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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7/01 15:03:45
Name Love&Hate
Subject [일반] 백제인을 그림으로 그려남긴 황제 이야기. (수정됨)
TGwq2IA.jpg

자 여기 백제인의 모습이 남겨져있던 양직공도라는 그림이 있습니다. 양직공도라는 이름은 양나라의 직공도 라는 뜻입니다. 촉나라의 직공도면 촉직공도가 되었겠죠. 그럼 직공도는 무엇일까요? 예로부터 중국은 조공을 받으면 그것을 일일이 기록을 해두었습니다. 조공받은 기록을 그림으로 남긴게 직공도라고 하네요. 그렇다면 백제인을 굳이 그린것도 이해가 되죠. 백제 무령왕릉에 보면 지석에 양나라에서 받은 관직인 영동대장군을 직함으로 남겼었어요. 백제는 양나라와 교류를 하고 있었단 이야깁니다. 그러니깐 당연히 백제는 조공을 바치러 양나라에 갔고, 양나라에서는 그것을 그림으로 그려 남겼다. 제가 학부생때 교양에서 들을때는 이 양직공도가 백제인의 모습을 남긴 유일한 작품이었습니다. (지금은 다른 것도 발견되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남아있는 양직공도는 진본은 아닙니다. 모사품)




이 양직공도는 백제인의 모습을 담고 있는 역사적 가치와 함께 하나의 거대한 떡밥을 담고 있는데요. 양직공도에는 사신의 모습을 그린 그림과 함께 글귀가 적혀있었죠.

HImWYSY.jpg
해석이 여러가지가 있는 문장입니다. 저는 여기서 백제를 낙랑으로 표현했다는 설을 따랐습니다.



멀쩡히 낙랑으로 적혀있지만 백제라고 해석한 이유는 본 글귀전반이 백제에 대한 이야기며, 위 문장과 유사한 내용이 역사서인 송서와 양서에 있으며 거기에는 백제라고 적혀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백제를 낙랑쯤으로 생각하고 썼다로 해석한 해석을 따랐습니다. 여튼 이 해석에 따르면, 백제는 마한중 하나였는데 고구려가 동진말에 요동을 공략하니깐 백제도 요서를 공략했다. 뭐 이런 내용이죠. 이게 그림으로 남아있는겁니다. 그래서 한국사 고대 떡밥중 하나인 요서경략설에 대한 사료가 되어 주고 있죠. 일반인이 그린것도 아니고 무려 황제가 그린 그림이니깐요.  물론 이 그림만 있는건 아닙니다. 앞서 말했듯 사서에도 같은 내용이 적혀있어요. 백제가 근초고왕때 요서에 진출했다 이런 이야기 많이 들으셨죠? 그러한 주장에 근거가 되는 사료중 하나입니다. 이게 요서 경략에 그치지 않고 대륙백제 뭐 이런 환빠들에게도 즐거움을 주었던 사료입니다.




자 한국 고대사 떡밥은 여기까지 하고, 저는 그림을 그린 화가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황제가 할일이 없어서 백제 사신 그림이나 그리고 있었을까요? 그건 아닙니다. 화가가 그림을 남길때는 황제가 아니었어요. 무령왕에게 영동대장군의 직책을 내린것도 양무제 소연이었고, (무령왕의 사신일지는 모르지만) 이 그림이 그려진 시기도 양무제 소연때 였습니다. 그림을 그린 사람은 양무제가 아니고 당시는 황자였던 7남 소역이었습니다. 태자도 아니고 무려 7남이었으니 황위와는 거리가 멀었던 사람이라고 볼수 있겠네요. 그래서 취미로 그림이나 그리셨나? 원래 이 양반이 글읽는것도 좋아하고 그림 그리는것도 좋아했던거 같습니다. 장서 모으는 것도 좋아하고.


gkp5dU6.jpg양나라 가계도. 숫자는 황제에 오른 순서. 지금은 소역의 위치만 확인하시면 됩니다.




그런 7남이 어떻게 황제가 되었을까요. 7남이지만 황제가 될수 있었던것은, 양나라에 큰 반란인 후경의 난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후경은 원래 남조의 양나라가 아닌 북조에서 반란을 일으키고 실패해 남조로 투항해온 장수였는데, 남조에 투항해서도 반란을 일으킵니다. 그 후경의 난으로 인해 양나라는 사실상 패망합니다. 수도는 쑥대밭이 되었고 다른 나라인 한나라가 세워졌죠. 그때 양나라의 수도는 후경에게 털렸지만, 지방 각지에는 양나라 황족들이 포진되어 있었습니다. 이중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던 황자가 바로 소역이었습니다. 소역은 형주자사로 강릉에 주둔해 있었고, 아버지의 원수인 후경을 향해 거병합니다. 자신의 핵심군사와 핵심전력인 명장 왕승변을 후경의 난을 진압하라고 수도 건강으로 파견하죠. 후경을 토벌하기 위해 소역을 따르겠다며 지방에서 군세를 모아둔 진패선도 붙혀서 말이죠.




