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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7/03 17:05:07
Name 우주전쟁
Subject [일반] 에어버스의 실패작(?) A380 (수정됨)
1990년대 에어버스는 향후 21세기의 항공업계에 대한 예측을 합니다. 결론은 이 업계는 계속 일정 비율 이상으로 성장할 것이다. 특히 아시아 시장의 성장이 두드러질 것이다. 였습니다. 그럼 어떤 형태로 성장할 것인가? 에어버스는 그것에 대한 답도 가지고 있었죠. 각국의 거점 국제공항이라고 할 수 있는 큰 규모의 허브 공항들이 많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그 허브 공항을 중심으로 마치 바큇살이 사방팔방으로 연결되듯이 지방 공항들이 연결되는 "허브 앤 스포크" 형태로 변화할 것이다. 이게 에어버스의 결론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허브 공항과 허브 공항을 잇는 대규모 탑승객을 나를 수 있는 큰 비행기가 필요할 것으로 봤죠. 짜잘(?)하게 여러 번 나르느니 통 크게 한 번에 대규모로 탑승객들을 나르는 것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이다. 그래야 비용도 싸게 먹힐 터였습니다. 안 그래도 보잉사의 747에 필적할 만한 대형기체가 없어서 좀 모냥새(?)가 빠진다고 생각했던 에어버스는 이참에 크고 제대로 된 비행기를 만들 생각을 합니다. 보잉보다 크게, 보잉과는 다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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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버스 A380


그렇게 해서 수년 동안 엄청난 돈을 쏟아 부으며 개발한 기종이 바로 A380이었습니다. A380은 정말로 현대 항공 기술의 집약체였습니다. 길이 73미터, 날개 폭 79.8미터, 높이 24.1미터 축구장 하나를 꽉 채울 만한 압도적인 위용에다가 보잉의 747과는 다르게 제대로 된 2층 구조의 여객기였습니다. 거기다가 목욕 시설에 바 라운지에 미용실 등 다양하고 호화로운 편의시설까지 그야말로 "하늘 위의 호텔"이라는 이름이 전혀 모자라지 않는 기종이었죠. 2007년 10월 25일 싱가포르 항공으로 인수된 첫 A380기가 처녀비행을 시작한 후 에어버스는 자신들이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이 비행기가 보잉의 747를 제압하고 "하늘의 제왕"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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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작년 에어버스는 이 기종의 생산을 2021년에 중단한다고 발표하게 됩니다. 실제 주문량은 예상에 턱없이 모자랐고 A380은 운행을 하면 할수록 돈을 까먹는 "먹튀" 기종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우선 에어버스의 항공업계에 대한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항공업계는 "허브 앤 스포크" 형태가 아니라 "포인트 투 포인트"형태로 발전하는 것이었습니다. 즉, 지방의 공항들이 많이 건설되고 성장하면서 굳이 상대편 국가의 허브공항을 거치지 않더라도 상대편 국가의 목적지 지방 공항으로 직접 연결되는 항공편들이 많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바로 보잉이 이런 식으로 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중소 규모의 저가 항공사들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이 저가항공사들은 A380 같은 기종은 운용할 수도 없었고, 운용할 필요도 없었고, 운용하길 원하지도 않았습니다. 따라서 대규모의 큰 항공기보다는 적절한 크기에 운영효율도 좋은 기종들이 선호되게 되었습니다. 바로 보잉의 787 같은 기종들을 원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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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 787 드림라이너


A380의 덩치도 문제였습니다. 웬만한 규모의 허브 공항이 아니고서는 이 기종을 감당할 수가 없었습니다. 활주로의 길이와 폭도 문제이고 탑승객들이 타고 내리는 브릿지도 1층과 2층을 동시에 연결해야 했지요. 비행기가 머무는 주기장의 설비도 개선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좌석수가 500석이 넘어가기 때문에 한번에 이를 다 채우기가 쉽지가 않았지요. 허브공항-지방공항으로는 운행이 어려웠고 허브공항-허브공항으로만 운행을 해야 했기 때문에 항공편도 제한적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미 "포인트 투 포인트" 형태로 발전한 항공업계에서 A380은 환영받기 어려운 기종이었습니다.

유지보수 비용도 다른 기종에 비해서 더 들었고 공항을 이용하는 비용 역시 높았습니다. 갈수록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운항 중 기착지에서 문제라도 생기면 중간 사이즈의 대체기종을 2대를 보내거나 또 다른 A380기종을 파견해야만 했습니다. 항공사들 입장에서는 겉만 번지르르 했지 실속은 도무지 차릴 수가 없는 그런 상황이 되버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원래 주문하기로 했던 수량들도 주문포기가 잇달았고 보유하고 있던 A380을 처분하고 싶어 하는 항공사들이 늘어만 갔습니다. A380의 큰손이었던 에미레이트항공마저 주문수량을 반토막 내면서 손절할 움직임을 보이자 결국 에어버스도 백기투항을 하고 더 이상 A380을 생산하지 않기로 선언하게 된 것입니다.

