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개미황제입니다. 한동안 좀 뜸했지요? 정말 다사다난했습니다... 이야 이거 사육기에 쓰면 재미있겠다 싶은 일이 하나 생기고, 그게 끝나기 전에 또 생기고... 죽는 줄 알았습니다.
시작하기에 앞서 사과를 드립니다. 지난번에 꼴에 연재랍시고 차회 예고를 때린 바 있습니다. 그냥 예고였다면 사과하지 않는 것도 옵션일 텐데, 예고를 '갈색 스타킹의 여왕' 이따위로 해놓아서 몇몇 분들을 크게 설레게 만들었습니다. 취향 잘 알았습니다, 예. 사실은 정말 그 여왕과 식구들을 소개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기대하시는 그 여왕은 보여드리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심심한 유감과 사과의 말씀을 스타킹 팬들에게 전해 올립니다. (검스파와 살스파는 빠져주세요.) 면목 없습니다. 아, 뭐 나쁜 일은 아닙니다...; 전말은 이렇습니다;
아크릴 상자를 디자인해서 주문, 새로운 사육장을 만들어봤습니다. 편석과 유목 쪼가리를 넣어서 나름 분위기도 내보고요. 이게 사는 것보다 훨씬 가성비가 좋더군요. 재료가 다 수천원 단위여서 아주 만족했지요. 이 사육장에는 새로운 콜로니를 이소시킬 예정이었습니다.
그리고, 짠! 이소가 끝났습니다! 어때요? 네. 그야말로 '개미새퀴 한 마리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미칠 노릇이...
제가 이곳에 이소시킨 개미입니다. 갈색발왕개미(Camponotus kiusuensis)라고 합니다.
[불꽃심장부족]의 한국홍가슴개미,
[검은십자군]의 흑색패인왕개미,
[일몰망치군단]의 일본왕개미와 더불어서 Camponotus, 즉 왕개미로 분류되는 녀석이지요. 이 녀석의 매력은 특이한 발색입니다. 온몸이 짙은 갈색인데, 이름처럼 다리만 밝은 갈색이라서 눈에 확 뜨이죠. 그래서 여러분께 갈색 스타킹이라고 소개를 드렸던 것입니다. 이소까지는 잘 했습니다. 정말 순식간에, 1시간도 안걸려서 싹 다 알아서 옮겨갔어요. 그리고는 넓은 편석 밑으로 '죄다 숨었습니다.' '_';;;
제가 제국에 복속시킨 군체는 1Q60W 정도 되는 아직 규모가 작은 군체입니다. 작은 군체는 아무래도 활성도가 떨어집니다. 나돌아다니는 워커가 많이 없어요. 전에 소개시켜드린 불꽃심장부족은 먹탐장에 30마리 이상의 워커가 돌아다니지요. 얘들은? 위에서 보신 대로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 놈들이 지독한 야행성이라는 것입니다. 오밤중에서야 슬쩍 기어나와요. 밤이 되어도 방에 조명을 켜고 환하게 해두면 잘 안나옵니다. 그래서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조명을 다 끄고 애들이 기어나오기를 기다린 다음에, 불을 확 켜고 기습 파파라치 슛을 날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찍은 사진입니다. 오, 나름 밀웜도 먹네요. -_-; 어둠 속에서 아주 잘 살고 있습니다.
개미답게 굴착도 아주 잘 합니다. 어찌나 신속하게 파서 버로우하는지 무슨 럴커인줄... 그렇게 저의 여덟번째 콜로니는 정말 개미다운, 지하의 왕국이 되었습니다. 갈색발왕개미도 왕개미인지라 사이즈도 괜찮고, 특이한 발색과 미끈한 몸매로 외모가 참 예쁘지요. 솔져 계급도 존재하는 종이구요. 그리고 여왕님이 정말 한 미모 하십니다. 그래서 그 설레발을 쳤던 것인데... 이제 여왕님은 배알할 길이 요원하네요;;; 흙 베이스 사육의 큰 문제점 중 하나인 관찰이 힘들다는 것에 제대로 걸렸습니다. 이 사육장의 이름은
[언더시티]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여왕님은? 보기 힘든 그 갈색의 미끈한 각선미를 기리는 의미로
[갈바나스]라고 하렵니다. 그럼 이 부족의 이름은 자연스레
[갬세이큰]이 되겠네요.
[갬철호드]랑 싸움붙여볼까요...
아직은 군체가 크지 않아서 재미있는 소식이 많지 않겠지만, 그래도 틈틈이 소개할 일이 있으면 말씀 드릴게요. 지금은 사육장-먹탐장 일체형 구조이지만, 군체가 커지면 또 이소시킬 일이 있을 지도 모르지요.