KPx2MFL.jpg
안량 문추로 표현해본 왕승변과 진패선


후경은 자신을 공격하는 형주군을 맞이하여, 강하까지 요격하러 나옵니다. 그랬으나 후경은 왕승변과 진패선의 상대가 되지 못했습니다. 10번싸워 10번 모두 지고 대부분의 병력을 잃었습니다. 후경은 수도 건강을 버리고 몇몇 수하만 데리고, 다시 북쪽으로 도주하기로 결정합니다. 도망치는 와중에 후경의 처남 말이 처남이지 ,수도 건강을 차지하고 후경이 강제로 약탈혼을 했던 부인 양씨의 오빠 양곤에게 암살당합니다. 양곤의 아버지는 건강에서 후경을 맞이해서 최후까지 응전했던 양간이니깐 감정이 좋을리는 없었겠죠. 양곤은 후경의 시신을 왕승변에게 보냈고, 왕승변은 다시 강릉의 소역에게 보냈습니다. 소역은 아버지 소연의 원수인 후경의 시신을 뼈를 갈아마셧다고 합니다.




그렇게 소역은 후경의 난을 진압했고, 황위를 비워둬서는 안된다는 신하들의 권유에 따라 소역은 황위에 오릅니다. 그가 양나라 4대황제인 효원제입니다. 신하들이 수도 건강은 후경에 의해 초토화 되어있고 아직 불안하다고 건강말고 강릉을 도읍으로 하라고 진언했고, 소역은 그것에 따릅니다. 근데 아버지 소연이 초대황제이고 후경이 난을 일으키고 소연을 죽인것이었는데 소역이 4대 황제인건 좀 이상하죠? 그것은 후경이 자신의 나라인 한나라를 세우기전에 양나라수도를 장악하고 두명의 황제를 꼭두각시로 내세우고 갈아치웠기 때문입니다. 후경이 세운 꼭두각시중에 후경의 꼭두각시 no2 이자, 양나라 세번째 황제 소동이 살아있었어요. 소역은 걔는 당연히 황제니깐 일단 건강에서 강릉으로 모셔오는 척하고 배에 구멍을 뚫어 수장시킵니다.



12GlQ5e.jpg
후경의 난때 소씨 황족들 분포. 익주에 소기, 강릉에 소역, 양양에 소찰, 장사에 소예가 있었다.


gkp5dU6.jpg다시 보는 양나라 가계도. 지금은 소기 소역 소찰 소예를 확인하시면됩니다.



이렇게 되자 나머지 소씨들이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익주자사 소기도 황제를 칭하면서 소역을 토벌하겠다고 합니다. 양양에 있던 옹주자사 소찰도 소역을 토벌하겠다고 합니다. 소역의 핵심병력은 전부 수도 건강에 가잇던 상황. 소역은 막을 힘이 없어서, 일단 외세에 도움을 요청합니다. 바로 서위의 우문태. 우문태에게 익주(촉)을 정벌해달라고 이야기합니다. 우문태는 이게 왠 떡이냐며 웃으면서 촉을 낼름 먹어버립니다. 익주자사 소기는 소역을 치고 본인이 양나라의 정통황제가 될거라는 꿈에 부풀어서 형주로 진격했는데 본진이 그냥 털려버렸습니다. 이쯤되니 그냥 소역이랑 화해하고싶어진 소기가 소역과 대화를 좀 해보려고 했으나, 소기가 대화가 하고싶어진 만큼 소역은 대화가 하고싶지 않아졌습니다. 소역은 대화를 거부하고 전쟁을 계속합니다. 결국 소기는 소역에게 잡혀죽고요.




소역은 우문태덕에 한숨 돌렸는데, 우문태가 촉에서 나가지를 않는겁니다. 소역은 우문태에게 촉지방 그거 원래 양나라 꺼니깐 돌려달라고 이야기합니다. 우문태가 미쳤다고 돌려주겠습니까. 우문태는 돌려달라는 태도가 싸가지가 없다며 군사를 일으킵니다. 그리고 안그래도 소역을 치려고 하던 양양에 있던 옹주자사 소찰을 꼬득여서 당신을 양나라 황제로 시켜주겠다며 함께 강릉을 공략합니다. 이 우문태의 강릉공략 군대에는 우근(우중문조부), 양충(양견아버지), 위효관(북주 최고의 명장)등의 화려한 라인업으로 채워졌습니다. 주력이 건강에 가있던 소역이 버텨낼수는 없었죠.




