Letterbox&imcolor=%23000000&letterbox=true

기장: [오른쪽에 넓게 보이는 거 뭐야?]
부기장: [오른쪽에요?]
기장: [응]
기장: [저거 활주로 아냐? 그래도 넓게 보이는 거?]
부기장: [오른쪽 거요?]
기장: [응, 제일 오른쪽 거.]
부기장: [아, 왼쪽에 있는 건 뭡니까? 기장님, 왼쪽...]

*왼쪽에 있는 게 진짜 10번 활주로였음...

기장: [그러게 말이야. PAPI가 멀리를 가서 있지?]
부기장: [네, One thousand, clear to land.]
기장: [Check.]
기장: [야, 골 때린다. 애매하네, 아주. 맨 오른쪽에 넓은 게 활주로 맞지?]
부기장: [네, 네, 네.]
기장: [글루 내려야겠다.]
(사운드): Auto Pilot disengaged.
기장; [그런데 왜 PAPI를 멀리 해 놨지?]
부기장: [네.]
기장: [(활주로) 10은 처음 해보니까...]
부기장: [One hundred above.]
기장: [Check.]
기장: [골 때리네, 아주.]
(사운드): Minimum.
기장: [Landing.]
부기장: [Roger.]
(사운드): Five hundred.
기장: [Stabilized.]
부기장: [Check]
기장: [아, 저게 새 활주로 만들고 있는 건가 보다.]
부기장: [네.]
기장: [그런 거 같은데?]
부기장: [네, 이거 맞습니다. 기장님.]
기장: [그렇지?]
부기장: [네.]
기장: [어,어, 아~!]
기장: [험악하게, 험악하게 생겼다. 아이~]
기장: [Flight Director, off then on.]
기장: [야이~]
(사운드): 50, 40, 30, 20, 10
기장: [야~]
부기장: [Speed Brake – up.]
부기장: [기장님, 저희 taxiway에 내린 거 같은데요?]
기장: [여기?]
부기장: [Taxiway 아닙니까? 이거?]
기장: [이거 Taxiway야?]
부기장: [예.]
부기장: [Taxiway에 내린 것 같은데요.]
기장: [어, 근데 왜 이렇게 지시를 했지? 활주로가?]
기장: [정말 Taxiway냐, 이거?]
부기장: [Taxiway인 것 같습니다.]
기장: [아~ 이런 개 같은 경우가 있냐?]
부기장: [아유, 어떻게 하다 그리로 갔죠?]
기장: [왜 이렇게, 활주로가 이렇게 지시를 하지?]
부기장: [저희 Runway로 빼셔야 되겠는데요?]
기장: [손님 여러분, 이 비행기는...]
관제탑: [KE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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醉翁之意不在酒
20/06/28 21:58
수정 아이콘
사고가 안난게 진짜 다행이네요. 후덜덜
휴머니어
20/06/28 22:23
수정 아이콘
공군 항공관제특기병사로 제대한지 15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여러가지 기억이 나네요. 주말에 민항기 관제도 종종 했었는데 말입니다. 흐흐 참고로 PAPI는 등이 4개로 되어있고 항공기가 착륙시 활공각이나 고도가 적정하면 4개중에 2개는 빨갛게 보이고 2개는 하얗게 보이게 설치된 등입니다. 뭔가 전자전기적으로 제어하는 등은 아닐겁니다 .
valewalker
20/06/28 22:29
수정 아이콘
예전에 저런 비행기, 관제탑 대화 녹음한 내용 유튜브에서 멍 때리면서 들으면 참 재밌었어요. 일화 소개 감사하니다.
larrabee
20/06/28 22:29
수정 아이콘
https://www.youtube.com/watch?v=Ci1ggKdbGsw
다큐9분님께서 상황 재연을 해놓은건데 같이 보시면 좋을거같습니다
VictoryFood
20/06/28 22:38
수정 아이콘
부기장이 제대로 이의제기를 했으면 바로잡았을 수도 있었을 거 같네요.
한국 조종사들의 수직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사고 가능성을 높인다는 얘기도 본 거 같아요.
루트에리노
20/06/28 22:44
수정 아이콘
사고 날 때 대비해서 듀얼코어 심어놓는게 부기장인데, 수직적 커뮤니케이션을 하면 싱글코어죠.
배고픈유학생
20/06/28 22:58
수정 아이콘
수직문화 없애기 위해서 기내 대화는 영어로 해야된다고 들었던거 같기도 하네요.
우주전쟁
20/06/28 23:02
수정 아이콘
아시아나 샌프란시스코 착륙 사고 때도 부기장이 무언가를 지적했는데 기장이 그냥 씹어서 사고가 났다고 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수직적 커뮤니케이션도 문제인데 또 어떤 경우는 기장과 부기장이 서로 싸우다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20/06/28 23:23
수정 아이콘
조종사 권한은 동서양 막론하고 꽤 강하긴 했죠.
테네리페 참사의 경우도 팬암기에 돌진하던 기체의 기장이 권위적이라 부기장이 끝내 찍소리조차 못했다고 블랙박스에서 나왔다 하니...
20/06/29 01:49
수정 아이콘
그 주장을 처음으로 한 사람이 이걸 문화적 차이로 몰아갈려고 의도적으로 정보 누락을 했다네요.
http://askakorean.blogspot.com/2013/07/culturalism-gladwell-and-airplane.html
강문계
20/06/29 16:40
수정 아이콘
부기장도 긴급한 순간에는 동일하게 조종간을 조작할 의무와 권리가 있습니다.
만약에 부기장이 miss approach 눈치채고 바로 조종간을 들어야 하는데 그거 안하고
'고어라운드 하시죠.' 말만 하고 있었다면 말씀 하신 내용이 맞는거 같은데.

이거는 부기장도 모르고 있었던것 같은데요.
Supervenience
20/06/29 11:47
수정 아이콘
모르면 관제탑에 물어보면 안되나..
우주전쟁
20/06/29 11:50
수정 아이콘
자기 확신이 너무 강했던 것 같습니다...의외로 베테랑이라는 사람들도 이런 실수를 하는 거 같아요...
Supervenience
20/06/29 13:29
수정 아이콘
실수도 아니고 자기 확신도 아닌것 같습니다. 그냥 방만했고 확신은 없으나 기장ㅡ부기장 사이의 모호한 책임 주고받기로 결론내고 착륙한건데 기장에게 요구되는 책임감이 있었다면 관제탑에 요청하고 확실하게 했어야한다고 생각해요.
우주전쟁
20/06/29 13:32
수정 아이콘
저기서 FM은 말씀하신 대로 관제탑에 물어봐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역시 사람이란 게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을 벌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치킨은진리다
20/06/30 08:21
수정 아이콘
활주로보다 좁은 유도로에 착륙했으니 실력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애매합니다. 작은공항이라 유도로에 항공기가 없었던기 천만다행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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