저의 개미 제국,
[플루온 제국]에 아홉번째로 복속한 작은 콜로니입니다. 500원짜리 쿠키통에 쏙 들어간 이 녀석들은 무엇일까요?
아이폰 카메라의 기능을 처절하게 드러내는 이 사진 속에서 여러분은 생물을 보실 수 있나요?
아이폰 카메라로는 제대로 보여드릴 수 없는 이 녀석은 삼색도토리개미(Temnothorax michali)입니다. 이름이 귀엽죠? 원래 이 녀석들은 '낫소노브호리가슴개미'라는 거지같이 어려운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그런 종이 있어요, 있긴. Temnothorax nassonovi라고... 학명에서 볼 수 있듯이 얘네랑 뭐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발색이나 사소한 부분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엄연히 다른 종이었고, 얘들은 얘들만의 이름을 가져야 했던 것이죠. 그래서 (구)낫소노브호리가슴개미라는 더더욱 거지같은 이름을 잠시 달고 사는 오욕의 시절을 겪습니다. 호리가슴개미들을 죄다 도토리개미라는 직관적이고 귀여운 이름으로 바꾸면서, 얘들도 삼색도토리개미라는 고진감래성 귀여운 이름을 손에 넣었습니다. 참 좋은 이름이라고 생각해요. 얘들은 자세히 보면 머리 가슴 배의 색이 다 다릅니다. 개미 색이 다 그렇듯이 오묘하지만, 머리는 검고, 가슴은 갈색, 배는 노란색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삼색이에요. 도토리는? 아, 얘들 도토리 속에 살아요. '_'; 사진 보시면 아시겠지요? 디게 쪼꼬맣습니다. 워커의 길이는 2mm 정도, 대형 워커도 3mm가 되지 않습니다. 플루온 제국 최초의 '소형종'입니다. 그래서 도토리 알 속에 한 군체가 죄다 들어가 살 수 있습니다. 재미있지요? ^^
소형종에 맞추어 저의 자작먹이
[넥타르]를 공급하는 급식기
[파일런]의 초소형 버전을 설치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어찌나 작은지 초소형 한 칸에도 세 마리씩 들어가서 먹더군요; 귀엽다고 해야 할 지, 애처롭다고 해야 할 지...
더욱 놀라운 것은 이겁니다. 날개 보이세요? 이 콜로니에는 생식개미가 태어나 있습니다.
사실, 도토리개미들은 도토리 한 알에 들어가서 살 정도로 규모가 작은 군체들이 흔합니다. 그래서 한 100W쯤 되면, 아 우리는 클 만큼 컸다... 하여 생식개미가 태어난다고 합니다. 얘들도 개미답게 아주 좁은 틈에 찡겨 사는 것을 즐깁니다. 콜로니 전체의 한 절반 정도가 3cm정도 되는 돌쪼가리 밑에 바글바글 모여있지요. 그렇기 때문에, 얘들도 여왕은 못봅니다. 저기 어딘가에 있지만, 여왕이랬자 3mm 남짓이고, 다른 애들이 하도 열성적으로 가려대서 관찰은 포기하는 게 편할 듯 합니다.
이 독보적인 사이즈 덕에 얘들에게는 500원짜리 쿠키통도 저 거친 광야입니다. 먹이 탐색을 위해 돌쪼가리 틈을 떠나는 워커가 더듬이를 조심스레 휘두르는 모습은 드넓은 사막에 첫 발을 내딛는 탐험가의 장엄한 모습과 같지요. 가슴이 0.몇 밀리 되는 녀석들을 보며 가슴이 웅장해집니다.
넥타르를 배불리 먹었는지 다들 배가 토실토실하니 윤기도 흐릅니다. 생식개미도 보이고, 알도 보이네요. 저게 알인지 먼지인지 구분하는 방법은 사실 별로 없습니다... 현미경이라도 들이대지 않고서는, 쟤들이 들고 옮기면 아, 알인가보다...하는 수밖에요. 크크. 실은 정말 도토리를 구해서 넣어줘보고 싶었어요. 정말 들어가 사는 지 보게... 하지만 도심 속에서 도토리 구하는 게 쉽지 않더군요. 대신 편백나무 블럭을 몇 개 넣어줘봤는데, 그냥 방향제 겸 조형물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관심이 없네요; 쟤들 입장에서는 기자의 대피라미드같이 보일 테지요.
차회예고!! 이번엔 진짜라구요... ㅠ_ㅠ
지옥에서 꿀을 찾아 그들이 옵니다. 악마의 모습과 습성을 가진 그들에게 닥쳐온 미증유의 위기! 더불어 정신이 붕괴되어가는 개미 황제의 폭주! 짜자잔... 기대해 주세요.