강릉성이 함락되는 그날에도 군대를 모아서 말위에서 소역은 도덕경을 강의하고 있었습니다. 강릉성 함락이 코앞에 다가오자, 신하들이 건강이 아닌 강릉을 수도로 하자고 했던 자들을 처단하자고 이야기합니다. 소역은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받아들인게 나이니 그것은 모두 내 책임이다.' 그러면서 죽음을 각오하죠. 소역은 책덕후였는데, 수집품은 두고 가기 좀 아까웠던거 같습니다. 본인이 만든 도서관에 소장된 14만권의 수집품을 모두 불사르고 죽음을 맞이합니다. 덕후 입장에서는 본인 수집품, 본인이 저승으로 가져가겠다며 순장시킨건데, 역사적으로 보면 너무 크나큰 손실이죠.




우문태는 강릉의 모든것을 노략하고는 텅빈 강릉성에 소찰을 양나라 황제로 임명시켜줍니다. 소찰의 근거지 양양도 본인이 접수하고요. 소찰은 이제서야 잘못된걸 느낍니다만 후회한들 별수 없죠. 이 소찰의 나라는 후량이라는 이름으로 존속되는데 허울뿐인 이름이고, 사실상 서위와 그 뒤를 이은 북주의 지방관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건강에 있던 왕승변과 진패선은 소역의 죽음을 애통해하며 새로운 황제 소방지를 내세워 건강 주변에서 남조를 이어나갑니다. 그리고 진패선이 다시 소방지에게서 선양받아 본인이 접수해서 진나라를 세웁니다.



image.jpg
위의 사건들을 통해 요랬던 지도가

image.jpg

요렇게 된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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興盡悲來
20/07/01 15:08
수정 아이콘
이게 의외(?)로 대만에 없고 북경에 있더군요...
20/07/01 15:53
수정 아이콘
이건 의외(?)네요 크크크크크크
20/07/01 15:27
수정 아이콘
차이나는 클라스에 나왔던 그림이군요..!
Love&Hate
20/07/01 15:40
수정 아이콘
오 티비에 나왔었군요
Je ne sais quoi
20/07/01 15:31
수정 아이콘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Liberalist
20/07/01 16:12
수정 아이콘
소역이 판단을 좀만 잘했어도 양나라가 저렇게 허무하게 무너지지는 않았을텐데... 후경의 난을 진압한 것으로 봐서는 뭔가 능력 자체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대국을 못보는 유형의 예시가 아닌가 합니다.
개발괴발
20/07/01 16:46
수정 아이콘
강릉으로 돌아올때 군을 같이 안 데려온건 완벽한 실책이군요.
자기가 난을 진압한 공이 있으니 지방 친족들도 알아서 길 거라고 판단한 부분이 제일 기가 찹니다. 당연히 반란 났을거 같은데 뭔 깡으로 군대 없이 강릉에 온건지 크...
Love&Hate
20/07/01 16:52
수정 아이콘
강릉으로 돌아온건 아니고, 소역은 강릉에 계속 있었던거죠.
왕승변이 주력군 이끌고 건강으로 원정간거고.
개발괴발
20/07/01 17:23
수정 아이콘
그렇구만요.
그러면 허수아비 황제라도 죽여선 안됐을텐데 허허...
Love&Hate
20/07/01 18:21
수정 아이콘
그것은 옳으신 말씀.
소역이 보기에는 다 개자식들이고 척살대상이었을겁니다.
다들 누가 난을 진압하면 걔를 쳐서 황제가 되려하는 각이었거든요. 소역말고는요.
소역이보기에는 개자식들이엇으나 그럼에도 명분을 줘서는 안됐죠.
안그래도 누가 진압하기만하면 군사를 일으키려하고있었는데..
20/07/01 19:20
수정 아이콘
거듭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양직공도란 그림이 매우 흥미롭군요.
아프카니스탄이나 말레이반도의 사신과 함께, 맨발 채로인 왜국사신이 눈에 띄더군요.
Love&Hate
20/07/02 07:01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07/02 02:37
수정 아이콘
아우 재밌네요

결국 후경의 난으로 건업쪽이 털려서

왕승변 진패선이 후경 진압하러 간사이에

우문태에게 본진 털린거군요
Love&Hate
20/07/02 06:57
수정 아이콘
네 그렇게 된겁니다
국제제과
20/07/02 10:25
수정 아이콘
재미있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브리니
20/07/02 12:25
수정 아이콘
요서 먹은건 잠깐 지방관 공석 상태 일때 가서 잠시 주둔한 정도 아닐까요 아니면 실제 몇십년 점거했을라나..군대때 스타 전역한 애들 와서 교육할때 환단고기 자료에 백제 요서랑 산둥 진출한거 지도 들고와서 막 뭐라뭐라 하던 기억이 나네요
-안군-
20/07/02 14:51
수정 아이콘
하여간 문과는 이래서 안...(응?)
김곤잘레스
20/07/06 13:27
수정 아이콘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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