에어버스 A380...처음 나왔을 때는 항공업계의 미래라고 여겨졌지만 이제는 쓸쓸하게 항공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당분간 운항되기는 할테니까 타 볼 기회가 아예 없지는 않다는 것을 작은 위안으로 삼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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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 17:07
수정 아이콘
덕분에 '플레인 센스' 재미나게 읽고 있습니다! 후훗
이번 글도 잘 읽었습니다!
덴드로븀
20/07/03 17:11
수정 아이콘
잘읽었습니다!
자 이제 737 맥스 이야기 써주세요! 제발!
20/07/03 17:26
수정 아이콘
222222222
BlazePsyki
20/07/03 18:05
수정 아이콘
33333333333333
20/07/03 17:16
수정 아이콘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klemens2
20/07/03 17:18
수정 아이콘
아쉽습니다. 이 비행기 나오고는 미국행 비행기는 항공사고 나발이고 마일리지도 신경 안쓰고 이것만 선호했는데...
비둘기야 먹쟛
20/07/03 17:29
수정 아이콘
사용자 입장으로서, 처녀비행이라고 하던가... 아시아나 A380 한국-홍콩 탔었는데 욜라리 흔들렸었어요. 그 이후에도 A380은 매번 흔들리더라구요
므라노
20/07/03 17:31
수정 아이콘
이게 지식이고 경험이고 없이 그저 이미지에 의해 벅차오르고 뽕이 차는 경우가 있는데 저한텐 그게 에어버스랑 A380이었습니다.
크고 아름다워!
근데 결국 퇴물이네요 흑흑.
20/07/03 17:31
수정 아이콘
이거 장거리 1등석 한번 타보겠다고 몇년간 마일리지 긁고 긁어서 다 모았는데 코로나 등판하면서 기약없게 됐습니다...
20/07/03 17:32
수정 아이콘
아시아나는 찢어지게 가난한 상황에서 이걸 10대를 지르고.. 장렬히..

근데 공항에서 보면 참 멋지고 위엄이 넘치죠.
aDayInTheLife
20/07/03 17:39
수정 아이콘
크고 아름다운 비행기는 로망이죠.
시대착오적이라 로망이라는게 문제라 그렇지... 크크
20/07/03 17:40
수정 아이콘
위용 자체는 정말 어마어마 하더군요

저렇게 큰 쇳덩이가 하늘을 난다고??? 하는 생각이
츠라빈스카야
20/07/03 17:45
수정 아이콘
요즘은 뉴욕행 항로에도 저거 투입 못하더군요.
부모님 미국행 티켓 살 땐 분명 380이었는데 출발하는날 보니 777로 바뀜...
완전연소
20/07/03 17:51
수정 아이콘
제일 좋아하던 기종인데 단종이라 너무 아쉽습니다.

워낙 기체가 크다보니까 각 항공사별로 특색있는 기내 디자인을 선보일 수 있는 기종이라서, 2층 전체를 비즈니스 클래스로 하는 항공사, 일등석 좌석이 아닌 방을 넣은 항공사, 샤위룸을 넣은 항공사, 더블침대를 넣은 항공사 등등 특이한 컨셉이 정말 많았죠.
가라한
20/07/03 17:54
수정 아이콘
꼭 한 번 타보고 싶은 기체인데 기회가 있을지.... 코로나 때문에 더 예상하기 힘드네요
모데나
20/07/03 18:04
수정 아이콘
이래서 기업이든 국가던 큰 방향설정을 잘하는게 제일 중요함. 근데 과거나 지금이나 이걸 결정하는 고위층들은 고액의 월급을 받으면서도 중간관리자 이하 노동자들만큼 빡쎄게 일하고 고민하는것 같지 않음.
Polar Ice
20/07/03 18:11
수정 아이콘
에미레이츠 a380 비즈니스를 작년에 탔을땐 정말 좋았었는데 아쉽네요. 2층 구조라 1층승객과 마주칠일 없었고 바 형태가 따로 있어 틈틈히 나와서 칵테일 마시고 담소 나누고 즐거웠구요.
아이는사랑입니다
20/07/03 18:19
수정 아이콘
A380 예전에 사용하더 컴터 케이스였던지라 꼭 한번 타보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못 타보겠죠?
20/07/03 18:24
수정 아이콘
첫 해외여행 때 탔던 비행기가 에미레이트 A380 기종이라 그런지 더 기억에 남네요. 확실히 그 이후에 비행기들 타보면 A380보다 훨씬 아담하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20/07/03 18:33
수정 아이콘
하늘 위의 간선버스를 꿈꿨는데 현실은 공기수송이었군요. 재밌는 글 잘 봤습니다~
개발괴발
20/07/03 18:49
수정 아이콘
허브앤 스포크 넘나 시러요.
환승 싫어염...
스탑오버 필요엄서영...
Jedi Woon
20/07/03 19:05
수정 아이콘
몇번의 장거리 비행을 구형 747-400만 타보고 이거 한번 타볼 기회를 노리고 있었는데......점점 멀어져만 가네요....
오리와닭
20/07/03 19:16
수정 아이콘
747처럼 화물기로 활용가능할 여지를 줬어야하지 않았나싶은데 화물기로 쓰기에도 애매해서 단종말고는 답이없었죠
속삭비
20/07/03 19:43
수정 아이콘
첫 해외나갈때 두바이까지 이걸 탔었는데 단종된다니 아쉽네여
20/07/03 19:54
수정 아이콘
그래도 아직 완전히 죽어버린 것은 아닌게 슬롯 얻기가 빡세고 수요가 보장된 루트에서는 무조건 대형기 넣는게 이득이라서 그런 곳에는 a380 계속 들어가는 모양이더라구요...
산밑의왕
20/07/03 20:40
수정 아이콘
승객수만 받쳐주면 a380이 짱이죠. 사실 공항 여건만 되면 김포-제주 노선에 띄우고 싶습니다. 크크
20/07/04 07:25
수정 아이콘
김포-제주면 일등석 비즈니스 싹 뜯어내고 이코노미로만 채워도 되니 한번에 800명 이상 수송하는것도 가능할듯...
20/07/03 20:30
수정 아이콘
아 앙대! 마일리지로 a380 고급탈라고 이제야 다 모았단말이에요!! ㅠㅠ
에미레이츠항공으로 유럽갈때 “이코노미”로 탔었는데, 이코노미마저도 좌석간격이 넓었고 특히 창문자리는 좌석과 창문 사이에 여유가 남치더군요.
Silent-Movement
20/07/03 20:31
수정 아이콘
A380은 이코노미도 다른 기종보다 넓은 느낌이더라고요.
탈 때마다 좋았습니다.
오만과 편견
20/07/03 21:07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파인애플빵
20/07/03 21:16
수정 아이콘
관문 공항이나 허브 공항의 가치가 점점 하락중인걸로 보입니다. 애매한 90석 정도의 비행기도 사장 되고 사실상 150석 정도의 중급기가 각광 받는 시대인것 같아요
무엇 보다 비행기 연비가 향상되면서 굳이 관문 공항을 거치지 않고도 한번에 장거리 운행이 가능해진것도 보잉의 예측이 맞았던 걸로 보입니다.
사실상 이 기술 개발을 보잉이 주도 했으니 기술적 예측이라고 봐야 할런지 모르겠네요
20/07/03 21:17
수정 아이콘
크고 아름다워..

이미 만든건 어쩌나요 흑흑
20/07/03 21:57
수정 아이콘
그치만 에어버스에는 A350이 있죠
쵸코하임
20/07/03 22:29
수정 아이콘
크고 아름다운기체죠. 웅장하더라구요.
하지만 저는 주로 싼 놈만 타서 요거 못 타봤어요
피쟐러
20/07/03 22:31
수정 아이콘
아직 못타봤는데 타보고 싶어용!!
Dear Again
20/07/03 22:51
수정 아이콘
콩코드 생각나네요..
호머심슨
20/07/04 02:47
수정 아이콘
보잉 777 같은 엔진이 쌍발인 대형기한테
쌈싸먹혔죠
나름쟁이
20/07/04 07:29
수정 아이콘
두바이갈때 한번 타봤는데 정말 크긴커요..
아이고배야
20/07/04 09:33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는 A380 개발 시작 당시 에어버스의 최고 의사결정자가 자신의 족적을 남길만한 민항기 개발을 원했고
'허브 앤 스포크' 전략은 거기에 끼워 맞춰진 전략이 아닐까 싶네요 크크
박근혜
20/07/04 14:43
수정 아이콘
탑승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A380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787이나 350 정도 크기 기체를 선호하게 되더라구요.
20/07/04 21:54
수정 아이콘
작년 독일출장때 비지니스석에서 이청용 선수랑 같이 탔던 기억이...
이청용선수 딸이 아직어려서 2층 복도(?쇼파있는 장소)에서 놀고있더군요
치킨은진리다
20/07/05 23:32
수정 아이콘
이거 타려고 태국가는 마일리지 티켓 발권했는디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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